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6.15남측공동위원회의 백낙청 대표도 언급했듯이 이번 핵실험으로 얻게 된 남한 내부의 인식 상 소득도 결코 적지는 않다. 북한 핵실험이 정당한 것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북한을 제쳐두고 '선진한국', '평화국가' 등 남한 독자의 국가발전이란 불가능한 것이란 깨달음을 국민 일반이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창비주간논평, 2006.10.24 ☞바로가기)
다만 이런 인식이 구체적인 정책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대북정책 및 그것과 국내 정책과의 연관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필요로 한다.
북핵 위기가 소강상태에 들어가자 마침 부동산 가격이 폭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겉으로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두 가지 사안이 사실은 밀접한 연관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경제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검토해 보기로 한다.
제대로 시도되지 못한 평화·번영정책
노무현 정부 평화·번영정책의 성과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당초 문제의식에서 염두에 두고 있던 접근방식을 제대로 시도했느냐 하는 점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여기에는 정치·군사적 이해관계에만 압도적으로 치중되어 있는 미국 등 강대국의 한반도, 동북아시아에 대한 정치·군사적 이해관계를 경제적인 것과 결합시켜 타개해 본다는 접근방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과거 냉전시대 이래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이해관계는 압도적으로 정치·군사적 이해관계에 치중되어 있었고, 이는 거꾸로 경제적 이해관계에 치중되어 있던 중남미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미국 자본에 의한 지배관계로 인하여 경제발전이 지체되어 있던 중남미 지역에 비해 미국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소련과의 적대관계로 인해 막대한 군사지원, 경제지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남한이 '종속적 산업화'를 해낼 수 있는 경제적 공간을 허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탈냉전 상황이 도래함에 따라 새로운 이해구도를 형성해야 했던 한반도에서는 여전히 정치·군사적 이해관계가 지배하고 있었고, 이것은 미국의 정책이 냉전적 기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더욱이 탈냉전으로 거대한 무기시장을 상실한 미국 군수자본에게 한반도는 여전히 중요한 시장으로 남아야 했다. 한반도에서 적절한 긴장이 유지되는 것이 MD(미사일방어계획) 등 고도의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데 유리한 여건이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1990년대 초부터 사회주의권 붕괴와 함께 이와의 경제적 연계가 단절됨에 따라 경제적 위기상황에 빠진 북한은 미국의 산업 및 금융자본을 끌어들일만한 역량은 물론 아무런 메리트도 없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의 핵카드나 '벼랑끝전술'이란 것도 이러한 한계의 군사적 표현에 다름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데 미국 자본이 한반도에 새로운 이해관계를 갖게 된 변화는 예기치 않게 찾아 왔다. 이는 IMF금융위기에 따른 한국의 외화지불 불능사태였고, 결국 한국은 금융시장을 거의 완전히 개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금융시장의 개방이 뒤늦은 일본이나 국가의 통제가 여전한 중국에 비하면, 미국 월가의 금융거점으로서 한국 주식시장은 동아시아에서 상당한 질적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나아가 금융시장 진출로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지만,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로 성장한 한국경제는 중국, 일본과 동북아시아 지역 내 새로운 국제분업관계를 형성하며 미국 자본으로서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특히 중국 시장에 대한 진출을 감안할 때 한국 시장이 갖는 잠재력에 대한 평가는 더욱 커지게 되어 있던 것이다.
