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전교조 제13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정진화 교사입니다 정진화 당선자는 1960년 생으로 1983년 서울화곡중학교에 부임하면서 교사생활을 시작했습니다. 86년 5.10 교육민주화 선언에 참여했고, 89년 7월에는 전교조 결성과 관련해서 해임됐습니다. 이후, 전교조 여성국장, 부대변인, 서울시 지부장 등을 지냈으며 94년 서울 서초중학교로 복직됐고, 양천중학교를 거쳐 현재 신화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그동안 당선축하를 많이 받으셨을 텐데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소감도 많이 말씀하셨겠지만 간단히 한 말씀 해주시죠.
정진화 : 교육의 기대가 국민들로부터 너무 큰 시기에, 또 사회적으로도 어려운 가운데 선거를 맞이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거운 책임감 느끼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 초중등학교 교사 중에 여성 교사가 7,80%로 굉장히 많은데 여성위원장은 세 번째라구요. 맞습니까?
정진화 : 그렇습니다,
박인규 : 이번 선거를 하시면서 정진화 교사께서는 '고립을 넘어 자랑스러운 전교조를' 을 구호로 내세우셨다고 들었습니다. 고립을 넘어서라는 말에 주목했는데 스스로 보시기에도 전교조가 사회적으로 고립됐다고 보시는 겁니까?
정진화 : 작년에 이어서 특히 올해 그런 현상들을 조합원들이 피부로 느끼고 저 역시 체감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교육정책을 내놓다 보니 전교조는 계속 그에 대한 입장을 포명하면서 반대투쟁하는 조직으로 비치고, 또 일부 보수적인 언론에서도 계속 전교조를 폄하하는 발언들을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봅니다. 그리고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은 아무래도 아이들에 대한 선생님들의 사랑일 텐데 그런 부분에서 좀 더 우리가 실천적으로 나아가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박인규 : 지금 주로 정부의 일방적 정책집행, 보수언론의 일방적 비난을 말씀하셨는데 전교조에 소속된 교사들로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측면이랄까, 전교조 스스로 반성할 측면은 없는 겁니까?
정진화 : 저희가 학교 현장에서 교육책임을 맡고 있는 교사로서 현장에서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서 저희는 이번 선거에서 '아이들 속으로, 학부모 곁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많이 강조했습니다. 그래야 거기에서 비로소 교육적 관계가 잘 맺어지면서 학부모의 신뢰를 얻고 다른 시민사회단체나 학계, 교원단체와의 연계성도 많이 약해졌다고 봅니다. 더 많은 대화를 통해서 우리의 내용과 교육에 대한 방향을 같이 해결해 나가야 된다고 봅니다.
박인규 : 어떻게 보면 정책적 투쟁에 지나치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좀 더 학생과 학부모에게 다가가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교육을 해보자. 그런 말씀이신 거죠?
정진화 : 네. 현장실천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언론에서는 온건파라는 평가도 내리고 앞으로 투쟁방법이 좀 달라질 거라고도 하는데 구체적으로 투쟁방법이 어떻게 달라질 것이다... 나름대로의 복안은 어떤 겁니까?
정진화 : 요즘 시대는 부드러운 것이 강하다는 가치가 있는데, 그런 의미. 또 유연하고 합리적이라고 봐 주시면 고맙겠다고 생각하고. 그러나 저는 제대로 싸워야 된다. 분명히 문제가 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제대로 싸워야 되고, 우리만의 방식이 아니라 함께할 수 있는 교육에 관심있는 진보적인 분들이 같이 나서서 풍부한 내용으로 국민들에게 알리고 교육당국에 강력히 촉구하면서 나아가야 된다고 봅니다.
박인규 : 투쟁방법과 관련해서 전전에.. 이수일 위원장께서 교원평가제 관련한 연가투쟁을 한다고 하셨다가 유보하면서 물러나셨고. 그 뒤로 보궐선거에서 장혜옥 위원장이 들어서고 연가투쟁을 하셨죠. 그리고 이번에 정진화 후보가 당선되셨는데, 아무래도 여러 분에게 이런 질문을 받으셨을 것 같은데 이른바 연가투쟁을 심하게 보는 분들은 선생님들이 파업하는 게 아니냐고도 보시는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진화 : 사실 연가투쟁 자체는 단체행동권이 없는 교원노조 입장에서 행사할 수 있는 합법적 권리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통해서 얻으려는 목표가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신중하게 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국민들이 우려하셨던 것과는 달리 수업을 안 한 날은 거의 없었습니다. 날을 바꿔서 수업을 하고 어렵게 어렵게 올라오셔서 의사표시를 하셨는데 그와 같은 전술, 방법이 얼마나 국민적 공감을 얻고 우리의 내용을 관철시키는 데 도움이 되느냐에 대해서는 저는 조금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언론에서 보도한 것과는 달리 연가투쟁으로 학생들이 수업일수 등에서 손해를 본 건 많지 않다. 그렇지만 썩 바람직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된다.
