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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남북정상회담으로 나락 지킬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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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남북정상회담으로 나락 지킬수 있을까

[기자의 눈] 실현 가능성 '제로' 가까운데 소리만 요란

대통령 선거를 11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실체와 가능성이 불분명한 남북정상회담이 점차 정쟁의 나락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필요하다면 특사교환을 검토"하겠다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8일 발언에서 촉발됐다가 다시 잦아들던 불씨는 13일 한국일보 보도를 통해 다시 살아났다. 이 신문은 "(북핵)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고위급 특사 파견 등 남북 최고 당국자 수준의 접촉을 추진할 것"이라는 내용의 통일부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나라당은 이 보도 이후 연일 공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15일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임기를 1년 남겨둔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구걸용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오 최고위원도 "재집권 음모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언론들도 정상회담 때리기 여론몰이를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이 정권이 남북정상회담에 안달복달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언론들도 통일부 보고서를 남북정상회담 추진의 근거로 규정하고 사설과 기사를 통해 경계감을 드러냈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한나라당과 보수세력들이 남북정상회담에 왜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극적으로 저지하려는지를 '잘' 정리했다.
  
  김 고문은 이날 칼럼에서 현 정권이 정상회담에 "목을 매"는 이유에 대해 "남북화해무드를 대선에 크게 반영함으로써 좌파의 실기를 만회하고 한반도의 안정과 통일을 크게 선전함으로써 선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북한의 입장에 대해서도 "우파정권을 막아야 할 절박한 처지"라며 "새 정권이 우파 쪽으로 가는 상황이 되자 이제는 남한의 좌파를 구원할 필요가 생겼다. 북은 이것을 위한 카드로서 정상회담과 북풍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북정상회담을 극구 반대하는 보수세력의 히스테리적인 반응에는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푼다거나, 자신들이 '밀고 있는' 납북자 이슈를 해결할 가능성에 대한 고려나 고민은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가만히 있으면 자신들의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 대선판이 흔들릴 것에 대한 우려가 주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치적 목적'의 정상회담을 막는 것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여당도 '정치적 이용'서 자유롭지 못해
  
  하지만 이같은 행태를 나무랄 수만도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상회담을 둘러싼 현 정부와 여권의 태도가 논란과 의혹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핵문제 해결 전 정상회담은 없다. 그러나 문은 열려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건 없다'로 요약된다. 하지만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기를 희망한다"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15일 발언대로 여권에서는 여전히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위해 남북한 당국자들이 중국이나 홍콩 등지에서 만났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는 정상회담을 막기 위한 보수언론들의 '고발성' 보도도 있지만, 친노(親盧) 매체를 통한 정부 당국자들의 '유출성' 기사도 있었다. 이렇게 해서 유포된 정상회담 시나리오도 몇 가지가 되고, 그 중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L씨가 밀사로 활약할 예정이라는 얘기가 가장 '설득력 있게' 떠돌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내에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에 대해 한결같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시작되기 전인 올 상반기 내에 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시간적 여유는 사실상 없다. 개헌 카드를 던지며 정치게임을 시작한 청와대에는 정상회담을 책임질 인적·물적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제재 문제에 발목이 잡힌 6자회담, 미국과의 줄다리기에만 집착하는 북한의 태도 등 외적인 환경 역시 정상회담의 개연성을 제로에 가깝게 하고 있다.
  
  "가능성 있는 카드라면 이렇게 흘리지 않을 것"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권이 이처럼 정상회담 가능성만을 지속적으로 흘리는 상황을 연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역시도 정치적인 의도로 정상회담을 이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회담이 실제 되건 안 되건 상관없이 '우리도 안 하려는 건 아니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화해협력정책의 계승자'라는 말에 여전히 현혹되는 일부 지지층을 묶어두려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정말 가능성 있는 카드는 끝까지 숨기다가 결정적일 때 내놓는 것"이라며 "밀사 파견 같이 정상회담 관련 루머들이 정부·여당발(發)로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것은 실은 잘 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잘라 말했다.
  
  결국 정부와 여당, 그리고 한나라당과 보수세력 양측은 공히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헛것'을 세워두고 그걸 이용해 선거판에서 정치적 이득을 챙기는 데에 골몰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핵문제는 물론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경제협력 등 하나하나 풀어가야 할 한반도·남북관계 현안마저 정상회담을 둘러싼 정쟁의 블랙홀로 모조리 빨려 들어갈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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