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총리는 26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 사무소에서 한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추진 능력과 정통성을 기준으로 볼 때 여타 다른 후보보다는 내가 가장 앞선다고 본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온전히 계승 발전시킬 적임자이기도 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손학규 전 지사를 겨냥해 "나는 왔다 갔다 하지도 않았다"고 차별화 하는가 하면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손 전 지사가 언제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했나. 전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과 관련해서는 "임기응변으로 써먹고 버리는 것을 많이 하는 이 후보의 면면을 봤을 때, 이미 선거 공약으로서 많은 관심을 끈 이상 '많은 사람들이 원한다면 따르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내릴 것으로 본다"며 맹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연간 6% 성장공약과 이명박 후보의 연간 7% 성장공약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명박 후보의 허황된 7% 공약은 경제에 대한 낮은 이해도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6% 성장 공약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무능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정책 내용은 하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건실했고 도덕성에 문제가 있지도 않았다"며 "다만 수구보수세력에 비해 힘이 약해 밀렸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정치적 통합력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렇다면 언론개혁,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한미 FTA 등 정책목표를 줄여야 했다는 말이다"라고 논쟁적으로 주장했다.
또 그는 자신이 '포용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데 대해서는 "언론이 왜곡보도를 하는 탓"이라고 부정하면서 "내가 총리직을 수행하는 동안 국정을 얼마나 잘 운영하는지 봐달라"고 반박했다.
한편 그는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북송금특검이나 안기부 엑스파일 문제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데 대해 "대북송금특검법은 우리가 소수당일 때 한나라당이 발의한 첫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비공식적으로는 이미 사과를 드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안기부 엑스파일 문제에 대해서는 "총리로서 천정배 당시 법무부장관에게 검찰 조사에 대한 서면지휘권 발동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천 장관이 거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터뷰는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가 진행했다.
"후보 단일화하면 쉽게 이긴다"
프레시안 : 범여권 예비경선이 시작됐다. 이와 관련 이 전 총리와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의원 간 '개혁후보 단일화' 논의가 있는데 현재 여론조사에서 유시민 의원이 여론조사 상으로 이 전 총리를 앞지른 것으로 나온다.
이해찬 : 여론조사 결과라면 앞지른 것도 있고 뒤지는 것도 있다. (유시민 의원이) 뒤지는 게 더 많다.
프레시안 : 유시민 의원과는 '정치적 사제관계'라고 할 만큼 각별한 관계인데, 요즘 유 의원의 활동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이해찬 : 유 의원도 후보로 출마했고 나름의 세력을 가지고 경쟁하고 있다. 지난번 이야기 해본 바로는 유시민 의원도 후보 단일화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첫 투표일인 15일이나 16일 한두 군데 표를 열어보고 판단을 하자는 입장이다. 그런 점에서는 세 사람이 동의한 것이다.
프레시안 : 후보단일화 과정이나 당 경선에서 내세울 '이해찬 필승론'을 이야기한다면?
이해찬 : 당원들이나 우리 지지자들은 당 경선에서 기본적으로 한나라당에 이길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국정 추진 능력과 정통성이 기준으로 될 텐데 그런 점에서는 다른 후보보다는 내가 가장 앞선다고 본다. 왔다 갔다 한 적도 없고 국정운영 경험도 많다. 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온전히 계승, 발전할 수 있는 경험도 가지고 있다.
프레시안 :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적임자라는 말인가.
이해찬 : 두 분이 내게 역량 없다고 평가하는 것은 못 들어봤다.
프레시안 : 이런 강점으로 개혁후보 단일화를 하면 상대가 손학규 전 지사든 정동영 전 의장이든 쉽게 이길 것으로 자부하나?
이해찬 : 개혁후보 단일화를 하면 예선은 쉽게 이긴다고 본다. 지금 팽팽한 4파전인데 단일화하면 우리가 45%정도 나온다. 손학규 전 지사가 25%, 정동영 전 의장이 22%가량 나오기 때문에 단일화 하면 쉽게 이긴다고 본다. 문제는 본선인데, 본선은 수구보수진영에 대항해 민주개혁진영 전체를 모아야 하니 매우 치열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이번 대선도 역대 대선과 같이 30만~50만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결국 누가 부동층의 20,30만 표를 가져오느냐가 승부를 갈음하게 될 텐데, 그 점에서 이해찬 전 총리는 막판에 그런 부동층을 가져올 포용력이나 통합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해찬 : 그렇지 않다. 언론이 자꾸 왜곡보도해서 그렇지, 내가 총리하는 동안 정부가 얼마나 잘 운영됐는지를 봐야한다. 방폐장 건립 문제나 170여 개 공공기관 이전 문제 등 그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잡음 없이 잘 해결했다. 정부를 끌어가는 포용적 리더십 없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언론이 왜곡하는 것이지 내가 참여정부에서 어려운 문제를 다 해결했다.
