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찰 "조승희 비디오 방영 도움 안 돼…NBC에 유감"

유가족들도 반발, 방송 출연 취소

버지니아 공대 총기 사건을 수사 중인 미국 수사당국은 19일 NBC 방송이 공개한 조승희씨 동영상들이 범행 동기를 밝혀 줄 단서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주 스티브 플래허터 경찰청장은 이날 짤막한 성명서를 내고 "조승희가 NBC 방송으로 보낸 소포물을 조사한 결과 조금 가치는 있으나 범행 전모를 밝혀줄 결정적 단서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육성 비디오와 선언문이 수사에 도움을 줄 단서를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약간의 가치만 있을 뿐, 증요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이에 따라 조승희가 보내온 자류에 대한 조사를 마칠 계획이다.

경찰 "우리같은 이들이나 봐야 할 이미지"

플레허티 경찰청장은 특히 "NBC 방송이 조승희의 육성 비디오를 그대로 방영한 데 대해 실망했으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 역겨운 이미지들을 봤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승희의 육성 비디오를 방송함으로써 희생자와 유가족, 버지니아공대에게 상처를 심화시켰다"면서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런 사진들은 나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나 볼 것"이라며 "그런 사진을 보는 데에 익숙치 않은 이들이 그것을 봐야만 했다는 것은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NBC는 당초 조승희로부터 발송된 우편물을 발견한 즉시 당국의 수사를 돕기 위해 이를 신고했다며 유족들 관련 정보의 예민성 등을 숙고해 입수된 정보의 구체적인 내용은 방송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NBC는 그같은 결정은 몇시간 안에 번복하고 비디오와 사진을 전격 공개해 희생자 유가족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방송의 '투데이 쇼'에 출연키로 했던 희생자 유가족들은 방송사에 강한 불쾌감을 표출하며 출연 약속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NBC "고심 끝 결정한 것"

희생자 유가족들과 버지니아 공대 재학생, 시청자들은 "유가족과 친지들의 감정을 고려치 않은 경솔한 처사"라고 일제히 비난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스티브 케이퍼스 NBC 뉴스 사장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조승희가 보낸 자료들은 범인의 내면을 엿볼 수 있게 했다"고 자신들의 결정을 옹호했다.

'투데이 쇼' 진행자 메트 로어는 "NBC 뉴스 내부에서도 많은 이견이 있었지만 범행 동기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려는 차원에서 고심끝에 방송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NBC는 또 <워싱턴포스트>에 "사안의 예민성과 시청자의 알권리 등 보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나름대로 고심했다"면서 방영된 내용은 "최대한 여과된 것"이라고 말해 조 씨가 보낸 비디오등 내용물이 상당 부분 미공개 상태임을 시사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현재 <CNN>과 <폭스> 등 미국 방송에는 조승희의 사진과 동영상을 화면에서 거의 사라진 상태다.

<ABC> 뉴스의 수석 부사장인 제프리 슈나이더는 "우리는 이미 한번 봤다. 그러나 그걸 되풀이해 보여주는 것은 포르노그라피를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