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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계 지지 선언, 무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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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계 지지 선언, 무시하세요"

[기자의 눈]'줄서기'와 '세몰이'의 은밀한 거래

"자, 안보특위위원들 나가시고 이번에는 대사님들 들어오세요."

31일 오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선캠프 기자실 앞에 말쑥하게 차려입은 100여 명의 신사숙녀들이 줄을 섰다. 이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려는 각계 지도자들이 순서를 정해가며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그러나 전직 공관장, 인적자원개발 전문가, 프로 사진가 등 그 분야에서는 내로라할 인사들이 연단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3분에 불과했다. 이 후보에게 헌정할 노래를 부르겠노라며 옷을 맞춰 입고 온 성악가들은 악보를 접어야 했고 "정권연장 음모로부터 이 후보를 지키겠다"며 정복에 베레모까지 쓰고 행차한 각종 전우회 회장님들은 세 문장짜리 회견문을 낭독한 후 머쓱하게 회견장을 나서야 했다.

무리한 '세 과시'는 망신살 부르기도

각 단체를 동원한 '세 과시'에는 박근혜 후보 측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3일 박 후보 캠프에서는 '김녕 김씨 종친회 산하 수도권 상록회'라는 단체의 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김녕 김씨 종친회로부터 반발을 샀다. '수도권 상록회'라는 단체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야에 김녕 김씨가 얼마나 많은데 종친회가 어떻게 특정후보를 지지할 수 있겠냐"는 반발에 박 후보 캠프에서는 '종친회 산하'를 '종친 간 친목모임'으로 수정해야 했다.

양 캠프가 맞불을 놓듯 지지 선언을 이끌어 내다보니 비슷한 계통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일도 다반사다.

예를 들면, 박 후보는 제주, 인천 등 합동 유세를 다니는 지역마다 해당 지역 여성계 인사들로부터 지지선언을 받고 이 후보는 여성계 지도자 80여 명으로부터 지지선언을 받는 식이다.

장정구, 홍수환 등 전 복싱 챔피언들이 박 후보 지지한다고 하니 이 후보 캠프에서는 대한권투위원회 국제심판위원들이 지지선언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9일에는 무리한 몸집 불리기를 하다가 양 캠프가 동시에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날 이 후보 지지선언을 한 전·현직 대학총장 등 '지식인' 천여 명 중 270여 명은 이미 이 후보 측 '자문 교수단'에 포함된 인사로 알려졌고, 박 후보 측 역시 같은 날 70~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 모임인 '포럼 동서남북' 회원들이 지지선언을 이끌어 냈지만 포럼 회장 등 일부 인사들은 이미 박 후보의 외곽조진인 '한강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단체는 '떡고물'을, 후보는 '세몰이'를

이 같은 각 단체의 지지선언은 각 캠프의 '인맥'을 통해 성사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예컨대, 특정 단체 간부와 학연·지연이 닿는 캠프 인사가 후보 지지를 요청하면 단체 간부가 임원들에게 의견을 물어 지지 여부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 경우 단체 차원에서 후보의 정책, 노선에 대한 검토가 면밀히 이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 보다는 부탁을 받은 단체장의 압력과 승패에 대한 전망이 강하게 작용한다.

이념을 앞세운 단체의 경우는 각 후보의 '선명성'을 따지기도 하지만 그 기준은 "이 후보가 우리 행사에 몇 번이나 참석했나" 정도의 단순한 수준이라는 것이 선거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렇다고 꼭 캠프의 강권에 의해 지지선언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일부 단체들은 '줄서기의 대가'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일이 왕왕 있다고 한다. 한 선거 관계자는 "지지선언을 이끌어 내는 것은 떡고물에 대한 계산"이라고 단언했다.

후보 측도 그들의 '불순한 계산'을 알지만 떡고물을 바라는 단체라도 일단 많이 붙을수록 '세몰이'가 수월해 지기에 그들의 '시커먼 지지선언'을 흔쾌히 받는다는 설명이었다.

이들의 지지선언은 항상 "국민의 동참"을 호소하며 끝이 나지만 국민들이 결코 동참할 수 없는 건 이 같은 '보이지 않는 거래'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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