프레시안 : 실제로 통합적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데 언론이나 국민이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개인적 스타일의 문제 때문은 아닐까?
이해찬 : 아니다. 말하자면 언론이 자꾸 이간질을 하는 것이다. 마치 내가 굉장한 독불 장관인 것처럼 보도를 하는데 당시 나와 일을 같이한 장차관에게 한번 물어봤으면 한다. 나에게 싫은 소리 들은 적 있는지. 이번 선거캠프에도 같이 일했던 장차관들이 자문단으로 참여하겠다고 찾아오고 있다. 만약 내가 엉터리로 일을 했다면 어떻게 그렇게 찾아오겠나.
"이명박, 한반도 대운하 공약 곧 내릴 것"
프레시안 :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전 시장이 선출됐다. 한나라당 경선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해찬 : 한나라당이 초기에 '무난히 이뤄지겠느냐'는 우려와 달리 경선 과정 자체는 잘 관리한 것 같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결과는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도덕적 자질이나 정책 토론 과정에서 보여준 안목을 보면 이명박 후보가 좋은 후보라 보기는 어렵다.
프레시안 : 상대적으로 더 쉬운 후보라는 이야기인가?
이해찬 : 쉽고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국가 공직인 대통령직에 마땅한 자질이 필요한데 도덕성이나 정책 이해도, 국정 추진 능력에서 좋은 후보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그러나 한나라당 지지층의 대다수는 이명박 후보가 도덕성에는 다소 부족하더라도 '경제 살리기'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해찬 : 그것이 바로 잘못된 관념이다. 이명박 후보가 지금까지 해온 게 현대건설 사장과 서울시장, 그리고 그 사이에 BBK 등 투자사업 세 가지다. 서울시장 때 이 전 시장은 서울 숲을 고가에 민간 매각해 서울시 부채를 갚았는데 그것은 좋은 공직자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좋은 땅이라면 시민들이 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성을 띤 용도로 이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조순 전 시장의 경우 서울 도심에 공원을 만들기 위해 땅을 사들였다. 좋은 자연 공원인 서울 숲을 고급아파트 만들기 위해 팔아서 서울시 빚을 갚는다는 발상 자체가 좋지 않다.
현대 건설은 어떻게 됐나. 각종 정경유착과 로비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회사를 건설해왔다. 중동에 진출해서는 2조원 가까이 공사 대금을 못 받는 등 경영상 애로를 겪었다. 이를 두고 성장신화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BBK 같은 경우도 본인 주장에 따르면, 좋게 말해 사기를 당한 것 아닌가. 그런 데 사기 당할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경영하나. 그런 후보가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관념일 뿐이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 경선이 진행 중일 때 이 전 총리는 "이명박 후보가 TV토론에서 나한테 걸리면 박살난다. 한 번만 맞아도 10분 만에 간다"고 했었는데 방금 말한 그런 점을 지적한 것인가?
이해찬 : 한반도 대운하 등 황당한 정책을 내놓는 등 정책 이해도가 나쁘기 때문에 정책 토론하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곧 내릴 것으로 본다. 이명박 후보의 면면을 볼 때 임기응변으로 써먹고 버리는 것을 많이 한다. 한반도 운하도 실현용이 아니라 선거 구호용으로 내 논 것이기 때문에 이미 관심을 끈 이상 '많은 사람들이 원한다면 따르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내릴 것으로 본다.
"이명박의 허황된 7% 공약과 확실한 6% 공약은 다르다"
프레시안 :이명박 후보의 '747공약'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이해찬 : 그것은 더욱 앞뒤가 안 맞는 공약이다. 잠재성장률 5%인 국가에서 7% 성장을 하려면 요소투입, 즉 자본이나 노동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하는데 우리사회에서 노동을 어떻게 더 투입할 것이며, 유동성 자금이 있어도 투자처를 못 찾는 상황인데 어떻게 7% 성장을 할 것인가.
