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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예술도 민주화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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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젠 예술도 민주화돼야죠"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2/07] 소외된 마을을 거리미술관으로, 김용익 공공미술추진위원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서울 종로구 이화동과 동숭동 일대... 조선시대 유적인 서울성곽이 감싸 안은 이 지역은 "도심 속의 섬"과 같은 곳입니다 큰 길로 나가면 젊음과 열정이 넘치는 대학로가 펼쳐지고 80여개의 소극장에서는 끊임없이 문화예술공연이 무대에 오르내립니다. 그러나, 대학로를 뒤로 하고 언덕을 올라가면 동대문 시장에 납품하는 수천 개의 봉제공장이 모여 있고, 동네를 오가는 지역주민들의 얼굴에는 삶의 고단함이 느껴지는데요, 최근 이 동네에 작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시커멓고 칙칙했던 벽은 보기 좋은 벽화로 채워졌고 흉물스럽게 쓰러진 전신주가 설치미술작품으로 변신했으며 힘들게 오르내렸던 계단에는 화사한 꽃들이 그려졌습니다. 바로 문화관광부가 추진하는 아트 인 시티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인해서 지쳐 있던 동네가 환한 거리 미술관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인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공공미술추진위원회 위원장인 경원대학교 미술대학장 김용익 교수를 초대해서 현재 진행 중인 아트인시티 공공미술프로젝트란 무엇이고, 공공미술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고 공공미술을 통해서 미술과 대중의 소통은 가능해졌는지 얘기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경원대학교 미술대학 김용익 교숩니다. 김용익 교수는 1947년 서울출생으로 홍익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서울과 일본 등을 오가며 17차례의 개인전을 열었고 2000년 '서울 새로운 예술의 해'에서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주제로 당선됐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도쿄메트로폴리탄 아트뮤지엄 등에 그의 개인작품이 소장돼 있습니다. 김용익 교수님이 워낙 바쁘셔서 오늘은 성남에 있는 경원대학교 김용익 교수님 방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인규 : 대학로 뒤 이화동 일대의 거리미술관이 8일, 내일 탈바꿈 한다고 들었습니다. 11번째라고 들었는데 소감이 어떠십니까?

김용익 : 그동안 11개의 프로젝트를 추진해 오면서 정말 어려움이 너무 많았습니다. 거리에서 미술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행정규제에 걸리기도 하고, 주민들과의 마찰도 있고, 또 주민들의 과도한 요구도 있었고 해서 계획 자체가 바뀐 것도 있고, 여러 곡절들이 많았는데 무사히... 낙산프로젝트가 마지막인데 8일에 오픈하게 된다니 감개무량합니다.

박인규 : 우선 말하자면 거리를 아름답게 꾸민다는 정도로 소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트인시티... 도시 속의 예술이라고 번역될 것 같은데 아트인시티 공공미술프로젝트는 어떤 사업입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김용익 : 이것은 문화관광부의 정책사업입니다. 문화관광부가 공공미술이 그동안 여러 가지 난맥상을 보여 왔거든요. 많은 분들이... 현재 여러 시민들께서 보시는 건축물 앞에 놓여진 환경조각품들이 불필요하지 않냐, 혹은 미적으로 좀 떨어지지 않느냐는 지적들도 많이 해왔고. 또 그 설치 과정에서 불미스런 일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문화관광부에서 차제에 공공미술의 모범적 사례를 보여줘야겠다는 의도에서 이번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 제목이 소외지역생활환경개선을 위한 공공미술프로젝트로 돼 있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소외지역생활환경개선프로젝트. 쉽게 말해서 주로 못 산달까, 주변 환경이 별로 좋지 않은 지역을 골라서 고쳐보자. 이번에 낙산프로젝트가 소외지역생활환경프로젝트의 올해 마지막 프로젝트라고 말씀하셨죠? 그 일대가 어떻게 바뀐 겁니까?

