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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투쟁이란 게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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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투쟁이란 게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1/24] '오, 하느님' 전반부 탈고한 작가 조정래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을 통해 한민족의 피어린 흔적을 찾아다니며, 그 혹독했던 역사를 더듬어왔던 작가 조정래씨 그가 강제 전향당한 장기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인간연습>을 낸지 5개월만에 새로운 소설 <오 하느님>의 전반부를 최근 문학동네 겨울호에 발표했습니다 식민지 조선의 백성으로 일본군에 끌려갔다가 소련군, 독일군인으로 그리고 결국은 총살당하고 마는 기구한 이야기를 통해 소위 자유와 인권을 내세우고 있는 강대국이 약소국을 상대로 얼마나 잔혹한 일을 저질렀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소설가 조정래씨를 초대해서 소설 <오 하느님> 에 담은 내용과 메시지는 무엇인지 지난 역사 속에서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세계화가 드높이 외쳐지는 이때 세계화와 민족주의의 조화는 가능한 것인지 얘기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소설가 조정래씨입니다. 소설가 조정래씨는 1943년 전남 순천 출생으로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 <현대문학>에 소설 누명으로 등단했습니다. 소설문예 발행인, 한국문학 주간 등을 지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좌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이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최근에 오 하느님이라는 소설의 전반부를 탈고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축하드립니다. 6월에 인간연습을 내시고 5개월 만인데 새로운 작품이 나왔어요. 빠르신 것 같습니다.
  
  조정래 : 인간연습을 쓰고 나서 바로 오 하느님을 썼기 때문에 발표 시기는 6개월 차이가 있지만 집필은 거의 동시에 했습니다.
  
  박인규 : 언론보도를 보니까 신길만이라는 식민지조선청년의 삶의 궤적을 통해서 약소국의 비애를 그리셨다고 하는데 굉장히 기구하더군요.
  
  조정래 : 우리역사가 지난 100년 동안 굉장히 기구했는데 그 역사 속에 대표적으로 피해를 받은 인물들이 이번 소설에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번 소설은 단순히 우리 민족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인류라고 하는 지구상에 있는 강대국과 약소국들의 역학관계 속에서 강대국들이 어떻게 횡포를 저질렀고 약소국들은 어떻게 비참하게 당했는가 하는 이야깁니다.
  
  박인규 : 제가 앞에서 짧게 소개를 했는데 잠깐 줄거리를 소개해 주시죠.
  
  조정래 : 1939년에 일본은 우리 식민지조선 사람들을 강제로 군대에 끌어갔습니다. 그 군대에 끌려간 첫 번째 사람들이 만주, 몽고, 소련의 국경에서 전투에 5만 명이 투입됐습니다. 그래서 약 6개월 정도의 전쟁을 통해서 일본군들이 전멸했고 몇 백 명이 살아남았는데 그 속에 한국사람이 끼어 있었죠. 그들이 소련군 포로가 돼서 소련군으로 편입됐고 그때는 이미 2차대전이 시작되고 있을 때기 때문에, 그래서 소련군으로 모스크바 전투에 참가했는데 그 전투가 약 한 달 동안 계속됐는데 소련과 독일이 싸운 거죠. 약 천만 명이 죽었습니다. 거기에서 독일군 포로가 돼서, 독일군들이 병력이 모자라니까 다시 독일군으로 회유해서 집어넣습니다. 그래서 2차대전 동안 가장 치열한 전투라고 하는 노르망디 전선에 투입됐다가 거기서 미군 공수부대에게 최초로 네 명이 포로로 잡혔는데 그들이 바로 한국사람입니다. 그들이 미국으로 끌려갔다가 다시 소련에서 돌려달라고 하는 협약에 의해서 소련으로 끌려가서 총살당해 버리는 이야깁니다. 그들의 나리가 대략 22, 23세, 인생의 가장 꽃다운 나이에 나라가 없다는 이유로, 몸무림 치며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실패하고 총살당해 버렸죠.
  
  박인규 : 일본의 식민지 백성이었는데 일본 군인이 됐다가 소련 군인이 됐다가 독일 군인이 됐다가 결국은 소련에 가서 총살당하고 마는.. 정말 기구하군요. 이것이 순전히 조정래 선생님의 상상력만은 아니라구요, 실제로 그런 인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조정래 : 미국의 역사학자가 디데이라는 책에다가 한국사람이라는 걸 명시해 놨고, 이것을 작년에 SBS에서 도대체 그들이 누굴까를 추적하는 특집다큐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그걸 보고 소설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 충격을 받아서 소설을 썼는데, 중요한 것은 거기에 나타나는 주인공들이 한국사람이지만, 그 뒤에 소설을 읽으면 다 나오는데 동양인 중에서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타슈켄트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인들이 약 300만 명이 소련군으로 참전해서 포로가 되는 이야기가 함께 나옵니다.
  
