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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위기와 이라크 철군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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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위기와 이라크 철군문제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51> 자이툰부대 철군 시점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잔존 저항세력에 의한 한국인 피랍사건은 지구촌 분쟁이 멀리 떨어진 한반도와 전혀 무관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탈레반 쪽이 처음에 내건 한국군 철수요구는 곧 거두어들였지만, 그 다음에 내건 요구조건(피랍 한국인들과 탈레반 죄수 맞교환)은 더욱 까다로운 문제다.

만일 탈레반이 처음에 내걸었던 한국군 철수를 관철시키겠다고 고집했다면, 그것은 우리 정부가 미국-아프간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결단을 내릴 사안이었다. 이에 비해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포로 교환은 미국-아프간 정부 적극적인 검토와 동의를 필요로 하는 사안으로 성격이 더 복잡해졌다. 결국 피랍사건을 푸는 열쇄를 쥔 쪽은 아프간의 현실적인 무게중심인 미국이다.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건은 아프간이 여전히 휘발성 강한 치안불안 지역임을 드러냈다. 아프간보다 더 휘발성 강한 지역이 이라크다. 미국으로선 "이라크 수렁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을 만큼 골치를 썩이는 지역이다. 한미동맹에 바탕해 자이툰 부대를 파병한 한국으로서는 이라크 상황의 전개 여부에 예민한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이라크에 머무는 한국 젊은이들의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각종 지표가 보여주는 이라크 상황은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다. 아래는 '이라크 상황 업데이트'라는 제목으로 미 브루킹스 연구소의 두 연구원(제이슨 캠벨, 마이클 오핸론)이 작성한 자료로서, 2003년 5월부터 해마다 5월을 기준으로 2007년5월까지 4년 동안 이라크 상황의 악화 또는 개선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들이다. (출처: http://www.brookings.edu/views/op-ed/ohanlon/20070610.htm)

이라크 주둔 미군 숫자는 부시 대통령이 '임무 완료(Mission Accomplished!)"라며 승리를 선언했던 2003년 5월이나 4년 뒤인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 미군 사망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3500명을 넘어선 미군 사망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작전 중이나 순찰 도중에 이라크 반미 저항세력이 도로에 설치한 사제폭탄에 희생됐다. 이라크 반미저항세력의 공격횟수는 엄청나게 늘어나, 2007년 5월의 경우는 무려 4,200회에 이른다. 미군의 바그다드 점령 1개월 뒤인 2003년 5월에 비하면 기하급수로 늘어난 셈이다.

갈람길에 선 이라크 정책

미국 부시행정부는 이라크 정책을 전면 수정하느냐, 힘으로 밀어붙이느냐의 기로에 선 상황이다. 그런데도 부시행정부는 이라크 상황을 미국 국민들과 우방국 국민들에게 '좋아지는 쪽'으로 애써 묘사하려고 안간힘을 쏟는 모습이다. 지난 7월12일 부시 행정부가 내놓았던 한 보고서도 그러했다. 그 보고서는 지난 5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비 1080억달러를 승인받는 조건으로 의회에 보고하기로 된 2가지 보고서 가운데 첫 번째 보고서에 해당하는 것이었다(최종 보고서는 9월에 제출될 예정임).

이 1차 보고서에서 부시행정부는 누리 알 말리키 총리의 이라크 정권에 기대했던 18개 평가항목 가운데 "이라크 헌법 개정, 준자치 지역 실시, 이라크 치안확보와 군사적 측면 등 8개 항목에서는 일부 개선이 이뤄졌다. 이라크 치안상황이 몹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미군과 이라크 보안군과의 연합작전이 강화됨에 따라 종파간 폭력사태가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나머지 10개 항목에 대해서는 부시행정부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셈이었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미국이 이라크 수렁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라크 안에서 준동하는 알 카에다 세력을 억제하지 못해 올해 9월부터 알 카에다를 비롯한 이라크 안의 반미 저항세력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내전을 떠올릴 정도로 심각한 이라크 종파간 폭력과 갈등을 해소하려는 정치적 노력들이 지지부진한 탓에 이라크 지도자들이 정치 화합에 필요한 타협을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고, △이라크의 뜨거운 감자인 석유자원의 합리적 배분 구도 확립을 위한 이른바 석유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등 정치경제 핵심 8개 분야에서 실패했다고 부시 행정부 스스로도 보고서에서 인정했다.

