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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스스로 분당 상처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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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당 스스로 분당 상처에서 벗어나야"

[인터뷰]추미애 "내가 민주세력 정체성 찾아준 사람"

추미애 전 의원이 17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로 출마했다. 그가 2004년 4.15 총선 당시 '옥쇄파동'과 '3보1배' 등을 거치며 대중에게 강한 이미지를 남겼던 민주당이 아닌 대통합민주신당에서다.

추 후보는 2004년 총선 패배 이후 미국으로 2년간 유학을 떠났다 지난 8월 돌아와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것으로 현실 정치 복귀 신고식을 갈음했다. 그는 유일한 민주당 출신 후보라는 점을 내세워 '민주세력의 대통합'을 가장 큰 화두로 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독자적인 길을 가고 있는 민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가 과제다.

그는 지난달 31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통합을 이루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이번 경선에서 분당으로 잃어버린 표심을 끌어올 수 있는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답했다. 자신을 민주신당의 대표 주자로 내세우는 것 자체가 민주당과의 통합이라는 논리다.

그는 또 '민주당의 대선주자로 출마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분당의 상처에 스스로를 가두려는 시도에서 민주당 스스로 벗어나는 것이 진짜 민주당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봤다"며 "본래 민주당이 바라던 것도 전국 정당으로서의 민주당을 복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손학규 후보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은 피하면서도 "경선 과정을 통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미미한 여론조사 등을 볼 때 기존 주자로서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문국현 후보에 대해선 "정치는 책을 써내는 것과는 다르다. 정치는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이라며 정치선배로서 '충고'하기도 했다.

그는 "한나라당 등 산업화세력은 반(反)시장주의자"라며 "진짜 시장주의자는 바로 민주세력이며 사회적 약자에게 도전할 기회를 주는 것이 바로 시장주의"라는 논리를 폈다. 이어 그는 최근 범여권이 주장하는 '민주세력이 바로 성장의 동력'이라는 논리에 대해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한 것이 바로 나"라며 "내가 민주세력의 자아정체감과 시대정신을 찾아준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날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가 진행한 인터뷰 전문.

"분열세력이 잃은 표를 되찾아 올 리더십을 발굴해야"

프레시안 : 추미애 하면 생각나는게 몇가지 있다. 추 후보는 2002년 12월에 당시 노무현 후보가 마지막 선거 유세 연설을 하면서 정몽준 씨와 올라가 우리 쪽에도 좋은 대통령 후보 있다며 정동영, 추미애를 거론해 정몽준 씨가 그에 마음이 상해 지지철회하는 소동이 났던,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정말 출마선언을 했다. 그 이후 노무현 대통령과는 다른 길을 걸어 왔는데?
▲ ⓒ프레시안

추미애 : 나로서는 굉장히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당시 민주당에서 분열없는 통합신당으로 가자고 만류했지만 지지세력 분열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다들 뒤늦게 깨달았다. 그때의 분열이 아직 극복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분열 세력은 염치도 없이 간판 바꿔달기를 하면서 반성도 하지 않고 있고, 민주당의 많은 분들은 대통합신당에 의구심과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당시 분당의 명분은 개혁 기치를 높이 들겠다는 것이었지만 스스로 개혁의 깃발도 내렸다. 기간당원제는 스스로 폐지했고 지구당은 부활시켰다. 남은 것은 분열의 상처 뿐이다. 그런 가운데에서 정치 일관성을 지켜낸다는 것이 외롭고 힘든, 척박한 가시밭길을 걷는 것같은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프레시안 : 그런데 대통령 후보 출마를 민주당이 아닌 민주신당에서 했다. 추미애 후보를 지난 17대 총선 때 3보1배 등으로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은 갑자기 옮겼다고 느낄 수 있는데.

추미애 : 2002년 당시 분당을 반대했던 것도 지지세력의 분열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전국 정당이었던 민주당은 분당으로 호남에 갇혀버렸다. 통합이란 전국 정당의 원래 모습을 복원하는 것이고 대통합도 분열 극복을 위한 것이다. 본래 민주당이 바라는 것도 전국정당으로서의 민주당을 복원하는 것 아니었나. 분당의 희생에 가두려는 시도에서 민주당 스스로 벗어나는 것이 진짜 민주당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박상천 당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김한길, 염동연 등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 10여 명이 민주당에 가기도 하면서 설득도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당시 민주당에 계셨던 추 후보가 좀더 노력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는데?