  박인규 : 우리 역사책을 보면 2차대전 당시에는 일본과 소련, 독일과 소련, 소련과 미국은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싸웠는데 진짜 힘없는 백성들은 여기저기 다 끌려가는군요.
  
  조정래 : 그러니까 우리가 2차대전이라는 역사를 볼 때 국가라는 독일과 일본은 악이고 연합군인 미국과 영국과 소련은 선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약소국들 입장에서 볼 때는 결국 똑같다. 자기들의 부족한 힘을 이용하기 위해서 약소국 국민을 끌어다가 잔인하게 부려먹고 죽여버리는 것이 과연 인간의 모습인가 하는 인간에 대한 질문과 회의를 하고 있는 게 이 작품입니다.
  
  박인규 : 개인의 문제로 따지고 들어가면 선과 악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오히려 힘 센 측과 약한 측, 그것 밖에 없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동안 주로 한반도 내에서, 특히 좌익과 우익의 갈등, 남북의 갈등 같은 문제를 주로 추적해 오셨는데 이번 작품을 보면 시야를 좀 넓히신 것 같아요.
  
  조정래 : 그 전 작품들을 단순한 눈으로 보면 분단문제로 비롯된 우리 민족의 비극이라고 얘기하는데 그것도 우리 분단은 20세기의 거대한 실험이었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결 속에서 빚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전 세계인들은 이데올로기 투쟁이라는 게 과연 무엇인가, 얼마나 허망하고 그 비극이 얼마나 큰가 하는 문제를 전 인류적으로 확대해석해야 합니다. 2년 전에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있었을 때 작품낭독을 하는데 독일의 독자들이 그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호감을 갖고 반응했었습니다. 이번에 그걸 넘어서서 전 인류적인 보편적 문제를 더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 작품을 쓰게 됐습니다.
  
  박인규 : 신길만이라는 식민지조선의 청년은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끌려갔습니다. 이게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군부대가 지금 이라크에 가 있습니다. 처음 파병할 때는 노무현 대통령도 정당한 전쟁은 아니지만 할 수 없이 갈 수밖에 없다. 미국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최근에 미국도 선거를 통해서 민주당이 들어서면서 철군 얘기도 나오고 국내에서도 철군 얘기가 나오는데, 그런 복잡한 현실에 대해서 작가께서 딱 부러진 해답을 제시할 순 없겠지만 우리의 이라크 파병을 어떻게 봐야 될까요?
  
  조정래 : 월남파병과 또 성격이 다른 게 이라크 파병입니다. 월남파병의 최소한의 설득력과 명분은 우리 경제발전을 위해서 그들이 외화를 벌어들여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습니다. 또 하나 반공주의의 승리를 위해서 헌신해야 한다는 것도 있었고. 그런데 이라크전은 이미 미국에서... 촘스키 교수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지금 민주당에서도 대대적으로, 세계적으로 그 전쟁은 철군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했더라도 지금 세계적으로 잘못됐다고 판결이 났으니까, 지금 열린우리당에서도 철군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니까 이쯤 해서 미국과 타협을 잘 해서 철군해야겠죠.
  
  박인규 : 사실 월남전도 우리로서는 필요해서 갔긴 했지만 역사적으로 봐서는 상당히 잘못된 전쟁이었다는 말이 있는데 이라크전은 시작하기도 전부터 전 세계에서 반전데모가 있었고 지금이라도 우리는 오는 게 옳다.
  
  조정래 :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라크전쟁에서 우리가 그나마 명분을 찾을 수 있는 것은 건설부대로 갔기 때문에 총을 쏴서 이라크인들을 죽이지 않았으니까 이라크에서도 그 부분을 이해할 겁니다. 지금쯤 철군해야 옳죠.
  
  박인규 : 지금 선생님께서 천착하시는 문제가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관계에서 정의나 평등은 없는 것 같다. 말하자면 강자가 강요하는 것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인데, 최근에 북한이 핵실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당장 남한에서는 북한이 핵을 가졌기 때문에 우리가 굉장히 위험해졌다. 말하자면 힘에서 느끼는 불안이 있겠죠. 그런데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자꾸만 우리를 압살하려고 하기 때문에, 공격하려고 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핵을 가졌다는 얘기도 하고, 굉장히 북한 핵실험을 보는 눈이 다양한 것 같아요. 어떻게 봐야 될까요?
  