정진화 :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인규 : 제가 실제로 본 건 아니지만 전교조의 고립을 말씀하실 때 학교현장으로 돌아가서 학생과 학부모와 같이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른바 현장학습이라는 거 있죠. 파병문제와 관련해서, 미국 문제와 관련해서.. 예를 들면 에이펙 회의 같은 게 있을 때 계기수업을 하고. 아까 보수언론들이 비판을 많이 한다, 근거 없는 비판도 있다는 말씀도 하셨지만 어쨌든 내용만 보면 교육내용이 좀 일방적이지 않느냐 해서 물의를 많이 빚고 있는데, 계기수업..그런 것들은 어떻게 보십니까?
정진화 : 교육에 포함된 것이 가치에 대한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예를 들면 부산에서 에이펙 할 때도 정부에서는 그것의 의미, 긍정성만 홍보했습니다. 그럴 때 분명 우리 사회에 우려하는 목소리들과 시각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저희는 균형있게 이런 것들을 교사들이 참고해야 된다고 선생님들에게 수업자료로 제공한 겁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비속어가 들어갔다든가 이런 부분은 저희가 좀 세심하게 앞으로 접근해야 된다고 봅니다.
박인규 : 전체로 보면 균형을 맞추신다는 취지지만 일부에서는 그 내용만 보면 너무 부정적인 측면만 가르치는 거 아니냐고, 특히 보수언론에서 많이 지적하는데 앞으로도 그런 식의 계기수업을 계속 해나가실 생각이신가요?
정진화 : 계기수업은 선생님들에게 자료를 제공해서 참고하는 겁니다. 바로 학생들에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자료를 저희가 다른 데서 가져오기도 하고 이런 상황인데 그 내용들은 조금 더 책임있게 접근해서 제시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학생과 학부모 곁에 이제는 좀 더 다가가겠다고 말씀하셨지만, 그렇다고 해도 워낙 교육정책적 사안들이 워낙 많아서 그런 측면을 게을리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특히 이번에 정진화 선생님께서는 당선되고 나서 교육정책과 교육철학에 관한 범사회적 공동논의기구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 주시죠.
정진화 : 저희가 학교개혁을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실천적인 활동을 하겠지만 여러 정책이 교육부에서 계속 쏟아지고 있지 않습니까? 교육재정은 굉장히 악화되고 있는데 다른 여러 가지 상충하는, 그리고 불필요할 수도 있고 현장에 맞지 않는 것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전에 교원단체나 학부모들과 상의가 안 되고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데서 물의를 빚게 되는데 , 그런 의미에서 큰 틀에서 한두 개 정책이 아니라 우리 21세기 교육이 어디로 가야 되느냐. 20세기와는 달라져야 되고 다양하고 창의성이 요구되는 교육이 필요하고, 아이들도 변하고 시대도 달라지는데 거기에 맞는 교육의 가치가 무엇이어야 되느냐로부터 시작해서, 그런 교육철학적인 걸 토대로 교육내용과 방법까지도 세밀하게 지원하는 여러 가지 정책이 무엇부터 이뤄져야 되는가 하는 큰 그림을 그려 나가자고 제안하는 겁니다.
박인규 : 문제는 교육부에서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해서 전교조는 그걸 막기 위해서 싸우는 데 급급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예를 들어서 전교조에서 우리 교육이 어떻게 나가야 될지, 어떻게 끌어가야 될지를 논의하는 사회적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 교육부에서 참여를 하실까요?
