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후보는 이날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가진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정책이나 비전에 있어서 문 전 사장과 생각이 다른 것이 하나도 없다"며 "대선 때까지 큰 틀에서 문국현 사장과 정책적, 정치적으로 연대해 가겠다"고 말했다.
천 후보는 "기술적인 문제는 상황이 진전됨에 따라 극복할 수 있는 과제"라며 문 전 사장의 본경선 참여 가능성에 대해 "일각에서 특혜 시비가 있지만 민주개혁세력과 대통합민주신당이 비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 만큼 문 전 사장과 같이 개혁적 주자가 필요한 현실을 인정해 다른 주자들이 흔쾌히 받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후보단일화에 대해서도 "5년 전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한 바 있다"며 "그런 점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폭넓게 열어뒀다.
그는 최근 '손학규 저격수'로 불릴 만큼 손학규 전 지사에 대해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는 데 대해 "손학규 후보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우리 당으로 온 데 대해서는 분명히 환영한다"면서 "그러나 손 후보가 백의종군을 해야지 당장 대통령 후보가 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적장이라도 투항해 오면 환영하고 벼슬도 줄 수 있으나 우리 주군으로 삼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그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지만 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경선 결과에 절대적으로 승복하고 마치 저 자신이 당선된 것처럼 헌신적으로 도울 것"이라며 "손 후보를 비판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제대로된 선택을 하시라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이해찬 후보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노후보 단일화하면 孫·鄭 쉽게 이겨")에서 안기부 엑스파일과 관련 "당시 국무총리로서 법무장관이던 천정배 후보에게 서면지휘권 발동을 지시했으나 천 후보가 거부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착각하는 것 같다"며 "법무부장관은 국무총리에게 지시를 받는 위치가 아닐 뿐더러 청와대나 어느 누구에게도 그런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반박했다.
다음은 이날 고성국 정치평론가가 진행한 인터뷰 전문.
"이명박식 성장으론 민생 나아질 것 없다"
프레시안 : 대통합예비경선에 출마한 후보로서, 본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보는 근거는?
천정배 : 내가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 출마한 것은 나 자신이 본선 경쟁력을 갖춘 '거의'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높은 지지에는 민생문제에 실패한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이 깔려있다. 이명박 후보는 과거 건설회사의 CEO이기도 했고 서울 시장일 때 청계천도 만들고 했으니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경제가 잘 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러나 전혀 아니라고 본다.
이 후보는 무자비한 경쟁에 그대로 내맡기자는 시장 만능주의에 입각한 주장을 하고 있다. 물론 연간 7% 성장 공약도 허구에 지나지 않지만 만약 7% 성장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 과실은 사회 5%의 강자를 제외한 대다수의 중산층 서민에게는 가지 않을 것이다. 이 후보는 대운하 공약으로 대표되는 낡은 개발독재 시대의 토건국가식, 토건족의 사고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프레시안 : 방금 이명박 후보에 대해 '토건족'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토건족이란 부패 커넥션을 가진 집단을 일컫는 표현 아닌가?
천정배 : 이명박 후보가 회사를 경영했던 70년대에 우리사회의 대규모 건설회사들이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는 뻔한 것이다. 정경유착 등을 통해 정부가 발주하는 대규모 토목건설 사업 등을 따내면서 정치자금을 제공해온 게 바로 그 분야다. 지금도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부패고리도 바로 그 부분에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이명박 후보는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 후보의 경제성장 공약과 천 후보가 내세우는 것의 차별점은?
천정배 : 나는 국민 95%를 위한 성장을 하자고 주장한다. 이는 경제정책 한두 개로 되는 것이 아니다. 혁명적인, 대담한 변화가 필요하다. 몇가지 전제가 있다. 일단 21세기는 지식 기반 경제이기 때문에 결국은 지식을 담고있는 사람중심의 성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결국 교육, R&D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또 한국의 경제구조가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되면서 대기업의 순이익이 많이 늘었음에도 그에서 생겨난 과실이 중산층과 서민에게 오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바로 고용없는 성장의 문제인데 문국현 사장이 이야기하듯 대기업 근로자가 230만명에서 130만명으로 100만명이 오히려 줄었다고 하지 않는가.