  조정래 : 지금 이 시점에서 북한은 핵을 포기해야 합니다. 왜냐 하면 몇 개 가지고 자위가 되는 것도 아니고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을 가짐으로써 북한이 생각하는 민족의 반쪽인 남쪽이 또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 전에 벌써 김일성 주석이 비핵화에 동의한다고 했고 우리는 그 전에 벌써 비핵화를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핵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하고 북한도 엄연히 유엔에 가입돼 있는 하나의 나라입니다. 그 나라가 세계 공동의 일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외교를 터야 하고 개방해야 하고 돕는 인도적 입장에 서야만 지구의 평화가 올 것입니다.
  
  박인규 : 자위를 위해서 가졌다곤 하지만 역시 핵은 버려야 되고. 미국에서도 북한이 핵을 버릴 수 있도록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된다..
  
  조정래 : 예. 최근에 그렇게 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언질이 있었기 때문에 그쪽 방향으로 해결되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계속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건 옳은 길입니다.
  
  박인규 : 조정래 선생님께서 주로 그동안 쓰신 작품이 한반도의 분단문제, 좌우 갈등의 문제를 하셨기 때문에 민족주의적 작가라고들 하는데, 받아들이십니까?
  
  조정래 : 좋죠. 민족주의에 대한 견해차이가 있지만 민족이라는 것은 아무리 세계화 국제화가 된다고 해도 국가를 거부할 수 없는 한은 민족도 거부할 수 없습니다. 민족의 동질성, 공동운명체 위에서 국가라는 게 성립되기 때문에 모든 민족의 공존, 공영을 위해서 서로 이해하고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교류하는 정신 밑에서 민족주의는 살아있어야 하고 저에게 그런 명칭이 주어진 것을 저는 만족하고 고마워합니다.
  
  박인규 :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불합리한 관계를 다루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식민지 시대의 조선과 지금 남한의 위상은 약간 다르지 않습니까? 지금 대한민국의 위상을 약소국이라고 봐야 됩니까? 어떻게 봐야 됩니까?
  
  조정래 : 지금 중진국이라고 봐야겠죠. 다른 것은 서너 가지 있는데, 첫 번째가 나라를 잃어버렸던 1920년 그 때는 식자, 소위 배움을 가진 자들이 국민의 한 2,3% 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 200개가 넘는 나라 중에서 문맹률이 제일 낮은 나랍니다. 그 만큼 엄청나게 지적 수준을 확보하고 있는데, 그것은 체력과 함께 국력이죠, 그게 커졌고. 두 번째 인구가 그 당시보다 지금 5,6배 많아졌고 또 경제력이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에 대한민국 내지는 한반도 전체를 보더라도 중진국의 땅덩어리를 확보한 것. 그 노력으로 이뤄낸 것은 큰 업적이고 지금 세계가 부러워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저력과 힘, 활성화 된 노력, 분위기 이런 것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는 무섭고 좋은 나라죠.
  
  박인규 :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관련해서, 지금이 세계화 시대인데 자꾸 민족주의만 하는 것은 말하자면 우물안 개구리다. 이제는 민족주의가 아니라 세계 다른 나라와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는 쪽이 있는가 하면, 남북간의 문제가 안 풀렸는데 민족주의를 폐기하는 건 너무 이른 거 아니냐는 식의 양론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조정래 : 그것은 지극히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입니다. 아무리 세계화가 돼도 민족의 고유성과 전통성은 있게 마련이고, 그것이 없어진다면 우리가 다른 나라를 뭐하러 여행하려고 합니다. 민족이 장구한 세월 동안 이뤄온 문화와 그들의 특이성, 독특성 때문에 그걸 보러 가는 건데, 좋습니다. 세계화 돼서 민족주의를 강화하려고 하는 것도 역행된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이 건전하게 개방적으로 모든 인류가 공생의 입장에서 민족주의를 말한다면 그것은 권장해도 좋습니다.
  
  박인규 : 자기만이 최고라는 민족주의가 아니라..
  
