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회장인 고려대학교 김수원 공대학장을 초대해서 공과대학혁신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은 무엇인지, 국내 이공계대학의 문제점과 대책은 무엇인지 그리고 산학협력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업과 대학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얘기나눠보겠습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고려대학교 김수원 공과대학장입니다. 김수원 학장은 1952년 서울 출생으로 74년 고려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고려대 산학연컨소시엄센터장, 산업자원부 반도체혁신협력사업 단장을 지냈으며 현재 과학기술부 산하 초중고로봇교육협회 이사장과 고려대 공과대학 학장,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최근 인문학의 위기에 상당히 관심이 많았는데, 이제는 이공계 대학도 위기라고 합니다. 실제로 이공계대학도 어렵습니까?
김수원 : 공학계열만 본다면 취업률도 상당히 높은 편이고 연봉수준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의과대학이나 약대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죠.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공계의 위기라고 얘기하는 것들은 그동안 발표된 자료들을 보면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잠깐 들어보면 교육인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98년도 자연계수험생이 약 37만 명이었는데 4년 후인 2002년에는 약 반인 20만 명으로 급감한 거예요. 더군다나 전국의 고등학교들을 조사해 보면 문과반이 이과반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런 통계들을 종합해 보면 이공계가 앞으로 상당히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제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이공계가 더 많았는데.. 98년 통계를 말씀하셨지만, 97년 말에 IMF 위기가 나면서 각 기업에서 연구원들을 많이 1차로 구조조정하면서 이공계가 심하게 얘기하면 참 소모품이라는 생각들이 많았다고 해요.
김수원 :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었어요. 97년 이전에는 이공계가 반도체, 자동차, 철강업계에서 굉장히 호황을 누리다가 갑자가 나라가 어려워지고 경제사정이 힘들어지니까 제일 먼저 잘라내는 곳이 자연계 연구소 연구원들이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그동안 대우를 잘 받고 만족한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이런 충격을 받으니까 그 파급효과가 굉장히 커서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공계 사람들이 급할 때는 정말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구나.. 그래도 단과대학별로 봐서 공과대학이 취업률은 높지 않습니까?
김수원 : 단과대학별로 보면 경영대학이나 다른 대학들에 비해서는 조금 뒤지지만 공과대학의 취업률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아까도 말씀드린 대로 대부분의 대학에서 공과대학의 숫자가 제일 많습니다. 보통 큰 사립대학을 보면 한 20%에서 25%정도가 공대생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취업률은 높지만 평균적인 임금을 따지면 다른 데보다 조금 떨어진다는 통계가 있긴 합니다.
박인규 : 이런 현실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난 11월 6일에 공과대학혁신포럼이 열렸습니다. 어떤 자리였습니까?
김수원 : 그동안 산자부나 교육부에서 공과대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작년부터 산자부에서 교육부로, 또 교육부에서 산자부로 고급 책임급 공무원들을 서로 교환하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공학교육에 대한 위기감을 서로 공감하게 됐고 이런 걸 혁신해야겠다는 생각을 같이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던 중에 공과대학장협의회와 산자부, 교육부 세 곳이 모여서 이번 기회에 공학교육을 혁신하는 기회로 한 번 삼아보자는 의견을 같이 해서 이번 모임을 주선하게 된 겁니다.
박인규 : 공학교육을 혁신한다는 건 말하자면 공과대학을 나온 학생을 채용할 기업이나, 또 공과대학생들 모두가 현재 공과대학교육에 대해서 불만이 있다고 요약될 수 있을까요?
김수원 : 공과대학생들이 공과대 교육에 불만을 갖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저희가 그동안 산자부와 교육부의 의뢰를 받아서 공과대학장협의회가 통계를 내봤어요. 70여개 공과대학 교수들 1500 명, 학생 2000여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항목별로 상당히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사했던 세부항목을 보면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점수도 굉장히 낮게 나왔고 대학의 행정서비스도 기대 이하로 학생들의 불만이 대단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또 놀랍게도 그동안 대학교에서 주력했던 산학협력이나 공학인증제도에 대한 평가도 받아봤는데 의외로 학생들이나 교수 모두 상당히 부담스럽고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결국 학생과 교수가 원하는 것은 그런 전통적인 교육방식을 떠나서 특정산업에 맞춤형 교육비중을 좀 높여야겠다는 의견들이 모아진 것으로 저희들이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현실적으로 필요한 교육을 해달라. 최근에 보면 성균관대학교에 휴대폰학과가 생겼다던데 말하자면 이런 것들이 산업현장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교육을 하겠다는 것 같은데, 이런 식의 맞춤형 학과들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까?
