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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일 비싼 동네 집값까지 책임지려 해선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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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부가 제일 비싼 동네 집값까지 책임지려 해선 곤란"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1/16]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어제, 정부는 아파트값 안정대책을 또 발표했습니다. 현 정부 들어 9번째 부동산대책 발표입니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완결편이라던 8.31 정책 발표 이후 1년 3개월만이며 8.31 대책의 후속조치인 3.30 대책 이후 8개월만인데요, 최근 논란이 됐던 신도시 개발계획 발표 이후 2주만에 나온 대책이어서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부동산 정책실패론 등의 논란과 함께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태기 때문에 이번 정책이 과연 아파트값을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김경환 교수를 초대해서 11.15 대책의 주요내용은 무엇이며 기존 대책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부동산 시장 안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이었고 무너진 정부정책의 신뢰도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김경환 교숩니다. 김경환 교수는 1957년 서울 출생으로 1980년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경제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유엔 인간정주위원회 도시재정자문관, 건설교통부 개발제한구역개선협의회 위원, 아시아부동산학회 회장 등을 지냈습니다. 1988년부터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맡고 있으며 현재 건교부 중앙도시계획위원, 재경부 부동산가격안정시민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그야말로 폭등하는 아파트값을 잡긴 잡아야 할 텐데, 어제 나온 11.15대책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어떤 감흥을 가지시는지,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보십니까?

김경환 : 전반적으로 얘기하면 참여정부가 지금까지 견지해온 주택정책의 기본 틀 안에서는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망라한 정책이라고 봅니다. 효과가 있기를 바라구요. 다만 정말 효과가 있을지는 시장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얼마나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생각이 들고. 또 본질적인 문제가 남아있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단정적으로 얘기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언론보도를 보면 11.15대책은 과거 부동산정책이 수요억제에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공급확대에 초점을 맞춘 것이 달라졌다고 얘기하던데 맞는 얘깁니까?

김경환 : 어느 정도 그렇습니다. 왜냐면 참여정부가 여러 차례 대책을 발표할 때 보면 수요관리대책과 함께 공급대책도 있긴 했습니다. 그런데 대개 초점이 수요억제 혹은 세제에 맞춰져 있었던 건 사실이고. 물론 8.31대책에서는 상당히 포괄적인 대책이 들어있었는데 실제로는 좀 가려진 측면도 있고 계획대로 잘 진행이 안 되다 보니까 이번에 마치 정부가 방향을 전환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어쨌든 과거에 비해 공급대책을 대단히 강조한 게 사실이고 또 우리가 여러 차례 요구한 것과 같이 구체적으로 2010년까지 어느 정도의 집이 지어지는지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는데, 나름대로 그런 공급로드맵을 제시했다는 게 과거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이번 대책의 주요 골자를 대개 셋으로 보는 것 같아요. 아파트 공급확대, 분양가를 25% 정도 낮추고, 주택금융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 하나하나 봐야 될 것 같은데, 아파트 공급확대에 대해서는 이런 지적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집값이 폭등하고 있는데 공급확대가 빨라봐야 4,5,6년 걸리는데, 공급이 당장 느는 건 아니지 않느냐 효과가 있느냐 하는 지적이 있는 것 같아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김경환 : 그 말씀이 절대로 옳죠. 공부도 평소에 열심히 해야지 시험 앞두고 벼락치기 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그거야 지나간 얘기고. 그렇다고 해서 공급대책을 안하면 사태가 더 악화되겠죠. 최근에 집값이 갑자기 특히 작은 평형까지 많이 오른 이유가 시장이 앞으로 공급전망에 대해서 불안하게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거든요. 그렇게 본다면 앞으로 정말 몇 년 동안에 상당한 물량이 나온다는 걸 시장에 확신시켜 줌으로써 이런 불안심리를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거죠. 그러나 정작 효과는 공급이 가시화 돼야 나타날 겁니다.

