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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와 함께 정치세력화 하는 데에 개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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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천정배와 함께 정치세력화 하는 데에 개방적"

[인터뷰] 김근태 "커밍아웃 하고 대통합 경쟁으로 가야"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은 26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평화개혁세력의 정치세력화를 통한 진지 구축"을 강조했다. 천정배 의원의 탈당 요청에 대해선 "정치세력화와 이에 대한 의견교환에 개방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세력화를 통해 국민들 앞에 커밍아웃하고 진지를 재정비해 그 힘으로 대통합신당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김근태-천정배 '개혁연대'가 가시권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관련기사 보기 : 김근태, 이르면 5월 중순 탈당 시사)

두 사람을 연결하는 고리는 '반(反)한미 FTA'다. 정치세력화 이후 벌어질 대통합 주도권 경쟁에서 이에 대한 전면적인 의제화는 예정된 수순. 김 전 의장은 "지지율이 고공행진 하는 대선 예비후보들도 이에 대한 해답과 자기주장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한미 FTA가 국민적 의제에서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고, 국회에서 한미 FTA에 찬성하는 분들도 더 이상 논쟁을 하지 않는다"며 "대선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생뚱맞게 비쳐질 가능성이 있고 죽은 의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김 전 의장의 딜레마는 양립이 불가능해 보이는 '대통합'과 '한미 FTA 반대'를 양 손에 쥐고 있다는 것. 선택의 시기는 멀지 않았다. 최종적인 순간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원칙대로 가겠지만 오만하고 부패한 한나라당의 집권 역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심이 여전하다는 뜻이었다.

그는 "현실정치는 모순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국민들은 정치지도자들을 향해 '고민하는 햄릿'보다는 모순의 해결을 위한 '결단'을 기대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지역주의 살아나면 정치개혁 끝장"

프레시안 : 4.25 재보선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김근태 : 우리가 웃을 일은 아닌데 기분은 전환되는 것 같다. 그동안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고공행진 때문에 어깨가 무거웠고 기가 꺾여 있었다. 여전히 부패하고 더 오만해진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준엄하고 무서운 심판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다함께 힘을 합쳐 잘하라는 채찍질이었다고 생각한다.

지역주의가 되살아날 개연성이 있다. 이것이 되살아나면 정치개혁은 물 건너간다. 그런 걱정이 있다. 그동안 지역주의 극복은 핵심적인 정치개혁의 내용이었다. 정치적 지역주의는 안 된다는 게 국민적 합의다. 그런데 우리당은 물론이고 한나라당이 대안으로서의 희망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일시적인 퇴행현상이다.
▲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프레시안

프레시안 : 김홍업 씨의 당선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력 부활, 혹은 소지역주의로 가지는 않을까?

김근태 : 김 전 대통령이 갖는 무게와 의미도 있지만 호남지역에서 민주당이 갖는 호소력, 소구력도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이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이 출마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버지 때문에 수난과 고난을 겪은 것을 잘 알지만 대를 이어 정치 하는 게 정당한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또 다른 지역주의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다.

프레시안 : 충청도에서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당선된 것도 정치적 지역주의의 강화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김근태 : 지역주의적인 측면도 일부 있으나 한나라당의 오만함에 대해 심판하는 측면이 컸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의 오만함과 부패가 핵심 정체라는 것이 드러났고, 그 뒤에는 망령된 지역주의가 꿈틀대고 있음도 드러났다. 그에 대응하는 의미의 폭넓은 대연합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국민중심당이 충청도에서 지역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것은 비판한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으로 지역주의에는 지역주의, 부패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평화개혁세력이 선택할 바가 아니다.

프레시안 :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국중당의 지역 기득권 강화가 대통합엔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텐데….

김근태 :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자신들의 발언권을 어떻게 높일까를 소구하는 것은 정치세력이 갖는 자연스러운 경향이라고 본다. 이를 통해 각축하면서 국민에게 메시지를 보내고자 하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보다 과장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의 방향으로 가되 진보개혁세력이 주도하는 대통합신당이 되어야 한다. 신당은 충분조건이되 필요조건은 아니다. 어느 세력이 주도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비전제시의 노력이 꼭 필요하다.

