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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경솔한 방문이 아프간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해외발언대]"아프간 전체가 탈레반에 볼모로 잡혀 있는 형국"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아프간 정부의 허술한 피랍 예방조치와 외국인들의 경솔한 아프간 방문이 아프간 전체를 탈레반의 인질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아프간 유력 인사에 의해 제기됐다.

작고한 아프간 국방장관 아마드 샤 마수드의 보좌관을 역임한 정치컨설턴트 하룬 미르는 6일 <아시아타임스>의 자유발언대에 기고한 <탈레반은 아프간을 인질로 삼고 있다>(Taliban hold Afghanistan hostage)라는 글에서, 탈레반이 외국인만 인질로 삼고 있는 게 아니라 아프간 자체가 탈레반의 인질이 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것을 촉구했다. 외국인들의 경솔한 행위로 말미암아 탈레반의 납치극이 성행함으로써 아프간의 재건을 도울 외국의 전문인력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아프간 국민을 절망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하룬 미르가 보좌했던 마수드는 '판지시르의 사자'로 불리우며 아프간 국민의 추앙을 받는 인물이다. 그는 1980년대 대소 항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야전사령관 출신으로 아프간을 진정한 민주국가로 만들려 했었다. 그는 오사마 빈 라덴과 함께 대소 항전에 나섰으나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이후에는 노선을 달리 했으며 9.11테러 발생 이틀 전인 2001년 9월 9일 탈레반이 보낸 자살폭탄테러범에 의해 암살당했다.

다음은 하룬 미르의 발언 요지.<편집자>

한국인 피랍사태는 앞서 몇 개월 동안 탈레반에게 전세계적인 홍보효과와 짭짤한 보상을 가져다 준 피랍사태의 연장선에 있다. 탈레반의 한 지역사령관이 말했듯이 인질극은 그들에게 아주 성공적인 정책이며, 탈레반이 이제 민주사회에서 여론의 가치를 터득한 것은 분명하다.

지난 3월 다니엘레 마스트로자코모라는 이탈리아 기자가 그의 운전수와 통역사로 일하던 2명의 아프간인과 함께 탈레반에게 납치됐다.

당시 이탈리아 정부가 아프간 정부에 압력을 넣은 덕택에 마스토로자코모는 5명의 탈레반 고위급 죄수들과 맞교환되어 풀려난 반면 함께 납치됐던 아프간인들은 모두 살해됐다.

그 결과 마스트로자코모는 하룻밤 사이에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그는 아프간 국민에게 그의 목숨이 (처형된) 아프간 피고용자들의 목숨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또한 그는 탈레반이 더 많은 인질극을 벌이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

마스토로자코모와 이번에 피랍된 한국인들의 경솔한 행위는 아프간 전역에서 전후 복구작업과 개발계획에 종사하는 외국인 전문인력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다.

아프간 당국도 분쟁지역에서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도록 감시를 더욱 철저히 했어야 했다.

한국인 봉사단은 탈레반이 일상적으로 오가는 차량들을 검문검색하는 카불-칸다하르 고속도로에서 납치됐다. 비행기로 이동하거나, 더 철저한 경계태세를 갖출 수 있었는데도, 무장단체가 득실거리는 지역의 도로를 무방비 상태로 지나가기로 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한국인 봉사단원이 소속된 샘물교회는 탈레반이 장악한 지역에서 이동하다가 납치될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해도 수백개에 달하는 한국인 봉사단들이 아프간에 와서 도로를 이용해 전국 곳곳으로 이동하길 원했지만, 아프간 치안당국은 그들이 위험에 빠지기 전에 모두 추방한 바 있다.

한국인 봉사단이 봉사와 함께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려고 한 것이 분명하지만, 결국 자신들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렸을 뿐 아니라(피랍된 23명 중 2명은 이미 살해됐다), 더욱 중대한 것은 무장단체와 싸우는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연합군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고 있는 재건사업 노력을 훼손시켰다는 점이다.

이미 일본 정부는 아프간에 있는 자국 봉사요원들을 전부 철수할 계획을 내비쳤다.

이런 결과는 탈레반이 원하는 것이다. 탈레반은 재건사업과 피폐한 아프간 남부에 절실하게 필요한 경제개발을 저지해 아프간 대중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단기적 목표를 갖고 있다.

앞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아프간의 위험 지역을 여행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염두에 둬야할 것이다. 개인적인 목적 때문에 한 나라의 운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불공평하다.

나토군 주둔과 국제사회의 재정적 원조가 없다면 아프간은 또다시 혼돈과 비참에 빠져들 것이다. 나토군 주둔은 파병국들의 여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탈레반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파병국들의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더욱 애를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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