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통합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김한길, 박상천 공동대표의 '열린우리당 해체론'을 둘러싼 균열이 한층 벌어졌다. 두 사람은 20일 서울과 광주에서 같은 시간에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민주당의 진로와 관련한 서로 다른 길을 제시했다.
김한길 "열린우리당과 당대당 통합도 가능"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김한길 대표는 '열린우리당 해체론'을 고수하고 있는 박상천 대표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건 더 이상의 시간끌기는 결과적으로 대선승리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김 대표는 "열린우리당 내 일부 세력의 동참 여부는 제3지대 제세력과 논의해서 함께 결정하면 될 일"이라며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중도개혁세력의 대통합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대표는 '제3지대의 제 세력이 열린우리당과의 당대당 통합을 결정한다면 동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논의 결과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확인했다.
한편 김효석, 이낙연, 신중식, 채일병 의원,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도지사, 김영진, 정균환 전 의원 등 대통합파 8인 모임도 이날 성명을 내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김효석, 이낙연 의원은 "대통합에 대한 김 대표의 진정성에 깊은 신뢰를 보낸다"며 "앞으로도 당적정리를 포함한 모든 일정을 같이 협의해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상천 대표 등을 겨냥해선 "기득권의 벽에 갇혀 반통합의 길을 고수하고 있는 통합민주당 내 반(反)통합세력들도 김한길 대표의 의지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박상천, DJ 압박과 호남 여론 부담
그러나 김한길 대표와 같은 시각 광주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박상천 대표는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큰 의미는 없다"고 일축했다. 박 대표는 "제3지대에 들어가서 거기서 논의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달라진 것은 없는 것"이라면서 "김한길 대표는 예전에도 그런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김 대표의 주문에 대해서도 "그 대통합은 중도개혁대통합을 하자는 것이지, 잡탕정당을 말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비껴갔다.
하지만 박 대표도 마냥 느긋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직접적으로 대통합을 주문하고 있는 DJ의 압박과 호남 지역 여론의 변화가 부담이다.
박 대표는 지난 17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DJ의 대통합 주문에 대해 "솔직히 곤혹스럽다. 모시던 어른인데 대들 수도 없고…"라며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김한길 대표가 이날 공개적으로 박 대표를 압박한 데에도 지난 17일 DJ와의 비밀회동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DJ는 그간의 말씀대로 대통합을 주장하셨으며, '김 대표가 대통합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고도 하셨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의 이날 광주 방문도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 김완주 전북지사 등 광역단체장과 김영진 민주당 광주시지부장 등 지역정치인들이 '민주당 탈당-제3지대 신당 합류'를 선언하면서 호남 민심이 대통합 지지로 쏠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뒤집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대통합파 단체장들에 대해 "본업은 내팽개치고 잡탕식 통합에 열중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다음번 선거 또는 그 이전에 주민소환제 등으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박 대표는 "8인이 무조건 잡탕 통합을 하라며 탈당 선언하고 지역운영협의회장들에게 탈당을 선동하고 있다"며 "중도개혁대통합의 성패는 민주당의 단결력에 따라 달라진다. 45만 당원이 단결할 것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