추미애 : 민주당 지도부 논리는 심판의 대상이 묻어올까봐 통합을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먼저 나가서 새집을 짓고 간판을 걸면 그들은 분열과 참회 없이는 여기에 못 올 것이다, 우리가 먼저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민주당원들을 사각지대에 가두지 말고 통합지대의 주역이 되도록 기회를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열린우리당 개혁 세력이 민주당 간판으로는 너무 작으니까 통합당을 다시 그리자고 하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당이 어려울 때 민심과 멀어지는 것은 당내 강경파가 당론을 주도하기 때문인데 이번이 바로 그랬다.

프레시안 : 결국 설득에 실패하고 결국 민주신당으로 건너와 경선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추미애 : 실패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끝낸 것은 아니었다. 6월 21일 박상천 대표에게 당 복귀 인사를 드리고 막바로 민주세력 대통합 투어라고 해서 전국을 다니며 대통합 설득을 했다. 멀리 무진장 골짜기까지 다니며 선거 유세 못지 않은 복잡한 일정을 소화하며 다녔다. 당원들을 만나 이대로 팔짱끼고 방관할 것이 아니라 또 한번 통합 무대에 나가는 것이 민주당을 진정으로 살리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그 과정에서 당원들의 동의를 받아 박 대표와 당 지도부에게 민심을 전했다. 민심은 단순했다. 뭉치고 합치라는 것이었다. 질게 뻔한데 투표장에 왜 가느냐는 것이었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어쨌든 민주당은 별도의 후보도 세워서 따로 가고 있다. 선거 전에 합쳐야 한다고 주장하나?

추미애 : 민주당과 대통합을 해야할 뿐 아니라 분열 세력이 미워서 부동층이 된 표까지 되찾아와야 한다. 분당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들이 진정한 반성과 참회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 세력이)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에 대통합의 무대에 건너오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는 열린우리당의 분열 세력이 미워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바뀌는 이탈표도 너무나 많다. 그 표까지 되찾아올 수 있는 리더십이 이번 경선을 통해 발굴되어야 한다.

"손학규, 기존 주자로서의 한계 보여"

프레시안 : 분열세력의 사과와 참회는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추미애 : 단순한 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단 한번 사과하더라도 진정성을 보여야 하다. 내가 3보1배를 할 때 귓전을 때리는 것은 정치쇼 하지 말라는 비난이었다. 당시 혈압이 40에서 60까지 떨어지는 등 건강에 큰 위험이 와서 주변에서 중단하라는 말이 많았지만 나는 중단하면 정치적으로 죽을 뿐 아니라 살리려는 당 가치를 살릴 수 없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해냈다. 사람이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 생명을 내버릴 수 있다는 각오로 진정으로 참회한다면 누구나 새출발 할 수 있다. 그러한 진지한 마음으로 누가 한번이라도 참회했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지금 민주신당의 후보 가운데 열린우리당 출신이 7명이다. 열린우리당에 있었던 후보들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한 셈이다. 그렇다면 손학규 후보는 반성이 필요없나?

추미애
: 반성이라기보다는, 정치인은 누구라도 자신의 정치적 행위와 지나온 궤적에 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손학규 후보가 한나라당에서 이쪽 진영으로 건너온 것은 의미가 있으나 경선 등을 통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가피한 것 아닌가.

프레시안 : 손학규 후보는 스스로는 설명해오고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추 후보는 손 후보의 설명에 납득할 수 있는가?

추미애 : 내가 납득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지세력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안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전체 여론조사에서 미미한 수치만을 보이는 등 기존 주자로서의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아까 추 후보는 민주신당 경선에 대해 말하면서 주자교체를 주장했다. 사실 후보 9명 가운데 추 후보가 가장 가장 늦게 나타난 후보인 것은 맞다. 그러나 더 늦게 나타난 상품이 있다. 문국현 후보가 대선 출마 선언한 지 열흘 쯤 됐다.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추미애 : 후보가 되겠다는 사람에 대해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면 오해를 살 여지도 있고 아직 문 후보가 주장하는 내용을 잘 모르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는 학자와 달라서 혼자서 책 써내고 주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정치는 민심이 받쳐줘야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후보의 머리 속에 든 것을 공개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과정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렵다. 민심이 완전히 소화하고 납득하게 하기 위해서는 대중 연설과 악수도 해야 하고 진지한 자세도 보여야 한다. 또 설득에 실패할 수도 있는데, 내가 내놓은 것에 대해 민심이 받아들이기 싫어하면 수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학자는 일방통행이 가능하지만 정치는 쌍방향이다. 쌍방향 통로를 가져야 한다.