정진화 : 관심있게 지켜보고 내용도 내놓지 않겠나 생각하고 일단은 틀 자체도 다른 많은 학계나 교육계나 시민사회단체들과 공동논의하면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그려가야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교육부나 교원, 또 다른 교원단체, 학부모 등이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드는 것은 좋은데... 예를 들면 사학법 개정과 관련해서 많은 분들을 인터뷰를 해보면 개방형 이사제지 않습니까? 그럼 교사대표가 들어가시는데 전교조라는 조직은 쉽게 말하면 굉장히 강경하고 극렬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개방형 이사제를 하면 전교조 교사가(전체의 3분의 1도 안 된다고 해도) 그 분이 한 분만 들어가도 대세를 장악한다는 식으로 무섭게 구시더라구요. 그런 상황에서 과연 실제로 우리가 안고 있는 교육문제를 얘기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드는 게 과연 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워져 여쭤봅니다. 됐으면 좋겠습니다만.
정진화 : 그렇죠. 희망을 갖고 만들어가야 되고 대화와 소통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봅니다. 그게 당장 한두 달 사이에 성급하게 어떤 윤곽을 그려 나가고 내용을 잡아내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들이 없을 때 계속 발표하고 그것에 대해 입장표명하고 다른 많은 교육관련 인사들은 배제되고 학부모들은 소외되는 식으로 교육이 가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적어도 교육만큼은 어떤 사회적 의제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있는 영역이고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기 때문에 함께 간다는 취지에서 일단 희망을 갖고 출발하려고 하고 의견수렴을 하는 적극적인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려고 합니다.
박인규 : 어쨌든 전교조 입장에서는 교육과 관련된 당사자들과 진지한 대화를 계속 시도하겠다. 그렇게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당장 많은 분들이 관심 갖고 있는 게 이른바 교원평가제.. 그게 사실 지금까지 전교조로서도 상당히 큰 문제였는데 교원평가제 부분에 대해서는 정진화 선생님의 입장은 어떤 겁니까? 기본적으로 반대입니까, 아니면 내용을 바꾸면 되는 겁니까?
정진화 : 교원평가는 이미 있습니다. 근무평정이라는 이름이 수십 년 동안 있었고 그걸로 교원들은 다 평가받고 점수 받고, 지금쯤 저에 대한 평가도 이뤄졌을 겁니다. 가장 낮은 점수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게 존재해 왔고 본인에게는 공개도 안 됐습니다. 그것으로 점수 얻은 분들이 교감 되고 교장 되고 관료로 진출해 왔거든요. 이미 존재하는 교원평가인 근무평정 말고 새롭게 작년부터 교육부가 또 다른 교원평가를 얘기하면서 수업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지금 두 개의 평가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고 특히 이번에 새롭게 내놓고 있는 교원평가를 2월에 법제화 하겠다고까지 속도를 내고 있는데 과연 그것이 얼마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수업의 질에 도움이 될 수 있느냐. 저희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미 시범학교도 한 1년 정도 운영해 봤는데 그것에 대한 차분한 검토도 부족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발빠르게 법으로 했을 경우 그것에 대한 교사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크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정말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교원들의 반발이 존재하는 게 사실입니다.
박인규 : 기존의 근무평정은 본인도 잘 모르고 뭔가 투명하거나 공개적이지 않은 면이 있다면, 새로 도입한다는 교원평가제는 학생이나 학부모들도 참여하고,,, 그것만으로 보면 더 나은 것 아닙니까?
정진화 : 그런데 평가라는 게 그렇습니다. 지금 교육부가 학교를 평가하겠다, 교원을 평가하고 학생들한테는 학업성취도를 평가하겠다. 평가 일변도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과정이 중요한데 과정을 어떻게 교육부가 지원하고 여러 가지로 어떻게 협력할 것이냐가 아니라 결과만 보겠다는 식으로 가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보구요.
박인규 : 제 친구 중에 대학 교수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요새는 교수들도 평가 받는데 왜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안 받으려고 하느냐 이해가 안 간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도 있거든요. 2월에 법제화 한다고 하는데 교원평가제 자체가 기본적으로 안 되는 거냐, 아니면 지금 이 방식으로는 안 되니까 바꿔보자는 거냐. 그런 데 대한 입장이 분명히 나와야 되는 거 아닌가요?
정진화 : 저희 전교조 선생님들은 학기말쯤에 아이들로부터 수업에 대해 의견수렴을 받습니다. 학급운영에 대해서도 받고, 그런 자발적인 선생님들의 노력이 확대돼 가는 게 더 필요하다. 그걸 형식적인 평가안으로 해서 법으로까지 추진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보고 있고, 오히려 그런 교원들의 노력을 지원하고 권장하는 속에서 선생님들의 학생들의 의견을 정말 반영해서 자기 수업의 개선을 이루고, 또 그것 말고도 평가가 아닌 방식으로도 수업의 질 개선을 위한 여러 가지 방식들이 있다고 보거든요. 연수라든가 등등, 그런 것들을 북돋우고 격려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주기를 바라는 겁니다.
