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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이정도 논란은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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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미FTA, 이정도 논란은 당연"

[인터뷰]유시민 "'변양균 사건'은 개인적 스캔들"

대통합민주신당 유시민 후보는 11일 "한미FTA는 이념적 지향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 수단에 불과하다"며 "수단에 불과한 문제를 두고 신자유주의라고 묶어 비판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유시민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자신의 캠프에서 가진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정책수단과 목표 사이에는 단선적 관계가 있는 게 아니다. 때로는 상충하는 정책수단을 종합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관계자 가운데 '시장은 선이고 국가는 악이니 국가는 일하지 말아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적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느냐"며 "오히려 참여정부 동안 보건·복지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출은 점차 늘어왔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한미 FTA 추진 과정에서 내부 갈등 수습에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이정도 사안에는 그 정도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넘겼다.


▲ 유시민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프레시안

한편 유 후보는 '친노후보 단일화'와 관련 "당 경선과 본선에서 결선 투표를 도입한다면 합종연횡 할 필요 없다"며 "그러나 지금은 제도적 환경 자체가 한 명만 뽑고 나머지는 죽는 게임이라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동영 후보에 대해 "리더는 신의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정 후보는 하자가 있다"고 비판했고 손학규 후보에 대해서도 "손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 본선에서 지는 것은 물론 한나라당 꼴찌후보에게 민주개혁세력을 갖다 바치는 꼴이 된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손 후보 간의 갈등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무슨 힘이 있나, 개인적인 소망과 생각을 말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현직 대통령을 대선 판에 끌어들이는 것은 대인의 풍모라 할 수 없다"고 손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변양균 파문'에 대해서는 "집권 세력의 시스템 상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차원의 문제로 보인다"며 "확실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언론이 지난 '행담도 의혹' 때와 같이 근거 없는 의혹을 부풀려서 한 인간을 파산 상태로 몰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변을 일으킬 후보가 필요"

프레시안 : 출마선언 하기 전에 '정계은퇴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까지 두루 검토 한다'고 했다. 극단적인 두 가지 선택 가운데 한 쪽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유시민 :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고 나면 나도 자연인으로 돌아가고픈 생각이 있었다. 자유로운 생활이 마음 속에 이상향처럼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공직에 들어온 이상 확실하게 해야 하는 데 이렇게 해도 되나 싶었고 공직에 들어온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선택을 했다. 대통령을 하고 나면 자연히 자연인으로 돌아가니까 그때 가서 하자고 생각했다.

프레시안 : 유 후보가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이 99%라고 말한 바 있듯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이명박 쏠림'이 극복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유시민 후보가 이를 극복하는 적임자인 까닭은?

유시민 : '이명박 쏠림'이기 때문에 더욱 내가 적임자다. 이변을 일으킬 후보가 필요한 것 아닌가. 사람들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이명박 후보가 주장하는 성장정책은 굉장히 위험한 정책이다. 나는 정통성, 국가발전전략, 정직함이나 신의 등 도덕성, 문화적 성향 등 모든 점에서 이명박 후보와 대척점에 서 있는 후보다.

프레시안 : 이명박 후보가 정계은퇴도 고민하던 유 후보를 불러낸 셈인가?

유시민 : 내가 나를 불러냈다. 내가 국민에게 드릴 말씀과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나온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나를 어떻게 불러내나. 통화도 한번 못해봤는데.(웃음)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유 후보와 이해찬, 한명숙 후보가 단일화 할 경우의 지지율이 현재 받고 있는 지지율의 총합보다 낮게 나온다. 수치로만 보면 '마이너스 단일화'인데 시너지를 발휘할 방법이 있나?

유시민 : 여론조사를 가지고 논거를 끌어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정치인이 여론조사 결과를 뒤따라 다니면 새로운 창조가 아닌 기성의 고정관념에 끌려 다니는 대중추수주의로 귀착된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단일화를 하는 게 아니라 대의와 전략에 따라 하는 것이다. 여론은 이미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저 여론을 따라가야 한다면 정치를 할 필요 없다. 여론조사로 알아보고 그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나는 그런 식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대의와 명분, 그리고 이를 충족하는 전략에 입각해서 한다.

프레시안 : 대의와 명분에서도 세 후보가 왜 합쳐야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합쳐야 하는지가 와닿지 않는 것 같다.