"산업화 세력이 진짜 반(反) 시장주의자"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추미애 후보가 한나라당 이병박 후보를 이길 강점이라면?

추미애 :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찍은 분들이 다 함께 찍을 수 있는 유일한 후보다. 햇볕정책 계승자이고 노 대통령 당선의 공신이다. 영남 후보이면서 호남의 역사적 정당성을 일관되게 평가해온 정치인이다. 이번 경선에서 '세탁소집 둘째 딸'이라는 구호를 내세웠듯 서민을 껴안을 수 있는 후보다.

또 이번 한나라당에서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의 기대가 컸지만 실패했다. 발상의 전환을 해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만들자고 한다면 확실하게 각이 서지 않나. 경제문제에만 구시대적 산업 발상을 할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강경파가 퇴조하는 판국에 냉전적 사고에 갇혀있는 이명박 후보에 대항해 내가 나선다면 시대의 변화를 리드할 수 있는 리더십으로 각광을 받는 순간 20,30대 표심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이명박이면 경제를 살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추미애 후보는 이번 대선을 '민주화 세력 대 산업화 세력의 대결'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시대에 맞지 않는 것 아닌가?

추미애 : 아니다. 오히려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발상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것아 착시에 불과하다. 나는 이러한 착시를 21세기에는 민주세력이 추구해 왔던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생각으로 바꾸고자 한다. 나는 따뜻하고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이는 국가가, 불안정한 개인이 진취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패자에게는 패자부활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보장국가라고 할 수 있다. 금융 시스템을 물적 자산 중심에서 지식 자산 중심으로 바꾸고 5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과 고급 두뇌를 결합시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

외환위기 이후에 그런 예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한류가 생겼고 외국에서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하고 성과를 올리는 분도 생겼다. 히트 아이디어로 부를 축적하는 신흥 부자도 생겨났다. 그러한 상상력과 대단한 창발성이 우리 젊은 세대에게 있다. 이를 열어주는 것이 리더십이 할 일이지 불도저 대통령으로 21세기를 리드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프레시안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을 구분해 보지 않는다는 것인가?

추미애 : 이러한 시각은 내가 제일 먼저 제기한 것이다. 독재 저항세력, 386 세력들은 무능하다는 딱지가 붙어있을 때가 있었다. 그 때 한 유명한 분은 "민주화 경력을 훈장처럼 달고다니지 않겠다"고 말해 민주화세력의 자괴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정치 민주화로 독재-반독재 구도는 이미 벗어나고 있다. 내가 말하는 민주세력은 이를 다시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앨빈 토플러가 말한 것처럼 지식을 부의 원천으로 삼는 세력이다. 민주세력이 추구하는 가치와 시대가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내가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자 이게 수긍이 되자 다들 따라한 것이다. 내가 민주세력의 자아정체감과 시대정신을 찾아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화 세력은 국민들은 물량주의와 실적주의로 현혹하지만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 이들은 약자에 대한 배려를 마치 반시장주의처럼 몰아붙이는데, 진짜 반시장주의자들은 바로 산업화 세력이다. 1997년에 가서야 금융자본을 독식하면서 재벌위주로 간 것을 시장 중심으로 바꿔놓을 수 있었다. 진짜 시장주의자는 바로 민주세력이다. 시장 만능주의가 아닌, 사회적 약자에게 도전하고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이 시장주의자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할 시장주의의 개선된 모습이다.