박인규 : 결국은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정책을 국민들이 믿어줘야 되는 건데, 많은 분들이 정부정책을 안 믿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김경환 : 정책이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 국민들이나 언론, 전문가들이 일종의 정책피로증후군 같은 걸 느끼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책이 나오면 어느 정도 시장이 잠잠하다가 얼마 있으면 또 오르고 또 정책이 나오는 상황이 반복되니까 그런 신뢰문제가 생긴 건 사실인데요. 이번에는 공급을 정확히 몇 호를 하겠다, 언제까지 하고 가격을 어느 정도 하겠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을 정부로서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 얘기가 나오고 있는 물량이 지금부터 2010년까지 수도권에 164만호의 주택을 짓겠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건 앞으로 5년 동안 거의 매년 33만호를 지어야 되는 분량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2004년에 20만5천호를 지었고 2005년에는 19만8천호를 지었습니다. 금년에는 9월까지 9만5천가구밖에 못 지었거든요. 그러니까 당장 금년 목표가 18만4천인데 이것에 대해서도 좀...

박인규 : 그럼 내년부터 예년의 두 배 이상 지어야 되는데 가능하겠느냐.

김경환 : 삼십몇만 호.. 이렇게 지어야 되는 거죠. 그런데 공공택지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하면 상당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민간택지에 짓는 것들이 정부의 희망대로 그 스케줄대로 진행될 것인가.. 이건 앞으로 지켜봐야지요.

박인규 : 또 하나는 가격을 말씀하셨는데, 용적률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고 도로 등 기반시설을 국고부담해서 분양가를 25% 낮추겠다는 얘길 했는데 가장 논란이 되는 건 특정지역에 입주하는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서 국고에서 도로라든가 이런 비용을 분담하는 게 공정한 거냐는 비판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김경환 : 옳은 지적이죠. 이론적으로 얘기한다면 정부가 여러 가지 시설과 서비스를 공급하는데 그 중에서 불특정다수를 위한 시설은 불특정다수 국민이 낸 세금으로 쓰고. 이익을 보는 사람이 분명한 서비스나 시설은 그 시설이나 서비스를 실제로 소비하는 사람이 내는 게 맞죠. 그게 수익자부담의 원칙입니다. 그런데 신도시에 기반시설을 놓으면 일부는 주변사람들도 소비하니까 그 정도는 정부가 부담해도 되는 게 아니냐는 게 정부의 논리고, 그래서 부담비율을 연구해 봐서 실제 조사해서 어느 정도 비율을 할지 정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사실은 수익자부담원칙으로 하는 게 옳죠.

박인규 : 원칙은 그렇지만 워낙 급하니까...

김경환 : 그렇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원가를 낮추겠다는 건데 저는 근본적인 시각의 차이가, 정부나 시민단체나 여론이나 분양가를 낮추는 게 굉장히 중요한 목표로 돼 있는 거죠 지금.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새로 짓는 아파트 분양가를 낮춘다고 해서 아파트를 더 지을 수 있는 건 아니죠. 어차피 똑같은 수의 아파트가 지어지고, 장기적으로는 건설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더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새로 짓는 아파트 숫자가 기존 아파트에 비해서 3%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러면 그 3%의 가격을 낮출 때 나머지 97% 값이 따라 내릴 것인가는 장담하기 어렵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비판적으로 생각하면 결국은 국고지원까지 포함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원가를 낮춰서 최초분양자들에게 불로소득을 안겨준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는 거죠.

박인규 : 분양가를 낮추는 게 과연 부동산값을 잡는 데 실효가 있을 것이냐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약간 회의적으로 보시는군요. 일부에서는 그런 지적도 있는가 하면 25% 인하라는 게 3,4,5년 후의 일인데 과연 그대로 될 거냐는 지적도 있는 것 같아요.

김경환 : 이건 지금 공공택지 이야깁니다. 민간이 개발한 택지가 아니고 토지공사나 공공기관에서 개발한 택지는 가격을 개발사업자가 결정하기 때문에 택지가격을 좀 낮게 하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밀도를 높여서 절약하고 기반시설을 부담하고 그러면 산술적으로 25%까지 최대한 낮출 수 있다는 얘기죠.