대기업이 직접 고용하는 숫자가 작다고 하더라도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의 연계 속에 성장 한다면 선순환이 될텐데 지금은 산업 연관 효과가 거의 차단된 상태다. 핸드폰 수출이 잘되더라도 핵심 부품은 외국에서 수입하고 국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로열티를 거의 주지 않는다. 부품소재 및 제조설비산업을 육성해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전후방 연관효과와 고용창출 효과를 높여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경제 문제에 관한 패러다임, 철학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지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사람 중심의 경제에는 복지야말로 성장의 밑거름이다. 흔히 복지에 대해 선별적, 잔여적, 시혜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중산층·서민이 일정 수준의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민생이다. 여성과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자기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하는 능동적 복지는 성장의 밑거름이고 고령사회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기도 하다.
프레시안 :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 가운데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내놓지 않는 후보가 없다. 방금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장하기도 했는데 천정배 후보가 내놓는 중소기업 정책이 남다른 점이 있다면?
천정배 : 우리 중소기업의 문제는 첫째 인력의 문제인 것 같다. 우수한 인재가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다는 문제다. 현재 대기업 대비 65% 수준인 중소기업의 고급연구인력, 전문기술인력의 임금을 연차적으로 80%까지 올려야 한다. 정부가 매칭펀드로 지원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또 중소기업 연구 인력에게는 병역 특례와 교육 특례를 확대해 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을 지원하고 대기업에 버금가는 복지를 누리게 한다.
또 하청 계열화된 중소기업이 많은데 원하청간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불공정 하도급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법무부가 경제 부처라는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다. 적극적인 정책으로는 공동 R&D 단지를 구성하고 대기업이 여기에 R&D 자금을 제공할 때 정부도 매칭펀드로 지원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산별교섭이 가능하도록 임금체계를 직무급으로 전환해 동일 가치, 동일 노동 원칙이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나 동일한 처우를 받을 길이 열리고 비정규직 고용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된다.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문화바우처 제도를 통해 문화서비스 산업 육성하고 또 교육, 주거, 일자리 관련 사회서비스 분야를 육성하면 일자리 300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이것을 중소기업천국, 중소기업 혁명이라고 부르고 싶다.
"어떤 식으로든 문국현 후보와 힘 합쳐야"
프레시안 : 지금 말한 경제비전을 보면 문국현 후보와 내용이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실제로도 문국현 후보와 두차례 정책 토론회를 하지 않았나. 일각에서는 정치적 연대까지 가능한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천정배 : 그렇다. 아까 '본선 경쟁력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말에 '거의'라는 말을 붙인 것은 문국현 후보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간 빨리 나와야 한다고 촉구해왔고 이제 드디어 나왔다. 늦은 감이 없지 않고, 정치인으로서는 신인이라 단기간 내에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면 문국현 사장이야말로 본선 경쟁력을 가진 훌륭한 후보라고 생각한다.
문국현 후보를 여러차례 만나오면서 민주개혁적 정체성이 아주 뚜렷한 분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단순히 개인이 권력을 잡겠다는 수준을 넘어 역사적, 시대적 사명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지난번 문국현 후보가 출마선언할 때 그의 희망제안 17가지를 봤는데 정말 내 생각과 다른게 하나도 없었다. 앞으로 정치적, 정책적으로 힘을 모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레시안 : 지난번 <프레시안> 인터뷰(☞ 문국현 "나를 범여 후보로 보는 게 혼선")에서 문국현 후보는 천정배 후보에 대해 "엘리트인줄 알았는데 만나보니 따뜻한 사람"이라고 말한 적 있다. 문국현 후보의 인간적인 면모는 어떻게 평가하나?
천정배 : 여러 면에서 좋은 분이다. 매우 겸허하고 동시에 엄청나게 의욕적이고 부지런하다. 그 부지런함도 단순히 자기 자신이나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을 위한 부지런함이 아니다. 문국현 후보는 외국을 자주 다니는데 피터 드러커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다녀오고 자주 강조하는 '글로벌 콤팩트'에 참석하기 위해 제네바에 다녀오는 식이다. 그렇게 자기 회사 이윤 남기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전 세계를 다니며 하고 있는데 그 기업은 최고로 잘되지 않았나. 나는 그를 보면서 바로 우리 국가 경제를 성장, 발전시킬 수 있는 철학과 방법을 아는 큰 그릇이라고 판단했다.
