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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만 있으면 북핵 폐기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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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만 있으면 북핵 폐기도 가능하다"

한반도 브리핑 <40> 2.13합의에 냉소를 보내는 당신에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이다. 첫걸음 치고는 보폭이 넓다. 2005년 9.19공동성명이 출구를 확인했다면, 5차 3단계 회담으로 입구에 들어섰고, 초기이행조치를 합의했다. 말이 아니라 이제는 행동이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당장 국내적으로 혹은 국제적으로 제기되는 일부의 '냉소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결국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 혹은 '잘되나 보자'와 같은 비관적 방관주의가 존재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제3자적인 전망이 아니라 당사자로서의 방법론이다. 행동 대 행동이란 무엇인가? 북한의 핵폐기는 미국을 비롯한 5개국의 상응조치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남겨진 산들을 어떻게 넘어야 하는가?
▲ 다시 맞잡은 손, 이번만은 놓지 말자. 6자회담 참가국의 수석대표들이 13일 베이징의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폐막식에 앞서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제네바합의와 어떻게 다른가?

제네바합의와 이번 합의는 다르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미국의 자세다. 제네바합의는 장기간의 이행 기간을 설정했다. 경수로 건설기간을 10년으로 잡으면서 미국측 협상가들은 '그 이전에 북한 정권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북한은 핵실험을 했다. 이란 핵문제를 시작으로 중동에서의 핵확산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는 결국 세계적인 차원에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절박감을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느끼고 있다. 정권교체론에서 북핵문제 해결론으로 초점이 변화되면서 대북정책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양자접촉을 시작했고 보상조치에 합의했다. 도덕적 접근을 버리고, 현실적 접근으로 돌아왔다.

지난 '6년간의 잃어버린 시간'은 중간선거를 통해 비판 받았다. 부시 행정부가 임기 내에 북핵문제 말고, 외교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 없다. 수렁에 빠진 이라크와 이란 핵문제의 복잡성을 생각할 때, 상대적으로 쉬운 북핵문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월리엄 페리 대북정책 조정관은 1999년 북한을 방문한 후 "지금까지 미국은 상상 속의 북한을 상대했지만, 앞으로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 그래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협상을 시작한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가 대북접근의 현실을 깨달았을 때 임기는 1년도 안 남아 있었다. 그러나 아직 부시 행정부의 임기는 2년이나 남았다. 늦지 않았다.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에서도 제네바합의와 분명 다르다. 제네바합의의 주요 내용은 경수로가 건설될 때까지 영변 핵시설을 동결하는 것이었다.

60일 내에 이루어지는 '폐쇄'라고 부르는 조치는 내용적으로 동결의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번 합의의 핵심은 폐쇄가 아니라 불능화 조치에 있다.

'폐쇄'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겨우 5만 톤의 중유다. 중유 100만 톤에 상당하는 실질적 지원을 얻기 위해서는 핵시설 불능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불능화는 핵시설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만드는 조치다. 제네바 합의처럼 봉인을 뜯어내고, 시설을 재가동할 수 없다. 불능화 조치를 취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60일이라는 기간은 가동을 중단하고, 연료봉을 분리해서 폐쇄하고, 봉인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준비에 들어가는 기술적 시간이다. 북한은 불능화를 하기 위해 필요한 '폐쇄'조치를 미룰 이유가 없고, 불능화 조치를 지연시킬 이유도 없다.

북한이 폐쇄에 5만 톤, 불능화 조치에 100만톤 을 합의한 데에는 이미 불능화 조치를 하겠다는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60일 이후 불능화를 빨리 하면, 그만큼 경제적 실리도 빨리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추가적인 플루토늄 생산능력을 폐기하는 불능화 조치까지는 내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핵 폐기,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의 포기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해결되게 되어 있다. 남은 문제는 핵무기의 폐기다. 많은 냉소주의자들은 '핵무기 폐기는 어디로 갔나?'고 묻고 있다. 당연히 초기이행조치에는 없다. 9.19공동성명 1항에 있고, 앞으로 만들어질 (북핵 폐기를 위한) 한반도 비핵화 실무그룹에서 구체적인 방법론을 논의할 것이다.