김수원 : 아직까지 많이 확산되지는 않았는데 좋은 예로 대학교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외국이나 유럽이나 일본에는 상당히 보편화된 제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 도입하는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실제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교육을 해달라는 게 학생들의 요구라면 대학에서도 기업들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를 알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이른바 산학협력, 산학교류가 잘 되고 있습니까?
김수원 : 산학교류는 상당히 옛날부터 돼 왔습니다. 공과대학의 역사가 보통 한 40년 정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20여 년 전부터 산학협력이 돼 왔는데 우리나라의 산학협력의 문제점을 꼽자면 주로 기업체에서 인력을 수급받기 위한 한 개의 수단으로 산학협력이 이용돼 왔다는 것. 그리고 기업체에서 특수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산학협력이 이용돼 왔다. 다 좋은 측면이 있지만 대학의 교육을 위해서는 산학협력이 이뤄진 적이 없다는 게 문제점이 되는 거죠. 그래서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던 특정기업이나 특정산업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 우리나라에 도입되고 있으니까 효과가 크리라고 예상합니다.
박인규 : 이번 공과대학혁신포럼을 하시면서 공학교육인증제를 확대하겠다고 결정된 것으로 아는데 공학교육인증제라는 게 어떤 겁니까?
김수원 : 공학교육인증제라는 것은 공학교육인증원, 즉 에이빅(Abeek)에서 발급하는 공과대학교육에 대한 일종의 품질보증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도에 도입됐구요, 인증을 받은 졸업생은 공학실무를 담당할 준비가 돼 있다는 보증서입니다.
박인규 : 공학교육인증이라는 걸 어떤 대학, 어떤 과가 아니라 학생한테 주는 겁니까?
김수원 : 공학인증을 줄 수 있는 대학이 심사를 해서 그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실제로 받게 되는 겁니다.
박인규 : 대학한테 주는 거네요. 그게 국제적인 겁니까?
김수원 : 그렇습니다. 워싱턴어코드라고 해서 국제적으로 인증된 기관입니다.
박인규 : 워싱턴어코드라는 게 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김수원 : 1989년도에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6개국이 참가국이 돼서 공학계열 졸업자격을 상호 인정하자는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그 이후 일본, 싱가포르 등이 참가를 해서 총 10개국의 정회원국이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대만, 독일 등이 준회원국이 됐구요. 그래서 총 10개의 정회원국, 4개의 준회원국이 있게 됐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는 아직 정회원국이 아니군요.
김수원 :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 신청한 상태인데 그 심사기준이 굉장히 까다로워서 지금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고 상당히 긴장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가 워싱턴어코드의 정회원이 되면 국내의 공학교육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겁니까?
김수원 : 그렇죠. 준회원국이 되는 것도 힘들지만 준회원국에서 정회원국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10개국의 정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해 줘야만 합니다. 그것이 통과되고 나면 정회원국이 되고, 정회원국이 되고 나면 국내 인증제도의 활성화가 이뤄지게 될 거고, 국제적으로 인증받은 대학의 졸업생들이 국제무대에 나가서 활동하는 데에 보증서를 받고 나가는 거니까 국제무대에 진출하는 데에 아주 수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대학을 나와서 다른 나라에 가서 취업할 수도 있다.
김수원 : 쉽게 얘기하자면 건축, 토목같은 관계가 되겠는데요, 그런 기술이나 심사제도가 표준화 돼 있지 않은 부분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이 표준화 되어 가는 것이 바로 에이빅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우리나라 공학교육의 수준을 세계적으로 인증받는 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지난 9월에 워싱턴어코드 조사팀이 한국에 와서 한국의 공학교육이 정회원이 될 만한가 아닌가를 조사한 걸로 아는데요. 오면 어떤 걸 봅니까?