유시민 : 선거제도가 이 모양이니 합쳐야 한다. 당 경선에서 민주노동당 식으로 결선 투표하고 본선에서도 결선 투표를 도입한다면 합종연횡할 필요 없다. 그러나 지금은 제도적 환경 자체가 한 명만 뽑고 나머지는 죽는 게임이다.

자기가 되는 게 최선이지만 이것이 달성 불가능한 목표일 때는 자기와 유사한 후보, 혹은 자신이 100점이면 90점, 80점이 되는 후보를 찾아서 마이너스 100점짜리 후보를 막으려 할 수 있다. 필요하면 50점, 60점과도 함께 할 수 있다. 결선투표가 없는 단순 다수제 때문에 상이한 지향을 가진 정치세력이 연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을 고치자고 해도 안 고쳐준다. 이런 선거가 계속되면 새로운 정당이 나오는 게 불가능하다. 늘 보던 정치만 계속되고 거의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해도 언론에서는 '국민이 그걸 원하느냐, 민생·경제도 어려운데 무슨 선거구제 타령이냐'고 한다. 그래서 발전이 없다. 한국 정치가 비극인 것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기득권을 누리는 지역주의 정치집단과 무비판적인 언론이 합작해서 모든 제도적 변화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후보에게 '여론의 지지도 없는데 접으라'고 한다면 시장 점유울이 낮은 언론은 왜 존재하며 정당 지지율이 낮은 민주노동당은 왜 있나. 민주주의는 오늘의 소수파가 내일의 다수파가 될 가능성을 열어놓기 때문에 위대한 제도다. 이런 마당에 새로운 제안과 운동을 하려 할 때 여론지지도도 없는데 왜 하려하냐고 한다면 항구적으로 지금 지지도만 유지된다. 일종의 반지성주의이고 야만이다. 대한민국이 야만의 한 가운데 빠져있는 것이다. 이는 나로서는 바꿀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제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하는 것이다.

"손학규가 당의 후보가 된다면…끔찍하다"

프레시안 : '신의와 의리'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정동영 후보에 대한 비판이 도드라지는데, 신의와 의리라는 점에서 정 후보가 밉살을 산건가?

유시민 : 정 후보는 대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많이 했다. 탈당도 그렇고 오늘 토론회만 해도 '정부가 비협조적인데 내가 무엇인가를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신의가 없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만 해도 대통령과 총리의 지원이 중요한 것인데 정 후보는 그것을 마치 혼자서 다 한 것처럼 과장광고 하고 있다.

대통령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정책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를 공동체가 승인한 규범 위에서 끌어가는 리더다. 리더에게 제일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신의다. 리더가 신의를 지키지 않을 경우 사회 전체에 끼치는 악영향은 크다. 높은 자리 올라간 사람일수록 신의를 지키는 사람인가 아닌가는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리더는 당이 잘됐나 못됐나를 넘어서서 신의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 후보는 하자가 있다고 봤기 때문에 문제 제기를 한 거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손학규 후보는 어떤가?

유시민 : 손학규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를 1년 3개월 넘게 해오다가 안되니까 당을 나온 것 아닌가. 범여권이 만만해보이고 후보 지지율이 고만고만하니 여기 오면 후보가 되서 본선 갈 수 있겠다 싶어 온 것이지 아니면 왔겠나. 달리 설명할 여지가 없다. 신의 없는 행동이다.

손학규 후보가 당의 후보가 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당과 개혁적 정치세력 전체를 한나라당 3등, 꼴찌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다. 결과를 상상해보라. 이게 어떤 사태인지. 손학규 후보가 대선에서 지는 것은 물론 수십 년 간 이어 내려온 민주개혁 정치세력을 통째로 한나라당에 나온 지 몇 달 되지 않은 한나라당 꼴찌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결과가 된다. 이는 집단적 신의 상실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정치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신의 문제다. 거기(한나라당)서 했어야 했다.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도 기자간담회에서 손학규 후보를 비판하면서 '기회주의자들의 싸움에 별 관심이 없다'고 한 것과 뉘앙스가 같아 보인다.

유시민 : 지금 범여권의 상황에 대해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유 후보야 함께 경쟁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런 비판이 납득이 되지만 아직도 힘을 갖고 있고 지지율도 30%에 달하는 현직 대통령이 비판하기 때문에 손 후보가 반발하는 것 아닌가?