그리고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이야기하는데, 10년 간 7% 성장하면 4만 달러가 아니라 5만 달러가 된다. (웃음) 그리고 세계 7위를 하겠다고 하는데, 5위다 7위다 하는 발상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 그 사회에 알맞은 경제성장률, 경제 체제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7위가 되려면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부존자원과 인구 규모가 있는 나라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기본 조건이 다르다. 또 그런 순위에 들어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에게 맞는 경제 체제를 갖는 게 중요한 것이다.
프레시안 : 이 전 총리도 연평균 성장률 6% 공약을 하지 않았나?
이해찬 : 따져보니 연평균 성장률 6%까지는 가능성이 있다. 잠재성장률을 온전히 발현하고 북한과 함께 경제공동체를 만들고, 우리의 새로운 동력 분야인 서비스 산업의 잠재성장률을 발현시키면 최대 6%까지는 가능성이 있게 보인다. 확실한 6% 성장이 중요한 것이지 허황된 7% 공약은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이야기다.
이명박 후보의 성장률 공약은 개발 년대식으로 토목공사를 많이 일으켜서 일시성장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인플레이션이 많이 생기고 성장률은 급전직하 떨어지게 된다. 그런 성장률은 가능하지도 않고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면 그 이후의 후유증이 엄청나게 된다. 경제운용에서 중요한 것은 잠재성장률을 기준으로 그로부터 최대한 발현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5년간 일자리 200만개 창출 공약도 내세우고 있는데 가능성이 있나?
이해찬 : 예전 개발 년대에는 1% 성장하면 일자리 10만 개가 창출됐다. 그러나 지금은 산업구조 고도화로 대략 1% 성장이 되면 6만 개 정도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6% 성장하면 1년에 36만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에 더해 유럽처럼 일자리 나누기가 필요하다. 일자리 만들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2,3분(分)하는 등의 방법을 취하면 노령사회에 맞는 '일자리 나누기'일 뿐더러 서비스 산업 쪽에서 5년 동안 100만개 정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하면 5년간 20만 자리는 만들 수 있다. 경제성장으로 5년간 180만개, 일자리 나누기로 20만개를 만들어내면 5년간 200만 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프레시안 : 비정규직 일자리만 많이 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것 같다.
이해찬 : 비정규직 문제는 고용의 성격을 말하는 것이고 일자리 나누기는 다른 문제다. 유럽이 주중 근무시간을 36시간으로 줄이고 있는데, 바로 일자리 나누기 때문이다. 가령 간병 등은 지금 한 사람이 12시간에서 24시간까지 일하고 있는데 중증 간병이 아니라면 4시간 파트타임으로 나눌 수 있고, 좋은 노인 일자리가 될 수 있다. 또 이는 가구당 소득을 올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가정을 안정시킬 수도 있다.
나는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정립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재양성과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와 사회 대통합 △민주주의 성숙과 공정한 사회 등 크게 4가지 정책비전 가운데 '일자리 창출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꼽고 있다.
프레시안 : 방금 말한 4가지 정책 비전 가운데 '민주주의 성숙'은 대체로 해결됐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해찬 : 제도적으로는 민주주의가 많이 도입이 됐다. 일부는 실현된 면도 있지만 제도적으로 미흡한 분야도 있고 내용에 있어서 왜곡된 분야도 많다. 특히 사법 분야 등은 개혁이 거의 안 되지 않았나. 지난 국회에서 통과된 사법개혁 관련법 때문에 지금부터 바뀔 방향을 잡은 것이고 가장 개혁이 안 된, 민주주의화 되지 않은 상태에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또 아직도 지역주의 정치도 남아있어 지방자치제가 많이 왜곡됐다. 지방시장이나 군수를 만나보면 공천제를 폐지해달라는 말이 많다. 공천 헌금으로 몇 억씩 낸다고 한다. 지역주의가 온존한 지역에서는 공천제로 그런 일이 생기고 자연히 지방자치제가 꽃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언론도 마찬가지 아닌가. 요새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요즘처럼 객관적 보도와 거리가 먼 적이 언제 있었나. 예전에는 '보도관제'라 그랬다고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자유화 되니 왜곡이 더 심하다. 