김용익 : 그 현장이 개발을 앞두고 있어서 더더욱 흉물스럽게 변모돼 가는 곳이거든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이번에 낙산에서 수행된 공공미술은 크게 나누면 주민참여작품도 있고, 조각설치, 벽화, 편의시설과 결합된 미술, 간판, 표지판, 지도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공공미술이 추진되고 시행됨으로써 우중충한 도시 경관이 밝고 재밌는 볼거리가 많은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예를 들면 노인정의 환경 개선. 화단을 만들고 평상 만들어 드리고 우중충한 벽에 십장생도 같은 것도 그려 드리고, 또 쓰지 않은 옛 마을 우물이 방치돼 있었는데 그걸 복원해서 옛날 동네에 있었던 정다운 마을 우물 분위기로 바꿔 놓고, 이런 게 아주 돋보이는 작업들이고. 또 한 가지 고질적으로 쓰레기가 투기된 장소에 산뜻하게 만들어진 분리수거함으로 바뀐, 그런 것들이 돋보이고 대표적인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해 놓고 나니까 지역 주민들이 좋아하시던가요?

김용익 : 주민들이 처음에는 반신반의 하시고, 여기가 재개발지역인데 공연히 들어와서 재개발에 지장이나 주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 반 걱정 반으로 처음에는 대하셨는데, 한 분 한 분 설득해 나가면서 하나씩 가시화 되고 드러나기 시작하니까 상당히들 좋아하시고 호응도도 높고 그렇습니다.

박인규 : 옛 말에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란 말이 있는데, 아무리 좋은 거라도 그 지역에 사시는 주민들이 싫다고 하면 안 될 수도 있고, 또 그 지역을 아름답게 꾸미는 건데 지역 주민들이 참여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을 것 같아요. 지역 주민들이 동네를 아름답게 꾸미는 일에 직접 참여도 했습니까?

김용익 : 우선 공공미술의 출발은 지역연구에서부터 출발하는 게 정석입니다. 지역의 역사나 주민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또 주민들이 자치활동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 그들의 일상적인 삶들이 연구되고. 또 주민들이 무얼 원하는가를 수렴하고. 그런 다음 주민들과 더불어서 진행해 가는 게 공공미술이죠. 그런 주민들의 동의 내지는 참여가 없다면 공공미술이란 이름에 값할 수가 없다고 봐야겠죠. 예를 들어 낙산프로젝트의 경우는, 봉제업소가 약 2600개 정도 있다는 지역의 특성 때문에 봉제인의 벽이라는 벽화가 그려졌죠. 또 부산 물만골의 경우는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서 마을 입구에, 주민들이 항상 지나다니고 모이는 광장 비슷한 곳인데 거기에 놀이터 시설에 시설물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죠. 그러면 공공미술가들이 그 부탁을 수렴해서 미적이면서도 기능적인 놀이터 시설을 만들어 드리고. 이런 것이 공공미술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번 낙산프로젝트가 11번째라고 하셨는데 그러면 앞의 10개는 주로 어떤 지역이 됩니까?

김용익 : 부천 원종동의 종합사회복지관,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의 언덕에 높이 있는 어려운 동네가 있습니다. 경기도 남양주 마석 가구단지 안에 있는 마석초등학교 녹촌분교. 또 대전 홈리스 지원센터와 그 주변의 쪽방동네... 역전이죠. 군산 해망동이라고 일제시대 쌀 수출입을 통해서 화려했던 도시가 그대로 낙후돼 가고 있는 해망동. 부산의 물만골 마을, 부산종합사회복지관, 광주 중흥3동, 대구 성서공단, 합천 숭산초등학교 등입니다.

박인규 : 1년에 11개 하셨으면 한 달에 한 번 꼴로 하셨으니까 굉장히 바쁘셨겠습니다.

김용익 : 상당히 바빴고 작가들, 사무국 직원들 너무 고생 많이 했습니다.

박인규 : 아트인시티 공공미술프로젝트에 선정된 11개 지역들은 어떻게 선정한 겁니까?

김용익 : 먼저 저희들이 지자체나 시설들에 공문을 보내서 지원을 받았습니다. 상당히 많은 지원이 들어왔는데 그 중에서 저희가 가려 뽑아서 서류심사, 실제로 현장 답사를 통해서 소외지역이고 공공미술에 의해서 생활개선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거라고 판단되는 곳들을 10군데 골랐습니다.

박인규 : 지원이 많이 들어왔다고 하셨는데 대략 몇 개나 들어왔습니까?

김용익 : 대략 170여 개가 들어온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중에서 10개가 된 거죠.

박인규 : 거리미술관... 한 마을을 아름답게 바꾸는데, 바꾸는 건 좋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대략 평균 얼마나 드셨어요?

