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신당 합류냐, 독자생존이냐. 통합민주당의 진로를 두고 박상천 대표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박 대표는 30일 범여 제3지대 신당에 대해 "잡탕식 대통합"이라고 재차 비판하면서도 "통합민주당이 독자 경선을 할지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며 신당 합류로 급선회할 여지를 열어뒀다.
박상천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위원-중도통합추진위원 연석회의에서 "현재 신당의 정책노선은 참여정부 계승, 좀 더 철저한 진보주의, 중도주의 등 3가지 다른 정책노선의 갈등으로 내분하고 있다. 잡탕식 대통합은 대선이 끝나면 사실상 해체단계에 들어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이러한 잡탕식 대통합을 위해 탈당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통합민주당 당적을 보유한 채로 제3지대 신당에 참여하고 있는 김한길 공동대표 등 구(舊) 중도신당 소속 의원들의 탈당을 만류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깊이 생각하고 있다"면서 "아직 어느 쪽도 손을 안 들어주고 있다"며 제3지대 신당 합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
그는 김한길 대표 등이 신당 창당 이전에 창준위 단계에서의 합당을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8월 5일이라는 시점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나중에 당대당 합당을 해도 되지 않느냐"고 통합 구상의 일단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 비등해가는 독자생존론은 박 대표의 신당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날 민주당 수호대책협의회 회원들은 당사에 모여 "대통합 논쟁에 에너지를 허비하지 말고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독자적인 대선준비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고 박 대표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조순형 의원의 경쟁력에 반색하며 박 대표를 압박했다.
이들은 "민주당을 고사시키려는 정치공작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며 이날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자택을 항의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당 지도부의 만류로 취소했다.
김한길 "제3지대 신당-통합민주당 먼저 합당해야"
이런 가운데 김한길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박 대표와 거의 매일 만나 의논을 하고 있는데, 박 대표도 통합민주당이 독자 경선으로 가겠다고 생각해본 바는 없다고 말했다"며 박 대표의 제3지대 신당에 합류에 대한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놨다.
김 대표는 '선(先) 통합민주당과의 통합-후(後) 열린우리당 통합여부 결정'이다. 통합민주당이 제3지대 신당에 참여한 이후 열린우리당의 흡수합당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오는 13일 경 열린우리당과 제3지대 신당과의 합당이 성사될 경우 통합민주당과의 후속 협상이 더욱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 대표는 "(신당이) '도로 열린우리당'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우선적으로 통합민주당과의 통합이 실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열린우리당의 제3지대 신당으로의 흡수합당에 대해서는 "대통합신당의 논의에 적극 참여할 것이며 그 결론에 따르겠다"며 용인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뒀다.
김 대표는 한편 "신당 지도부에 참여하지 않고 백의종군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통합민주당이 창당에 동참하면 박상천 대표가 통합민주당의 유일한 대표 자격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당근'을 내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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