박인규 : 딱부러지게 말씀은 안 하시지만 반대하시는 것 같은데,
정진화 : 예. 법제화에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교육부에서도 한 번 전교조와 대화를 했으면 좋겠고 정선생님께서도 내년에 위원장이 되시면 그것부터 진지한 대화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부터는 개인적인 질문도 좀 해보겠습니다. 지금 신화중학교 선생님이신데 어떤 과목 맡고 계십니까?
정진화 : 도덕입니다.
박인규 : 83년도면 아주 젊으셨을 때 시작하셨는데 처음 교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나 이유가 있습니까?
정진화 : 부모님한테 굉장히 실용적인 이유가 있으셨어요. 저희가 딸이 일곱인데 제가 맏딸입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어려운 조건에서 자격이 직종을 선택하는 게 좋겠다고 인문대에 가려는 저를 말리셨어요. 그래서 사범대학으로 하면서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다룰 수 있는 학과로서 교육학과를 선택했습니다.
박인규 : 80년대 말부터 교육을 받고 보자고 해서 참교육선언도 나오고.. 전교조 활동을 하시면서 해직은 4년 반 동안 당하셨는데 해직기간은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정진화 : 그때 저희 집에 남편도 있었지만 시어머님이 와 계셨고 아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네 식구였는데, 저는 그때 오히려 해직기간이 교사로서 평생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기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내면서... 개인적으로는 그 기간에 남편이 잠시 어려움을 겪었어요.
박인규 : 남편 되시는 분도 선생님이신가요?
정진화 : 교사 하다가... 말씀드리자면 노동운동도 좀 했습니다.
박인규 : 이른바 운동권이시군요?
정진화 : 그런 셈이었죠. 제가 여성가장이 돼서 해직기간을 견뎌야 했는데 그러면서도 전교조 활동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번역을 좀 새벽이나 밤에 하면서 전교조 상근활동을 한 번도 빼지 않고 4년 반 동안 했습니다.
박인규 : 89년 여름부터 복직될 때까지 전교조에서 계속 활동하시면서 돈벌이는 번역으로 하신 건가요?
정진화 : 그리고 현장에 계신 후원교사들께서 안타까워 하셔서 도와주셔서 저희들이 아주 최소한의 생계비는 받고 있었습니다.
박인규 : 저희 프로그램에 해직교사 출신의 여러 분이 나오셨습니다. 청와대 비서관 하셨던 김진경 선생님, 민노총 위원장 하시던 이수호 선생님이 나오셨는데, 4,5년 뒤에 학교에 가봤더니 80년대 말과 90년대 중반 학생들이 완전히 다르더라. 심지어 김진경 선생님 같은 경우는 이제 선생님 못하겠더라 하셨는데, 4,5년 만에 복직하니까 학생들이 어떻던가요?
정진화 : 복직한 어떤 선생님이 그런 표현까지 쓰셨어요. 아이들 종자가 달라졌다. 정말 아이들이 자기표현이 활발해졌어요. 예전에는 70명씩 교실에 있고, 저희가 콩나물교실을 말하면서 교육환경 개선을 외쳤는데, 정말 주입식으로 할 수밖에 없고 교실 맨 뒤까지 걸어가 볼 수도 없을 만큼 촘촘한 책상들이 있었거든요. 그때는 이미 아이들이 약간 줄어든 상태면서 수업에 집중하게 만드는 게 너무 어렵다. 제가 그새 나이가 든 탓도 있겠지만 그걸 넘어서서 아이들이 듣기보다는 자기를 표현하고 말하고 들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수업의 대폭적인 개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실감했고. 예전에 선생님들이 모르는 아이한테 잠깐 이리오너라 하고 말하면 당연히 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요? 하고 그 자리에 서서 쳐다보고 자기가 인정할 때까지는 안 오는, 이런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죠
박인규 : 정진화 선생님까지 13번째 위원장이 나오셨는데 해직교사 출신이 아닌 분이 없다고 해요.
정진화 : 한 분 계십니다. 김귀식 선생님은 현장교사이기 때문에 반응을 얻어서 되셨습니다.
