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청소년 지킴이 강지원 변호삽니다. 강지원 변호사는 1949년 생으로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습니다. 72년 제12회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76년에는 28회 사법고시에 수석 합격했습니다. 서울보호관찰소 소장, 청소년보호위원회 초대위원장, 청소년인권보호법률지원단 단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어린이청소년포럼 대표, 푸르메재단 공동실행대표,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제6기 위원장 등을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우선 새 잡지 내신 것 축하 드리구요. 이름을 <큰 바위 얼굴>로 정하셨어요.
강지원 : <큰 바위 얼굴> 하면 느낌이 오지 않습니까? 중학교 시절 교과서에 나왔던 소설. 나다니엘 호손의.. 저는 굉장히 감명받았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잡지 이름을 뭐로 할까 생각하다가 토론을 했는데 <큰 바위 얼굴>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박인규 : <큰 바위 얼굴>처럼 큰 뜻을 품어라 그런 건가요?
강지원 : <큰 바위 얼굴> 주인공이 어니스트라는 어린 소년이었잖아요. 그 아이가 어머니로부터 해가 뉘엿뉘엿 질 저녁나절에 먼 데에 보이는 바위산을 쳐다보면서 이야기를 들어요. 앞으로 이 마을에 아주 훌륭한 분이 나타나실 텐데 그 얼굴은 저런 얼굴을 한 분이실 거다. 그래서 이 어린 소년 어니스트는 자나 깨나 그 날을 기다립니다. 언제 저런 분이 나타나나... 그렇게 해서 나중에 소년이 노인이 될 때까지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박인규 : 본인이 바로 큰바위얼굴..,
강지원 : 글쎄, 딱히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맨 마지막에 나타난 게 시인이잖아요. 장군도 나타나고 돈 많은 부자도 나타나고... 이 사람들이 다 말과 행동이 달랐는데 마지막에 시인이 말하기를 어니스트에게, 저 사람이야말로 큰바위얼굴과 똑같이 닮았다고 얘기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니스트 이 분은 아마도 앞으로 더 훌륭한 사람이 나타날 거라고 말하고 자기는 아니라고 말하죠. 그 대목이 제일 인상적인 것 같아요.
박인규 : 보통 청소년잡지 표지모델은 동년배의 청소년이 나오든가 동년배의 연예인이 나오는데 이번에는 산악인 엄홍길씨와 태권소녀들이 나왔어요.
강지원 : 표지모델보다도.... 이번에 엄홀길씨, 태권소녀가 표지가 아니고 맨 처음에 나오는데 그 분들의 그런 모습을 맨 처음에 실은 이유가 있어요. 요즘 청소년들이 입시공부에 시달리고 잡지도 잘 안 읽고 운동을 또 안 하잖아요. 그래서 '체덕지'라는 말을 만들었어요. 전에는 대개 '지덕체' 전인교육 얘기했잖아요. 그런데 자료를 보니까 도산 안창호 선생께서 '덕체지'다. 덕을 앞세워서 말씀하셨더라구요. 제가 그걸 보고 굉장히 감명받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덕체지'라고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가만히 살펴보니까 이때처럼 체력이 중요한 때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체덕지로 바꾸자 그런 거죠. 아시다시피 요새 아이들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먹었다 하면 패스트푸드 탄산음료만 먹죠. 밤 늦게 자고 꼭두새벽에 일어나죠. 이래서는 도대체가 이 아이들의 전인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어요. 덕성과 지식이 아무리 많다 한들 몸이 비실비실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래서 체를 더 강조하자. 특히 청소년기는 성장기기 때문에 체력이 가장 왕성하게 성장하는 시기거든요. 예를 들어 키가 크는 걸 보세요. 키가 청소년기에 크다가 더 이상 안 크잖아요. 이때는 정말 체력을 키워야 되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 운동을 하면 정신이 같이 갑니다. 우리가 심신을 연마한다고 하잖아요. 몸과 마음을 함께 연마하는 건데, 체력을 강조하는 데에 누가 좋을까. 엄홍길씨가 에베레스트 산을 올라가는 무한도전의 모습, 또 태권도 중에서도 어린 여자아이들이 요새 많이 배우거든요. 발을 쫙 올리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 것을 통해서 청소년들이 자세하게 글은 읽지 않는다고 해도 뭔가 느낌을 가져 줄 수 없을까.. 이런 기대를 했습니다.
