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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자기혁신 통해 우리 사회의 평화를 추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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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교회의 자기혁신 통해 우리 사회의 평화를 추구할 것"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2/04] 권오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신임 총무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지난 82년간 종교에 기반을 두고 한국 민주화운동과 사회운동의 한 축을 맡아왔던 KNCC,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지난 20일 제55회 총회를 통해 신임 총무를 선출했습니다. 신임총무로 선출된 인물은 1970년대 민청학련 세대인 권오성 목사... 그는 신임총무로 취임한 자리에서 양적 팽창만을 거듭해온 교회사회를 비판하면서 섬김과 나눔을 통해 잃어버린 KNCC의 정체성을 되찾고 기독교계가 앞장서서 양극화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자고 강조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KNCC 신임총무로 취임한 권오성 목사를 초대해서 현재 KNCC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문제는 무엇이며 KNCC가 고민하는 교계 내부현안과 해결책은 무엇인지 얘기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 신임총무 권오성 목삽니다. 권오성 목사는 1953년생으로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를 다니던 중 민청학련 사건 등 민주화 운동으로 두 차례 옥고를 치렀습니다. 이후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984년 목사안수를 받으면서 31살 젊은 나이로 수도교회 담임을 맡아 목회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서울 낙산교회, 독일 라인마인 한인교회 등에서 담임목사를 지냈고 전국 목회자 정의평화 실천협의회 의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지난 11월20일 55회 총회에서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 총무로 선출, 취임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우선 축하드립니다. 82년이나 되는 역사를 자랑하는 KNCC 총무가 되셨으니까 기쁘시기도 하겠지만 어깨가 무거우실 것 같은데요.

권오성 : 대답을 두 가지 다 주셨는데, 한 편으로는 하나님의 은혜라는 생각이 늘 있구요. 그 말은 저보다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부족한 저를, 저 나름대로 필요해서 하나님께서 쓰셨다는 면을 생각하면 은혜라고 생각하고. 한 편으로는 무거운 짐을 졌다는 책임감도 굉장히 많이 느낍니다.

박인규 : 7,80년대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사실 KNCC를 모르실 분이 없을 것 같은데 요즘은 과거만큼 사회적으로 이름이 많이 안 나오고 있어요. 간단하게 KNCC가 그동안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말씀해 주시죠.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권오성 : 말 그대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들이 모여서 협의하는 단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1924년에 처음 시작됐으니까 이제 82년 됐습니다. 그때만 해도 장로교, 감리교, 또 외국 선교부들이 한 6개 단체들이 들어왔고, 또 YMCA, 성서공회, 11개 교단과 단체들이 모여서 그때는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교회협의회 혹은 WCC라고 얘기합니다만, UN같은 국제기구처럼 총무 중심체제로 운영돼 왔습니다. 그래서 총무가 대표하는 격이 돼 왔죠. 82년 역사 속에서.

박인규 : 보통 말하자면 개신교의 장로교, 감리교 등 교파들이 모여서 연합체를 만든...

권오성 : 그렇죠. 지금 8개 교단으로 돼 있는데요, 대한예수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그리고 보통 구세군이라고 하는 대한번영, 성공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그리고 정교회가 있고... 정교회는 오소독스교회라고 하죠. 그리고 순복음교회라고 많이 알려진 기독교대한한인회성회. 이렇게 8개 교단이 들어와 있습니다.

