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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대북 '채찍', 러시아는 '유연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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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국은 대북 '채찍', 러시아는 '유연성' 강조

균형잡기 '진땀' 천영우 "악순환 바닥 쳤다"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5일 북한의 핵실험 후 진행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긴장고조의 악순환은 바닥을 쳤고 상황이 개선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고 말했다.
  
  천 본부장은 부산에서 열린 제2회 한겨레-부산 국제 심포지엄 둘째날인 이날 오후 있었던 한국 주재 미국·일본·러시아 대사와의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협상가 입장에서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천 본부장의 이같은 발언은 6자회담을 비롯한 앞으로의 협상에 대한 희망섞인 전망인 동시에 우리 정부가 북한, 미국 등 핵심 관련국들을 향해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 핵포기 불가' 예단 말아야"
  
  천 본부장은 6자회담 개시 날짜에 대해 "크리스마스 이전이 될 것"이라면서도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성급하게 회담을 재개하는 것보다 각자의 숙제를 이행하고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뢰밭을 헤쳐나가기 위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1718호에 대해 대북 제재에만 관심이 쏠려 결의안에서 가장 중요한 6조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안보리 결의안 1718호의 6조는 북한이 모든 핵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포기(CVID)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일원이건 아니건, 9.19공동성명이 유효하건 말건 북한은 유엔 결의안에 따라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해 6자회담이 재개되면 참가국들이 핵폐기를 위한 '선행조치'를 북한에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해야 했던 배경에 대해 그는 "북한 정권은 핵무기가 국제적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유일 강대국(미국)과의 대결에서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어서 (핵실험 같은) 무리한 행동이 나오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들의 취약성을 은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압력에 저항하는 노력을 할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성급한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6자회담 전망과 관련해서는 "금융제재 문제가 해결돼야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나올 것이고, 경수로 제공을 절대적인 문제로 요구할 것이며, 우라늄 농축 방안을 남겨두려 할 것"이라면서도 "회담이 진전되지 않으면 핵무기를 증강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 대사 "안보리 결의안 넓게 해석 반대"
  
  한편 천 본부장을 비롯해 알렉산더 버시바우 미국 대사와 오시마 쇼타로 일본 대사, 이바 센초프 러시아 대사의 이날 발언에는 북핵 문제를 보는 4개국의 시각차가 고스란히 드러나 관심을 보았다. 닝푸쿠이 주한 중국 대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러시아 대사. 센초프 대사는 9.19공동성명 채택 후의 상황에 대해 "일부 당사자 혹은 전체 당사자가 약속을 실현할 준비가 안 돼 있었다"고 말해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 역시 사태 악화에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비쳤다.
  
  센초프 대사는 이어 "작은 국가들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보장이 있어야 대량살상무기를 찾지 않게 될 것"이라며 "각 국가들에게는 핵기술 등 첨단기술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우리가 비확산 체제를 강화해야 하는 건 분명하지만 이 원칙이 지켜져야 공정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안전보장 및 민수용 핵개발 요구에 일리가 있다는 태도다.
  
  그는 또 "북한이 6자회담 복귀에 합의한 것은 국제사회의 일치되고 단호한 의지를 잘 받아들인 것"이라며 "안보리 결의안을 실행하는 데 절제와 이성을 갖도록 호소하며 결의안을 무리하게 넓게 해석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결의안은 북한을 벌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방법이 없어서 취한 대안"이라며 "금융제재와 관련해서도 원칙을 무조건 지키겠다는 입장은 무책임하다.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채찍' 일본은 '납치·인권' 강조
  
  그러나 버시바우 미국 대사는 '당근' 보다는 '채찍' 쪽에 무게를 두는 기존의 미국 입장을 대변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한국전쟁에 (북한을 돕기 위해) 참여했던 중국이 현재는 미국, 한국, 러시아와 같은 입장으로 북한을 대하고 있다는 게 놀라운 일"이라며 안보리 결의안의 만장일치 통과를 거론했다.
  
  천 본부장과 마찬가지로 안보리 결의안에 포함된 북핵 폐기 요구를 강조한 버시바우 대사는 "핵을 포기할 때까지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해 "한국이 이 원칙을 이해한다고 발표한 것을 환영하며 앞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은 기대한다"고 말했다.
  
  쇼타로 일본 대사 역시 안보리 결의안에 의해 북한이 핵폐기를 해야 하는 법적인 의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국제사회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쇼타로 대사는 또 납치 문제를 거론하며 "일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국민들도 포함돼 있다"며 6자회담 의제로서의 근거를 확보하려 했고, 한국 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찬성을 들어 인권 문제를 제기할 예정임을 시사했다.
  
  한국은 '균형잡기' 진땀
  
  이같은 시각차 속에 천 본부장은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천 본부장은 회담이 진전을 보기 위해 "제재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하지만 제재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목적이 될 수도 없다"며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북핵 위기의 무게에 걸맞은 대규모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찍'을 강조하는 미국에 대한 견제구로 읽혔다.
  
  그는 또 "작위적인 원칙이나 북한에 대한 혐오감이 비핵화라는 목적의 달성에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6자회담에서 납치와 인권 문제를 거론하려는 일본을 겨냥한 말로 보인다.
  
  아울러 그는 "지나친 욕심을 부리거나 빠른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첫 단계에서 너무 욕심을 내면 전체 과정이 실패할 수 있다"며 빠른 결과를 바라는 국내 여론을 다독이려 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지도층을 비하하거나 비난하는 발언은 생산적인 협상 분위기를 저해할 것"이라며 "북한에 대해 선의의 작은 행동을 보이는 것은 돈이 드는 게 아니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존중과 정당한 인식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의 대북 정책이 북한의 핵실험을 불러왔다고 주장하는 북한 전문가 개번 매코멕 호주국립대 교수는 버시바우 대사에게 "미국이 9.19공동성명에 서명을 했지만 바로 다음날 파기했고 6자회담에 가장 소극적으로 참가한 것도 미국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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