유시민 : 대통령이 무슨 힘이 있나. 나는 못 느끼겠는데. 국정 수행 지지도와 후보 지지도가 무슨 상관인가. 아무 관계없다. 개인적인 소망과 견해를 말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손학규 후보 캠프에는 우리 캠프보다 청와대 출신 참모도 훨씬 많고 열린우리당 출신 의원도 훨씬 많다. 그렇다고 내가 대통령에게 손학규 후보를 도우면 되냐고 말해야 하나. 각자가 청와대를 그만두고 나와 어디로 가느냐는 개인의 정치적 선택이다.

현직 대통령을 경선 판에 끌어들이는 것은 대인의 풍모라고 할 수 없다. 진짜 서러운 건 나다. 우리 캠프에 청와대 출신은 행정관 출신 2명뿐이고 열린우리당 출신은 나를 포함해 국회의원 5명과 당직자 3~4명 외에는 없다. 손학규 후보가 제기하는 기준으로는 청와대와 가장 거리가 먼 게 유시민이다. 그러나 나는 서럽거나 분하거나 섭섭하지 않다. 내 힘으로 창업하는 것인데 뭐 어떤가.

"참여정부, 자기 시대 과제 잘 해결한 정부"

프레시안 : 노 대통령과 지난 5년 동안 정책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가장 유사점이 많았다.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 직을 스스로 보직해임한 지금, 지난 5년을 돌아볼 때 노무현 정부의 공과 과를 따지자면?

유시민 : 나는 참여정부 내각의 일원으로 일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부하였잖나. 참여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특별한 개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할 수 없을만한 일들을 했다. 정경유착의 단절, 권력기관 정치적 중립, 행복도시와 공기업 지방 이전으로 상징되는 균형발전 정책, 부작용도 있었지만 권언유착의 단절, 그 밖에 보육 분야 예산지원 대폭 확대를 비롯해 복지 지출을 임기 초에 20%에서 30%로 올린 것 등 여러가지가 있었다. 과감한 성격, 옳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밀고나가는 강한 고집을 가진 분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상상할 수 없을 많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다만 국민들이 소망했으나 이뤄지지 못한 것들, 예를 들면 양극화 문제 등이 불만을 사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으나 노 대통령이라는 독특한 지도자 아니라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 많이 이뤄졌다. 자기 시대에 주어진 과제를 비교적 잘 수행한 정부였다. 이제 참여정부에 참여한 사람들이 부족한 것은 보완하고 시행착오는 고치고 미진한 것은 더 창조해서 앞으로 나가야한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 정책의 보완, 발전을 이야기하는데 향후 집권을 하려면 단순한 보완이 아닌 새로운 설계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유시민 :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서 그렇지 설계도는 이미 냈다. 대한민국 개조하자, 성격을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다. 선진통상국가, 사회투자국가, 평화선도국가라는 장기전망을 내놨다. 대한민국을 밖으로 펼쳐져 가는 나라이자 국민들이 저마다 더 큰 역량 가진 나라이며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는 나라가 되게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당장 해야 하는 일들은 생활 밀착 공약으로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려 하고 있다. 이 정도면 한 당의 경선 후보로서 충분한 그림이 아닌가.

그러나 언론 풍토 자체가 경선 룰 다툼, 후보들 간의 감정 다툼, 유령선거인단 논란과 같이 경선 시행과정의 능력 부족으로 인한 오류, 여론조사 결과 등은 대문짝만하게 보도하면서 여론 형성을 위한 정책 토론에 관한 보도는 극히 빈약한 상황이다. 이런 조건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미FTA, 그 정도 논란은 당연하다"

