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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모기지 부실사태, 세계3대 신용평가기관이 원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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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모기지 부실사태, 세계3대 신용평가기관이 원흉"

EU집행위원회, 미국 오하이오주 등 법적 대응 방침

미국과 한국의 증시 등 전세계 주요 증시를 강타한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를 계기로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의 신뢰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이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 불리는 것은 세계경제의 중심지 미국의 금융시장을 규제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투자 적격' 유가증권을 평가할 수 있는 기관으로 3개사를 지정해 독점적 지위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러한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기업은 물론 국가의 채무상환능력이나 투자적격 여부까지 평가해 국제경제 무대에서 한 국가의 운명까지 좌우할 정도로 무소불위의 '경제권력'을 누리고 있다.

우리에게 악몽을 안겨준 IMF사태도 이들 신용평가기관들이 갑자기 한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면서 더욱 악화되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그들이 미국 등 제국주의의 앞잡이라는 식의 음모론적 견해가 횡행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들은 명성과는 달리, 평소에는 우량등급으로 평가하다가 뒤늦게 등급을 대폭 하향조정하는 등, 대형사고를 미연해 방지하는 '조기경보기'로서의 역할을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고의적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급기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와 관련한 이들 국제신용평가기관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16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이들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로 발행된 유가증권에 대해 미국 국채에 맞먹는 최고등급(AAA)을 남발해온 배경에 대해 투자은행 등 채권발행기업들과의 유착에 따른 것으로 보고 법적 대응을 위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그 근거로 일부 민간금융기관들조차 지난해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담보로 한 채권들에 대해 투자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경고를 할 정도인데도, 신용평가기관들은 지난 3월 서브프라임 1차 사태가 벌어져서야 등급을 낮추기 시작했을 정도로 늑장대응을 했다는 점을 들었다.

EU위원회 관계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 시장이 이처럼 커지게 된 것은 신용평가기관들이 높은 등급을 부여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사실상 이번 부실사태를 키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EU위원회는 이들 기관이 근본적으로 부실한 파생상품들에 대해 우량 신용등급을 유지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미국 내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유럽중앙은행만 최근 나흘만에 27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긴급지원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위기를 초래했다는 점에 격분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들이 증권 발행에 공모, 사기 행위"

역내 주택대출업체들이 줄도산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미국의 오하이오주 검찰총장도 신용평가기관들을 기소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이들 신용평가회사가 부적절한 대출자에게 신규 대출을 할 수 있도록 높은 신용 점수를 부여해 미국 경제를 위기 상황에 빠트렸다"면서 "증권 발행의 상당수가 사기 행위와 같은 부실 모기지에 기반한 점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이 같은 상황을 부추기고 도왔다"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용평가사들과 모기지 증권 발행기관들 간의 유착관계가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창출한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신용평가기관이 채권발행기업들과 형성된 유착관계를 상세히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채권발행기관들은 증권을 발행할 때 항상 신용평가사들에서 자문을 받고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모기지 증권들이 높은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특히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수수료를 투자자가 아닌 채권발행자인 기업에게서 받고 있고, 기업에 대한 각종 컨설팅 서비스 등도 제공하고 있어 근본적으로 이해상충을 일으킨다고 지적됐다.

마크 애델슨 전 무디스 국장은 "발행사들은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마치 쇼핑을 하듯 신용평가사를 돌아다닌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신용평가기관들은 주택담보대출채권을 다시 담보로 해서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 등 파생상품의 경우 일반 회사채보다 2배나 높은 수수료를 받는 점에서 이런 상품의 신용평가등급을 후하게 매기며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다.

세계최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 본사의 경우, MBS같은 부채담보부증권(CDO)에 대한 평가업무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2002년 전체 매출의 37%에서 2006년에는 44%를 차지할 정도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는 것.

신용평가기관들은 수입에 눈이 멀어 파생상품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외면했다. 지난해까지 이들은 별다른 위험 징후가 없다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S&P는 미국 주택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던 지난 3월까지도 "올해까진 정체, 내년엔 3∼4% 인상"이라는 엉터리 예측 전망을 내놨다가 7월초에야 올해 예상치를 마이너스 8%로 바꿨다.

프랑스의 금융전문가 미셸 프라다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신용평가기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자칫 이 문제를 방치할 경우 또다른 대형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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