김수원 : 그때 6개국에서 심사단이 방문했어요. 국내의 유수한 공과대학을 보기도 하고 지방의 작은 공과대학들을 돌아다니면서 국내사정을 샅샅이 조사한 것으로 압니다. 이 사람들이 공학인증제를 평가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한국의 공과대학 교육이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는가를 조사합니다. 우선 첫 번째로 교육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해야 하고 이룰 수행하기 위해서 교수, 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가를 보고. 두 번째로는 교육의 질적 개선이 매년 지속되고 있는지를 조사합니다. 졸업생이 자신이 받은 교육의 질을 평가해서 학교에 제출하고, 학교는 졸업생들이 지적한 사항들을 개선했다는 증빙서류를 이 팀에게 보여줘야만 합니다. 매년 갖추고 있어야 되죠. 그리고 세 번째로는 교육내용의 전문화를 봅니다. 과연 공학분야에서 가르치고 있는 교육내용이 전문가를 키워낼 수 있을 만한 것인가를 판단하고 그런 것들을 주로 심사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워싱턴어코드 실사팀을 만나보셨으면 김학장님께서 감이 있으실 것 같은데, 내년 정도에 우리가 될 것 같다 안 될 것 같다.. 어떻게 보십니까?
김수원 : 2007년도에 평가가 나오게 돼서 저희가 인증원에서 굉장히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회원국으로 승격이 돼야 우리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위상도 올라가게 되는 거니까요.
박인규 : 차제에 딱 됐으면 좋겠군요. 이번에 공과대학혁신포럼을 하시면서 가족회사제도라는 걸 논의했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어떤겁니까?
김수원 : 가족회사는 하나의 산학협력형태입니다. 기업은 대학의 시설, 장비, 연구인력들을 활용해서 R&D역량을 확충하고, 대학은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게 뭔가를 파악하고 교육과정을 개편해서 졸업하는 학생들이 쉽게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학과 기업 간의 협력시스템인 거죠. 주로 산학협력중심대학이 육성된 이후에 이런 제도들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산학협력이라는 건 원래 있는 것으로 아는데, 예전과 다르다면 특정기업과 특정대학이 자매결연을 맺는 걸 말하는 건가요?
김수원 : 그런 것도 있을 수 있고, 특정 기업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어떻게 시켜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는..
박인규 : 예를 들면 A라는 기업에 B라는 대학에 대해서 이런 인재가 필요하니까 이런 교육을 시켜달라고 해서, 그런 교육이 되면 B대학을 나온 학생들을 취업을 시키는 겁니까?
김수원 : 그렇죠. 특정기업의 요구에 따라서 대학이 맞춤형 교육을 시키는 겁니다.
박인규 : 잘 되면 공대학생이나 기업에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대학이 현실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예전대로 하고 있다는 비판들이 있는데, 공과대학 교육을 담당하시는 교수로서 그런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수원 : 공과대학 내부에서는 변화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의 기술변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아마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대학 내부와 외부. 즉 인력의 공급자와 수요자간의 눈높이가 맞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바뀌어야 될 방향을 한 번 생각해 봤는데 첫 번째로는 대학이 산학협동을 좀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고, 두 번째로는 대학이 특성화 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의 특성이라고 하게 되면 인적자원의 특성도 있을 수 있겠고.. 학생의 질적 수준이나 교수들의 특성에 의한 분류도 있을 수 있고. 또 지역의 특성을 살려서 특성화를 시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대부분이 백화점식 대학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아마 이런 특성화 서업이 빨리 전개돼야 될 거란 생각을 했고, 세 번째로는 우리도 외국으로 눈을 돌려야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부분 해외로 나가는 유학생들에 대한 것만 우리가 생각했는데,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지위가 올라감으로 해서 동남아시아로부터 우리나라로 유학하는 학생 수가 상당히 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관리도 해야겠고 또 적극적으로 나가서 외국의 학생들을 유치해 오는 사업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이 잘 조화되면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인력들을 배출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제가 알기로는 오래 전부터 각 지역별로 특성화대학을 지정하는 노력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생각만큼 효과를 못 봤나요?