핵무기의 폐기과정은 북미 관계정상화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이 관계정상화의 과정을 얼마나 압축적으로 진행하는가, 혹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진행하는가에 달려 있다. 북한이 '협상은 산수가 아니라 정치다'라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핵이라는 억지력이 필요 없는 상황을 얼마만큼 조속하게 이룰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북미 관계정상화를 위한 실무그룹의 운영이 중요하다. 이미 이번 합의문에 적시되어 있지만, 60일 이내에 테러지원국 해제와 적성국교역법 종료를 위한 논의가 시작된다.

적성국교역법이 종료되면, 북미관계는 더 이상 적대관계가 아니다. 정치적 의미가 있다. 동시에 미국이 동결하고 있는 북한 자산을 동결해제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실질적 효과도 있다는 뜻이다.

테러지원국 해제는 또 어떤가. 개성공단 생산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북한이 정상교역국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특혜관세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과정에서 미국이 자동반대를 하는 이유도 역시 북한이 테러지원국이기 때문이다. 물론 테러지원국이 해제된다고 해서 경제제재가 해제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정상교역국이 되고 일반특혜관세를 부여받으려면, 혹은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려면, 북한도 경제통계를 개방하고 국제수준에 걸 맞는 경제제도를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조치들이 실질적으로 검토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테러지원국이 해제되어야 한다. 테러지원국 해제와 적성국교역법의 종료는 미국의 대북경제제재 해제의 중요한 출발점이고, 관계정상화를 가속화시키는 계기를 부여할 것이다.
▲ 13일 베이징의 댜오위타이에서 6자회담 폐막식 후에 열린 탕자쉬엔 중국 국무위원 접견에서 천영우 우리 측 수석대표와 김계관 북한 측 수석대표가 활짝 웃으며 악수를 하자 김하중 주중대사가 좀 더 가까이 서라며 북측 김 대표를 살짝 밀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이러한 논의가 60일 이내에 시작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미국의 의지뿐만 아니라 북한의 전향적 자세도 필요하다.

이제 5개의 실무그룹이 가동되어 이행합의서 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4자회담도 시작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미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검토할 수 있다고 작년 11월에 말한 바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해야 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가장 확실한 체제보장의 방법이다.

북한은 목표개념으로서의 평화협정보다는 한반도의 실질적인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을 우선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한미 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할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과도한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는 없지만, 이제는 초기이행조치를 넘어서는 단계에서의 필요한 상응조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미래 비전을 보다 구체적으로 북한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그만큼 핵 폐기의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북한의 핵폐기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돌아 봐야 한다. 뜻이 있으면 분명히 길이 있다.

때가 왔다. 쇠는 달구어졌을 때 쳐라

핵문제는 1993년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했을 때를 기점으로 잡아도 벌써 15년이다. 지난 세월 많은 합의가 있었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았다. '시지푸스의 신화'처럼 합의와 파행, 위기와 합의를 반복해 왔다. 이제 실패한 역사를 되풀이하기에는 여유가 없다. 어쩌면 이번이 협상을 통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부시 행정부가 임기 내에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고, 중국이나 한국의 입장에서도 북한의 핵실험 당시 상상했던 '우울한 미래의 파국'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일본은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는 실무그룹의 활동을 비롯해서 동북아 정세가 빠른 속도로 변화해 갈 것이다. 일본이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그룹에서 '해결 불가능한 납치문제의 해결'을 주장한다면, 동북아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 6자회담장에서 외면당한 일본 자신에게도 바람직하지 않고, 6자회담의 미래와 관련해서도 부정적이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해결 가능한 수준에서 납치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초기이행조치와 핵무기 폐기 과정까지를 최대한 압축해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얼음판 위의 팽이처럼, 속도가 떨어지면, 불안정해진다. 불신과 의혹이 끼어들 틈을 주어서는 안 된다. 최소한 핵 폐기의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를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달성해야 할 것이다. 때가 왔다. 쇠는 달구어졌을 때 치는 것이고, 햇볕이 났을 때 풀을 말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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