프레시안 : 유 후보는 선진통상국가, 사회투자국가를 제시했다. 한미 FTA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와 이것과 맞물린 양극화 심화라는 두 마리 토끼잡기가 과연 선언적 의미처럼 해소될 수 있을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유시민 : 둘 다 안 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만약 비관적으로 본다면 아무 것도 못한다. 얼마전 내가 제시한 새만금 개발 공약도 마찬가지인데 동북아 최고 명소가 될 만한 레저 파라다이스 시설을 만들자고 하니 '환경은 어쩌냐' 등의 비판이 나왔다. 어떤 일이든 반대해야할 10가지 이유가 있다. 좋기만 한 일은 없다. 세계화, 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거역하지 못한다. 이에 살아남으려면 경쟁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신자유주의'라고 묶는 것은 넌센스다. 개방은 이념적 지향이 아니라 수단에 불과하다. 이념적 지향은 자유로운 나라, 평화로운 나라, 자유로운 사회, 풍요로운 나라, 정의로운 나라 등을 지칭하는 것이다. 여기서 '정의는 필요없다. 유복하면 그만이다. 물질적 후생을 위해 자유 경쟁을 허용해야 하고 빈부격차는 불가피하다. 시장은 선이고 국가는 악이니까 국가는 일하지 말라'는 게 신자유주의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그렇게 주장하는 정부 관계자가 어디 있나. 다만 자유롭고 평화롭고 정의롭고 풍요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하는데, 어떤 정책적 수단을 결합해서 할 것이냐 라는 선택의 문제가 있다. 한미 FTA는 돈 많이 벌자는 것이다. 돈 벌어야 사람도 키우고 정의도 실현하는 것 아닌가.
▲ ⓒ프레시안

그리고 사회투자국가는 기회를 고루 나누자. 좋은 사람, 버는 사람만 계속 벌게 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도전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그를 위해 국가 재정을 바꾸고 있다. 그 방향을 보면 복지보건 분야 지출이 전체 중앙예산의 20%에서 28%로 올라갔고 내년이 되면 30%가 될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신자유주의와 거리가 멀다. 보건복지 분야에 대한 국개 개입이 강화되고 있지 철수하는 게 아니다. 보통의 고정관념으로 보면 두 정책 수단은 상충하지만 두 가지는 함께 결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론은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봐서 한 쪽에서는 좌파 정권이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신자유주의라고 한다. 둘 다 틀린 것이다. 정책 지향으로 이념적 지향을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이 좌파 정책인가 우파 정책인가? 보통은 진보 정책이라고 한다. 그러나 과연 정말 진보적 목표를 달성하는 효과적인 수단인가? 아니다. 최저임금을 작년에 올리고 올해 또 올리니 경비아저씨가 해고됐다. 도와주려던 사람을 도로 해치는 격이 된 것이다.

정책수단과 목표사이에는 단선적 관계가 있는 게 아니다. 이념적 지향을 위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결합해 나갈 수밖에 없다. 때로는 상충하는 정책 수단을 종합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한미 FTA 하니까 신자유주의다, 복지 지출을 늘리니까 좌파 정권이다'라고 비판하니 노 대통령이 '그럼 나는 좌파 신자유주의다'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이들의 주장이 일면적이고 치우쳤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한 농담이었다. 전후 맥락을 보면 농담으로 알아볼 것을 그 문장만 따서 '좌파 신자유주의'가 있을 수 있느냐고 지식인들이 논쟁을 했다. 오히려 그 논쟁이 개그고 코미디다. 대통령의 말씀이 농담도 진지한 논쟁의 대상이 되어야할 정도로 위력적인가?

프레시안 : 한미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반대론을 다독이고 내부갈등을 치유하는 데에 상당히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에는 어떤 생각인가?

유시민 : 사실을 들어 이야기하면 한-칠레FTA 체결 때에도 똑같은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체결된 이후 지금 국내의 키위, 포도 생산량 어떻게 됐나. 반대하는 분들의 마음과 논리는 이해한다. 그러나 누구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고 유사 사례를 검토해서 융통성을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이다. 현재 키위, 포도 모두 생산량이 늘은 것으로 안다. 특히 문제가 됐던 포도의 경우 FTA 체결 직후엔 폐농이 늘어 경작면적이 줄었다가 도로 늘어나 생산량이 체결 전보다 더 많아졌다. 결국 체결 당시 포도시장 개방하면 모두 망한다는 주장은 단기적으로 진실이었으나 능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돌아보면 그렇게 죽기살기로 안 싸워도 되는 문제였다.

한미 FTA도 마찬가지다. 한-칠레 FTA처럼 될지 안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논쟁을 보면 '매국노', '망국의 길', '이완용보다 더한 놈' 등의 비난일색이다. 이들의 확신은 어디서 온 것인가? 적어도 나는 한미FTA 보다 깊고 넓게 영향을 미친 일은 아니지만 한-칠레FTA의 경우를 부분적으로 볼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능히 할 수 있는 일도 굉장히 겁을 내는 경향이 있다.