이래서는 민주주의가 소통이 잘 되지 않고 객관화되지 않고 공정해지지 않아 성숙을 못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 약했을 뿐 무능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정리하자면 개혁이 필요한 영역으로 사법, 언론, 지역주의 문제 등을 꼽은 것인데, 이 전 총리는 98년 교육부 장관을 맡았을 당시 교육개혁정책을 강하게 추진한 바 있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교원정년단축' 정책 등으로 많은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는 등 교육계의 큰 반발을 샀다. 개혁정책의 한계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해찬 : 마르쿠제와 칼 포퍼가 논쟁한 '혁명이냐 개혁이냐'는 문제에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 국가적으로는 교직을 활성화시키고 교육 다양성 높이려면 당연히 정년을 단축해야 했다. 우리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지식 기반 사회로 가는데 아직도 농업사회에 교육받은 분들이 상당수 남아 있었던 것 아닌가. 교직사회가 그만큼 정체되어 있었던 것이다. 교사들은 교단을 황폐화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집단적 이해관계에서는 그렇게 보이더라도 중요한 위치에 있을 때 중요한 개혁을 하지 않으려면 집권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 그래서인지 이 전 총리에 대해서는 추진력과 업무장악력을 높이 사지만 여러 다양한 이해관계를 포괄해야 하는 선출직, 즉 대통령으로서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해찬 : 글쎄, 지방을 다녀보면 우리 국민들은 정책 추진 능력을 가장 중시하는 것 같다. 하도 갈등이 많고 말끔히 해소되는 문제가 없는 사회다 보니 국민들은 역시 정책 추진 능력을 중요한 자질로 여기는 것 같다.
프레시안 : 물론 국민은 개혁을 반대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람에 비해 노무현 정부 등은 '무능하다'는 평가가 대중적으로 있는 것 아닌가.
이해찬 : 실제로 무능하지는 않은데 언론이 그렇게 평가를 하면서 국민들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측면이 큰 것 같다. 대체적으로 보면 힘이 약했고 당이 무너지는 등 자체적인 응집력이 약했다는 평가다.
프레시안 : 동어반복인지는 모르겠지만 국가를 경영할 책임을 맡은 집단이 약하다는 것 자체가 무능한 것 아닌가?
이해찬 : 그렇지 않다. 정책 내용은 하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건실했고 도덕성에 문제가 있지도 않았다. 다만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수구보수적인 정치세력과 일부 신문 중심의 언론 세력의 힘이 우리 쪽보다 강했다. 그 힘에 밀린 것이지 우리 스스로 무능했던 것은 아니다.
프레시안 : 결국은 다소 불리한 전선에 있었다는 것인데, 이를 운용하는 방식을 상대를 선도적으로 공격하는 '노무현 방식'과 불리한 조건을 현실로 인정하고 정치력으로 풀어가려 했던 '김대중 방식'으로 정리한다면, 두 가지 방식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해찬 : 나는 두 대통령 모두를 겪어 봤는데 그 문제는 대통령 개성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목표는 둘 다 비슷한데 그 수준을 어디까지 할 것이냐의 문제에서 차이가 있었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의 개혁을 비교해보면 정책 목표상에서는 참여정부가 더 높았고 정치적 통합력은 국민의정부가 더 나았던 셈이다.
프레시안 : 바로 그 점이 많은 사람들이 참여정부에 대해 아쉬워하는 지점이 아닌가?
이해찬 : 그렇다면 정책 목표를 줄여야 하는 것이다. FTA도 하지 말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언론 개혁도 하지 말아야 한다. 안하면 아우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전략적 판단을 거치지 않고 한 결정은 없었다. 한미 FTA도 2년 가까이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고, 언론도 수많은 피해를 보면서도 수구적인, 잘못된 언론과 타협하지 않았다. 실제로 많이 고치지 않았나. 통치권자인 대통령의 정책 목표가 무엇이냐가 많이 작용하는 문제다.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를 부정하거나 단절하겠다는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이해찬 : (노 대통령을) 부정한다는 말은 한 적 없다. 다만 노 대통령의 방식 등에서 수정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너무 많은 목표를 설정하고 범위와 수준도 너무 높게 설정했기 때문에 당이 못 따라가는 문제가 있었다. 당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고 여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따라가지 못했다.
프레시안 : 이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의 의원 자격으로 총리를 맡았고 참여정부가 수행한 국정의 성공과 실패에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에 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사라져버렸고 '기획 창당' 등의 비판을 받으며 민주신당이 탄생했다. 이에 대해 어떤 소회를 갖고 있나?