"그냥 중도로 이동하는 건 자기부정"

프레시안 : 이번 재보선에선 우리당도 참패했다. 당이 유지돼야 할 이유가 있나?

김근태 : 평화개혁 세력의 대통합신당의 창당을 위해 노력을 다한 시점이 올 수도 있고, 노력은 미흡했지만 시간상 '이 시점 이후로 미뤄둘 수는 없다'고 생각할 시점이 있다. 아마 6월 중순을 넘기긴 어려울 것이다. 그냥 당을 해체한다는 것은 기득권 포기의 의미는 있으나 대책 없는 해체 선언이 리더십의 도리는 아닐 것이다.

프레시안 : 정세균 의장이 제시한 통합 시한인 6월 중순까지는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인가?

김근태 : 기간을 규정할 필요는 없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민평련 소속 의원들과 민생정치모임, 외부 시민운동세력이 모인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나?

김근태 :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우리 사회의 중도보수화는 좀 과장됐다. 정체성을 잃어 가고 있다. 진보개혁세력을 지지하는 국민과 더불어 다시 진지를 재정비 하고 그 힘에 근거해서 중도세력을 끌어들여야지, 그냥 중도로 이동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부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민평련과 민생정치모임의 만남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내가 만남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뜻을 교환하고 공감하고 있다.

프레시안 : 진지를 재정비한다는 것은 신당 창당까지 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나?

김근태 : 정치세력화의 수준이어야 할 것이다. 정치세력화를 통해 국민들 앞에 커밍아웃하고 진지를 재정비해 그 힘으로 대통합신당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으로 가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 천정배 의원이 계속 탈당을 요구하고 있는데….

김근태 : 적당히 함께 하자는 것은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이 아니다. 사학법 재개정이나 3불 정책 등 현안에 대해 명백한 자기 견해를 밝히고 뜻을 함께 하는 의견 그룹이 만나서 국민에게 의견을 제시하고 논쟁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천 의원 제안에 개방적이다.

프레시안 : 탈당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한 것으로 이해해도 되나?

김근태 : 정치세력화와 이에 대한 의견 교환에 개방적이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정치세력화와 신당창당의 개념적 차이를 분명히 해 달라.

김근태 : 커밍아웃을 함으로써 뜻을 함께할 사람들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정-손 연대', 폐쇄적이고 옹색해"

프레시안 : 구상하고 있는 통합의 정상적 경로는?

김근태 : 서로 계산법이 다를 수는 있지만 대선후보 연석회의가 추진되는 방향을 바라고 있다. 누가 이를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고 있지만 그런 기대와 열망이 강력한 것은 틀림없다.

프레시안 : 연석회의에 참여할 만한 다른 후보를 만나 의견타진을 해봤나?

김근태 : 대선후보로 뛰려는 사람이 머리를 직접 깎는 게 어렵다. 그래서 제3의 위치한 분들이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프레시안 : 연석회의에 친노계 예비후보도 참여할 수 있나?

김근태 :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이루는 데 헌신하겠다고 한다면 배제해서는 안 된다.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정-정-손 연대'라는 말을 만들어내며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정동영 전 의장 간의 연대의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는 목소리가 있다.

김근태 : 지지율에서 한 걸음 두 걸음 차이에 불과하다. 의미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주장은 폐쇄적이고 옹색해서 오그라들 가능성이 높고 일이 성사도 안 될 것이라고 본다. 자신들의 비전과 정책 노선을 제시하고 이를 가지고 경쟁해야 한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27일 발족한다. 영남권 개혁신당의 모태가 꾸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김근태 : 한미 FTA 타결로 탄생한 삼각동맹으로 인해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올라간 측면이 있다. 지지도 상승 자체는 안정적 국정운영의 힘이 되는 것이고 좋다. 그러나 그걸 계기로 이른바 새로운 지역주의에 기초한 정당이 추진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럴 개연성도 없다. 역주행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프레시안 : 우리당 지도부의 사학법 협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근태 : 개방형 이사제를 더 이상 후퇴하는 것은 정체성과 사회적 투명성에도 일치하지 않는다. 당 지도부도 남아 있는 현안 법을 통과시키려 노력하는 것은 일리가 있으나 사학법을 국민연금법이나 로스쿨법과 연계하는 것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국민연금법의 경우 정부와 한나라당이 타협하고 이를 열린우리당이 추인하는 방식이었다. 열린우리당이 상처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을 제치고 한나라당과 정부가 거래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反한나라당-反한미FTA 사이에서

프레시안 : 누구나 대선의 핵심이슈로 평화와 경제를 말한다. 경제 쪽에선 한미 FTA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것 같다.