내부 갈등 치유는, 이 정도 중대한 사안이면 그 정도 논란은 있는 게 당연하다. 시간 흐름에 따라 상황을 보고 논의하면 되지, 치유한다고 대통령이 한미FTA반대범국민운동본부와 술 한잔이라도 해야 하나? 그것도 좋겠죠. 나 같으면 술 한잔 하겠다. (웃음)

"'변양균 파문'은 개인 스캔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이른바 '변양균 신정아 사건'이 논란이다. 노 대통령이 기자간담회에서 자괴감을 털어놓기도 했는데, 이 사건은 참여정부가 내세운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라는 원칙이 노 대통령의 측근들로부터 무너지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한다.

유시민 : 아니다. 변양균 씨 개인 문제다. 이 문제에 정권 차원의 개입이 있나. 개인의 오류와 집권 세력 시스템 상의 문제는 구별해야 한다. 무슨 내용인지는 잘 모르나 변양균 씨가 신정아 취직에 영향을 행사했다면 그 사람 개인의 문제다. 그걸 알고 청와대가 감췄으면 청와대의 문제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양상을 보면 변양균 씨가 사실대로 이야기를 안했고 수사해보기 전까지 알 수 없었던 청와대는 그대로 믿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그러나 이것이 정권 차원의 무언가가 무너지는 문제인가. 개인의 스캔들이다.

한가지 예를 들면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의 경우 언론은 '행담도 의혹'을 제기하며 한 인간의 명예를 완전히 짓밟고 인격을 파산시켰다. 그러나 그는 재판에서 100% 무죄로 인정받았고 검사가 유죄 혐의를 둔 것 가운데 어느 하나 인정된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정권 차원의 비리라며 특검까지 하고 일을 벌인데 대해 언론이 단 한마디 비판한 게 있나. 서로 부채질해서 말도 안 되는 의혹을 부풀려서 한 인간을 인격적 파산상태로 몰아가 놓고 한마디 따뜻한 사과하는 언론이 없다. 대한민국이 어떤 사회인가. 나는 가끔 무섭다. 변양균 씨도 이와 같을지는 알 수 없으나 조심해서 접근하자는 것이다. 언론인이 펜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달라.

프레시안 : 대통합민주신당이 여러가지 논란과 다툼의 한가운 데에 있다. 정치개혁을 주장하며 열린우리당의 골간을 만든 입장에서 지금 신당의 모습을 어떻게 보나.

유시민 : 슬프다. 우리가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며 만들고자 한 정당의 모습은 이미 실종되고 없다. 그리고는 이 당에 와서 경선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슬프겠나.

프레시안 : 강금실 전 장관이 반성이 빠진 '당신들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문국현 후보가 일정한 주목을 끌고 있다. 반한나라당 진영에서 발생한 이런 비판과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유시민 : 잘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있으면 문국현 씨가 대통령이 될 것이고 아주 적은 사람람들이 눈을 돌리면 작은 후보가 될 것이다

강 전 장관이야 신당에 관여하지 않고 있으니 '그들만의 리그'라고 말할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 지금 신당의 모습은 '유령 선거인단'에서 '박스떼기'까지 구태정치의 백화점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돈 풀어서 사람을 동원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후보 측근 중 핵심이 구속되고 벌금형도 구형됐다. 지금 언론은 굉장히 편파적이다. 축구장을 기울어지게 만들어 상대는 한번 차면 우리 골대까지 한번에 오는데 우리는 미드필더 돌파하기도 어렵다.

프레시안 : <프레시안> 독자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면

유시민 : 늦게 출발해서 열심히 뛰어왔는데 목적지는 멀게만 느껴진다. 독자 중에 나를 좋아하는 분은 가끔 있고 안 좋아하는 분이 더 많으실 텐데 한번 유심히 살펴보라. 그리고 유시민 괜찮으면 국민경선 선거인단 콜센터 번호 1588-1219로 전화해달라. 전화 한 통이면 가입되고 하루만 투표장에 나오면 된다. 마음의 성원도 고맙지만 마음으로만 성원 보내지 말고 표로 성원해주시면 고맙겠다. 사랑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프레시안 : 바쁜 시간에 인터뷰에 응해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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