김용익 : 우선 이렇게 진행됐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복지관 운영하시는 분들이나 사용자들이 먼저 신청했고, 그 신청이 들어온 걸 우리들이 실사를 통해 선정했고, 그 뒤에 2차로 이런 장소들이 선정됐으니 미술가들이 들어와서 너희들이 한 번 일할 것을 찾아봐라. 해서 미술가들이 또 신청서를 내서 그걸 심사해서 결정했을 때 신청서 안에 그들이 만들어 놓은 규모 등을 봐서 3천만 원 정도 예상되는 곳, 5천만 원 예산이 필요한 곳, 많게는 7천만 원. 이런 정도의 예산으로 했는데 1년 지나고 보니까 상당히 작은 액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사실 아까 말씀하신 공공건물 앞의 조형물, 제가 듣기로는 몇억, 심하게는 몇 십억까지 간다는데, 한 마을을 몇 천만 원으로 바꾸셨다면 굉장히 싸게 했다는...

김용익 : 투자 대비 상당히 좋은 효과였죠.

박인규 : 170개가 신청이 들어왔는데 11개만 하셨다고 했어요. 그걸 봐서는 이게 한 해 사업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 같은데 앞으로 계속 하십니까?

김용익 : 그래서 아마 지금, 문광부에서 내년도도 올해보다 약간 증액된 예산을.. 제가 아직 확실히 들은 바는 없지만 증액된 예산으로 내년도에도 같은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혹시 이 방송을 들으신 지자체나 마을에서 우리도 한 번 그런 거 해봤으면 좋겠다는 분들이 신청하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됩니까?

김용익 : 글쎄요. 우선 올해는 저희들이 공문들을 많이 보냈는데, 이제 좀 알려졌으니까 벌써 문의가 저희 사무국으로 들어오기도 하더라구요. 우리 좀 해줄 수 없느냐. 그래서 아마 좀 더 많은 분들이 관심 갖고 참여를 원하시겠고. 저희들이 따로 또 공문을 보낼 겁니다. 내년에도 만약 하게 된다면. 그래서 아마 좀 더 많은 지원 장소들이 몰리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대략 한 마을 당 몇 천만 원 수준에서 했다고 하셨는데... 그럼 거기 참여하신 분들, 작가들이 있을 텐데 그런 분들은 보수를 안 받고 하시나요?

김용익 : 아닙니다. 이번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장점 중 하나가... 여태까지 공공미술품 기획서를 낼 때 작가의 개런티라고 하나요? 작가비 같은 것은 기획서 안에 명기가 안 되고 그냥 재료비를 하는 데서 비공식적으로 들어가는 식이었는데 저희들은 이번에 작가 개런티 부분을 과감하게 명시시켰습니다. 그래서 재료비와는 다른 항목으로 작가의 개런티가 지불됐고, 그게 저희들이 다른 공공미술과는 다른 차별화 되는 지점이었는데, 의욕이 넘치는 곳에서는 사실 비용을 초과해서 스스로 출혈을 해 가면서 작업했어요. 그건 긍정적으로 보면 작가들의 자기 작업에 대한 책임감, 또 작가적 기질, 이런 것인데 공공미술의 입장에서 볼 땐 적절한 작가료를 받고 그 안에서 해야 되는 건데, 작가들의 의욕이 넘친 곳이 있어서 좀 안타깝기도 합니다. 작업은 아주 훌륭하게 나왔습니다만..

박인규 : 미술이나 예술작품이란 것이 독창적인 개인이 만들고 개인이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감상하는 거라면 이건 공동창작을 하고 같이 보고. 어떻습니까? 아까 미술의 민주화..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공공미술이 일반적인 예술작품에 비해서 보다 필요하달지 좋다고 할지, 그런 부분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김용익 : 저는 우리나라가 어쨌든 그동안 참 어려운 과정을 겪어서 정치의 민주화를 이뤘는데요, 이제 예술, 미술의 민주화도 거기에 걸맞게 이뤄져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술이 사실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해왔던 것을 부인할 수가 없죠. 대중들은 경외의 대상으로 미술을 봐 왔고. 물론 요즘 국공립미술관들이 지자체에서 많이 늘어나고 있고 또 그 분들의 노력으로 특정 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층이 두터워지고 있지만 관객은 여전히 늘 수동적인 감상자로 남아있던 게 현실이구요. 이런 수동적 감상자에서 능동적 참여자로 관객을 불러내는 것이 공공미술입니다. 그래서 공공미술이 한 지역을 문화공동체로 엮어서 만들어질 때 그들의 삶이 창조적인 삶이 되고, 그것이 제가 앞서 말한 예술, 미술의 민주화기도 하고 우리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게 아니겠느냐. 이런 것이 우리 사회에 공공미술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박인규 : 정치의 민주화는 상당부분 됐으니까 이제는 예술의 민주화도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공공미술이다. 지금부터는 공공미술에 대해서 좀 더 말씀을 나눠보겠습니다. 김용익 교수님은 어떻게 하시다가 공공미술을 하시게 된 겁니까?