이해찬 : 민주신당의 창당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경선을 잘 치러 민주개혁진영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것이다. 나는 열린우리당을 합당하는 데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기본적인 창당 정신은 신당에서도 발현되어야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열린우리당은 정체성, 정치정당으로서의 방향성 등은 잘 잡고 있었다. 지역주의 청산이나 상향식 민주주의 제도 도입 등의 성과가 있었고 당원들의 참여의 폭을 확대시켰다. 개혁노선도 잘 유지해왔다. 이러한 점들이 민주신당에서 발현되지 않는다면 신당은 무엇을 기반으로 한나라당에 차별성을 가질 것인가.
물론 운영 과정에서 결함이 많았다. 기간 당원 만들어 상향식 민주주의 도입하려고 하니 종이당원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당의 질서가 무너졌다. 그러한 운영상의 결함이 많았다.
"대북송금특검, 한나라당 법안에 거부권 발동을 못한 것"
프레시안 :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대북송금특검, 2005년 안기부 도청 엑스파일 논란 등에 대해 사실상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해찬 : 김 전 대통령은 대북송금특검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그런 유감이 많아서 나에게도 많이 말하셨다. 그런데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을 보면 대북송금특검을 실시한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만들었는데 거부권 행사를 못한 것이다. 대북송금특검법이 대통령 취임하고 첫 법이었고 여당은 40석 안팎의 소수당이었는데 어떻게 거부권 행사를 할 수 있었겠나. 그걸 못한 것을 가지고….그래서 내가 총리가 되고 나서 대신 사과를 드리는 등 비공식적으로는 사과도 드렸다. 언론에서 자꾸 문제를 삼는데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안기부 도청 엑스파일 건은 성격이 다르다. 대북송금에 대해 도청한 것이 아니고 선거에 관여했던 신문사 사장에 대한 것이 아닌가. 그러한 행위가 벌어진데 대해서는 법원에서 인정했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통령 권한 사항이 아니라 법원의 문제다.
프레시안 :그러나 엑스파일 사건과 관련해서 검찰이 기소하던 시점에 총리로 있지 않았나?
이해찬 : 그렇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이 검찰을 지시한다는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다. 검찰 수사권을 대통령이 침해할 수 있나. 정치자금 수사도 다 받은 대통령이 수사를 지휘한다고 검찰이 듣나. 그것은 검찰이 한 일이지 대통령이 하고 싶었겠나. 검찰이 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검찰 수사를 중단시키려면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시켜야 하는데 당시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 아닌가.
프레시안 : 법무부장관이 서면지휘권을 발동해야한다는 의견이 있었나?
이해찬 : 그렇다. 내가 직접 천 장관에게 서면지휘권 발동을 검토하라고 했었다. 그러나 천 장관이 '안된다'고 반대하면서 '증거가 있고 고발이 있는 것을 어떻게 중단시키느냐, 발동할 수 없다'고 했다. 만약에 발동했으면 검찰의 반발이 굉장했을 것이다.
노 대통령과 나는 (대북송금특검의 관련자들이) 남북관계를 풀어온 공이 있고 국가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엑스파일 문제도 자기 주관의 문제가 아니라 실무선을 관리 못한 것인데 이들을 구속까지 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검찰이 밀고 나가는 상황에서 이를 중단시키려면 서면지휘권을 발동해야 했고, 그 경우 검찰은 집단적으로 항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하지 못한 것이다. 천 장관에게 직접 물어보라. 밖으로 이야기만 안했지 나는 서면지휘권 발동을 검토하라고 했었다.
프레시안 : 이와 관련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두고 전직 대통령이 현실정치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방금 개혁이 필요한 대상으로 지역주의를 이야기했는데,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지역주의를 다시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지 않나?
이해찬 : 그렇지 않다. 김 전 대통령이 발언은 수구세력이 집권해서 남북평화체제 구축에 지장을 받고 이제까지의 개혁성과가 후퇴하지 않을까, 걱정해서 하는 이야기지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발언이 아니다. 지금 범여권 중 호남 후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정동영 전 의장 뿐 인데 지역주의 조장 발언이라고 할 수 있나. 아니다.
"원만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 없다"
프레시안 : 김 전 대통령이 앞으로도 계속 발언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나?
이해찬 : 사회 발전, 분단 극복의 방향으로 정치가 잘 발전되기 바라는 발언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리고 전·현직 대통령이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나. 당연히 해야 한다. 전직 미국 대통령은 선거운동까지 하는데 우리나라는 왜 안 된다는 것인가.
