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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에게 이스라엘은 남한, 팔레스타인은 북한"

미국 추종이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님을 깨달을 수 있을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취임 6개월을 맞았다. 대다수의 한국 언론들은 반 총장의 6개월에 대해 'A플러스'의 성적을 매겼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시각은 냉정하다. 취임 후 첫 기자회견 때부터 사형제 폐지를 지지하는 유엔의 입장을 모르는 듯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집행을 비판하지 않았다가 호된 신고식을 치렀던 반 총장에 대해 의심어린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반 총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그가 너무 친미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루는 유엔 특사였던 알바로 데 소토의 사임에서 잘 드러났듯 중동 문제에 있어 공정한 중재자가 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의 외교정책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웹사이트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에 실린 다음의 글은 국제사회의 그같은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원문 바로가기)

유엔 문제 전문가인 이안 윌리암스는 이 글에서 '반 총장은 이스라엘을 남한으로, 팔레스타인을 북한으로 여기고 있다'는 유엔 내부 소식통의 말을 전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김이 반 총장을 좌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반 총장은 이제 겨우 6개월을 지낸 신임 유엔 사무총장이다. 이안 윌리암스는 중동 문제에 대한 반 총장의 편향을 비판하면서도 수단 다르푸르 사태에서 보여준 그의 끈기있는 행동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반기문 총장이 유엔의 결정에 충실해진다면 미국과 같은 길을 가는 것이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머잖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실상부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위상만 지킨다면 그의 첫 6개월은 시행착오를 위한 기간으로 봐줄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언론이 '한국의 자랑이기 때문에'가 아니라 '유엔 사무총장을 정말 잘 하기 때문에'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A플러스의 성적을 줄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편집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3월 25일 요르단강 서안 라마라시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에 도착,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누구를 위한 반기문? (Ban Ki Whom?)

미국의 부통령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자리로 여겨졌다. (그러나) 딕 체니가 부통령이 된 후 부통령실은 매우 중요하고 주목해야 하는 곳이 됐다.

유엔 사무총장이란 자리도 본인이 하기 나름이다. 전임과 후임의 스타일이 대조적이라면 후임이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전임자인 코피 아난과 비교해 보더라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 왔다. 아난 전 총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실권은 없다는 걸 깨닫고 낮은 목소리를 유지했었다.

법적으로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사무국의 수장이며, 공식 외교 의전상으로도 외무장관급에 불과하다. 공식적으로는 유엔 총회 의장이 사무총장보다 지위가 높다.

그러나 반 총장은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각국의 정상들에게 전화를 걸 수 있고, 그들은 반 총장의 전화를 받을 것이다. 반 총장이 가진 진정한 힘은 문제제기 능력에서 나온다. 정상들의 입장에서는 그냥 묻혀버렸으면 하는 이슈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무총장의 실제 권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다. 그것은 사무총장이 유엔 헌장을 구현하고 국제사회를 그야말로 세계인들을 위한 무대로 만들 수 있는 실질적인 지렛대다.

최근의 유엔 사무총장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남용했다기보다는 덜 썼다. 세계의 양심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과,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대특사(Arch-Envoy)가 되어야 한다는 두 역할이 충돌하기 때문에 유엔 사무총장은 자신의 권한을 미처 발휘하지 못한다.

피로 얼룩진 손을 가진 정치인들과 악수하는 것은 유엔 사무총장의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에 지구촌의 양심을 수호하는 사람으로만 남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반기문 사무총장의 첫 6개월

그렇다면 지난 6개월 간 반기문 총장은 어떻게 그런 행동양식을 조화시켰나? 누군가는 한국인들이 주도하는 그의 참모진이 유엔 사무총장에게는 그런 행동양식이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도 못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반 총장은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사무총장이 취임 초기 보여줬던 지적 오만함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다. 갈리는 초기에 위압적이고 독재적인 방식으로 유엔 사무국을 운영했다. 반 총장의 경우는 독재적이라기보다는 과두적이다. 반 총장의 한국인 자문단은 집단적으로 움직이지만, 기존의 유엔 직원들로부터 배울 게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많은 기존의 직원들을 내보냈다.

아난 총장 시절의 인물들에 대한 배제는 너무도 철저해서 반 총장의 참모들이 혹시 전임 직원들을 대책없는 반미주의자나 부패 세력으로 여기는 건 아닌지 의심케 한다. 존 볼튼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나 폭스TV가 그랬듯이.

유엔에서의 경험 부족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한다. 전임 직원들을 성급히 내보낸 것은 실제 많은 비동맹 국가들이 갈리나 아난을 미국 정부의 도구에 불과하다며 친미주의자로 여겼다는 사실을 무색케했다. 반 총장은 미국과 유엔의 관계를 가장 중시하겠다고 선언했고, 그의 한국인 참모들은 그런 자신들이 뭔가 혁신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여기는 듯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전임자들이 빠졌던 불공정의 늪으로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아난 총장과 미국

미국이 지명한 아난 총장은 가능한 한 미국이 유엔에 건설적으로 개입하도록 했고, 미 의회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이스라엘과 미국의 친 이스라엘 조직들을 유엔에 받아들였다.