미 의회, "2008년 4월1일까지 철군"

미 의회는 지난 1960년대 미국이 베트남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라크 수렁에 빠져 미군사상자와 전쟁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 하원은 지난 7월12일 "늦어도 2008년 4월1일까지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을 이라크 밖으로 재배치토록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상정, 찬성 223표, 반대 201표로 가결처리했다. 야당인 민주당이 다수인 미 하원에서 이라크 철군법안이 통과된 것은 올해 들어서만도 2번째다. 미국 정치권에서 철군압력이 드세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부시 대통령은 "철군일정 설정은 (미국에게) 패배의 날을 정하는 것이며, 미군철수는 이라크를 알 카에다에게 넘기는 것"이라는 논리 아래 미군철수론에 반대해왔다. 지난 5월 1일에는 하원의 철군법안에 대해 "의회가 의결해 보내온 전비지출 법안에는 잘못된 철군일정표를 담고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부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2006년 6월 줄기세포 연구지원 재개법안에 이어 지난 6년 동안 단 두 번뿐이었다.

미국내 철군 요구 목소리는 여전히 드높다. 미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마바 등은 기회 있을 때마다 철군을 요구해왔다. 미 정치권의 거센 철군론에 맞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하는 것은 재앙이다. 이라크 전쟁이 패했다는 논쟁을 이제 끝내야 한다. 그러한 논쟁은 무익하다"며 결코 이라크에서 서둘러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민주당은 철군완료 시한으로 설정한 2008년 4월 1일부터는 "아예 이라크전쟁에 대한 예산 배정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철수를 둘러싼 미 의회-부시대통령 사이의 갈등은 피하기 어렵다.
▲ 20세기 전반기 이라크를 점령했던 영국군의 집단묘지(바그다드 교외). 이라크 반미 저항세력들은 "이라크를 미군을 비롯한 외국주둔군의 무덤으로 만들겠다"고 위협해왔다ⓒ김재명

이라크 정부, "미군 철군하면 이라크 붕괴"

친미 이라크 정부 관리들은 미군 철군론을 반기지 않는다. 호시야 세바리 이라크 외무 장관의 논리를 빌리자면, "미군 조기 철군은 치안 공백으로 말미암아 이라크 붕괴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쿠르드족 출신의 이라크 의회의원 마무드 오트만은 이렇게 불만을 나타냈다. "우리에겐 시계가 두 개 있다. 하나는 바그다드 시계, 다른 하나는 워싱턴 시계다. 워싱톤은 우리 이라크 사람들로 하여금 미국의 시계에 맞춰 가도록 밀어붙여왔다"
(미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앤소니 코데스만의 글 참조 바람

http://www.csis.org/media/csis/pubs/071207_benchmark_summary.pdf).

친미 이라크 정치인들은 이웃국가인 터키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낸다. 터키는 자국내 쿠르드족 분리독립 움직임에 신경을 써왔다.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할 경우 생기는 힘의 공백을 틈타) 쿠르드 반군을 토벌한다는 명분 아래 터키군이 이라크 영토 안에서 군사 작전을 폄으로써 지역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고 이라크 관리들은 주장한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연합군

관심의 초점은 우리 한국군 자이툰 부대의 철수 일정이다. 이라크 혼란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한국이다. 미국과 영국이 앞장선 이라크 침공 뒤, 오랜 한미동맹에 바탕해서 병력을 파견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라크에 파병한 '자발적 연합군(coalition of will)' 병력들은 후세인 정권 몰락 4년이 지나는 동안 하나둘씩 철수하는 상황이다.

위의 도표에서 보듯, 이라크 주둔 미군 규모는 부시대통령이 "임무완료"라며 승리를 선언했던 2003년 5월이나 4년 뒤인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런데 연합군 숫자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지금 남아있는 1만2천 병력도 영국군 7100명을 빼면 5000명이 고작이다. 더구나 나머지 병력들도 연말쯤이면 상당수가 썰물처럼 빠져나갈 전망이다.

자이툰 부대 철군 시점은...

2006년 말 자이툰부대 파병 1년 연장안이 통과될 무렵, 우리 국방부는 2300명 수준이던 병력을 2007년4월까지 1200명 규모로 감축하고 상반기 중 <자이툰부대 임무종결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었다. 지난 6월 28일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원회에 임무종결계획서를 제출하면서 그 가운데 핵심내용인 임무종결 시한만큼은 밝히지 않았다. "미군의 신이라크 전략의 성과가 어떠한지 9월쯤에나 판단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철군 시기 판단을 오는 9월로 미룬 바 있다.

미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앤소니 코데스만을 비롯한 미국의 여러 이라크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오는 9월쯤에도 이라크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미국은 이라크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는 상황이고, 미국 안에서조차 철군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결론적으로, 자이툰 부대 병력 철수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

중동 현지취재 때마다 거듭 확인한 사항이지만, 이라크 침공 뒤 이슬람권의 반미정서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높은 편이다. 한편으로, 글로벌 경제 체제 아래서 이슬람 국가들이 지닌 정치경제적 영향력은 엄청나다. 한국의 중동석유 의존도는 거의 80%에 가깝다. 한국의 입장에서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주둔이 앞으로 얼마나 우리 국가이익에 도움이 될지를 다시 한 번 심각하게 따져볼 때가 바로 지금이다.

필자 이메일: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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