박인규 : 문제는 과연 분양가를 낮추는 것이 전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얼마나 실효적일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또 하나는 말하자면 주택투기를 막기 위해서 주택금융대출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안이 나왔는데, 야당을 비롯해서 상당부분에서는 투기하는 사람들, 돈 많은 사람들이 돈 꿔서 하냐... 실제로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을 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경환 : 그런 측면이 있죠. 사실 금융제한이 들어가면 어차피 자금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문제가 안 되고 간당간당한 입장에 있는 분들이 실제 적용을 받게 되겠죠. 그래서 대책이 발표되기 전에는 한 3,4억 원짜리 주택도 규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그래도 6억 선에서 지역만 확대하는 걸로 그쳤으니까 그나마 다행입니다만. 실질적으로는 강남이나 일부 신도시에는 많은 집이 아파트의 경우 6억 원이 넘기 때문에 여기에 평수를 늘려 간다든지 특히 제2금융권을 이용해서 추가대출을 하기 어려워지니까 실제로 내집을 마련하거나 평형을 넓혀야 되는 사람들한테 분명히 제약이 될 수 있는 거죠.

박인규 : 보완책이 좀 있을 수 있나요?

김경환 : 금융규제에 관한 건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부의 시각은 최근 들어 갑자기 소형평형까지 집값이 오른 이유를 두 가지로 보거든요. 하나는 신도시발표를 비롯해서 파주분양가가 1300만원이 됐다가 은평이 1600만이 됐다가 이런 것들이 시장에서 더 이상 기다려도, 분양받아도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집을 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세가격이 올라서 또 수요가 몰렸다는 하나가 있고. 또 하나는 금년 중반기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늘었다. 이건 능력이 안 되는데 무리하게 대출받아서 사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에 돈줄을 차단해야 된다는 차원의 얘기거든요. 저는 이 문제에 대한 접근은 어차피 은행이 대출위험을 관리해야 되고 이런 융자비율이나 소득대비 상환부담은 당연히 챙겨야 됩니다. 그 가이드라인을 주고 감독당국이 감독하는 게 순리고. 그런데 지금은 돈줄을 직접 차단하겠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직접 규제를 했다고 봅니다.

박인규 :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아파트 용적률을 높여주고 주변의 기반시설에 대한 국고부담까지 해주고, 이런저런 걸로 해서 사실 이건 건설회사들에 대한 종합선물세트라고 아주 시니컬하게 반응하는 데도 있는데, 그런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경환 : 건설업체들에게 인센티브를 안 줬다고 주장할 순 없겠죠. 그런데 이건 기본적으로 공공택지에 관한 내용이거든요. 그래서 택지가격을 낮춰서 원가를 낮추는 게 전부 업계로 들어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박인규 : 새로 아파트를 지으면 공공택지와 민간택지의 비율이 대충 어떻게 됩니까?

김경환 : 앞으로 계획 중인 건 164만호 공급하는데 공공택지에서 나온 게 87만 정도 되고 나머지 77만이 민간택지인데, 점점 공공의 몫이 커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꾸 규제를 하면서 민간이 택지를 개발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거든요. 그래서 전에 비해서 공공의 택지개발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박인규 : 최근에 부동산논란 때문에 물러난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이 물러나면서 남긴 글을 보니까, 부동산정책실패가 아니라 부동산정책불신이라면서, 나름대로는 열심히 만들어서 대책을 내놨는데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언론들이 처음부터 효과가 없을 거다. 별 의미 없다고 미리 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했는데.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중요다고 말씀하셨는데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을 가지셨는지..

김경환 : 언론은 항상 비판적인 거 아닙니까. 언론이 특별히 정부에 호의적이었다고 기억하는 정권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옛날 군사독재 때 빼고는. 정책당국자로서는 당연히 섭섭한 마음이 있겠죠. 제가 볼 때는 사람들이 정책에 대해서 신뢰를 못한다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향과 다를 때 그런 불신이 더 심하지 않겠냐는 얘깁니다.

예컨대 세제를 강화하는 문제도 처음에는 국민의 98%를 지키기 위해서 2%에 대해서 부담을 늘린다고 시작한 거 아닙니까. 그런데 사실 경제현상이라는 건 얽히고 섥혀서 한 쪽에 충격을 주면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그러다 보니까 98%가 행복하지 않은 상황이 된 거죠. 예컨대 헌법만큼 바꾸기 어려운 부동산정책이라고 했을 때 그걸 왜 국민들이 불신하냐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데, 제 생각에는 정부가 정책을 바꿀 때 지금까지 해오던 것에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바꾸면 정권이 바뀌어도 그게 특별히 바뀌겠느냐는 생각을 하기 쉽겠죠. 그런데 워낙 대폭적이고 파격적인 개혁이나 변화를 가져오면 이게 과연 지속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는 것 같구요.

