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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마리앤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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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마리앤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테러 피해자'로 분한 <마이티 하트>의 안젤리나 졸리

안젤리나 졸리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미남 배우 브레드 피트와의 결혼, 연례행사가 돼 버린 입양, 유엔 친선대사로서의 난민구호 활동 등을 통해 어느새 졸리는 '글래머 배우'를 넘어 국제사회의 이슈 메이커 반열에 오른 것이다.

졸리의 신작 <마이티 하트>는 배우로서의 그의 중량감을 배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22일 북미지역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파키스탄에서 취재 중 테러리스트들에게 참수당한 <월스트리트 저널>의 다니엘 펄 기자 얘기다.

졸리가 분한 펄 기자의 부인인 마리앤 펄은 동명 자서전에서 2002년 다니엘이 파키스탄에서 납치된 뒤 4주간의 수사와 협상 그리고 다니엘의 참수를 묘사했다. 그 과정에서 마리앤은 비극과 증오를 강조하기보다는 테러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선악으로 구분하는 편견에 저항하며 "우리 모두 충돌의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이에 졸리 역시 "몇 년 전 마리앤의 인터뷰를 처음 봤을 때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이기에 남편이 참혹하게 죽은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파키스탄에선 한 달에도 수 십 명이 죽어가고 있고 그들도 우리만큼 고통을 겪고 있다'는 말을 거침없이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졸리가 자신이 재연한 마리앤을 완벽하게 이해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관객들의 몫이다. 다음은 24일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에 공개된 졸리의 인터뷰다.

▲ 22일 <마이티 하트>의 북미 개봉에 앞서 열린 시사회에 남편 브레드 피트와 함께 참석한 안젤리나 졸리.ⓒ로이터=뉴시스

포린폴리시(FP): 다니엘 펄의 살해사건은 이슬람 테러리즘을 얘기하는 맥락에서 자주 회자되는 사건이다. 하지만 마리앤은 자서전에서 이 사건이 9·11 이후 환경에서 일어난 이슬람의 테러이긴 하지만 진짜 문제는 교류와 대화의 부재에 있다고 지적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안젤리나 졸리(졸리): 동의한다. 노력하느라 했지만 그의 책에 담긴, 그리고 그의 실제 목소리가 가진 아름다움 근처에도 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의 목소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가 테러리즘이 남긴 참극에 맞서 온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그를 통해 우리는 문제를 좀 더 선명하게, 좀 더 큰 그림으로 살펴볼 수 있다. 그는 '좋은 놈들'과 '나쁜 놈들'을 나누어 증오나 공포를 조장하지 않는다. 충돌을 한 양 쪽이 모두 희생자일 뿐이다. 그는 아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안다. 기대컨대, 영화를 본 사람들이 극장을 나서서 마리앤의 책을 사봤으면 한다.

마리앤은 자신과 아들을 위해 '공포를 조장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가 남편 살해사건을 다루는 방식은 독특하다. 몇 년 전 마리앤이 <CNN>과 인터뷰한 것을 처음 봤을 때 나 역시 그가 특이하다고 여겼다. 도대체 그는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이기에 남편이 참혹하게 죽은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파키스탄에선 한 달에도 수 십 명이 죽어가고 있고 그들도 우리만큼 고통을 겪고 있다'는 말을 거침없이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FP: <마이티 하트>를 본 사람들이 영화관을 나서며 어떤 마음을 갖길 바라나?

졸리: 영화는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얘기를 할 것이다. 당신이 어디 출신이냐에 따라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혼자 남은 자의 공포나 공격에 대한 두려움, 혹은 테러리즘에 관한 이야기로 규정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에 대하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우리는 역사적 상황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지는 않다.

FP: 촬영 중에 마리앤이 다녀가기도 했나?

졸리: 아니다. 영화를 찍다가 그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은 대목도 생겼지만 연락이 닿질 않았다. 그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성에 관한 이슈에 초점을 맞춰 저작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촬영 장소에 한 번도 오지 않았다. 내가 그에게 이메일이라도 보내서 의견을 교환하려면 마치 영화 촬영은 없었던 일처럼 굴어야 했다. 그는 이메일을 하더라도 캄보디아에서 민간기구 활동을 하면서 만난 위대한 여성들이나 어린이들에 관한 내용만 얘기하려 했을 것이다. 그는 이번 영화를 적당한 사람들에게 맡겨뒀다는, 일종의 신뢰를 가졌던 것이라고 본다. 또 그가 겪었던 일들이 재연되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촬영장 주변에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FP: 거기에 대해서는 일전에 마리앤이 상세하게 답한 적이 있다. 그는 그 얘기가 영화화되는 것을 원치 않았었다.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되면 이상할 것이란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실력 있고 믿을 만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졸리: 우리 모두를 초조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마리앤 같은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하면, 우린 그저 "맙소사" 하게 될 뿐이다.
▲ <마이티 하트>는 테러 피해자의 증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테러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되돌아보는 영화다. 영화 공식 사이트 첫 화면은 다니엘이 참수되기까지의 과정을 얽히고설킨 사슬로 설명하며, 테러는 '테러리스트=악'으로 간단하게 정리하고 말 문제가 아님을 주장한다.

ⓒhttp://www.amightyheartmovie.com


FP: 당신은 지난 수 년 간 유엔의 친선대사로 활약하면서 난민 문제에 대한 강한 신념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런 행보들이 당신이 선택한 작품이 지지 받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졸리: 가끔씩은. 지금 촬영하고 있는 작품은 와일드한 액션 영화이고 나는 암살범 역을 맡았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다른 많은 사람들을 죽이려는 사람을 죽이는 역할이라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 사람의 엔터테이너이자 아이들의 엄마다. 마리앤도 그렇다. 마리앤은 매우 심각하고 매우 똑똑한 여성이다. 여행 경험이 많고 생각이 깊기도 하다. 그러나 그 역시 정색하고 농담하길 즐기는 유머감각을 지닌 사람이고 가끔은 얼빠진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우악스러울 수도 있고 웃길 수도 있으며 파티에 나가면 제일 흥분해서 즐기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섹시한 여성이기도 하다.

나 역시 영화를 찍으면서는, 심각한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여러 분야를 섭렵하고 싶고 내 몸이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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