박인규 :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도 있긴 합니다. <큰 바위 얼굴>.. 체력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들으니까 청소년이 보는 잡지라도 재미가 있어야 될 텐데 자칫하면 공자말씀이라고 할까, 너무 딱딱한 얘기만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내용으로 채우실 생각이십니까?
강지원 : 그래서 전문가들과 토의를 많이 했거든요. 좀 매력적이어야겠다, 끄는 데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미지.. 사진이나 그림들을 엄청나게 많이 실었습니다. 쭉 넘기다 보면 마치 사진첩이나 그림책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그래서 이미지를 강화했는데 요즘 청소년들에게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게 반드시 나쁘다고 보진 않습니다. 왜냐면 요새는 영상시대잖아요. 특히 여성들, 여자청소년들의 감성적인 점이 우리 산업이나 문화예술활동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거든요. 종전에 우리가 왼쪽 뇌만을 활용하던 시대에 살았다면 이제는 양쪽 뇌를 모두 다 사용하는 시대라고 봐서 이미지가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라고 생각했구요. 그래서 아주 재밌게... 그리고 만화적인 기법. 예를 들면 만화에 나오는 말풍선 같은 것을 많이 넣어보려고 했는데 창간호가 돼서 좀 조심스러워서 좀 적었구요, 다음호부터는 더 많아질 겁니다.
박인규 : <큰 바위 얼굴>을 내시기 전에 주변인의 길이라는 잡지를 18년간 내시다가 올 봄에 중단됐어요.
강지원 : 그 잡지를 내신 분이 있었어요. 이게 무가지거든요. 전부 사재를 털어서.. 그래서 여러 사람들이 후원을 했었어요. 그래서 18년간을 버텨 왔는데 그게 가당한 일이겠습니까? 도저히 안 되겠어서 중단했는데 저도 18년 동안 쭉 후원을 해 왔어요. 그런데 중단하니까 너무 안타깝잖아요. 그래서 후원하던 분들이 모여서 얘기하기를, 너무 안타깝다, 대책을 세우자 그래서 아예 하나 창간하는데 책값도 좀 받자. 해 봐야 3천원 밖에 안 돼요. 무가지는 아니고 염가지긴 한데 좀 받고. 그리고 많은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의 도움을 받자. 그래서 예를 들면 편집하시는 분들도 자원봉사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비용을 확 줄이고.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싼 값에 배포할 수 있는 잡지로 다시 탄생하자. 그래서 시작된 거예요.
박인규 : 약간은 책값을 받고 제작은 주로 자원봉사를 통해서 충당하면 재정난은 버틸 수 있다. 제가 듣기로는 필자에도 상당한 유명인사들이 참여했다고 들었습니다.
강지원 : 여러 분들 참여해 주셨는데 이 분들 다 돈 안 받으세요. 영문학자 장영희 교수가 명시해설을 연재해 주시고, 또 잘 아시는 개그맨 김미화, 이경규씨가 다 연재코너를 맡아주셨거든요. 김미화씨는 아이디어가 아주 좋아요. 처음에는 잘 먹고 잘 자자 하는 코너를 부탁했거든요. 그런데 전화를 했더니 그럼 기왕이면 '잘 웃고'도 하나 넣읍시다 하는 거예요. 그래서 잘 웃고가 맨 앞으로 가서 잘 웃고 잘 먹고 잘 자자 이런 코너가 만들어졌거든요. 잘 웃는 것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니까, 15초 동안 웃어 봐라. 그러면 병원에 갈 사람들이 대폭 줄어들 거다. 그런 얘기. 그리고 잘 자는 것도 중요해요. 청소년들이 시험공부 한다고 아무리 달달 외워도 푹 자지 않으면 그 기억의 저장장치에 깊게 저장이 안 됩니다. 따라서 특히 수험생들은 잘 자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그런데 우리는 잠 안 자고 공부하는 걸 칭찬하거든요.
박인규 : 책이 나온 지가 일주일 정도 된 것 같은데 청소년들로부터 반응이 좀 있습니까?