  조정래 : 폐쇄적이고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민족주의가 아닌 개방적이고 공생의식을 가지고 있는 민족주의라면 그건 신장돼야 하겠죠. 다른 민족을 인정하고 공유하고 공생하려는 의식을 갖고 있다면 그건 아름다운 겁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최근 장편소설 '오 하느님'의 전반부를 발표한 작가 조정래씨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역사 속에서의 인간, 국가 속에서의 인간이란 어떤 것인지 질문해 보겠습니다. 봄에 인간연습을 내시면서 분단문제에 대한 것은 좀 끝내고 인간문제를 탐구하고 싶다는 말씀도 하셨고, 이번에 오 하느님을 내시면서도 언제 어느 때나 문학은 인간에 대한 탐구다. 역사는 그 안에 포함된다. 인간을 응시할수록 거듭하여 인간에 대한 마주서게 된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사람이란 과연 믿을 수 있는 존재일까.. 그런 말씀을 쓰셨는데요, 아까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시야를 넓히시겠다는 의미인가요?
  
  조정래 : 예. 결국 국적과 민족을 초월해서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읽혀지는 이유는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인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한 공통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대목에 앞으로 남은 여생을 작품으로 천착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첫 번째 작품이 오 하느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제가 박노자씨가 국내 작품에 대해서 평한 글을 보니까, 예를 들면 황석영 선생님 등 상당히 대단하신 소설가들이 많은데,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처절한 느낌을 보여주는 반면에 인간의 내면의 어떤 복잡함이랄까.. 사실 단일하지 않고 착하거나 악하기만 하지는 않은데 그런 부분이 상대적으로 좀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정래 : 그럴 수가 있는 것이, 오늘을 사는 작가들이 분단역사 속에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이 지난 10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비참하고 처절하게 살아온 역사를 남겨놨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집중적인 문제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작가들의 입장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역사 속의 인간, 또는 역사 속에서 상처받은 군상들의 모습, 또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거쳐가면 보다 더 인간의 보편적인 내면의 문제에 천착하게 되겠죠. 필연적 과정이기 때문에 그걸 지금까지만 가지고 한 문학을 진단하고 평가하려고 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결론이죠.
  
  박인규 : 우리가 지난 100년간 겪어온 게 워낙 기구했기 때문에 강대국과 약소국 국가간의 문제로 보고 있지만 사실 더 깊이 들어가면 국가 속의 개인은 그럼 행복한 것인가 하는 질문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조정래 : 그렇습니다. 저는 가끔 생각하면서 정치의 모순 또는 타락, 문제점, 정치가 갖는 횡포와 국가라는 단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부분. 정치인들의 타락, 부정부패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라 정도의 차이만 있지 모든 나라에 다 있습니다. 그 때 느끼는 것이 어떻게 국가라는 체제를 벗어나 버릴 순 없는가 하는 도저히 불가능한 이야기를 몽상하게 됩니다. 그 정도로 국가라는 체제가 소모적인 부분이 많은데 이것은 영원히 인간이 존재하는 한 계속 가져가는 문제일 것이고, 또 인간은 무엇일까 하는 문제 속에서 함께 야기되는 복잡다단한 문제들인데 그런 것들을 정치는 해결 못하고 경제는 더더군다나 해결 못하고, 그래서 철학이나 문학이 담당하게 되는 것인데..
  
  박인규 : 제가 너무 시사적인 질문을 드리는 건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이 해방 이후 엄청난 산업화를 이뤄서 국민소득이 100배가 늘었다고도 하는데, 그런 가운데 오히려 소외당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난다는 느낌이 들어요. 예를 들면 FTA를 즈음해서 특히 농업이나 비정규직이라든가. 그런 면에서 보면 과연 우리가 경제적으로 성장했지만 흔히 말하는 인간다운 사회가 됐는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사회로 얼마나 진전했는가 하는 의문도 들거든요.
  
  조정래 :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을 미국을 위시한 서구라파 쪽의 사회현상과 수평으로 직결시켜서 해석하는 건 잘못된 것입니다. 왜냐 하면 그들은 200년의 준비와 수정을 하고 모순을 극복해 가면서 오늘에 이른 것이고 우리는 해방 60년이 우리 신생대한민국의 역사일 뿐입니다. 그리고 전쟁 이후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따지면 한 50년 밖에 안 되는 속에서 오늘을 이뤄 왔습니다. 오늘의 현실 속에서 부익부빈익빈, 소외계층문제 있습니다. 이것은 자본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찌할 수 없는 것이고 이것을 계속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제대로 된 자본주의일 텐데, 그래서 스웨덴 모델도 나오는 것이고, 또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끝없는 시위를 우리는 다 받아들이면서 공동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집중적으로 고민해 나가면, 극복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것을 모든 결론이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박인규 : 아직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보다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서로 노력해야 한다.
  
  조정래 : 진전하고 있는 상탭니다.
  