프레시안 : 패자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런 관점에 가장 대립하는 것이 '한번 실패하면 끝'이라는 사고를 가진 신자유주의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구체화된 것이 FTA 라고 한다. 한미FTA 국회 비준이 곧 있을 텐데, 현직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어떤 입장인지?
▲ ⓒ프레시안

추미애 : FTA라는 무한 경쟁의 장에 국민을 막무가내로 내몰아서는 안된다. 나는 따뜻하고 강한 대한민국을 구체적으로 '3강4온'오르 표현하고 있다. 4온은 서민과 패자, 사회적 약자, 동포에게 따듯한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을 세계화에 동참시킬 때에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농업만 두고 보면 선진 농업 강국은 농업과 농촌을 분리해서 산업으로서 농업에 대한 직접 지원은 보조금으로 금지되지만 농촌에 대한 지원은 얼마든지 가능하게 하고 있다. FTA가 체결되면 우리는 농업에 대한 직접 보조도 못하게 된다. 정부는 농업에 대한 지원을 '밑빠진 독붓기' 식으로 한 다음에 '지원했는데 아무것도 못했다. 경쟁력이 없다'며 농민을 두번 울리고 있다. 농촌은 균형발전 전략을 세워 키워야 한다. 농촌에서는 1,2,3차 산업이 다 가능하다. 1차만 보면 경쟁력이 없다. 자급자족이 되는 쌀이 경쟁력이 없는데 다른 것은 어떻겠는가. 그러나 문화관광산업 등 2,3차 산업에 집중 투자해 농촌이 그 수익을 가져갈 수 있게 하면 살릴 수 있다. 그리고 나서 경쟁무대에 내보내야 한다.

프레시안 : 어쨌든 한미 FTA는 정부 차원의 협상은 끝났고 비준만 남은 상태다. 비준안이 국회에 상정된다면 처리를 해야 한다고 보나?

추미애 : 구체적인 사안은 정보를 가질 만한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협약 내용이나 수정안의 내용 등을 모르는 상태라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다만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정보접근이 부족했던 문제나 미흡한 보완 대책 등을 이제라도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무현의 독선적인 태도가 무능을 초래한 것"

프레시안 : 지지층의 분열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국정을 강하게 운영하고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게 만드는 결정적 약점이었던 것 같다.

추미애 : 노무현 대통령이 링컨을 닮고 싶다는 주장을 많이 했다. 그러나 링컨과 노 대통령의 가장 큰 차이는 합리적 토론문화가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고통스러울 때 도리스 컨스 굿윈이라는 여성 역사학자가 쓴 대작을 읽곤 했었는데 링컨은 라이벌을 적절히 활용하고 받아들여 조화로운 내각을 구성했다. 링컨은 항상 토론을 즐겼고 그 토론에 따라 나온 결론은 한 사람의 카운셀러를 둔 것보다 위대한 것이었다. 대통령제는 합리적 토론이 갖춰질 때 독선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이는 노 대통령의 독선적이고 계몽군주적 자세와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탈권위는 만들어냈을지언정 합리적 토론문화는 보이지 못했고 결국 독선이 자리잡았다. 다른 것이 무능이 아니라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아집을 먼저 보여 합리적 토론을 끌어내지 못한 것이 결과적으로 무능을 초래한 것이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그래서인지 민주당 조순형 후보는 탄핵이 정당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데?

추미애 : 아니다. 탄핵은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 정치권이 이 문제를 정치 수단으로만 이해하고 국민이 얼마나 불편하고 불안해하는지를 보지 못한 잘못이 크다.

프레시안 : 당시 추 후보는 17대 총선 선대위원장을 맡아 3보 1배를 하면서 민주당을 살리기 위해 애를 썼다. 당시 3 보1배를 사과로 보면 될까?

추미애 : 당시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을 하고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그러한 기회를 노무현 신당이 빼앗아 갔기 때문에 우리가 민심으로 선택을 받으려면 개혁경쟁의 우위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내 어느 누구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분당의 상처와 분노에 갇혀 그냥 하는 소리로 치부했다. 대다수 원로들은 탄핵을 해야지만 지지세력을 모을 수 있다고 잘못 봤고 그들의 고집을 혼자 힘으로 꺾기는 역부족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막판에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이 된다'는, 당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당을 부정하는 말을 했다. 당시 민주당은 '헌법상 보장된 정당의 존립기반을 흔들지 않는다면 탄핵을 발의하지 않겠다'는 조건부 입장이었지만 끝내 마지막 노 대통령의 대국민 발표문을 보고 나마저도 매우 분노했다.