김근태 : 국민이 바라는 것은 일자리 확대와 양극화 극복이다. 그 결과로 중산층과 서민의 주머니에 돈 좀 불려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미 FTA는 경제 시스템을 미국식 경제시스템으로 하자는 요구다. 양극화는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는 경제가 성장하니까 괜찮다는 동문서답을 한다. 고공 행진하는 예비후보들도 이것에 대한 해답과 자기주장이 없다.

그냥 경제라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일자리는 어떻게 제공할 거냐, 일이 없으면 소득이 없고 사회 참여가 배제되기에 일종의 처벌이다. 이를 어떻게 뒷받침 할 건지 논쟁을 벌여야 한다. 막연한 논쟁은 안 된다.

한국 국민은 평등지향적인 성향이 많아 양극화 시스템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 갈등을 주체하지 못하고 많은 대가를 지불할 가능성이 있다. 이대로의 한미 FTA에 반대한다.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한국이 어떻게 성장할 것이냐의 문제에서 미국 경제 시스템으로 가서는 실패한다.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의 시스템으로 사회적 갈등을 시스템적으로 관리해야 경제가 발전하고 양극화가 극복되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정부는 2003년부터 한미 FTA를 준비했다고 한다. 준비 초기에 내각에 있었고, 또한 당에 복귀한 뒤에 무엇을 하다가 지금 반대하느냐는 비판이 있다.

김근태 : 2005년 연말까지 내각에 있었는데 그때까지 추진하지 않았다. 정부에 있는 사람도 몰랐고 국민도 몰랐다. 당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연구를 했을 뿐 공식 의제가 된 적은 없다. 당에 돌아와선 통상절차법을 끌어내서 토론하고자 했는데 우리당 내에는 선험적으로 한미 FTA 찬성자가 많았다. 국회가 시스템으로 확인 받고 토론이나 보고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은 한미 FTA 특위가 고작이지 그 외의 방법은 없었다. 한미 FTA 맺는 게 좋다고 선험적으로 찬성하는 이들을 극복할 수 없었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당 의장 재직 때 한미 FTA에 이의를 제기하는 의원들에 대해 공개경고 조치를 취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김근태 : 일부 의원들이 국회와 정부의 권한 쟁송을 제기했다. 그것은 당 지도부의 보고와 결정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의원들이 한미 FTA 자체에 이의를 제기해서가 아니라 그걸 계기로 국회와 정부 간 권한 쟁송을 헌법 재판소에 넣은 것을 경고한 것이다.

프레시안 : 한미 FTA 문제가 연말 대선에서 국민들의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을까?

김근태 : 그래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한미 FTA가 국민적 의제에서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고 국회에서 찬성하는 분들도 더 이상 논쟁을 하지 않는다. 앞으로 대선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생뚱맞게 비쳐질 가능성이 있고 죽은 의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미 FTA에 대비할 동력은 사라지고 어느새 기정사실화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노심초사 하고 있다.

프레시안 : 한미 FTA가 그만큼 중요한 과제라면, 이에 대한 입장을 달리하는 대선후보, 내지는 세력과의 대통합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

김근태 : 현실정치는 모순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다. 한미 FTA는 어떻게 우리 이익을 지키면서 대한민국 국민 경제가 발전하도록 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에 대해 양보하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여전히 부패해 있고 오만하고 냉전적이기 때문에 반한나라당 연합은 지금도 필요하다. 그 주도권을 어느 세력이 잡을 것인가도 양보하지 않을 생각이다.

프레시안 :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선택의 시기가 온다면?

김근태 : 원칙대로 가는 거다. 그러나 오만하고 부패한 한나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것 역시 같이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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