그러나 아난은 미국 정치인들이 원하는 것과 유엔 헌장 및 국제법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 사이에 심각한 불일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런 불일치에 대해 대놓고 무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경우에 그는 선을 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이라크 침공은 불법이라고 인정해야 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라크전 반대 메지시를 밝힌 아난을 나무라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유엔의 일에 전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중동에서의 유엔 역할을 받아들이도록 할 때에도, 아난은 중동 문제에 있어 (달리) 생각할 수 있는 해답이 있다는 것을 가끔씩 인식시켰다.

반 총장은 그러나 전임자들과는 달리 미국, 특히 미국이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비웃을 때, 미국과 거리를 두는 것이 나머지 유엔 회원국들을 만족시키는 핵심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 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중동 문제이다. 최근 유엔 중동 특사를 그만둔 알바로 데 소토는 언론에 유출된 비밀보고서에서 유엔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있어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으로 거의 완벽히 노선을 바꿨다고 말했다.

데 소토 특사는 이스라엘의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접근이 "전례없이 접근이 용이해졌다"고 비판했는데, 유엔 소식통도 그 사실을 인정했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유엔의 입장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유엔 관리의 임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반기문표 '매운 김치외교', 이스라엘엔 "달콤")

반기문과 중동

반기문 총장의 그런 인식은 그와 한국인들이 겪었던 역사적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인들은 미국을 약탈적인 초강대국이 아니라 수호천사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실제 유엔 관리들에 따르면 반 총장은 이스라엘을 남한으로, 팔레스타인을 북한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국은 착한 사람을 지지하고 있다고 여긴다고 말한다.

그같은 잘못된 인식은 한국이 중동 문제를 거의 완벽히 주변부적인 문제라고 인식해오며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 총장과 그의 참모들은 유엔과 국제법,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의 외교에서 중동 문제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반 총장에 의해 정무담당 사무차장에 임명된 미국 외교관 출신 린 파스코가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반 총장이 지명한 유럽 외교관들보다 중동 문제에 있어서는 객관적인 행보를 보여 왔고 임명 당시의 예상보다 더 진지하게 독립적인 국제공무원으로이 됐다고 유엔 내부소식통들이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러나 반 총장 자신이 미국 및 이스라엘과 같은 태도를 취함으로써 유엔 총회의 다수파인 비동맹 및 무슬림 국가들과 무엇인가를 도모하는 일을 어렵게 만들었다. 미국과 그 동맹국에 대한 비동맹·무슬림들의 방어적인 태도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의 투표 양태를 보면 알 수 있다.

길들여진 푸들은 아니지만

반기문은 원칙에 충실한 사람이다. 따라서 그가 미국과 이스라엘에 영합한다면 그것은 그가 선택한 원칙이지, (미국에 의해) 길들여진 푸들이기 때문은 아니다.

그는 사형제 폐지, 국제형사재판소(ICC), 대규모 잔학행위에서 모든 이들에 대한 보호책임(R2P) 등을 지지하고 있다. 그것은 워싱턴에 있는 텍사스 그룹(부시 측근 들: 역자)들과 명백히 다른 부분이다. 그는 또 아프리카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고, (다르푸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수단의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을 끈질기게 괴롭힘으로써 유엔과 아프리카연합(AU)에서 파견한 평화유지군이 다르푸르에 주둔할 수 있게 했다.

그의 그런 노력이 성공을 거둔다면 그것은 그가 다르푸르 문제에 있어 요란스럽게 하기보다 알 바시르 대통령과 조용히 일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반 총장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오만한 태도를 보고 그 나라들과의 협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반 총장과 그의 보좌진, 그리고 유엔의 통합에 달려 있다. 그가 유엔의 결정에 충실하다면 미국과 같은 길을 가는 것이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머잖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그의 사명이 될 것이다.

미국은 유엔에 더 많은 평화유지활동을 요구하고 있으면서도 미 의회는 평화유지활동에 드는 비용 부담을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있고 백악관도 그 문제에서 자신들이 가진 정치적 자산을 쓰려 하지 않고 있다. 그 문제는 반기문 총장이 앞으로 직면할 하나의 이슈가 될 것이다.

다른 이슈는 물론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 이스라엘, 이라크, 이란 등 중동 문제다.

반 총장은 데 소토 특사의 말처럼 그의 어깨에 얼마나 커다란 짐이 지워졌는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세계는 그가 중동에서 보이는 행보를 통해 그의 독립성과 능력을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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