프레시안 ; 탄핵 결과 역풍이 불었고 열린우리당은 1당이 되고 민주당은 거의 죽을 뻔 했다. 결국 추미애 후보는 민주당은 살려놓고 자신은 떨어졌는데, 처음 겪은 낙선이었다. 당시 심정이 어땠나?

추미애 : 당시 탄핵에 대해 강경론을 주장하던 분들도 책임을 지지 않고 제게 선대위를 맡긴 채 자신들은 지역구 가서 본인들 선거운동 했다. 당시 당 대표였던 조순형 후보는 내게 선대위를 맡기면서 탄핵에 대한 사과는 하지말아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사과라는 표현은 하지 않는 대신 민주당에 참여한 후보들을 살리기 위해 선대위원장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당시 분위기는 탄핵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고 정치적 고집을 부리면 지지세력과 등을 지는 것이었다. 탄핵에 대한 조 대표의 뜻도 존중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몸을 던지는 수밖에 없다고 결심하고 3보1배를 하면서 속으로 국회 교섭단체 수준만 만들어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일각에서는 전국구로 들어가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누군가를 희생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다는 마음이었다. 떨어지고 나서 선대위원장으로는 차라리 마음이 후련했다. 그때 당선된 9명의 후보들 앞에서 내가 떨어지고 몇 석을 건졌으니 그나마 불씨는 남겨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DJ, '민심이 대통합을 요구하고 있다'고 격려"

프레시안 : 그래서인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추미애 후보를 각별히 아끼는 것 같다. 지난 26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했을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추미애 : 그날 김 전 대통령께서는 두가지 말씀을 주셨는데 하나는 민심이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민심이 거꾸로 갈 때는 용기있게 설득도 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민심을 정확하게 보고 가야 한다며 민심이 대통합을 요구하고 있으니 대통합을 결심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격려해주셨다.

그리고 책임을 지고 원칙과 일관성을 지켜온 것을 국민들이 알아줄 것이라며 햇볕정책도 일관되게 실천하고 주장해온 것 또한 국민이 알아줄 것이라고 하셨다. 그런 두가지가 있으니 추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덕담해주셨다. 불리한 경선 규칙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직도 없는 상황에서 원칙을 지킨 데 대해 김 전 대통령이 평가를 해주시고 승리하라고 힘을 불어넣어 준 데 대해 큰 힘을 얻었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추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통해서 정치입문을 했는데, 김 전 대통령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었나?

추미애 : 그 당시 나는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법복을 벗고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없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법관을 하겠다는, 직업의식과 소명의식이 철저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정권교체, 대안세력으로 힘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라 대체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여러차례 제의가 왔었는데 젊은 사람으로서 시대의 대의를 세운다고 참여해달라는데 거절한다면 양심적인 행동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이 시대 젊은 사람의 책무감을 느꼈고 거절할 수 없었다.

프레시안 : 당시 '광주 고등법원 현직 판사가 호남당에 합류한다'고 해서 충격을 줬다.

추미애 : 기왕에 도와드린다면 그런 바람을 좀 일으켜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저 자신이나 정치발전을 위해서나, 또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김 전 대통령에게 보태준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이 필요했다. 그래서 결심을 했다. 나는 당시 소선거구제 지역구 선거에서 서울에서 뽑힌 유일한 여성의원이었다. 당선 소감을 할 때 누군가가 '출세해서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어색했다. 입법부의 한 사람인 동시에 지역민원 등 일거리를 떠맡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강했다.

프레시안 : <프레시안>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추미애 : 항상 언론은 보수 대 진보나 성장 대 분배로 국민을 편 가르려는 시도를 해왔다. 서민에게 그런 화두를 던진다면 답은 '파이를 키우십시오'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나중에 눈물겨운 서민에게 가서 선(先)성장하지 않았느냐고 하면 서민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 개인에게 도전과 참여의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시장주의가 진짜 시장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바로 제대로된 시장주의다. 민주세력이 무능하다고 찍히면서 위축됐는데, 그 담론을 새롭게 부채질하고 담금질하는 토론의 장을 인터넷 언론과 독자들이 만들어가주셨으면 한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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