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 정상회의에서는 2002년 제시된 '아랍 평화안'을 다시 추진키로 의견을 모으고 이스라엘의 수용을 촉구했다. 압둘라 사우디 국왕은 "이라크 전쟁은 외국(미국)의 불법적인 점령"이라고도 말해 드디어 미국과 거리두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게 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당대 최고의 정치학자로 꼽히는 사타르 카셈 알 나자대학 교수는 <프레시안>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사우디의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이스라엘-사우디의 3각 협조체제에서 나온 기만전술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사타르 교수는 이집트, 사우디, 요르단 등 친미적인 아랍 정권이 정권 유지를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이용돼왔던 전례를 들어, 민심이 등 돌린 자신들의 정권을 안정화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 중동전략 혼란상을 극복하기 위해 협력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그는 최근 압둘라 국왕의 '돌출 행동'은 사우디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용인 때문이라며 두 나라는 압둘라를 '아랍의 체 게바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조롱했다. <편집자>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과 대항하기 위해 아랍인들을 동원하고, 시아파와 대항하기 위해 수니파를 동원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미국은 소말리아에서부터 아프가니스탄에 이르는 이 지역에서 엄청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스라엘의 올메르트 정권은 지난해 레바논과의 전쟁 패배 이후 (정권 유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신들의 힘이 떨어졌다면 적의 약점이 도움이 될 것이다.
무슬림들이 저항하면서 아랍의 일부 집단들이 깨어나고 있고 이란 같은 국가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실질적인 도전세력이 되고 있다. 따라서 뭔가를 해야 한다. 대부분의 아랍 정권들에게 헤즈볼라와 이라크 저항세력, 이란 같은 세력들이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비록 그들이 자기들을 위협하고 있지 않지만 말이다.
대부분의 아랍 정권들은 아랍권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자기 정권의 안전을 중시하고 있다. 그것은 그 정권들이 이스라엘과 공식·비공식으로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이유다. 이스라엘은 아랍인들을 위협하고 있지만 그런 정권들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그것은 그 정권들이 논리적으로 혹은 실질적으로 이스라엘의 동맹국인 이유다. 그 아랍 정권들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쟁 때 이스라엘의 편을 들었다. 아랍의 군대들이 이스라엘과 군대와 같은 편에 선다고 해도 놀라워 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아랍 정권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훌륭한 도구로 쓰이며 두 나라의 대(對) 중동 정책에 늘 이용되어 왔다. 그 정권들은 1980년대 초 이란과의 전쟁에서 돈을 댔고, 미국이 쿠웨이트에서 이라크를 축출하는 데에도 미국과 한 편이 됐으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재정 포위 정책에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중요한 협력자였다.
(그러나) 중동의 현 정세는 과거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이라크의 저항은 끊이질 않고 있고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헤즈볼라는 빈틈없이 무장하고 있고 잘 조직되어 있다. 이란은 (핵개발에 있어) 핵심적인 기술을 획득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이스라엘에 협조해 온) 아랍 정권들은 정국의 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은 지역 패권국(이란)이 미국의 지배에 도전할 찰나에 왔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그 오만불손함에 대해 재평가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따라서 아랍 정권들과 미국, 이스라엘 등 위기에 빠진 3대 세력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아랍 정권들을 강화해 아랍에 대한 시선을 이스라엘이 아닌 이란으로 돌릴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현실가능한 방법이다. 그를 위해서는 아랍 대중들을 동원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세워야 한다. 최적의 후보는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이다.
그를 위해 미국은 그 전근대적이고 무능한 사우디의 국왕체제를 변혁(revolutionize)하려고 노력해 오고 있다. 미국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그 길을 열어오고 있다.
첫째,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내부 상황이 진정되는 것을 용인하게 했다. 압둘라 국왕은 지난 2월 파타와 하마스가 맺은 '메카협정'을 주선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압둘라가 자신들에 도전하는 영웅이라는 이미지를 씌우기 위해 그 협정에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둘째, (지난달 29일) 리야드에서 아랍정상회의를 열어 분위기를 주도하도록 하고,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환을 주장하지 않는 선에서 (2002년 제시됐던) '아랍 평화안'을 발표하게 하며, 난민들이 아랍 국가들에 정착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 같이, 있지도 않은 이슈들에서 그 제안을 수정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셋째, 압둘라 국왕에게 아랍의 단결을 주장한다거나,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판하게 한다거나, 이라크의 미군 주둔을 점령이라고 말하는 등의 수사적인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그런 표현들은 아랍의 일반인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압둘라 국왕을 아랍의 체 게바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번역=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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