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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삼성본관 앞에서 혈서를 펼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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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삼성본관 앞에서 혈서를 펼쳤나

[현장]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후 5년…피해자들, 삼성 본관 앞 집회

"이건희에겐 기대가 없다. 그러나 새 대통령 공약에 서해안 기름유출사고에 대한 대책이 포함되길 바란다"

8일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삼성 본관 앞에서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피해자가 마이크를 잡고 소리쳤다.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열린 규탄집회는 삼성일반노조, 삼성전자 백혈병피해유족, 과천 재개발 지역 철거민,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피해자들이 모두 참여한 연대집회 형식으로 이뤄졌다. 과천 철거민들은 삼성물산에 의해 철거된 과천 상가 세입자들이다.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해온 삼성은 사내 백혈병 환자에 대한 책임을 부정해왔다. 과천 철거민 문제에도 책임이 없다며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서해안 기름유출사고에 대한 뚜렷한 대책 역시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렇듯 삼성입장에선 껄끄러운 이슈가 총집합된 집회인 만큼 현장에는 경찰과 집회 참가자 그리고 삼성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소소한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재돈 태안유류피해연합 회장은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들고 삼성 본관에 진입하려 했으나 경호원들의 저지 때문에 들어가지 못했다.

지 회장은 삼성 본관 앞에서 불에 태운 건의서를 뿌렸다. 이어 피해 지역인 충남 6 개 시·군 연합회장들은 피해지역 주민들의 피로 쓴 '삼성타도' 현수막을 들고 시가행진을 펼쳤다.

▲ 집회에 참가한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피해민들 ⓒ프레시안(남빛나라)

서해안 기름유출 이후 5년…"가해자는 삼성 그룹"

이경환 보령시 유류피해민총연합회 사무국장은 "유류피해에서 삼성이 가해자인데 보상을 해준다고 해놓고 해주지 않아서 이렇게 모였다"고 밝혔다.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상경한 서해안유류피해민연합회 회원들은 다소 격앙된 모습이었다. 사고 이후 생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이웃 주민이 자살하는 것을 지켜본 피해민들은 한 발언자가 "이건희 회장"이라고 말하자 "회장이라고 하지 말고 그냥 이건희라고 하라"고 소리쳤다.

박종권 서산시 유류피해민총연합회 회장은 "삼성의 무모한 항해로 피해자 12만7000명에게 입힌 피해액은 4조9000억"이라며 "그러나 가해자 없는 최대의 사건 앞에 우리 피해민들은 삼성의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적 사회적 책임만을 주장하면서 이제까지 버텨왔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기름유출사고 4년을 맞아 이곳에서 집회를 갖고 삼성 중공업과 어렵게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고 앞으로 소통을 위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뜻을 만천하에 공개함으로써 작지만 마지막 희망을 가졌다"며 "하지만 일 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삼성중공업의 약속은 단순히 그 순간을 넘기기 위한 시간끌기용 술책과 기만에 불과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국회 태안 특위 4차 회의를 통해 삼성중공업 노인식 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방패막이가 되어 협의체를 운운하며 또다시 시간 끌기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해민들은 다가오는 12월 7일 사고 5주년을 맞아 1만 명이 삼성 본관 앞에서 대규모 끝장 투쟁을 벌이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피해민들이 삼성 본관 앞에 모인 이유는?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는 2007년 12월 7일 아침 7시께 중국 허베이오션시핑 소속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와 삼성중공업이 운영하는 해상크레인 삼성 1호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흘러나간 기름의 양은 1만 킬로리터(5만 드럼)를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피해 지역의 관광객이 급감하는 등 지역 주민의 생계가 어려워졌다. 급기야 사고 후 4명이 자살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후 사고의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삼성 봐주기 식 수사로 삼성중공업이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을 했지만 삼성중공업 고위 관계자들의 항해 개입에 대한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삼성중공업은 사고 직후인 2008년 초 "지역발전기금 1000억 원을 출연하겠다"고 밝혔으나 기금 규모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져 현재까지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이 피해주민이 요구한 5000억 원에 상당하는 금액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으나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올해 충남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태안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 총 7만 2878건의 피해보상이 청구됐지만 3만 1188건(42.8%)에 대해서만 보상이 이뤄졌다.

삼성 본관 앞에 줄지은 관광버스…삼성 사원들도 항의 집회?

▲ 삼성 본관 앞에 늘어선 관광버스들 ⓒ프레시안(남빛나라)

한편 이날 삼성 본관 앞에는 가운데에 도로를 두고 양쪽으로 관광버스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집회에 참가한 방준아(여·40) 씨는 "집회를 할 때마다 빈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며 "저런 식으로 (차로 막아) 도로를 차지해서 방해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를 세워두고 걷고 있던 버스 운전사는 "나는 잘 모른다. 그냥 (버스)회사가 여기에다 세워두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를 세워두기만 해도 돈을 주냐는 질문에 그는 "세워놓기만 해도 하루 수당을 다 준다. 잘 모르겠지만 도로를 차지하고 집회하니까 막으라고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집회 장소 맞은편에는 "소음공해 업무방해를 멈춰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선 남자들도 있었다. 삼성 관계자는 "꽹과리를 치고 고함을 지르는 등 너무 시끄러워서 업무에 방해된다. 그래서 우리 사원들도 나름대로 항의 표시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방 씨는 "(그간) 집회하려는 사람이 집회할 수 없도록 삼성이 미리 집회신고를 해놓고 자리를 차지해뒀었다. 그러다가 집회신고만 하고 집회는 하지 않은 사실이 발각되자 요즘은 저렇게 사람 몇 명이 나와서 가만히 서 있다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발표한 '2012년 1월1일~8월 31일 집회신고 횟수 상위 10개 지역' 자료를 보면 '서초동 삼성본관 앞'이 총 720회로 3위를 기록했다. 그 중 실제로 집회가 개최된 횟수는 18번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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