저는 제일 현실적으로 안타까운 건 정책당국이 정책을 내놓을 때 이것이 효과가 있을까 시장이 믿어줄까를 판단하려면 본인 같으면 어떻게 행동하겠느냐를 스스로 물어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면에서 이번에 청와대 그런 얘기들도 사실 개인적으로 불법이나 잘못한 건 없는데 본인들은 그렇게 하면서 남들은 그렇게 하지 않기를 요구하니까 문제가 된 거 아니겠습니까. 시장이라는 게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제 살 궁리를 하는데, 정책이 하나 나오면 모든 사람들이나 업계에서는 사활을 걸고 궁리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정책방향이 사람들이 생각할 때 앞으로 가능하다. 또 따라가면 도움이 된다면 따라가는 데 그게 안 될 경우에 이런 불신이 생기지 않는가. 그리고 그런 정책효과가 자꾸 안 나타나는 게 반복되니까 점점 인내심이 낮아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보통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세워야 되는데 그걸 상대적으로 간과한 측면이 있지 않느냐. 지금부터는 좀 긴 안목에서 부동산값, 아파트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은 없는 건지 여쭤볼까 합니다. 조금 전에 노무현정부의 부동산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셨는데 저희가 최근에 경실련에서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 김헌동 본부장을 모시고 얘길 나눈 적이 있는데 그 분은 지론은 이거더라구요. 제대로 하려면 후분양제를 실시하고 아파트 분양원가를 전면 공개해야 된다, 적정이윤만 보장해 주면 된다고 말씀하셨고 시민단체에서도 상당히 그에 대한 지지가 많은 것 같아요. 부동산 전문가로서 그 정책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십니까?

김경환 : 저는 그렇게 큰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보지 않습니다. 후분양제냐 선분양제냐 하는 건 자금조달구조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문젭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에서는 다 후분양이라고 말씀하시지만, 미국에서도 단독주택은 후분양이 많고 우리 같은 고층아파트.. 미국에서는 콘도미니움이라고 불리는데 고층 콘도미니움은 75%가 선분양 돼야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줍니다. 그런데 우리가 결국 선분양으로 온 것은 그만큼 건설금융이 발달돼 있지 않은 상황을 반영한 거고 이제 앞으로는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후분양이 되면 가격이 내리느냐 하는 건 또 별개 문제구요. 지어놓고 팔면 바로 공급이 되고 시장에 효과를 주고 소비자들이 그야말로 본 걸 그대로 산다는 점에서 좋은 게 있지만 그게 꼭 가격안정대책이라고 생각지는 않구요.

분양원가공개는 사실 국민의 80%가 지지하는 정책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보면 소비자들이 정보를 좀 알겠다는 게 뭐가 잘못이냐고 당연히 말씀하실 수 있죠.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첫째로 시장경제에서 가격이 꼭 원가만 가지고 결정되는 건 아니거든요. 운동선수들도 똑같이 열심히 운동하는데 어떤 사람은 몇 억을 받고 어떤 사람은 천만원도 못 받는 건 여러 가지 다른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원가공개의 문제가 뭐냐면 원가공개를 하고 난 그 다음단계죠. 원가를 공개해서 원가에 비해서 분양가를 너무 높게 책정하지 말아달라는 얘긴데, 두 가지 문제입니다. 하나는 원가를 공개해서 이윤이 많이 나면 가격을 내리라고 하겠죠. 그러면 거기서는 이윤이 깎입니다. 그런데 사업이라는 게 모든 데서 이윤이 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어디서는 수요를 제대로 한다고 했는데 분양이 안 된다든지 생각보다 사업기간이 지체되면서 원가가 늘어났다든지 이래서 손해가 나서 원가를 공개하면 누가 그걸 메꿔주느냐. 안 메꿔주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윤이 많이 나는 데서는 깎이고, 모자라는 데서는 자기 책임이니까 할 수 없고. 이렇게 되면 사업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게 업계의 가장 큰 항변이죠.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렇게 해서 원가와 분양가를 낮춘다고 해서 그게 전국민에게 혜택이 가는 것도 아니죠. 예컨대 1300만원에 파주에 분양을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청약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천만원 혹은 그 이하로 팔았을 때 그 이익이 누구에게 가는가 하는 문제가 있는 거죠.

