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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허리부실', 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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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허리부실', 그 결과는?

[기자의 눈]중도통합 나선 재선의원들에 대한 우려

임종석, 김부겸, 송영길, 정장선 의원 등 열린우리당 재선 그룹이 민주당, 국민중심당 일부 의원들과 함께 가칭 '중도개혁세력 대통합 준비위원회'를 조만간 구성하기로 했다. 각자의 당적을 유지한 상태로 통합신당의 모태를 꾸리겠다는 것.
  
  향후 프로그램도 제시했다. 4월에 치러질 재보궐 선거를 디딤돌로 통합신당 추진의 연대전선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장선 의원은 이와 관련해 한 라디오 방송에서 "4월 재보궐 선거가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한나라당을 이길 방법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서 제정파가 연합해 하나의 가능성, 희망의 실타래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전에서는 국민중심당, 전남 무안·신안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내는 식이다.
  
  나름대로 세밀해 보이는 면이 있어서 지금까지 나온 통합신당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구체화된 것이라는 호의적인 평가도 있다. 무턱대고 당을 깨고 보자는 의원들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얘기다.
  
  하지만 재보선 전략부터 무언가 구식 정치 같은 냄새를 지울 수 없다. 열린우리당-민주당-국민중심당 사이의 '반(反)한나라당 연합전선'을 꾸려 한나라당 독주를 제어할 터닝 포인트를 마련하자는 취지는 그럴싸해 보이나, 이는 '서부벨트' 장악이라는 동서대결 구도에 그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종석, 김부겸, 송영길 의원 등은 17대 총선을 코앞에 둔 지난 2004년 4월 "망국적 지역주의를 막아달라"며 국회 앞에서 단식을 벌였던 당사자들이라 최근의 모습이 더욱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한 재선의원은 이들의 행보를 두고 "4월 재보선에서의 승리가 그렇게 중요한지도 의문일 뿐더러 눈앞의 이익을 살피기보다 좀 더 멀리 내다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열정과 패기는 어디 갔나?
  
  또한 상대적으로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보여 온 이들의 현 시점에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과 국민중심당 이인제 의원의 주장이 맞닿는다는 것 자체가 이들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이 의원은 2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양대 산맥의 정치지형'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한나라당에 대응하는 큰 정당을 건설하는 일이 시대의 요구"라며 "중도개혁과 국민 통합을 내세우는 새로운 정당이 창당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이 의원에게까지 '멤버십'을 부여해 줄지는 불투명하지만, 이들과 밑그림을 함께 그리는 민주당 쪽에선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이 의원과의 최근 접촉 사실을 전하며 "새롭게 출범할 범여권 중도신당에 이인제 의원이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 당 내에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로부터 모임 참여를 권유 받고 있는 우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바로 이 정체성 문제와 관련해 "탈당을 일단 유보하고 신당의 컨텐츠와 정체성을 논의한다고 하니 그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기자의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들이 내세운 '중도세력 대통합론'이 성향상 한나라당에 훨씬 가까운 국민중심당 의원들까지 연대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대목에 생각이 미치면 아무래도 미덥지 못한 게 사실이다. 대단히 범위가 넓은 '중도론'의 간판 뒤에 자신들의 모호한 정체성을 숨기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이번 대선과 내년 총선을 지나면 그동안 우리당의 '허리' 역할을 해 왔던 이들은 신당의 리더그룹으로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허리 역할에서 견실함을 보여주는 데 실패한 이들이 한 정치세력의 리더가 된다는 것, 그건 이들 개개인의 정치적 성패 여부를 떠나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아직까지는 허리 세대인 이들에게서 다분히 구태스러운 셈법보다는 미래정치에 대한 열정적이고 패기 넘치는 논쟁을 보고 싶은 것이 필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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