이것이 북한에 대한 직접적 이해관계는 아니었지만, 북한 핵문제는 한반도 전체에 그 파장을 미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이를 둘러싸고 한반도 내지 한국에서 형성된 미국의 이해관계는 금융자본의 이해관계와 군수산업 자본의 그것이 일정한 균형을 이루어 온 상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북핵문제의 근본원인은 북미, 북일 관계를 중심으로 한반도의 냉전이 해소되지 못하는 데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핵문제가 군사적 해결이란 파국을 맞이한 것은 아니며,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악화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유지된 채 15년 이상을 경과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북한 핵실험 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자본이 남한 주식시장에서 '팔자'로 나서지 않는 이유도 그만한 이해관계가 형성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하겠다. 이는 북핵문제의 팽팽한 긴장 하에 진행된 지난 대선과정에서 블룸버그통신이나 파이낸셜타임즈와 같이 월가의 이해를 대변하는 매체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부가 동북아시아 시대를 표방하고 나선 데에는 한반도 평화가 북핵문제나 남북대치 상황에 막혀 답보상태에 머물며 동북아시아의 번영으로 뻗어가지 못하는 데 대한 한계를 놓고, 이를 정치·군사적 차원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 접근을 결합시켜 정치·군사적 문제를 풀어볼 방법은 없는가 하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식에 입각한 외교적 접근은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 더욱이 이러한 거시적 비전에는 핵심적인 고리가 빠져 있었는데, 바로 독자적인 남북관계의 구축이었다. 이에 관해서도 경제적 측면에 한정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김대중 정부와 현대재벌, 노무현 정부와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할 때 DJ의 역할에 비해 가려져 있는 부분이 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송금특검으로 인해 '불법행동'으로 낙인찍히고 말았으나, 남북 화해·협력정책 개시 시점에서 현대재벌 정주영 회장이 수행한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현대의 금강산 사업 진출은 정주영 회장의 애향심도 있었겠지만, 현대재벌이라는 개별 자본의 이윤논리뿐 아니라 건설·토건자본이란 총자본 일부의 이윤논리가 작용했음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 초기에는 야당이나 보수여론의 큰 반발이 예상되었으나, 초기에 현대재벌은 그 공세를 차단하는 데 중대한 공헌을 했다. 노무현 정부 하에서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맥을 못 추는 데서 나타나듯이 건설자본이 정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현재도 막강하지만, 분리 이전 현대재벌의 위세를 생각할 때 야당도 정면으로 맞서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햇볕정책이 개시될 시점에서 김대중 정부가 남북경제협력의 대형 프로젝트를 먼저 시도하는 부담을 진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 부담은 현대재벌이 대신 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노태우 정부 이래 진행되던 고속철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국내 건설자본은 국내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국가적 규모의 프로젝트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현대 정주영 회장의 북한행은 국내 건설자본의 이해관계가 북으로 향해 새롭게 시장을 돌파해 가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역설적인 사태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행정수도 이전이나 지방 균형발전이란 국정과제가 남한 내에서 국가적으로 뒷받침된 거대한 규모의 신규 건설수요를 창출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애초부터 노무현 정부가 건설자본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러한 국정과제를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예기치 않게 건설자본의 생존 출구를 보장해 주게 된 것이다. 따라서 DJ정부 시절 현대의 정주영 씨와 달리 노무현 정부에서는 건설자본의 이해에서 볼 때 남한에서 새롭게 거대한 수익이 보장되는 이상 북한으로 진출할 유인이 없어졌음을 뜻한다.
그렇다고 해서 노무현 정부가 건설자본 외에 삼성 등 대기업 자본이 북한으로 진출하도록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한 것도 아니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남북 사이에 합의된 금강산·개성공단 사업 이외에 새로운 남북경제협력은 북핵문제에 연계되어 있었고, 6자회담 진전 없이 독자적인 남북경제협력은 한발도 나아갈 수 없었다. 북핵문제가 걸려 있는 등 상황의 어려움을 인정한다고 해도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정부가 만들어 놓은 대북사업을 먹고 살았지 새롭게 개척한 것은 없었다는 평가는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평화·번영정책의 경제논리
이제 다시 눈을 국내에서 동북아시아 지역 차원으로 돌려보자. 이미 지적했듯이 평화·번영정책에 경제논리가 있었다고 한다면, 이는 정치·군사적 이해관계가 지배적인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창출해 냄으로써 군수산업 자본의 이해를 희석해 내자는 발상이었다.