프레시안 : 정책 비전은 다른 게 하나도 없다고 까지 하셨는데, 혹시 캠프도 공유하나? 이계안 의원은 이제까지 천정배 후보를 도와 왔는데 얼마전 문국현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천정배 : 밖에서는 이계안 의원의 지지선언이 갑작스럽게 보일지 모르나 (웃음) 공유해왔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문국현 사장과 끊임없이 대화, 소통하는데 이계안 의원이 큰 역할을 해왔다. 문국현 사장에 관한 한 굉장한 팬이다.
프레시안 :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후보는 선의의 경쟁을 하다가 후보 단일화를 하자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했다. 혹시 천정배 후보와 문국현 후보 사이에도 그런 약속이 있었나.
천정배 : 했다고 해도 밝힐 수 있겠나.(웃음) 대선 때까지 큰 틀에서 문국현 사장과 정책적, 정치적으로 연대해 가겠다. 물론 나는 민주신당 후보로 뛰고 있는 사람이고 문국현 후보는 장외에 있다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 지난 이야기지만 나와 문국현 후보의 유일한 차이라면, 나는 문국현 후보도 대통합민주신당 만드는 과정에 참여해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경선후보로서 뛰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설득했는데 동의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진전됨에 따라 극복해야할 과제라고 본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협력할지는 상황을 보아 가면서 합리적인 방법을 도출하도록 하겠다.
프레시안 : 문국현 사장이 대통합민주신당의 본 경선에 참여할 것인가가 관심사가 되고 있는데, 민주신당에서는 여타 후보들과의 형평성의 문제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천정배 : 대통합민주신당, 더 나아가 민주개혁세력은 비상한 위기상황에 처해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국현 후보와 같이 기성 정치권 밖에서 시작한 분의 가치, 문국현 후보와 같은 개혁적 주자가 절실히 필요한 현실을 인정해 다른 주자들이 흔쾌히 받아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물론 문국현 후보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누누히 말했듯 내가 보기엔 어떤 검증도 통과할 수 있는 바르고 개혁적인, 유능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지금은 무소속 후보로 있기 때문에 본선 참여 여부를 논의할 수 있지만 얼마전 독자 창당을 시사했다. 당이 생기면 상황이 달라지고 천정배 후보도 선택을 강요받게 될텐데.
천정배 : 5년 전을 돌이켜보면 노무현 정몽준 두 사람도 단일화를 했다. 그런 점들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민주신당의 후보로 천정배가 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문국현 후보와 힘을 합치는 것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프레시안 : 민주당 조순형 후보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인가?
천정배 : 그렇다. 결국은 같이 해야 한다. 한나라당과 전통적 민주개혁세력 사이에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매우 개혁성이 강한 유권자들도 끌어올 수 있는 후보와 개혁성 때문에 우리에게 실망하는 유권자들을 끌어올 후보를 갖춰야 한다. 독자적인 선택을 하면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
"지나고 보니 내가 가장 전면에 서 있더라"
프레시안 : 개혁적 유권자를 끌어와야 한다고 했는데 천정배 후보는 한미 FTA 반대 단식을 25일 동안 했다. 최근 유력 정치인으로서는 가장 긴 단식을 한 셈인데 개혁표를 모으는데 도움이 됐나?
천정배 : 지적한대로 현재 지지율이 신통치 않으니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미 FTA 반대 단식을 한 것은 나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후보가 되면 범여권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표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민주신당의 후보가 된다면 당론을 국회 비준 유보, 재협상 요구 등으로 이끌 생각인가?
천정배 : 나로서는 그런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또 오충일 민주신당 대표는 한미FTA 비준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기자는 말을 하기도 했다. 내가 후보가 되서 여론을 틀어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경선을 거쳐 후보가 되면, 그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비준동의 여부를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과 내년 총선을 통해 국민적 논의를 해야하고 내용적인 문제점들도 지적이 되어야 한다.
프레시안 : 단식 이후 건강 회복이 됐나?
천정배 : 체중은 완전 회복이 안 됐지만 건강엔 문제가 없다. 오히려 체질적으로 더 좋아진 면도 있는 것 같다.
