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앞으로 다가온 6자회담에서 북핵 폐기를 위한 소위 '초기이행조치'의 일부가 합의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미국 등 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의 핵폐기 조치에 따른 보상책으로 중유 제공 등을 거론하며 북한의 행동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로버트 칼린 전 미 국무부 동북아 분석담당관(미 스탠포드대 재직)과 존 루이스 미 스탠포드대 교수는 지난 2일 미국 노틸러스연구소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에 '당근'을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들은 미국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대북 지렛대는 북한과의 공존과 체제 인정 등이라며 북한은 이를 통해 미국이 중국, 일본 등과 벌이고 있는 세력균형 게임에서 미국에 유용한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진정 원하는 것을 들어줌으로써 동북아에서 미국이 지키고자 하는 이익에 북한을 활용하라는 훈수다. 다음은 이 글의 전문이다. <편집자>
북한이 진정 원하는 것
북한과의 거래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틀렸다. 그렇다고 북한과의 거래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진실에 더 가깝지도 않다. 두 시각 모두에는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않았다는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
북한의 단기적이고 전술적인 목표와, 그보다 포괄적인 전략적 목표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완벽하고 돌이킬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북한이 혹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들의 목록을 작성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당근' 목록(에너지, 식량, 제재 해제)에는 북한 스스로가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들어 있지 않다. 물론 '당근'은 협상을 시작하고 계속되게 하는 것, 그리고 정치적인 외압이 있어도 최종 합의를 지키게 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원하는 최종 목표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
세부 협상에서 집요하고, 최초 요구치를 높게 잡는 북한의 협상 방식은 북한에 대한 인식의 오류를 가져왔다. 북한을 두고 "가장 가난한 나라" "가장 고립적인 나라" "구걸로 사는 나라"라는 서구 언론인들의 상투적인 성격 규정에 사로잡히는 경향도 있다. 그런 말이 맞건 틀리건 북한의 전략적 계산을 따져보는 데에는 장애가 되는 요소들이다.
북한이 보다 더 큰 이익을 바라볼 줄 모른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많은 이들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여기는 정치적인 절차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며, 외교관계 수립을 논의는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런 절차들은 경제적인 '당근'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다음에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불분명하고 불완전한 시각만을 갖게 한다.
그렇다면 북한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1991년 이후 꾸준히 바랐던, 미국과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계의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은 이데올로기나 정치철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북한이 역사와 지정학적 현실을 토대로 냉철하고 신중하게 고민한 결과다. 북한 사람들은 주변국들이 이미 확보했거나 머잖아 확보할, 작고 약한 자기 나라에 대한 강한 영향력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선전선동 문구 말고는 북한에 대해 제대로 읽어보거나 들어보지 않은 미국인들이 이런 속내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북한의 선전선동은 미국의 한반도 주둔이 계속되는 게 아니라 축소돼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사실은 주한미군의 철수는 북한이 바라는 맨 나중의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자존심과, 나약하게 보일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한반도에 미국이 있어야 한다고 요청하는 것은 북한 사람들이 가장 하기 힘든 말 중 하나다.
미국에 북한을 움직일 지렛대가 있다면 그것은 석유나 식량을 제공하고 불가침조약을 맺는 따위의 것들이 아니다. 진정한 지렛대는 미국이 북한과 공존하고, 북한의 체제와 지도부를 받아들이며, 동북아의 미래에 관한 미국의 비전에서 북한을 고려하겠다는 것을 북한에 확신시키는 능력에 있다. 간단히 말해 북한은 미국이 중국 및 일본과 벌이고 있는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세력균형 게임에서 자신들이 유용한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중국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고 사적인 자리에서는 그걸 인정한다.
북한에게 근본적인 문제는 머잖아 재개될 6자회담이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략적 경쟁의 축소판이라는 것이다. 북한에 전략적으로 적대국인 중국과 일본, 러시아 3개국이 북한의 행동에 판결을 내리고 압력을 가하며, (북한 입장에서 보기에) 영구적으로 약소국이 될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 그것이다.
비핵화라는 게 성취될 수 있다면, 북한이 자신의 전략적인 문제가 해결됐다고 여겼을 때,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가 좋아졌을 때에나 가능한 것이다. 북한 정권에 있어 그것은 2005년 6자회담에서 나온 9.19공동성명의 핵심이고, 관련된 문구는 "북한과 미국은 서로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쌍무적인 정책들에 따라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그토록 끈질기게 원했던 이유다. 북한은 미국과의 우연한 만남이나 여기저기서 하는 단순한 회의가 아니라, 여러 아이디어들이 검토되고 끝내는 해법이 도출되는 진지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갈망하고 있다.
(번역=황준호 기자)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