이는 미국 자본의 이해를 다양화시키자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대자본도 움직이지 않는 조건에서 미국 자본을 움직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금강산이나 개성공단 사업이 현대라는 한 기업을 중심으로만 추진된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이 프로젝트에 외자를 유치해 국제화시키지는 정도에까지 이르지는 못한다고 해도 개별자본의 이해를 넘어 국내 총자본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한 컨소시엄 방식조차 시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IMF금융위기 이래 한국경제와 월가의 관계는 매우 밀접한 수준에서 전개되고 있다. 월가 전체 자본의 입장에서 대한국 투자의 양적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을지 몰라도 일본이나 중국의 금융개방이 만족할만한 수준이 못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동아시아 금융거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예컨대 장하성 펀드와 같은 시도는 월가의 이해관계가 상당히 복합적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실증해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바로 국내 투자가가 월가의 자본을 끌어들일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말해주는 측면이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금융자본이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해 갖는 이해관계는 군수산업 자본과는 다를 수 있다. 군사적 긴장이 무기구매의 증가로 이어지는 반면, 금융자본은 주식가격의 안정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군수산업의 이해와 상충될 수 있다. 한국과 월가 사이에 형성된 네트워크를 고려할 때 '월가를 통한 워싱턴 접근'이란 방식을 꾀해 볼 여지는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재계에 형성된 기존의 네트워크 활용은 물론이고 체계적이고 치밀한 인적 인프라 구축에 입각한 고도의 협상이 요구되는 이 분야에서 공식 외교관이 나서서 두어 차례 북핵문제에 대한 공개적인 '안보설명회'를 여는 데 그치고 말았다.
또한 가스, 석유 등 에너지자본의 이해관계도 동아시아 지역은 에너지 채굴지역이 극동시베리아나 사할린 등 러시아에 집중되어 있는 지정학적 연관관계로 볼 때, 미국이 전쟁까지 불사했던 중동지역과는 상반되게 평화적인 효과를 가져 올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메이저 석유자본은 동아시아 에너지 사업에 아직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으며, 엑슨 모빌이 사할린1 광구의 가스전 개발사업에 참가한 것이 유일한 예다. 그런데 에너지 분야에서도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동북아위원회에서 당시 폐기의 기로에 놓인 북한 경수로를 대체할 방안으로서 사할린1 가스의 북한 제공 문제를 검토하다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철도공사가 개입했다가 문제가 된 러시아 가스전 사업은 미국의 이해관계를 끌어들여 북한 핵문제를 타개한다는 발상과는 관련이 없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평화·번영정책의 발상이 발휘된 곳은 김대중 정부 이래 진행된 개성공단이지만 여기에는 중소기업의 자본논리가 작용하고 있었을 뿐이다. 중소기업의 역할도 대기업 못지않게 중요하기는 하지만, 외자 유치 등 국제화의 시도는 이루어질 수 없었고, 현재 규모로는 미국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또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 이후 6대 경협 사업 등 대규모 대북사업이 구상된 바 있으나, 위폐문제로 북미관계가 악화돼 빛을 보지 못하고 유산되고 말았다.
부동산 폭등과 북한
YS(김영삼 전 대통령) 당시 26%에 달하던 건설업 비중은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GDP(국내총생산)의 18% 수준까지 떨어지며 구조조정으로 갈지도 모르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토건국가' 일본의 건설업 비중은 한창 때에도 GDP의 15%정도였을 뿐이다). 이러한 건설업이 아파트를 중심으로 제 물을 만난 듯 전국에 투기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초기 400조 원에 달하던 시중 부동자금이 500조 원을 훨씬 넘는 규모로 팽창하며 이에 호응하고 있다.
시민단체나 개혁성향의 전문가들은 집값을 잡는 확실한 부동산대책으로 장기 저가의 임대주택 대량공급이나 분양원가 공개 등을 들고 있는데, 정부가 주체가 되어 이 정책이 실현될 경우 건설자본의 수익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보장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이 경우 건설자본은 누가 권하지 않아도 스스로 살길을 찾아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태를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고 구조조정 국면을 맞이하게 될 때 이 자본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현대 정주영 회장이 누가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대북투자에 적극 나서던 것과 유사한 상황일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각종 정책 편의가 따랐음은 부정할 수 없으나, 먼저 떠민 것이 아니었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세계 10위권의 고도자본주의 단계에 들어서며 과잉자본 상태에 놓여 있다. 시장은 물론이고 정부도 상당한 자본동원력을 갖추고 있으며, 정부의 동원력만 하더라도 거대한 연기금 보유는 주식과 채권투자를 통해 상당한 정도로 금융시장에 대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국제금융자본을 한국에 끌어들이고 있는 매우 매력적인 잠재적 유인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우정개혁으로 풀어버린 일본의 우체국 예금과 함께 한국의 연기금은 월가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세계적인 자금원 중 하나다. 한미FTA를 준비 없이 서둘러 추진하지 않아도 한국경제는 만만치 않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저개발과 경제위기에 허덕이는 북한, 수백조 원의 과잉자본이 갈 길을 못 찾는 남한, 북한 핵실험의 경제적 역설은 이 점에 있다.
