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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를 체포하라"…남미의 과거사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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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를 체포하라"…남미의 과거사 정리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37> 우루과이 대법원 결정 주목돼

지난 1970년대 남미 전역을 휩쓴 군사반란이 냉전시절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미 국무부의 '간접침략'이라는 설이 현지학계와 언론, 법조계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사법적인 재판을 통해 밝혀보자는 고발장이 공식적으로 접수되어 파문이 일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우루과이 방문(3월 9일)을 저지하자는 움직임이 좌파 정치권과 노동자, 대학생 대표들간에 활발하게 일고 있는 가운데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부 장관을 체포해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고발장이 우루과이 대법원에 접수된 것이다.

지난 70년대 군정 피해자 가족들의 변호를 맡고 있는 우루과이의 구스따보 사졔 변호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키신저 전 장관의 체포와 신병인도를 요구하는 고발장을 우루과이 대법원에 접수하고 "남미 전체(칠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볼리비아, 파라과이, 브라질)의 군사정권이 주도한 '콘도르작전'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인물이 키신저라는 증거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 '키신저를 고발할 근거 자료 충분합니다.' 구스따보 사졔 변호사. ⓒ우루과이 <라디오36>제공

사졔 변호사는 키신저를 법정에 세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군정기간 동안 칠레에서는 3000~7000여 명, 아르헨티나에선 3만 명 이상, 우루과이에서도 200명 이상이 사망·실종된 것에 대해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사졔 변호사는 이어 "이 기간 동안 수백만 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고문으로 고통을 받았고 억울한 감옥살이를 했다"며 "이 모든 반인륜적인 작전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게 미 국무부였다는 증거가 명백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남미 전역에서 자행된 반인륜적인 인권유린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을 키신저에게 묻겠다는 얘기다.

사졔 변호사는 또 "미국 정부는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남미의 좌파정권들을 직접적인 군사개입 없이 제거하기 위해 키신저 주도로 콘도르작전을 계획하고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루과이 대법원은 지난 70년대 군정 당시 저질러진 인권유린 가해자들에 대한 재판을 진행 중이다. 사졔 변호사는 이 재판의 최종 판결을 위해서라도 키신저의 소환은 필수적이라고 우루과이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

현지언론들은 만일 우루과이 대법원이 키신저 전장관의 국제 체포령과 신병인도를 결정한다면 그 성사 여부를 떠나 미국과 우루과이 정부에 미치는 파장이 '핵폭탄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와 더불어 남미에서 잃어버린 영향력 회복을 노리는 미국의 노력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논평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르헨티나의 정치평론가들은 "이사벨 페론의 국제 체포령과 소환장이 발부된 건 아르헨 지방의 한 인권변호사의 고발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우루과이 대법원에 판례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미 국무 장관이었던 키신저의 체포령이 전혀 가능성이 없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주재하고 있는 중남미와 유럽의 언론사 특파원들도 사졔 변호사의 고발 사실을 긴급 타전하면서 이에 대한 우루과이 대법원의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나아가 현재 군정 과거사 청산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사법부와 칠레 법원이 미국 개입설에 어떤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지도 현지 내외신기자들의 초특급 관심사다. 만일 우루과이 대법원이 키신저 체포를 결정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아르헨티나와 칠레 사법부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관련기사 바로가기)

우루과이 반미 단체들 "체 게바라의 넋을 기리자"

한편 우루과이 좌파 성향의 정치인들과 노동자, 대학생 대표들은 사졔 변호사의 키신저 고발 사실을 반기며 "미국은 역사적으로 파나마, 쿠바, 과테말라,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 콜롬비아, 온두라스, 니카라과, 아이티 등을 침공했고 칠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페루, 볼리비아, 브라질 등에는 콘도르작전을 통해 직접적인 군사 개입 없이 간접 침략을 했다"고 거들고 있다.

이들 우루과이 반미단체들은 "남미 민중들이 부시 미 대통령을 얼마나 싫어하고 있는지를 이 참에 확실하게 보여주자"며 지난 1961년 미주기구(OEA)회의장이었던 뿐따 델 에스떼에서부터 오는 3월 9일 미국과 우루과이의 정상회담장인 몬테비데오까지 대규모 반미와 반제국주의 도보시위를 벌일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 1961년 우루과이의 뿐따 델 에스떼 미주기구 회의에서는 체 게바라가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인 간섭을 경고하고 "중남미는 중남미끼리 모든 문제를 해결하도록 내버려두라"고 외쳤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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