김수원 : 여태까지 정부에서 상당히 많은 노력을 했어요. 투자도 많이 했고 혜택도 많이 대학에 줬는데 주로 정부주도형의 사업이었습니다. 정부에서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그러니까 대학에서는 실제로 그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서, 정부가 시키니까도 했고 지원을 해주니까도 했는데 그런 것들은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부분이 실패로 돌아갔는데 이번의 혁신사업은 정부에서 얘기한 것도 아니고 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님들과 학장님들이 모여서 공과대학이 빨리 바뀌지 않으면 도태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도 있고. 또 공과대학이 국가경제를 살리는 원동력이라는 데 책임감도 있어서 바텀업 형식으로 이런 안들이 나오게 된 겁니다. 대학이 스스로 요구해서.. 그런 큰 차이가 있죠.
박인규 : 말씀하신 걸 보면 공과대학 나름대로는 상당히 많은 변화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현실의 변화가 너무 빨라서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는데, 현실의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기업 쪽에서도 우리는 이런 식의 교육을 원한다는 인풋이랄까요, 요구가 있어야 될 것 같은데 혹시 기업에 대해서 대학교육을 기업이 원하는 대로 하고 싶으면 대학에서 이런 것 좀 해달라는 요구가 있으실 것 같은데요.
김수원 : 우리나라 기업과 대학 간에 대화를 할 수 있는 통로가 많지 않았어요. 실제로 우리나라 기업의 체질을 보면 기업이 대학에 투자를 할 만큼 아직 건강체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업에다가 대학에 투자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지금 당장은 좀 무리인 것 같긴 하지만,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대학의 공학교육은 다른 학문보다는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긴 하지만 대학의 본질이 기본을 가르치는 곳입니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바로 가르치는 곳은 대학이 아니고, 대학에서는 원리를 가르치고 기초에 중심을 둔 튼튼한 교육을 해서 내보내고 거기에 기업체에서 필요한 인재는 기업체에서 교육을 시키든지, 아니면 기업체에서 대학에 투자를 해서 특수대학원을 만들든지 특수학과를 만들어서 교육시키는 게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제가 기억하기로 6,70년대에는 화공과나 전자공학과가 인기가 좋았고.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끌어간다는 공대생들의 자부심이 대단했던 것 같은데 거기에는 정책적으로 정부에서 공대생들을 우대한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정부에 대해서는 어떤 걸 요구할 수 있을까요?
김수원 : 정부에 대해서는 요구할 사항이 많습니다.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실제로 정부에서 대학에 너무 일방적인 요구를 많이 했었던 걸로 제가 기억하고 있구요. 또 정부에서 대학에 지원하는 금액이 선진국에 비해서 엄청나게 작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는 작은 지원을 받으면서도 많은 제재를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구요.
박인규 : 제재라는 말씀은 정부가 뭘 도와주기보다는 차라리 대학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 놔뒀으면 좋겠다는 의미신가요?
김수원 : 그렇습니다. 대학이라는 곳은 창의성이 있어야 되고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그런 자율성이 대학에 많이 와있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박인규 : 예전만큼 공대가 인기가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허리에 해당되는 곳이 공대교육이라고 생각하는데, 공학교육을 30년 가까이 해오신 입장에서 공학이라는 게 이렇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학생들에게 마지막 마무리 말씀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수원 : 그런 얘길 할 기회가 가끔 있는데 그럴 때마다 예로 드는 게 있는데요, 어떤 사업하시는 분과 얘기를 하면서 느낀 겁니다. 사업하시는 분들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될 때가 많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경우에는 기업의 운명을 건 결정을 내려야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죠. 이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같이 하고 있는 직원들, 또 그들에게 딸린 가족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 회사에 큰 이익을 가져올 때 느끼는 기쁨이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사업의 매력이 바로 이런 곳에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과학기술분야가 바로 그런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그래서 얻은 대가를 온 인류에게 풍요로움으로 돌려주는 일을 하는 곳이 이공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 자연과 조용하게 대화하는 곳이기도 하고, 무지무지하게 많은 보석이 깔려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꿈, 용기, 그리고 자기 미래에 대한 욕심이 있다면 젊은 사람들이 꼭 한 번 도전해 보라고 저는 조언하고 싶습니다.
박인규 :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서 의대, 상대, 법대가 인기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역시 그래도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건 이공계 대학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공계 대학의 질을 높여주시고 이공계를 나온 학생들이 만족하게 할 수 있는 대학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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