강지원 : 우선 재미있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구요, 판매가 되는지 아닌지는 아직 체크를 안 해 봤고. 그러나 저희들은 이걸 팔아보고 남으면 다 모아서 청소년들이 한 사람이라도 더 볼 수 있게 다 기증하고 기부할 생각입니다.
박인규 : 저희가 중고등학교 다니던 6,70년대만 해도 '학원' 같은.. 거의 전설적인 잡지였는데, 말하자면 청소년들이 아주 즐겨 찾는 책이었는데 아까도 말씀하셨습니다만 최근에 청소년들은 영상세대고 책을 잘 안 보는 세대라서 과연 이런 새로운 미디어의 시대에 활자매체를 통한 청소년잡지가 청소년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하는 약간의 우려도 있는 것 같아요.
강지원 : 그러실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여러 가지 지식들을 과거 5,60년대처럼 공급하겠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지식이라는 건 뒤져보면 다 나오게 돼 있거든요. 그런데 오늘날 더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잡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건데요, 매번 역사상의 중요 인물들을 몇 분 선정합니다. 이번엔 모차르트와 정약용 선생, 간디 이런 분을 선정했는데 그 분들의 사진을 뒤집어서 실었어요. 거꾸로. 책을 보면 제작사고인가 하실 수도 있거든요. 제가 왜 그런 아이디어를 냈는가 하면 지금 청소년들은 힌트만 주면 뭐든지 새로운 상상을 해낼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예를 들어 모차르트를 뒤집어 놓으면 왜 뒤집어 놨을까 이상하다고 생각할 거 아닙니까.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모차르트를 뒤집어 보자. 모차르트가 좀 오래 살았다면 어떤 작품을 만들고 어떻게 음악적인 성향이 바뀌었을까 하는 생각 할 수 있잖아요. 종전에 그냥 위인전을 읽으면 모차르트는 어려서부터 신동이었고 일찍 죽었다. 피가로의 결혼이 어떻고 돈 죠반니가 어떻고... 이것 밖에 안 나오거든요. 그런데 모차르트가 60세까지 살았다면 어떤 성향을 보였을까 뒤집어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런 힌트만 주자.
박인규 : 지식의 전수보다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쪽에 관심을 두시는 거군요. 아무래도 청소년들이 보는 잡지기 때문에 편집이나 필자, 제작과정에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도 상당히 청소년들의 관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좀 참여를 하고 있습니까?
강지원 : 좋은 말씀이십니다. 저희들이 지금 청소년 편집위원을 모집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워낙 제작과정이 급했기 때문에 주변에서 몇몇 청소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아이디어를 냈는데 정말 청소년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또 청소년이 원한다고 다 해주는 게 도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거를 건 걸러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교사들을 편집위원으로 초청을 해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계획입니다.
박인규 : 창간호가 나왔으니까 앞으로 몇 달 동안 확충도 하시고 그런 작업이 필요하겠네요. 지금부터는 우리 사회에 청소년 인권보호의 실태에 관해서 말씀 나눠볼까 합니다. 최근에 민노당 최순영 의원이 학생인권법을 제정하자고 해서 인터넷을 통해 서명운동도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권이면 인권이지 왜 학생인권이냐, 학생인권은 보통 인권과 다르냐 이런 말도 나올 것 같아요. 학생인권이라는 게 왜 필요한 겁니까?
강지원 :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견해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인권을 보는 시각이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굉장히 강한 쪽도 있고 적은 쪽도 있을 텐데요, 학생이라는 존재들을 인권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측면에서 이건 대단히 시사점이 있는 거죠. 우리는 근대 학교체제 교육이 시작되면서, 학생들을 아주 통솔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박인규 : 통제와 관리의 대상. 말하자면 학생들의 인권이 그동안 무시돼 왔다.
강지원 : 그렇죠.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 하는 존재로만 생각해 왔다는 거죠. 그것이 과연 옳은가, 예를 들어 머리 자르는 문제도 그렇죠. 머리를 왜 잘라야 되는지, 자른다면 어느 정도까지 잘라야 되는지. 2센티인지 3센티인지. 그런 여러 가지에 대해서 우리가 골똘히 생각을 안 해봤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학생들의 인권의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점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죠.