김용익 : 저는 전형적인 현대미술, 좁게 말하면 모더니즘 미술의 신봉자였고 그런 작업을 쭉 해왔습니다. 모더니즘 미술이 바탕에 깔고 있는 게 개인의 독창성이죠. 그것이 사회와의 관계에서 일정 정도 거리를 두는 걸 오히려 미덕으로까지 여기는. 그리고 그런 모더니즘 미학에 의해서 이뤄진 작품들은 역시 특정 엘리트 계급들에 의해서 향수되고 소비되는 한계를 갖고 있는 게 여태까지의 현실이었는데, 저 자신이 그런 부분에 대해서 한계점을 절감하게 되고. 모더니즘 미학이 그 자체로서 무의미하다는 게 아니라, 그런 한계점들은 좀 보완돼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고민을 하던 중 보완은 역시 공공미술 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으로 제 생각이 바뀌면서 2000년에 새로운 예술의 해에 공공미술프로젝트에 제가 참여하고 응모해서 당선이 되고. 그 뒤부터 공공미술에 대한 관심, 일종의 공공미술의 전도사라고 자처하면서 공공미술에 대한이야기를 하고 다녔고. 또 작년에 안양유원지에서 있었던 안양시에서 시행한 안양공공미술 프로젝트에도 작가로 참여하고, 그렇게 지내왔습니다.

박인규 : 공공미술프로젝트라는 게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김용익 :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죠. 원래 공공미술이 최초로 크게 시행된 건 미국부터고. 미국 중심이고, 유럽 일반에 다 공공미술이 대단한데요, 제가 아주 마음먹고 한 번 공공미술만 보는 투어를 해야겠다 해서 독일을 갔다 왔습니다. 그래서 여러 공공미술 작가들의 스튜디오도 방문하고 작업도 많이 보고 왔는데 대중의 참여가 없는 공공미술은 거기서는 이미 성립할 수 없게 돼 있더군요. 설령 대중들이 실질적으로 작업에 같이 참여하는 일은 없다고 해도 공동체 대중의 관심사, 사회적 공공적 아젠다를 다룸으로써 공공성을 하상 담보하고 있습니다. 공공미술에서 대중성, 공공성이 담보돼 있지 않다면 그건 공공미술이라고 볼 수 없는 지경이라고 봅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에서 공공미술의 효시라고 할까요? 한 90년대부터 도심에 있는 공공건물에는 반드시 조형물을 설치해야 된다고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 논란도 많았던 것 같아요. 과연 이걸 공공미술이라고 볼 수 있느냐부터 시작해서..

김용익 : 그렇습니다. 문제가 좀 많았죠. 작가들에 의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상당한 돈이 거기에 돌고 있거든요. 거의 5백억 가까운 돈이 공공미술 시장에서 돌고 있는데 이건 벌써 상업적으로 눈독을 들이는 분들이 당연히 생기게 되는데, 그 분들을 대개 보면 예술기획사... 이런 이름으로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작가들을 고용해서 응모해서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돈을 작가들에게 주고 자기들이 중간에서 더 큰 이익을 취한다든가.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 작품의 질이 저하되고. 또 사업주와의 리베이트,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이 많이 대두돼서 이것이 앞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고, 지금 현재 국회에 내용이 보완된 예술진흥법, 그 안에 공공미술에 관한 것들이 있는데 그것이 계류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통과가 안 되고 있네요. 빨리 통과가 돼야 될 텐데..

박인규 : 김용익 교수님이 하시는 공공미술프로젝트는 주로 예술로부터 소외된 지역,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데, 예를 들면 서울의 청계천 등 명소에도 공공미술의 개념을 도입해서 좀 더 창의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는 그런 걸 만들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김용익 : 그랬으면 참 좋을 뻔 했는데, 아시다시피 세계 유명 작가인 클래스 올덴버그의 스프링이란 작품이 설치됐죠.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박인규 : 34억이 들었다고 돼 있군요.