박인규 : KNCC는는 기본적으로 교회단체긴 하지만 그동안 사회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80년 동안의 KNCC의 사회적 역할을 간단히 정리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권오성 : 전 한국사회의 희망이 돼 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1924년에 출발했는데 그 때를 생각하면 1919년도 3.1운동에 한국 교계인사들이 굉장히 많이 적극 참여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당시 조선사회에 대한 교회가 갖고 있던 영향들을 계승해서 교회 내부사안도 협의하고 여러 가지 활동들.. 지방에서 계몽운동, 한글보급운동 등을 주도해 왔던 면이 있죠. 1950년대 같은 경우는 전쟁 직후.. 참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인데 해외원조나 도움을 받으면서 적극적으로 구조와 봉사 역할을. 그것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게 기독교봉사회 같은 게 아직까지 남아있죠. 또 최오의 민간방송이라고 할 수 있는 CBS 기독교방송을 처음에 설립할 때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또 저희들 기억 속에 남아있는 건 1970년대를 군부독재 시대, 혹은 개발도 많이 이뤄졌다고 얘길 합니다만.. 거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서 민주화 운동, 혹은 인권운동, 또 사회적인 약자들, 그 당시로 보면 노동자, 농민, 빈민.. 그래서 기독교농민회나 산업선교 등 지역사회 속에서 여러 가지 많은 빈민운동을 통해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소리를 냈고. 80년대는 분단시대에서 통일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반국가적인 행위처럼 지적됐을 때 통일문제를 국제네트워크를 통해서 굉장히 광범위하게 문제를 제기했고, 1988년도에 통일에 관한 선언서를 내면서 그것이 한국사회에 통일의 물꼬를 튼 것도 현실적으로 우리가 인정할 수 있는 큰 역할이란 생각을 하구요. 그런 점에서 기독교가 갖고 있는 많은 성격 중에서 예언자적인 성격의 발언들을 많이 했고 활동을 했는데 우리는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발언하고 활동했는데 그 당시로는 정치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됐죠. 엄청난 반향을 가져왔고 꽉 막혀있는 사회에 생기도 불어넣고 운동을 숨을 트이게 하는 역할을 한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우리 사회 모순의 한 가운데 있었다.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저도 대학 다닐 때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목요기도회 나가다가 경찰한테 쫓기던 기억도 납니다. 어쨌든 민주화가 많이 됐고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인 부분에서 KNCC의 역할이나 존재감이 옛날보다는 떨어진 건 사실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KNCC 나름대로 사회적 의미가 있는 활동을 하시니까요. 이번 총회를 하시면서 새로운 활동방향이랄까요, 새로운 주제를 정했다고 들었습니다.

권오성 : 예.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이런 주제인데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에 진정한 평화가 언제 있었나. 동북아시아에 언제 있었나. 지금 남과 북으로 봐도 정전상태라는 걸 우리가 다 알고,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여러 가지 갈등이나 벽을 쌓고 서로 싸우고 있는.. 어떤 때는 양극화라고 표현되기도 하고, 그런 상태에 있는데 사실은 목사로서 신앙고백은 이번 주제를 놓고 생각해 보면 수백 년 역사 속에 왜 평화가 안 이뤄진 걸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기 전까지는 평화가 가능한 게 아니라는 신앙고백을 합니다. 평화를 위해서 일하라고 교회가 부름을 받았고 믿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서야 된다. 신앙적으로는 에베소 성경 말씀이십니다만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막힌 담을 헐고 남녀 사이, 외국인과 당시 야만인이라고 했던 사람들과의 벽을 헐어버리고, 종이나 자유인조차의 벽도 헐어버러서 서로 하나의 세상을 새롭게 이뤄가는. 그런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일들이 평화인데, 저희들은 그런 점에서 저도 총무로 취임하면서 우리 사회에 이런 평화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어떻게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또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교회가 희망이 되고 희망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일에 우리 이번 주제를 중심으로 해서 저도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최근에 미국의 부시대통령이 북한이 핵폐기를 하면 6.25 종전선언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6.25가 끝나지 않았구나..' 이런 생각도 했는데, 평화라면 아직도 아무래도 한국사람들 입장에서는 남북간 평화가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 같고. 그런 평화와 관련해서 대북 관련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권오성 : 저희들이 그동안에는 긴급지원구호사업을 많이 했죠. 급한 식량이나 약품이나 옷이라든지. 이제 이것을 평화의 관점으로 보면, 물론 그것도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이제는 좀 다른 형태로.. 북한사회개발형태로 발전돼야겠다 해서 12월 7일부터 9일까지 홍콩에서 저희가 국제회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 20여 개 국의 교계 지도자들과 많은 분들이 참여해서 평화의 관점으로 볼 때 이제는 북한사회개발에 우리가 참여해야겠다. 그래서 풍력발전이나 태양열에너지 발전, 농업개발 등 이런 형태들이 세계 교회들이 다 어떻게 함께 참여하고 힘을 모을 것인가. 그리고 과거에 통일을 중심으로 국제네트워크가 한 20년 동안 활동했었는데요, 1986년도 스위스 글리온 회의부터 시작해서. 이제 새로운 평화를 주제로 한 국제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예를 들어 6자회담을 하는 동안 6자회담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진정한 평화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계 지도자들이나 혹은 민간 NGO단체 사람들이 모여서 진정한 평화가 이런 회담 과정 속에서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한 대안도 제시하고 토론도 하고 그것을 위한 활동도 끌어내고. 그 출발점으로 저희들이 12월 7일에 홍콩에서 회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군사 정치적인 의미에서의 평화는 부시대통령이 말한 종전선언, 평화협정이 되겠지만 교회의 입장에서 보자면 북한에 대한 개발도 평화에 기여하는 하나의 활동이라고 보시는 건가요?