박인규 : 학생인권법을 만든다면 가장 주요한 골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강지원 : 여러 가지 의견이 많기 때문에 한두 가지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운데요, 두발문제도 그래요. 두발의 어떤 규칙을 정했을 때는 지켜야지요. 어떤 규칙을 지키는 훈련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여러 가지 장치가 있습니다. 몇 시까지 등교하고 수업시간에 떠들어서는 안 된다든가. 규칙을 지키는 훈련은 인성교육에서 굉장히 중요하죠. 더 나아가서 과연 그 규칙이 정당한 규칙이냐를 생각해 보는 시각들을 우리는 가질 필요가 있어요. 과연 머리를 꼭 그렇게 짧게 잘라야 되느냐. 왜 처음에 그런 얘기가 나왔을까요. 옛날에 우리 장발이라고 해서 길에서 단속할 때가 있었거든요. 그런 것에 비해서 본다면 두발도 자유화하라는 얘기가 설득력 있구요. 그런가 하면 무조건 자유화를 해 놓으면 이상한 머리를 하고 다니면 어떡할 거냐 하는 거죠. 그런데 저 자신도 지금 이상하다는 말을 했지만 그건 굉장히 개성적인 것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어디까지가 허용할 수 있는 것이고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인지에 대한 아주 진지한 토론이 필요해요. 저는 청소년들에게 가급적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에게 피해를 끼치느냐 아니냐 이런 관점이라든가. 이런 측면에서 청소년들 스스로도 규칙을 제정하는 데 참여하고 그 정당성을 스스로 부여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느냐.
박인규 : 학생인권법 내용을 들어보면 주로 학교 당국이나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에서 학생들의 자율성이나 인권을 존중해야 된다는 측면인데, 한편으로는 보통 왕따라고 하죠. 학생들 사이에서 집단 따돌림이나 폭력도 위험수위에 이른 것 같거든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까요?
강지원 : 학교폭력문제는 일반 사회에서의 폭력문제와 같은 거죠. 그렇기 때문에 굳이 인권문제를 얘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건 죄악이죠. 그래서 학교폭력이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들이 오는데, 일본에서 이지메라고 하죠. 왕따 이런 것들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건 일종의 패거리 의식에서 생기는 거거든요. 자기와 몇 사람들이 패거리를 작당하고 거기 포함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을 배척합니다. 적대감을 갖고. 저는 우리 사회에서 왜 그렇게 패거리 의식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 대단히 우려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납니다. 이렇게 생긴 사람도 있고 저렇게 생긴 사람도 있고 중국집에서 다들 자장면 먹는데 짬뽕 먹는 사람도 있는 거지 왜 자기와 다르다고 해서 매도하느냐 말이죠. 이건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아니면 유치원 때부터 인성교육에 실패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박인규 : 또 이런 문제도 있는 것 같아요. 학부모들이 교사를 폭행하는 건 물론이고, 최근에는 중학생, 초등학생 까지도 훈계하는 선생님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이거야 말로 인성교육의 문제라고 봐야 됩니까 어떻게 봐야 됩니까?
강지원 : 그런 사태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겁니다. 이미 일본에서 외아들이나 외동딸들이 많이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미 겅험한 사례입니다. 요즘은 부모를 때리는 아이들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문을 잠가 놓고 외출을 하지 않는 아이들도 늘어나구요.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면 단순히 청소년 인권보호만이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이 자유롭고 개성있고 책임있는 주체로 자라나게 해야 되는데, 학교폭력, 선생님에 대한 폭력.. 이런 것들을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까?
강지원 : 이 문제는 교육 전반에 관한 문제구요. 우리 교육에 있어서, 예를 들면 입시와 학벌 위주의 희한한 못된 풍토와도 관련이 있어요. 부모들의 가치관이 고정돼 있어서 획일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겁니다. 그러면 자연히 저항하고 반항하게 돼 있거든요. 선생님께서 너 조용히 해라. 너희 왜 숙제 안 해왔느냐 하면 내가 숙제 안 해오면 어떠냐고 대드는 거죠. 그러니까 교사나 학부모들이 청소년들을 대할 때 그 아이가 숙제를 해오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사정, 또는 숙제를 하기 싫어하는 사정들을 존중해 줘야 합니다.다. 모든 아이들이 숙제를 잘 해와야 된다. 이걸 기대한다면 정말 큰 잘못입니다. 사람은 다 다양하거든요. 어떤 사람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달달 외우는 거 좋아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학생이 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획일적으로 교육을 시킵니까. 그래서 이제는 사회가 점점 매체가 늘어남에 따라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훨씬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밖에서 배웁니다. 따라서 이 아이들의 특성을 알고 우리가 교육의 방법들이 바뀌어야 됩니다. 그런데 가르치는 사람들, 지도자들은 옛날 생각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마찰이 생길 것이고 폭력사태가 증가할 겁니다.