우리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하는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거의 정치적인데 대통령은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말라고 한다. 만약 한나라당이 정책만 이야기한다면 대통령에게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라는 게 일리가 있었을 것이다.
내가 국회에 나갔을 때도, 총리에 대해서도 정치적 발언만 한다. 그런데도 총리에 대해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라는 것은 그 사람들 발언이 다 정당하다는 것인가. 아주 스테레오 타입의 잘못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그래서 지난 2004년에 국회에서 '차떼기 당'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해찬 : 네.
프레시안 : 그런데 당시 그 발언 때문에 국회가 공전되기도 했고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국회가 그 때문에 원만한 여야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는 비판이 있다.
이해찬 : 나는 원만해야 한다는 생각 없다. 여야라는 게 정책적 시비를 해야지 적당히 넘어가면 안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정치에 대해 예전에 담합하던 것으로 기준을 삼는데, 정치는 엄격하게 따져야 하고 이치를 가지고 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발전하지, 원만하게 하면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
"남북정상회담, 이명박 만나서 도움될 것 없다"
프레시안 : 오는 10월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는데 한나라당에서는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해찬 : 한나라당이 방해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다. 처음에 8월 28일에 한다는 데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했다가 다시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지금은 북쪽에 수해가 나서 평양 시내가 마비가 된 상황이라 10월로 연기한 것을 가지고 문제를 삼고 있는데, 매사를 대선 선거 전략의 입장에서만 보면 안 된다.
내년이 되면 정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대선 끝난 이후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지금 북한의 입장과 흐름을 보면 6자회담도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이 북한에 대해 호전적으로 한 발언이 있고 특히 이명박 전 시장이 한 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 전에 한반도 평화선언으로 큰 방향이 잡히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프레시안 : 정말 대선과 관련한 정치적인 고려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된 이명박 전 시장과 만나 동의를 끌어내야할 필요는 없을까?
이해찬 : 그것은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니고 청와대가 판단할 일이다. 그러나 이명박 전 시장은 상황을 자기 이해관계에서만 보고 있고 발언도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나면 또 무슨 말을 할지 모른다. 만약 이명박 전 시장이 안정감 있게 발언하는 사람이라면 (만나는 것이) 바람직할지 모르나 그렇지도 않고, 남북정상회담을 하지 않길 바라는 사람과 만나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국민에게 도움도 안 될 것 같다.
프레시안 :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되자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너도나도 다 자기가 기여했다고 발언하고 있다. 손학규 전 지사나 정동영 전 의장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어떻게 판단하나?
이해찬 : 정동영 전 의장은 남북정상회담을 주장해온 것도 사실이고 그를 위해 노력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손학규 전 지사는 전혀 아니다. 손 전 지사가 언제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했나. 전혀 아니다.
나는 작년 북핵 실험 때부터 북측과 접촉해 6자회담에 나오도록 하고 또 지난 3월에 북한과 미국을 방문해서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작년 가을부터 북미 간 소통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 6월 말 경에는 대통령 개인 면담을 통해 북핵문제가 가닥을 잡아가고 있으니 빨리 정상회담을 열어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프레시안 : 3월 시점에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졌나?
이해찬 : 가능하다기보다 6자회담으로 북핵문제가 풀어져가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북한 측도 기본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기 때문에 정세를 잘 활용하겠다, 다만 시기와 방법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지금은 지금까지의 분단시대에서 한반도 평화 시대로 넘어갈 수 있는 중요한 전기라고 본다. 미국이나 중국 등의 이해관계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일치하고 있고 러시아나 일본도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쳐 평화체제를 추구해왔고 북한도 원한다. 한반도 전쟁 당사국인 네 나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시기인 것이다.
이런 시기야말로 남북정상회담, 4자회담,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동북아 평화체제를 만드는 절호의 기회라고 본다. 올해 그런 방향을 잡고 다음 정부가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시안: 끝으로 <프레시안> 독자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면.
이해찬 : 지금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드렸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계승·발전시킬 것이냐, 정권 교체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정책방향을 바꾸느냐는 갈림길에 있는 선거다. 나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잘한 것은 더욱 발전시켜나가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국가 경쟁력 강화, 민주주의 발전을 이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책임지고 나섰다. 국민들의 높은 정치의식과 판단력을 믿고 열심히 하고 있다. 많이 도와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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