권오성 : 그렇죠. 그건 인권, 평화가 다 같이 묶여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생존의 문제나 한 사회체제의 평화. 전쟁이 일어난 상태에서는 도무지 인권도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구요.

박인규 : 최근에 좀 논란이 됐던 것이 UN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했는데 우리 정부가 그동안 계속 기권을 하다가 이번에 찬성을 했다. 뭐가 달라진 거냐, 북한의 인권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북한인권을 중시하는 방법이 과연 뭐냐. 교회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권오성 : KNCC의 입장에서는 모든 현실사안에 대해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진 않고 못하고 있기도 하죠. 제가 총무로 취임하기 전의 사안이기도 한데요, 제가 알기로는 우리 정부의 북한인권에 관한 결의에 대해서 찬성을 표한 것.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없었던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면 우리나라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게 북한인권이 그 전보다 좋아졌다, 혹은 더 나빠졌기 때문에 찬성표를 던져서 개선해야겠다는 의지나 노력에서 나온 건 아니라는 생각이 분명히 있구요. 그 말씀을 바꿔 말하면 외교적인 필요에 의해서 기권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것이 아닌가. 그 필요가 무엇인가는 판단을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드는데요, 한 편으로는 유의해야 될 것은 UN이 갖고 있는 북한인권결의안이 국제정치적으로는 의도했든 안했든 북한체제에 대한 압박이라는 또 다른 요소가 숨어있기도 하고, 이런 점에서 유의하면서 법을 봐야 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권리로서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안 가질 수는 없죠.

박인규 : 평화를 말씀하셨는데, 우리 사회 내부의 평화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른바 IMF위기 이후로 사회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고. 강남 대 비강남. 가진자와 비가진자와의 갈등. 사회양극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실 것 같은데 교회 차원에서는 사회양극화 부분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나름대로 생각하시는 방안 같은 게 있습니까?

권오성 : 글쎄요. 지금 말씀처럼 부동산 문제나 사회양극화.. 그 하나하나의 사안 자체가 굉장히 큰 주제고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될 문제라는 생각을 합니다만, 일단은 서로간에 함께 살아가는 동시대인으로서의 인간적인 연대를 우리가 갖고 있나를 우선 자성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기주의, 개인주의 혹은 물량주의가 우릴 지배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내 이익과 이해관계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기 시작하면 거기에는 대답은 언제나 두 개일 수도, 열 개일 수도 있고 백 개일 수도 있고, 정답 자체가 특별히 없는. 함께 살아가는 한 시대 사회 속에서 우리가 양보할 것과 공유할 것이 뭔가에 대한.. 우리 전체 사회가 동의할 수 있는 가치관 같은 것들이 먼저 분명히 서야 된다는 생각을 하구요. 단순히 자본주의적인 세계관만을 가지고 우리 삶을 재기 시작하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전 교회가 그런 점에서는 이런 가치관을 제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사회 경제적인 해결책도 중요하지만 가치의 문제,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인식의 문제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지금부터는 개인적인 질문도 좀 해보고 한국 사회에서 교회가 하는 역할이 과연 무엇이 돼야 할지 그런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이른바 운동권이셨고 전공도 사실 전자공학. 교회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데서 시작해서 목사까지 되셨는데 어떻게 해서 목사가 되셨나요? 원래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니셨습니까?