프레시안 : 정치인 천정배는 그간 '정치는 정책이어야 한다'며 정책정당화를 강조하는 등 많은 사람들로부터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지율은 1% 수준에서 못벗어나고 있다. 일종의 괴리가 있는 것 같은데.
천정배 : 국민들의 평가는 그동안 정치 역정 자체에 대한 평가라고 본다. 나는 그동안 묵묵히 일만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국민들에게 인정을 받는 일에는 소홀했다. 그래서 저 개인의 문제에서나 민주신당의 성공을 위해서도, 또 국민 전체를 위해서도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부진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생 안정을 위한 분명하고 강한 개혁적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때 다시 지지를 얻고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프레시안 : 천 후보는 대학 때 사법시험을 통과한 이후 '전두환한테 판·검사 임명장은 받기 싫다'고 거부하고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말하자면 7,80년대 독재정권과의 투쟁을 거드는 활동을 했는데 이 때문에 386 세대나 민청학련 세대의 재야 정치인 출신과 천정배 후보 사이에 일종의 벽이 있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천 후보가 한미 FTA를 반대한다며 25일 간 목숨을 건 단식을 하며 격렬히 투쟁하게 됐다. 이러한 변화랄까,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천정배 : 두가지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정치적으로도 그렇지만 본래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스타일이다. 민주화 투쟁 당시에도 조영래 변호사 모시고 일을 하면서 조 변호사가 좋은 일 할 수 있도록 돈을 벌러 돌아다니고 그랬다.
나는 늦게나마 꾸준히 변화해 가는 타입인 것 같다. 대학 다닐 때엔 지도자로 모실만한, 시대정신을 읽고 온몸으로 구현하려 노력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천정배가 가장 전면에 서 있고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하던 분들은 생활인이 되거나 보수화되거나 한나라당으로 가더라. 그래서 나는 늘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읽고 그에 따라 행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손학규의 정체성을 알고 국민들이 바른 선택을 하길 바라는 것"
프레시안 : 인터넷 토론회에서도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 4년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는데, 지금의 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해 평가한다면?
천정배 : 인터넷 토론에서도 전반적으로 반성하는 분위기는 없었던 것 아닌가.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는 적어도 두 가지에 있어서는 분명히 잘못했다. 하나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뚜렷한 민생안정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이대로 가면 5%의 특권층만 대변하는 수구 세력이 집권하고 민생 안정은커녕 한반도 평화라는 민주개혁세력의 성과마저도 후퇴하고 물거품이 될 위기에 있다. 이러한 위기를 불러온데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런데 미흡하다. 후보들도 그렇고 당도 아직 뚜렷한 정책을 제시한 것도 없지만 강령 등도 심하게 말하면 기존의 성장지상주의, 시장만능주의 패러다임에서 크게 차별성 없는 상태에 있는 것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손학규 후보에 대해 "같이 토론하는 것이 자괴스럽다"고 했는데, 두어달 전 대선후보 연석회의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때는 함께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천정배 : 나는 손학규 후보가 뒤늦게라도 한나라당에 대해 '독재 잔당', '쿠데타 세력의 후예' 등의 평가를 하면서 탈당하고 우리 진영에 온데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고 환영한다. 그러나 문제는 손학규 후보는 백의 종군을 해야지, 여기서 당장의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적장이라도 투항해 오면 환영하고 벼슬도 줄 수 있으나 우리 주군으로 삼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또 손학규 후보는 정치적 정체성의 문제 뿐 아니라 정책적 정체성에서도 한나라당과 다름이 없다. 특히 경제나 민생에 관한 생각은 한나라당과 다름없어서 혹시 우리 진영의 후보가 되면 우리 당 전체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결과가 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손학규 후보는 지지율도 가장 높고 또 내가 그의 후보 등록이나 활동을 저지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함께 토론도 하고 후보로서 경쟁하는 것은 도리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손학규 후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선택권을 가진 국민들께 이러한 상황을 알고 선택을 해줄 것을 부탁하는 말씀이라고 이해해줬으면 한다.
