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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팔 난민촌 무차별 포격…민간인 10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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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팔 난민촌 무차별 포격…민간인 10명 사망

시리아, 알카에다, 아니면 미국? 폭력 배후에 추측 무성

레바논 북부 트리폴리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21일(현지시간) 연 이틀째 유혈사태가 계속됐다. 특히 이날 레바논 군은 팔레스타인인 4만 명 가량이 거주하고 있는 나르 알 바레드 난민촌에 무차별 폭격을 가해 민간인 10명 등 희생자도 다수 발생했다.

당초 레바논 군경의 은행강도 용의자 체포 시도에서 비롯된 유혈사태로 지금까지 66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폭력의 배경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 등 서방에서는 이번 사태가 2005년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 암살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국제재판소 설립 움직임을 차단키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서방 진영에서는 하리리 암살사건의 배후에 시리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번 유혈사태도 시리아의 배후 조종에 의한 것으로 믿고 있다.

베이루트에 있는 카네기 중동센터의 소장인 폴 살렘은 "최근에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국제재판소 설립과 관련이 있으며 재판소가 설립되면 그에 반대하는 누구라도 레바논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시리아와의 연계 의혹 제기

특히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극단주의자'들이 레바논의 신생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공격에 나서 향후 미국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레바논 같은) 신생 민주국가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극단주의자들은 억제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무고한 시민들이 폭력으로 희생되는 것을 혐오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서 가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으로부터 레바논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레바논의 신생 민주체제가 외부 세력에 의해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은 애석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레바논 불안정의 배후에는 시리아가 있다고 믿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나는 이번 사태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들을 때까지 누구를 비난하지 않겠다"면서도 "그러나 시리아가 레바논 사태에 깊숙이 개입했고, 지금도 그렇다는 것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유혈사태의 시작이 다분히 레바논측의 도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시리아 배후조종설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지난해 7월 미국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공격을 강력히 사주했고, 최근에는 팔레스타인 하마스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각종 물밑 공작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요르단에서는 미국이 이집트 등 아랍의 친미국가들과 함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내 두 분파 중 독립적인 하마스 내각을 잠식하고 친미적인 압바스 수반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미 정보기관의 비밀문서가 폭로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은행강도 용의자 체포 과정이 폭력 사태로?
▲ 레바논 유혈사태가 벌어진 나르 알 바레드 난민촌ⓒ프레시안

충돌 이틀째인 이날 레바논 군은 무장세력을 소탕하기 위해 탱크 등 중화기를 동원해 트리폴리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촌 나르 알 바레드를 공격했다. 알 바레드 난민촌은 21일 27명의 레바논 병사들을 사망하게 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근거지이다.

이번 사태는 20일 레바논 군경이 은행 강도 용의자를 체포하겠다며 트리폴리에 있는 아파트를 급습하며 불거졌다. 파타 알 이슬람 요원들은 이에 저항하기 위해 난민촌 주변에 매복해 있다가 레바논 군대를 습격했다.

이와 관련해 아메드 팟팟 레바논 내무 및 체육청소년부 장관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파타 알 이슬람이 시리아의 정보기관과 연계됐다며, 레바논 군의 공격에 그처럼 빨리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리아 정부는 그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팟팟 장관은 "파타 알 이슬람이 레바논 북부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계획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레바논 정부 관리들이 민간인들을 보호하면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팔레스타인 단체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는 레바논이 민간인들에 대한 피해 없이 무장조직을 소탕하는 것은 어렵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또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대한 공격은 레바논 정부와 팔레스타인 난민촌이 지난 1960년 맺었던 협정을 거스르는 것이기도 하다. 이 협정에서 레바논 정부는 군대와 경찰을 난민촌에 들여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폭력 사태 배경 추정만 무성

레바논 정부는 파타 알 이슬람이 국제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와도 연계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팟팟 장관은 그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말했다.

300~400명의 민병대를 거느리고 있는 파타 알 이슬람이 어떤 조직인지는 현재까지도 잘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평가하는 사람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상이한 추정만 내놓고 있는 상태다. 다만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조직이 지난해 11월 친 시리아 성향을 띤 '파타 인티파다'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보도했다.

팟팟 장관은 파타 알 이슬람의 지도자 세이커 알 압시는 2002년 요르단에서 일어난 미국 외교관 살해사건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으며 시리아에 의해 레바논으로 보내져 현재 알 바레드 난민촌에서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레바논은 지난해 헤즈볼라-이스라엘 전쟁 이후 헤즈볼라가 이끄는 야권의 친 시리아 세력과,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친 서방, 반 시리아' 성향 정당들로 양분되어 극심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태가 계속되면서 난민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3만 명 이상의 난민들이 살고 있는 알 바레드 난민촌의 주민들은 현재 충돌로 인한 부상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에 처해 있다.

팔레스타인의 인권 활동가인 마무드 하나피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레바논 군의 공격으로 난민촌의 주민들이 '집단 응징'을 당하고 있다며 그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레바논 내에 있는 12개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도 저항이 있을 것임을 경고했다.

그는 파타 알 이스람은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있는 '하나의' 조직인 것 같다며 난민촌 주민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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