  박인규 : 또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관계를 보면, 미국과 북한을 보면 분명이 북한은 엄청난 약소국이죠. 문제는 북한 내의 주민들이 먹는 문제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인권에 굉장히 문제가 많다는 지적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한국 정부에서 인권결의안에 찬성도 했는데,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우리는 대체 어떻게 바라보고 뭘 해야 되는 건지...
  
  조정래 : 북한 인권문제는 이미 10년 전부터 세계 인권단체에서 이야기를 해 왔습니다. 그런데 저걸 푸는 것은 인위적인 힘 갖고 되는 게 아니고, 핵문제를 해결하고 평화협정을 하고 남북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 군비를 축소하고, 군비축소된 것이 산업에 재투자되고 미국과 정상적으로 외교를 트고 세계의 자본이 북한에 들어갈 수 있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인권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리도록 해야 되지 인위적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박인규 : 우선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 다음에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게 정당한 수순이다. 이번에 문학동네 겨울호에 오 하느님 전반부를 발표하셨습니다. 후반부는 다음 봄이면 나오나요?
  
  조정래 : 내년 2년 봄호에 분재가 끝나고 바로 단행본이 출간될 겁니다.
  
  박인규 : 조정래 선생님은 그동안 10권짜리 대하소설을 쓰시느라 본인도 글감옥에 갇혀 있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글 쓰시는 게 지겹거나 하진 않으십니까?
  
  조정래 : 지긋지긋하죠. 그러나 쓰는 동안의 성취감이라는 게 있습니다. 제가 고통받고 고민했던 부분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써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제가 무릎을 치면서 정말 잘 썼다고 자아도취하게 됩니다. 그 성취감 때문에 계속해서 글을 쓰게 되고 글을 쓰고 났을 때 사회적 반응이 오면 그때 끝없이 누적돼온 고통들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쾌감도 느끼게 됩니다.
  
  박인규 : 작가의 기쁨이란 건 그런 거군요. 오 하느님을 끝내시고 나서는 제가 알기로는 어린이들을 위해서 일해보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말씀해 주시죠.
  
  조정래 : 제가 손자가 둘입니다. 일곱 살, 네 살 짜리가 있는데 손자를 키우다 보니까 아들 키울 때와 또 다르게, 우리나라 문학 속에 전래동화나 위인전이 너무 부실하게 저자도 없이 책들이 나와 있고 그 문장을 잘못된 것들을 그대로 읽히고 있는데 이래선 안 되겠다. 그래서 제 손자와 손자 세대들을 위해서 제 이름을 명기한 글들을 내가 손수 써야겠다. 이것이 모국어를 다루는 작가로서 말년에 봉사해야 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래서 약 50권 정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50권 쓰시려면 상당히 오래 걸리겠는데요..
  
  조정래 : 매수가 적으니까, 제 집중력을 동원하면 한 2년이면 끝날 겁니다.
  
  박인규 : 끝으로 본인께서 필생의 마지막 작업으로 하고 싶은 건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시죠.
  
  조정래 : 제가 지금 소망하는 것은.. 제가 살아있을 때 분단이 끝나고 통일이 됐으면 좋겠는데 안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분단상황 속에서 쓸 수 없었던 이야기를.. 통일이 되면 통일문학이라는 게 존재할 테니까 그 시대에 맞춰서 그동안 못 썼던 것을 약 5권 정도로 써놓고 죽을 작정을 하고 지금 구상중입니다. 유작으로 5권 정도 남기렵니다.
  
  박인규 : 대략 커다란 줄거리라면..
  
  조정래 : 우리가 알고 있는 홍명희이라는 분이 북쪽에서 부수상을 하셨는데 그 분은 과연 역사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또 이현상 같은 사람들이 빨치산 대장을 하다가 여기서 죽었는데 그 사람은 왜 북쪽으로 가지 않았을까. 그러한 비하인드스토리가 엄청나게 많고, 그것이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남과 북을 떠나서 인간 자체를 한 번 제대로 보자.
  
  조정래 : 그리고 역사도 바로 세우자.
  
  박인규 : 최근에 정도상이라는 소설가가 저희 프로그램에 나왔는데 탈북자들에 관한 것을 작품으로 형상화 한다고 하더라구요. 말하자면 분단이 해체돼 가면서 북한사람들에 대해서도 진짜 인간 대 인간으로 하고자 하는 작업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동안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 등을 통해서 많은 분들에게 감동을 주셨으니까 저희도 기대를 한 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조정래 : 예. 감사합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작가 조정래씨와 함께 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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