박인규 : 이게 지나친 편견인지는 몰라도 해직을 당하시고 어려움을 당하다 보면 세상과 화해하고 타협하기보다는 뭔가 투쟁하고.. 그게 전교조의 앞으로 방향에서 썩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관측도 있는데 해직교사 출신 위원장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진화 : 복직돼서 처음 6년간을 현장에만 있었습니다. 다른 단위에서 일을 안 맡고 학교 안에서 학교의 변화를 위한 학교운영위원이라든가 도덕수업 질 개선이나 학교도서관 만들기를 하면서 철저히 한 사람의 그야말로 교사가 되기 위해서 노력해 왔거든요. 그러면서 오히려 다른 일반 교사들의 문제, 학교 현장의 문제를 좀 더 실감있게 느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점점 더... 조합원은 9만 명이나 되는데 해직교사는 1500명밖에 안 되지 않습니까? 넘어서서 더 많은 분들이 새롭게 충원되고 새로운 사업들을 더 열어나가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혹시 자제분 있으신가요?
정진화 : 아들 하나 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 몇학년입니까?
정진화 : 대학 2학년 마치고 군대 갔다가 잠깐 휴가 나왔습니다.
박인규 : 선생님이 아니고 학부모로서도 우리 교육의 모순이나 문제점을 느끼셨을 텐데, 학부모로서 본 교육은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정진화 : 학교에 참여통로가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고, 그랬기 때문에 저는 학교를 필요할 때, 총회 같은 데는 빼놓지 않고 갔습니다. 선생님께 드릴 말씀 있으면 짧은 쪽지를 보냈는데, 초등학교 때는 별 문제없이 느꼈는데 중학교 가니까 조금... 상위층이 사는 지역이었어요. 사교육을 대부분 받으니까 학교수업은 그냥 통과~통과 식으로 진행되고 있더라구요. 저는 아이들 한 번도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시킨 적이 없어서 그걸 고수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박인규 : 아드님한테 불평 안 들으셨습니까? 나는 왜 과외 안 시켜주는가...
정진화 : 아이도 학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고, 대신 책을 읽도록 권하긴 했지만 즐기지는 않았습니다. 그것도 아이의 하나의 성향이라고 생각하고,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쪽으로 노력하고 기회를 주고자 애를 썼습니다.
박인규 : 내년부터 정식으로 전교조 위원장 활동을 시작하십니다. 2년 임기동안 모든 걸 다 할 순 없겠지만 전교조가 말씀하신 것처럼 고립을 넘어 자랑스러운 전교조가 되려면 뭔가 밑바탕 일을 하셔야 될 텐데, 2년 동안 앞으로 전교조를 어떻게 끌어가겠다 하는 걸 마지막 마무리 말씀드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진화 : 저희 학교의 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주체인 교사들이 앞장서서 학부모님들과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학교 안에서 그런 노력들을 해나갈 겁니다. 학교문화를, 전근대적인 요소들을 척결하고 정말 새로운 시대 아이들에게 맞는 문화로 바꿔나가는 노력, 참교육 실천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그런 내용들이 새로운 가치에 부합하도록 애써볼까 하고. 아까 말씀드린대로 대외적으로는 교육과 관련된 많은 분들과의 소통과 연대로 새로운 교육의 비전을 함께 꿈꾸고 그것들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하자. 특히 요즘같이 교육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교육불평등 문제도 많이 제기되고 있는데 우리 자녀만 좋은 학교 보내는 게 아니라 보통의 학교들이 질 높은 공교육이 될 수 있도록 교육재정 문제라든가, 격차 해소, 특히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들을 정부가 내도록 촉구하고. 전교조 역시 지역아동센터 공부방협의회와.. 서울 ㅇ같은 경우엔 협약을 맺었습니다. 조합원 선생님들이 봉사활동도 가시고 후원도 하시는데 그런 우리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서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과 만나고 지역사회에 파고들고자 하는 노력을 내부에서도 열심히 하고, 정부에도 교육복지와, 격차해소, 양극화 해소, 이런 노력을 좀 더 촉구하겠습니다.
박인규 : 전교조가 처음 생겼던 80년대 말 90년대 초반에는 전교조의 교육이념에 동의하지 않는 학부모들이라도, 좀 과격하긴 하지만 저 선생님들은 믿을 만하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앞으로 전교조가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찾아서 교육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진화 : 겸허하게 아이들과 학부모와 같이 가도록 하겠습니다.
박인규 :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전교조 13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서울 신화중학교 정진화 교사와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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