박인규 : 최근에 강지원 변호사께서는 제 1회 국제영상페스티벌을 개최했는데 거기 조직위원장을 맡으셨어요. 그런데 그 주제가 어떻게 보면 청소년들과는 안 맞을 수도 있다는 느낌도 있고..
강지원 : 이 페스티벌을 주최한 곳은 사단법인 한국 에이즈 퇴치연맹이라는 곳입니다. 에이즈 퇴치를 위해서 만든 단체인데 서울시와 공동주최를 했어요. 결국 에이즈를 퇴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데, 에이즈만 갖고 얘기하는 건 너무 범위가 좁잖아요. 많은 분들이 에이즈와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박인규 : 특히 청소년들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강지원 : 청소년들에게 무슨 그런 문제가 있느냐고 생각하실 분이 많거든요. 그런데 결국 에이즈는 성의 문제고 성이 건강하지 못함으로 해서 나타나는 부산물이잖아요. 그래서 건강한 성에 관해서 이야기 하자라는 생각을 하신 거죠. 그래서 청소년들이 성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요새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영상, 청소년들이 제작한 영상페스티벌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이 있어서 제가 조직위원장을 맡았어요. 청소년들을 위한 영상페스티벌이 우리나라에 몇 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페스티벌은 성에 관한 것을 주제로 영상페스티벌을 하는 독특한 축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청소년들도 그 부분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얘기하면서 건전한 의식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강지원 : 그렇죠. 조금 전에 말씀하시기를 청소년들과 에이즈는 관련이 없을 거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금년 상반기에만 해도 7명이나 청소년 에이즈 감염자가 생겼거든요. 하반기에는 더 늘어나겠죠. 작년에는 16명이었고 그 전에는 12명이었습니다. 문제는 이게 드러난 것만 그렇다는 건데요, 청소년들은 건강검진 등을 잘 안 받는다는 그런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청소년들 중에 동성애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감염된 친구들이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겁니다. 저희들은 이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청소년 때부터 건강한 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론 삼아서 이야기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거든요.
박인규 : 말씀을 듣고 보니까 청소년들이 자라면서 너무나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강지원 : 이번에 전부 18편의 작품이었는데요, 해외에서 초청한 게 3편, 국내에서 초청한 작품 몇 편 있고. 저희가 주목한 것은 이번에 새로 청소년들이 제작한 영상들이 있었어요. 전부 24살 미만의 청소년들이 제작한 건데 그네들이 보는 성을 영상으로 담아 보니까 굉장히 재밌어요.
박인규 : 청소년들을 올바르게 자라게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데, 이번에 청소년잡지 <큰 바위 얼굴>을 창간하셨고 앞으로 또 청소년 인권보호와 관련해서 하시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어떤 게 있는지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시죠.
강지원 : 저는 일생의 사업으로 하는 일이니까 이런 저런 하는 일들이 늘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청소년들을 위한 방송을 했으면 좋겠어요. 청소년 전용방송도 좋고 프로그램도 좋고. 제가 아주 옛날부터 꿈꾸고 있는 건데, 왜냐 하면 잡지도 하나의 매체지만..
박인규 : 요즘은 사실 방송이 훨신 강력하죠.
강지원 : 그렇죠. 많은 분들이 저한테, 당시 공직에 있을 때 코미디 프로에 왜 나가느냐는 얘길 들었는데 결국 청소년들을 위해서 하는 거였거든요. 그런 구상들을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큰 바위 얼굴>이 일단 성공하시고 잘 돼서 청소년 방송국까지도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월간 청소년잡지 <큰 바위 얼굴>을 창간한 청소년 지킴이 강지원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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