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핸은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30일)'를 앞두고 28일 웹사이트 <데일리 코스>에 올린 글에서 "집으로 돌아가 남은 자식들의 어머니 역할을 하면서 내가 잃은 것들을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시핸은 글 서두에서 "개인적으로, 재정적으로, 정서적으로 소진됐다"며 활동 중단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육체적·정신적 피로감에 있는 것으로 밝혔지만, 글 전반을 살펴보면 그에게 이 같은 피로감을 안긴 것은 민주당과 진보 진영에 대한 환멸인 것으로 보인다.
시핸은 반전운동 진영 전반에 대해 "개인의 자존심을 평화나 생명의 가치 위에 두는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했고, 민주당에 향해서도 "내가 공화당에 댔던 것과 같은 기준을 민주당에 적용하게 되면서 나에 대한 지지가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좌파'는 우파가 사용했던 것과 같은 중상모략으로 내게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시핸은 특히 조지 부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지난 24일 민주당이 주도한 의회가 결국 철군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채 전비법안을 가결한 것과 관련해 "의회여 축하합니다. 당신들은 불법적이며 비도덕적인 '대학살'에 몇 개월간의 시간을 벌어다 주었군요"라며 날을 세웠다.
시핸은 "그리고 (의원) 여러분은 (전비법안 가결이) '부시 주식회사'가 이끈 끔찍한 문제를 '다른 대통령'이 해결할 수 있도록 대학살을 무한정 지속시키겠다는 의미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라크전쟁은 부시의 전쟁이었고 여러분이 명예롭게 종식시킬 수 있었으나 이제 이라크전쟁은 여러분의 전쟁이 됐으며 의원 여러분 모두 부시 주식회사와 함께 중상모략의 역사 속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시핸은 "내 아들은 남은 나날들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가 보다는 누가 미국의 영웅이 될 것인가에 관심을 쏟는 나라를 위해 무의미하게 죽었다"고 한탄하며, "미국이여 안녕… 너는 내가 사랑했던 조국이 아니다. 국가가 스스로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얼마나 많이 희생하더라도 (내가 사랑했던) 조국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나는 깨닫게 됐다. 이제는 네게 달려 있다"면서 글을 마쳤다.
시핸은 지난 2004년 이라크에 파병됐던 아들 케이시 오스틴 시핸이 주검으로 돌아온 이후 반전 운동가로 변신해, 2005년 8월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 앞에서 농성 시위를 벌인 사건을 통해 유명해졌다.
그 이후로도 '평화를 위한 골드스타 가족회(GSFP)'를 구성해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철군 운동을 벌이는 등 미국 반전 운동의 간판으로 여겨져 왔던 만큼 시핸의 활동 중단 선언은 가뜩이나 민주당이 이라크 전쟁 비용 법안을 승인한 이후 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 진보 진영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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