북한 개혁·개방과의 연계
사실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비록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으나 그 의도는 시대적 상황과 합치하는 정책이었다. 이는 여야의 여러 대선 후보들이 '평화와 밥', '평화경제론', '평화경영론' 등 구상을 제시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다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부운하 계획은 노무현 정부에서 지방혁신도시, 행정복합도시, 기업도시 건설 프로젝트로 일감을 확보해 둔 건설자본이 향후 10년을 보장할 새로운 출구를 확보하려는 이해관계와 결합된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이것이 성사될 경우 건설자본은 향후 10~15년은 대북 출구를 찾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명박 전 시장은 운하계획을 북한지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언뜻 내비치고 있으나, 남한 지역에서도 의문시되는 타당성이 북한 지역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더욱이 북한의 저개발단계에서 고속도로나 철도를 먼저 전면 보수, 증설해야 할 형편에 운하란 실질적인 경제적 의미가 없어 보인다.
노무현 정부도 당초의 동북아시대 국정과제와는 한참 멀어져 있다. 올해 발표한 장기경제계획으로서 '비전 2030'은 낮은 국민적 지지도에 가려지면서 별로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공을 들인 야심에 찬 계획이었다.
그런데 2030년까지 20여 년을 내다보는 청사진임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관련된 내용이 없다. 이는 분단체제 내지 분단국가로서의 자기 인식이 결여되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우며, 대북정책의 한계를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비판적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북핵문제가 풀리지 않는 시점에서 북한 개발문제까지 시야에 넣었을 경우 많은 논란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여 처음부터 제외했다고 해명했지만, 궁색할 뿐이다. 이제 외교안보라인이 교체된 것을 계기로 초심으로 돌아가 대북정책 전반을 점검해 볼 때이다.
물론 현재 북핵문제가 핵실험 사태로 악화된 마당에 대규모 대북 프로젝트를 시도할 국면은 아니다. 그러나 북핵문제가 해결국면에 들어설 때 이는 회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된다. 아직 2년 이상 임기가 남은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북한의 체제 변형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시장화 개혁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9.19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북한 핵폐기가 실행단계에 들어서면 단계적으로 대규모 대북투자 프로그램이 이행되도록 되어 있다. 북한의 개혁개방과 대북투자를 연결시키는 논리와 실행계획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는 한국 국내에서는 내부 경제문제 해결과 대북투자를 연결시키는 논리와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절실한 시점에 와 있다. 현 정부에서 어렵다면 차기 정부에서라도 실행 가능한 정책이 되도록 지속적인 작업이 요구된다.
미국에 대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시도를 다시 살려내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일본에 대해서도 대북관계에서 유연한 방향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되, 이와 함께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대북 경제협력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중국과의 협력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북미, 북일 대치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중국의 국력과 경제력의 성장에 따라 거세지고 있는 미국, 일본의 중국 견제 부담을 북한이 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북 경제협력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 일본이 동참하면 바람직하겠지만 당분간은 중국과 한국 자본이 결합하여 북한에 진출하는 방식도 적극 고려해 볼만하다.
주변국과의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전제는 현대에 이어 다른 한국 대기업들이 대북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핵실험 직후 한국 주식시장에서 주가 폭락을 막는 총자본의 역할을 월가의 외자가 주로 담당하는 역설적 상황이 생겨난 바 있다. 국내 총자본의 이해관계에서 평화비용 부담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이를 국내 경제 및 자본의 이해가 충족되는 호혜적 남북경제협력으로 연계시킬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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