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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의 에탄올 프로젝트, 농민들 반발 부딪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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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의 에탄올 프로젝트, 농민들 반발 부딪혀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74> 룰라 최대 지지세력 MST '제동'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차세대 대안에너지'라고 선전하며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에탄올 프로젝트가 암초를 만났다.

룰라의 열성적인 지지자들이자 브라질 최대의 정치세력으로 부상한 '토지 없는 농부들의 땅 갖기 운동본부(MST)' 회원들이 룰라를 향해 "임기 내 토지개혁부터 우선적으로 완성하라"고 압력의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MST는 브라질 전국 24개 주의 500만 이상의 가정을 회원으로 거느리고 있으며 전국 학생운동 조직과 노동자단체, 천주교 성직자들, 좌파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명실 공히 브라질 서민들을 대표하는 최대의 정치단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단체가 토지개혁을 외치며 엘리트층들과 대기업, 해외 다국적기업들의 무제한적인 토지소유를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MST는 절대 다수의 브라질 농민들이 한 뼘만큼의 토지도 소유하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브라질 전체 인구의 10% 미만인 대기업들과 소수 엘리트층, 다국적기업들이 브라질의 농경지를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브라질 농민들은 대를 이어 구조적인 소작농, 또는 노예제도를 벗어날 수 없으며 가난을 유산으로 이어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문제는 전통적인 농업국가인 브라질 국민의 60%이상이 끼니를 걸러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참담한 사실은 브라질 농산물을 독점한 대기업들과 소수 엘리트층, 다국적기업들은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곡물을 해외로 수출하는데만 혈안이 돼 있다는 현실이다. 피땀 흘려 농사를 지은 농민들은 식량부족 사태로 굶주리고 있는데, 정작 이들이 경작한 농산물은 해외로 수출이 되고 있다는 기막힌 사연인 것이다.

또 에탄올 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해외 투기자본이 몰려들어 가진 자들의 토지 독점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농민들은 점차 설 땅마저 잃고 먹을 것과 일자리를 찾아 거리로 내 몰리고 있다.
▲ 에탄올 프로젝트 이면에 가려진 브라질 농민들의 참상을 고발하고 있는 조앙 페드로 스테딜레 회장 ⓒ브라질 MST

이처럼 브라질 농민들의 입지가 에탄올 프로젝트로 인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자 농민단체들이 들고 일어섰다. 브라질 전역 24개 주의 MST 대표들을 이끌고 있는 조앙 페드로 스테딜레 회장은 최근 리우 지역 일간 <트리뷰나 다 임프렌사> 등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토지개혁만이 브라질 농민들의 유일한 희망"이라며 룰라 정부를 향한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는 브라질 정치권을 뒤흔든 최악의 뇌물사태 와중에서도 룰라에게 몰표를 던져주고 룰라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를 보냈던 열성 지지자들이 룰라의 정치행태에 반기를 든 것이다. 또한 실용주의를 내세운 룰라의 신자유주의가 농민단체들로부터 강한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관련 기사 : "브라질의 에탄올 대량생산, 브레이크 걸리나")

룰라의 오늘이 있기까지 헌신적인 선거운동을 주도하고 절대 다수의 서민의 표심을 주도했던 MST 연합회 조앙 페드로 스테딜레 회장이 최근 현지언론들과 나눈 대화 내용 중 주요 부분을 요약한다.

"룰라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다"

"룰라는 지난 2번의 대선을 통해 우리에게 큰 빚을 졌다. 하지만 룰라는 소득의 공평한 분배와 토지개혁 등 우리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신자유주의로 정치노선을 변경했다. 룰라는 대선 공약이었던 토지개혁은커녕 해외 투기자본을 무차별적으로 허용함으로써 토지점유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역대 어느 정권보다 두드러지도록 방치했다.

브라질 극빈 서민층의 희망이었던 룰라가 서민들과 농민들의 장래를 엘리트들과 다국적기업들의 손에 내맡겨놓고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기업화되고 대형화된 브라질 농업계의 가장 심각한 피해는 다수의 농산물이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된다는 것이다. 룰라 정부가 역대 최고 수준의 수출 실적을 치적으로 삼고 있는 동안 60% 이상에 달하는 브라질 국민들은 끼니를 걸러 심각한 영양실조 현상을 겪고 있다.

자국 농민들은 식량부족을 겪고 있는데 이들이 생산하는 곡물은 해외로 수출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이와 함께 거부들에게 몰린 토지의 집중현상은 15만 이상의 가정이 도로주변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도록 내몰았고, 400만 이상의 농민 가정들이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떠돌게 만들었다.

에탄올 프로젝트 발표 후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는 외국기업들과 투기자본이 토지구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들은 돈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무런 제한 없이 수백만 헥타르에 달하는 농지를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다.

이같은 농경지에 대한 투기를 바로잡기 위해 룰라 정부는 외국기업들과 소수 특권층의 무제한적인 토지소유를 법으로 제한해야 한다.

브라질은 1억2000만 명 정도가 극빈층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수입이 제한돼 있어 최소한의 식량구입도 어려운 형편이다. 이런 불공정한 제도를 바로잡기 위해 룰라는 에탄올 프로젝트에 전력하는 것 보다 중소기업 형태와 가족단위 농장을 최우선적으로 장려해야 할 것이다.

기업형 농산물 재배는 대량생산을 목표로 유전자변형 농작물 생산 등 부작용만 양산할 뿐이다. 그러나 소규모 가족단위 농업을 장려해 유기농법을 도입한다면 국민 건강은 물론 브라질 농촌의 수입증대에도 크게 이바지를 할 것이다. 이는 우리가 토지개혁을 외치고 있는 진정한 이유다.

우리의 주장은 토지개혁을 통해 농지의 독점현상을 막고 농민 소득을 높여 기본 식량의 내수시장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농산물은 수출보다는 내수시장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서민용 기본식료품이 품귀 현상을 보이면 해당 식품의 수출세율을 대폭 인상시켜 수출을 억제하고 가격 폭등을 막는 등 내수시장 보호정책을 실시하고 있다-옮긴이)

우리는 2번씩이나 룰라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그 이유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반대와 거대 지주계급의 폐지, 가진자들과 특권층, 다시 말해 기득권에 대한 저항 때문이었다. 또한 우리는 룰라에게 서민들을 위한 고용창출과 최소한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임금보장, 토지불하와 주택공급 등 소득분배 정책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룰라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다.

브라질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이자율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다. 이는 은행 등 금융기관들과 대기업만 살찌우는 정책이다. 서민들은 융자를 통한 창업을 상상할 수도 없으며 농민들도 융자를 받아 토지를 구입할 수 없어 불공정하다. 정부는 하루 빨리 이런 고금리정책을 탈피해야 할 것이다.

브라질만큼 빈부의 양극화가 심각한 곳은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브라질은 10%의 엘리트층이 75% 이상의 전체 국민소득을 독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10%의 선택 받은 소수를 위해 90%의 다수가 희생되고 있는 것으로 정말 부끄러운 현상이다.

우리는 종교계 지도자들과 법조계, 정치권과 연계해 토지개혁을 기필코 이루어 내고 극빈층들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민주사회주의적인 정책을 반드시 이끌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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