프레시안 : 한 자리에 앉아 토론하는 것 자체에 자괴감이 든다면, 만약 손학규 후보가 민주신당 후보가 됐을 때 흔쾌히 승복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천정배 : 내 감정이, 자괴감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그러나 경선을 함께 하는 이상 경선 결과에 절대적으로 승복하고 후보가 된 분을 위해 마치 저 자신이 당선된 것처럼 헌신적으로 도울 것이다. 과거에도 그렇게 해왔다. 다만 손학규 후보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본다. 우리 국민들과 당원들이 제 뜻에 동참하길 호소하고 있다.
프레시안 : 인터넷 토론회에서 신기남 후보는 정동영 후보가 민주당 분당과 정풍운동에 대해 사과한 것을 비판했다. 천 후보는 정풍운동을 주도하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주역인데.
천정배 : 열린우리당 창당은 당시 정치개혁을 통해 개혁적 정치세력이 전진하고 한국 사회에 개혁성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불가피했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 대해서는 창당 후 다음 선거에서 과반수 의석을 얻음으로써 국민적 정당성도 획득했다고 생각한다. 분당은 원치 않았고 그 과저에서도 일관되게 민주당 안팎의 개혁적 정치세력을 총집결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이야기했다.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일 때 '당선되자마자 강력한 정치개혁에 나서겠다. 민주당부터 고치겠다. 신당창당도 고려하겠다'고 약속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이를 추진한 것이 분당을 예정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분당된 데 대해서는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세력들이, 당시 정국을 주도하던 입장에서 반발하는 사람을 더 설득하고 포용할 수 있었는데 그 점에서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고 있고 분당까지 된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구분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창당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고 우리가 국민적 기대를 채우지 못하고 부진했다는 점이 잘못이다.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 이해찬이 착각한 듯"
프레시안 : 지난번 이해찬 후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당시 총리로 있었던 이해찬 후보나 노무현 대통령은 전직 국정원장의 국가에 기여한 공로도 있고 직접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서 서면 지휘권 발동을 해서라도 구속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구체적인 검토를 해달라고 지시까지 했는데 천정배 후보가 법률적 이유로 거부했다는 이야기였다.
천정배 : 이해찬 후보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법무부 장관을 1년 1개월간 했는데 관행적으로 법무부 장관이 총리에게 검찰 수사와 관련해 보고나 지시받은 일은 전무하다. 검찰 수사 관련 법무장관 보고는 청와대에 직접 하고 지시를 받거나 의논을 하는 것이 관행이다. 이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업무 체계상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과 의논해야 했는데 청와대나 어떤 참모가 그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 발동을 검토하라든가 하는 식으로 지시해온 일이 전혀 없다.
다만 당시 이해찬 총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고 와서 저를 만났을 기회에 동교동 측의 '구속이 적절치 않다'는 반발을 전달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때 이해찬 총리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을지 모르나 그것은 국무총리로서 법무부장관에 대한 지시와는 관계가 없다.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는 항상하고 있었다. 알다시피 과거 김영삼 정부에 이르기 까지 정보기관에 의한 불법도청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었다. 국민의 정부는 불법도청 문제를 많이 해결한 정부였다. 그런데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과거 김영삼 정부 때까지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상태였고 국민의 정부 시절 사건은 공소시효 내에 있어 검찰의 수사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과거 정권의 도청은 사실상 면죄부를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두 국정원장이나 이하 직원들을 처벌하는 것이 형평에 맞느냐는 문제가 있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이 아니다. 검사가 아니고 스스로 수사기관도 아니다. 검찰의 수사 내용에 대한 보고도 받아보고 토론도 해본 뒤 잘못된 것이라는 분명한 소명이 있으면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검찰 내부에서 고검장 급이 모여서 공동으로 회의하며 검토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구속 요건에 해당한다는 일관된 보고를 해왔는데 내가 그것을 완전히 뒤집고 불구속 수사 지휘를 할만한 근거는 없다. 정치적, 역사적 형평성에 문제가 많고 개인적으로는 그분들이 불이익을 당하는데 대해 마음도 아프고 그랬으나 수사지휘 할 수 있는 사건은 아니라고 봤다.
프레시안 :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과를 요구했다. 사과할 용의가 있나?
천정배 : 그분들의 구속에 마음이 아프나 이것은 정치인 천정배로서 사적인 것이고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제 직무에 어떤 하자도 없었다. 확정판결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1심에서는 유죄판결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