박인규 : 어제 나온 대책에 대해서 민노당 같은 경우는 주택공급이 아니라 배분이 문제다. 통계를 보니까 한 분이 천 채를 가지신 분도 있고 김원동 본부장 같은 분들은 여분으로 가진 가구가 250만 채가 있다. 주택보급률이 105%인가 되는데.. 말하자면 집에 대한 투기를 막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하던데 주택배분을 통한 부동산값 안정을 할 수 있는 대책은 없나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김경환 : 당연히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통계를 보면 집을 한 채라도 가진 가구율을 자가보유율이라고 합니다. 그 자가보유율이 우리나라가 2004년에 62.9%였는데요, 서울은 52.4% 정도 됩니다. 그런데 미국이 역사상 자가보유율이 제일 높다는데 69%구요 일본은 61%입니다. 어느 나라든지 모든 가정이 자기 집 한 채씩을 갖고 사는 나라는 없는 거구요요. 임대주택이 많이 있죠. 독일같은 경우 자가보유율이 41% 밖에 안 되거든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집이 지어지면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도 생기지만 그로 인해서 사람들이 들어갈 자리가 생기는 겁니다. 우리는 기왕이면 골고루 나눠 쓰면 더 좋지 않겠느냐,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그런데 현실은 1가구 다주택이 없으면 민간임대주택은 없는 겁니다. 그걸 공공이 다 채워주는 것도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고. 그러니까 집을 최초에 한 채를 갖겠다는 사람을 지원해 주는 정책은 당연히 해야 되는데 여러 채 갖는 것 자체를 죄악시 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임대주택물량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오고 본의 아니게 세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게 문제가 되는 겁니다.

박인규 :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건 어렵다고 보시나요?

김경환 : 공공임대주택은 워낙 부족하니까 많이 늘려야 된다고 주장하지만, 선진국의 경험은 공공임대주택을 계속 늘리는 것보다는 전반적인 주택공급을 늘리면서 세입자들에게 지원을 해줘서 그들이 원하는 집을 골라 들어가서 살게 하는 게 재정에도 절약이 되고 소비자들도 더 좋아하더라는 경험이 있습니다.

박인규 : 노무현정부는 어떤 정부보다도 부동산값 안정에 전력투구했는데 결과적으로 아직까지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 같고. 계속 집값이 오르면 미래에 특히 젊은이들이 어려울 것 같은데 앞으로 긴 안목에서 봤을 때 부동산정책을 어떻게 끌고 가는 게 바람직할 것인지 마지막 마무리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경환 : 참 안타까운 일이죠. 주택문제.. 특히 젊은 신혼부부나 아직 결혼을 안 한 청년 입장에서는 굉장한 좌절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감정적으로만 풀어서는 곤란합니다. 제일 중요한 건 주택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를 어디 두느냐. 저는 전반적으로 국민들이 지금보다 더 좋은 집에 살 수 있도록 해주면서 시장에서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된다. 참여정부가 두 번째 것은 나름대로 잘 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젊은 부부들이나 사회에 나오는 사람들이 처음에 시작할 수 있는 정도의 작은 규모의 주택은 저는 가격을 낮춰서 공급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광범위하게 정부가 개입해서 제일 비싼 동네 집값까지 책임지려고 하니까 일이 점점 복잡하게 됐다는 거죠. 그래서 정부가 할 일은 개입범위를 재설정해서... 그리고 나머지를 시장이 돌아가도록 하는 게 모든 국민들에게 좋은 방향이라고 봅니다.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현 정부가 시장의 힘이랄까, 일반 사람들의 인식을 너무 쉽게 인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집값을 잡아야 할 텐데 앞으로 좋은 대책이 나오길 기다려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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