권오성 : 어려서부터 교회생활은 했구요. 그런데 제가 고등학교, 대학생활을 하면서 교회라는 게 종교적 게토 같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소리 지르고 찬양한다고 하고,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교 4학년 때 민청학련 사건으로 감옥에 들어갔는데, 저와 같은 방에 마지막에 대전교도소에서 지금은 성공회대 교수가 된 권진관 박사가 같이 있었는데 자긴 신앙 때문에 믿음 때문에 들어왔다고 해요. 아니 믿음이란 게 모여서 기도하고 예배하고 말씀 듣고 찬양하면 되는 거지 왜 감옥에 들어오나. 그때 제가 독일의 본헤퍼 목사를 소개받았습니다. 나치 치하에서 저항하다 결국 사형 받았던. 그래서 기독교 역사의 풍성한 또다른 주류가 하나 있구나.. 그런 시각을 열었는데. 제가 감옥을 두 번 들어갔는데, 1976년도에 옥중생활을 하고 있는데 명동 3.1구국선언사건으로.. 제가 그때 만난 분들이 문익환 문동환 목사님, 서남동 목사님 이런 분들이었는데, 아니 목사님들이 또 왜 감옥에 들어가나 교회나 잘 지키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 분들과 비공식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교류하면서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 대한 기대도 있으시고 그걸로 인해서 우리를 부르기도 하시고 세상을 사랑하고 구원하기 위해서 관심을 가지시는지, 자기 아들을 내주기까지. 이런 절절한 느낌이 왔고 개인적인 체험도 있었고. 그랬는데 감옥생활을 그 때 만 2년을 두 번째 하고 나왔는데 나와 보니까 신학교에 입학도 안 되고 새로 시험 봐서 들어가는 것도 안 되고 복학도 안 되고; 정부가 유학도 허락을 안 해줬습니다. 신학공부를 하고 싶은데 목사가 될 길이 없다. 난 하겠다고 시켜달라고 옥중에서 그런 새벽기도를 했는데, 한국기독교장로회라는 교단.. 지금 제가 속해있는 총회에서 학교를 그렇게 갈 수 없는 학생들만 입학자격이 있는 신학교를 만들었습니다. 교수는 또 해직돼서 가르칠 곳이 없는 교수님들. 아까 말씀드린 김창국, 문동환, 문익환, 서남동, 안병무 이런 분들이 와서 한 20명 모인 신학교를 만들었구요. 그래서 제가 목사 되겠다고 소명을 받고 결단을 하고 난 뒤에 거기서 3년 동안 신학공부를 하고 목사가 됐죠.

박인규 :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지만 공포의 외인구단이었군요.

권오성 : 그런 셈입니다. 저희는 또 그런 얘길 합니다, 갑종이라고.

박인규 : 그 당시에는 사실은 사회운동을 하는 데서 교회가 그나마 외국에서의 도움도 있고 해서 어떤 방편으로 교회에 들어가기도 했는데. 워낙 폭압적인 시대였기 때문에 교회가 그런 사회 정치운동의 몫까지 맡아야 했지만 이제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8,90년대를 거치면서 교회가 나름대로 교회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역할이 70년대와는 달라졌다고 보여지는데 권목사님께서는 지금 이 상황에서 교회의 본질적인 역할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권오성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약자는 분명히 있구요, 문제는 이 세상이나 우리 사회질서를 고통받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약자의 눈으로 보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런 목소리를 과연 어떻게 내고 있는가. 단순히 노동자, 농민이기 때문에 약자였던 시대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어떤 형태로든 약자의 목소리를 내 주는 게 필요하단 생각이 들고. 또 하나는 처음부터 저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만 우리 사회 전체에 필요한 영적인 부분이. 이게 기독교적인 표현인지 모르지만 영성이라고 할까요. 언제나 다시 한 번 나를 되돌아보고 싶기도 하고 판단의 근거가 대체 무엇인지 확인해 보고 싶기도 하고, 그리고 언제든지 든든하게 신뢰할 수 있고 돌아갈 수도 있고. 또 아 이 방향이구나, 우리 사회의 정치나 사회 경제가 이렇게 가야 된다는 방향을 내놓을 수도 있고 대답을 가지고 있는. 교회는 그런 역할들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것이 우리 신앙적으로는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는 게 되겠죠.

박인규 : 정신적 지주같은 역할을 말씀하셨는데, 사실 신영복 선생님 같은 분들도 요즘 사회를 보시면서 신뢰집단이 없다. 속된 말로 하면 믿을 놈이 하나도 없다. 그런 말들을 많이 하더라구요. 그런 면에서, 예전에는 사회가 어려우면 사회적 원로를 찾아가서 말씀도 듣고.. 이제는 그런 게 없어진 것 같아요. 그런 부분과 관련해서, 적절하게 연결된 건지 모르지만 이번에 권목사님이 총무로 선출되시면서 KNCC 사상 처음으로 경선을 치렀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민주적일 수도 있고 말하자면 교계 내부도 굉장히 다양해지고 더 심하게 얘기하면 갈등이나 마찰이 있는 게 아니냐.. 그렇게 보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권오성 : 그렇게 보는 건 지나치게 본 거란 생각이 들구요. 저는 지금까지 우리가 해오던 관행들이 다 있었는데 그 관행들을 어떤 순간에는 변화시킬 필요도 있다. 사실은 훌륭한 분들이 저 외에도 여러 분들 다른 판단을 하는 분들이 있었고. 또 그런 점에서는 한 번 이 부분에 대해서 내놓고 논의를 해보자는 과정이란 생각이 들구요. 실제로 우리 헌장에는 그런 귀를 열어놓은 게 있었고. 그래서 총무 선임 과정에서는 저희들이 공개적으로 표결도 했고 다 승복하고. 다음부터는 아예 그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표결하는 걸 하지 말자고 헌장을 개정했습니다. 인선위원회에서 한 분만 후보로 내서 하자는 논의도 실제로 또 있었습니다.