김용익 : 예. 그 작품을 제가 개인적으로 좀 평가하자면 단지 공공장소에 미술품이 놓였다는 의미 정도 밖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대중의 참여라든가.. 하다못해 여론 수렴과정도 거치지 못한 그런 작업이라고 평가를 내리고 싶고. 그걸 왜 갖다 놨을까를 생각해 보면, 물론 세계적으로 이름난 작가의 작품을 갖다 놓음으로써 약간의 이득이 있다고 보긴 봐요. 세계의 여러 대도시들이 소위 유명한,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설치했거든요. 그런 대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어떻게 보면 좀 얄팍한 자부심 정도라고 보는데요. 그런데 그런 선진도시 따라잡기 놀음이 좀 피곤한 노릇이 아닌가.. 오히려 그런 따라잡기 놀음은 그만 두고 공동체, 대중들, 관객들이 같이 즐기고 참여하고, 그들에 의해서 작품이 이뤄지는 작업이 됐으면 좋지 않을까, 이번 청계천의 경우에도. 그런 아쉬움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예를 들면 청계천에 어떤 예술작품을 갖다 놓자 할 때는 어떤 작품을 놓을 것인가부터 논의되는 것이 사실 작품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는 말씀이신 거죠? 올해 11개의 아트인시티 공공미술프로젝트를 하셨는데 일단 만족하십니까?

김용익 : 아쉬움이 없진 않으나, 아쉬움이 있다면 기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올해가 첫 회기 때문에 공공미술추진위원회가 제대로 업무파악을 해 가면서 일하는 기간이 너무 길어서 지역과 작가들을 선정하고 끝나다 보니 거의 7,8월까지 넘어왔어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듯이 공공미술이라는 건 지역연구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데 그 작가들이 지역을 연구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 그래서 그 부족함이 결과적으로 아무래도 작품 퀼리티의 저하라든가, 지역 공동체 주민들과의 원활하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이랄까요, 이런 것의 부족함. 이런 것들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그간의 공공미술이 보여줬던 단지 공공장소 속에 놓여져 있는 화랑이나 미술관에 있어도 좋을 만한 작품이 그냥 공공장소 속에 놓였다는 단순한 공공미술과는 차별화된 지점을 확보했다는 것. 이것은 대단한 성공이구요. 또 한 가지는 작가들 또한, 자기 자신이 작업실이라는 밀실과 화랑, 미술관에서 활동하는 것만을 작업으로 생각하는 예술가들, 특히 젊은 예술가들에게 대중과 더불어 작업한다는 새로운 예술체험을 하게 한 것은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일단 올해 첫 시행 치고는 나름대로 성공작이라는 자평을 하셨고 시간이 부족했다고 하셨는데, 앞으로도 이걸 계속 하실 거라고 생각되구요. 그럼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해나가실지.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어떻게 키워 가고 싶다.. 이런 마무리 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용익 : 앞으로도... 이 기금의 성격이 로또복권에서 나온 기금이기 때문에 일단 기본적인 기조가 소외지역 생활환경 개선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되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저희들이 기금을 쓰는 게. 그런데 그 소외지역을 경제적으로 궁핍한 지역, 말하자면 절대적 빈곤지역만으로 해석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올해 진행해 보니까 하게 되더라구요. 물론 저희들이 그런 곳에 들어가서 일정 정도 미술이 투입됨으로써 그런 소외지역이 재개발 될 때에 좀 무차별한 개발. 그야말로 포클레인과 중장비를 동원해서 그대로 평탄화 시키고, 과거의 추억이며 공동체의 기억을 완전히 매몰시키는 그런 작업에 일정 정도 저항한다는 의미를 갖고 하긴 했습니다. 앞으로는 문화소외지역, 혹은 정보의 소외지역. 예컨대 새로 개발된 신도시 같은 곳이 경제적 여건들은 괜찮은 분들이 살지만 문화적으로는 완전히 소외된 지역이 많은데 그런 곳도 소외지역이라는 개념 안에 해석해서 포함시켜서 내년엔 그런 곳도 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대한민국이 아름다워질 때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이 예술을 다 누릴 수 있을 때까지 공공미술이 많은 활약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공공미술추진위원회 위원장인 경원대학교 김용익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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