박인규 : 7.80년대에는 민주화라는 한 가지 목표에만 매진하다 보니까 단결했지만 최근에는 워낙 관심이 많아져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또 기독교계와 관련해서 사회, 정신적 지주로서의 역할을 회복하고 싶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일각에서는 교회가 너무 많이 생기면서 오히려 교회 자체가 문제 아니냐. 일부에서는 교회도 세습이 되고, 일부 대형교회 문제긴 하지만 여러 가지 추문도 나오고. 그래서 과연 교회가 우리 사회의 정신적인 부분을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권오성 : 그렇죠. 그런 점에서는 우리 신앙고백 중 하나는 교회는 늘 스스로 자기를 개혁하는 존재다 하는, 종교개혁의 기본적인 정신이 그거구요. 스스로도 개혁의 대상으로 생각해야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한 편으로는 의로운 사람들만 모인 곳이 아니라, 의롭다고 인정받은 사람들이 모이지만 죄인들이 모인 공동체기 때문에, 형법이 있습니다 재판 과정도 있고. 스스로 자기를 개혁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느냐 없느냐가 굉장히 중요하구요. 그래서 어떻게 4년을 감당할 건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또 한 편으로는 교회를 새롭게 하는 것. 자기를 성찰하는 과정들을 분명히 우리 내부에서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좋게 보면 KNCC 내부도 다양화 됐다고 볼 수 있는데, 교회의 다양성을 지키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할 텐데 초기에 말씀드렸지만 한기총과 KNCC는 약간 지향도 다르고 사회적인 목소리도 다르고. 한기총과의 관계를 서로 다르면서도 공통의 목적을 위해서 나갈 수 있는..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자 하십니까?

권오성 : 교회는 늘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서로가 다른 지체를 갖고 있다. 손은 손의 역할, 발은 발의 역할을 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몸이 둘로 나뉜 건 아닌 것인데요, 지금 부활절 연합예배 같은 종교적 사안에서는 이미 함께 모여서 활동하고 있구요. 또 그것만이 아니라 북한돕기운동이나 우리 사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 꼭 사회적 약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아도 사회복지나, 봉사와 나눔과 섬김을 통해서 서로 함께 힘을 모아가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서로간에 신뢰를 좀 쌓아가고 그걸 바탕으로 과연 우리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어떤 목소리를 내는 게 옳은가. 그것에 대한 논의도 그 후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기본신뢰를 좀 쌓아나가고 난 뒤. 기본적으로 교회는 하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서로 일치를 위한 노력들은 계속 해나갈 생각입니다.

박인규 : KNCC 총무님 임기가 4년이시고 목회 일도 다 중단하시고 총무 일만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굉장히 하실 일이 많을 것 같은데, 앞으로 4년을 어떤 식으로 KNCC를 끌고 가겠다... 마무리 말씀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권오성 : 아까 말씀처럼 우리 사회의 희망이 됐으면 좋겠구요.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헌장개정에도 있습니다만 우리 내부를 스스로 성찰하고 개혁하는 일에 일단 박차를 가하려고 하구요. 또 협의기구기 때문에 교단 사이의 의사소통구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이해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면서 결정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예언자적인 증언은 사회의 경제규모가 굉장히 커졌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신앙의 입장에서 우리가 내야 되는 목소리가 무엇인가를 분명히 분간하고 구별해서 목소리를 내야 된다... 우리 사회 현실에 대해서,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면에서. 그리고 아까 말씀처럼 섬김과 나눔, 또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연대. 이런 점들에 관해서 좀 더 제가 할 수 있는 역량껏, 힘껏..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과 기도를 함께 받으면서 거기에 관심을 받으려고. 그래서 우리 사회의 평화를 추구하고 사회 약자의 자리를 대변하는, 혹은 대변한다기보다도 함께 살아가는... 그런 일들을 꾸준히 해나가려고 생각중입니다.

박인규 : 일제시대나 7,80년대 독재시대에 KNCC가 민주화의 한 횃불이었듯이 사회양극화의 시대, 또 남북 화해의 시대에도 하나의 등불의 역할을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KNCC.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임총무로 선출된 권오성 목사와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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