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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란·시리아 '포용'으로 나아갈 것"

[美 대외정책의 극적인 변화] "럼스펠드 방출되고 체니 고립"

도널드 럼스펠드가 미 국방장관에서 물러난 후 현실주의자인 로버트 게이츠가 뒤를 잇게 되면서 미국의 대외정책, 특히 중동에서의 외교·군사 정책이 큰 틀에서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다음은 미국의 중동 전문 언론인 짐 로브가 지난 9일 미국의 정치평론 웹사이트인 커먼드림스(www.commondreams.org)에 기고한 '극적인 변화에 돌입한 미국의 대외정책'이라는 글이다. (☞원문바로가기)

민간 국제통신사 <IPS> 워싱턴 지국장이기도 한 로브는 이번 국방장관 교체를 '현실주의자'들이 국가주의자-네오콘-기독교우파로 이뤄진 '매파 연합'에 대항해 벌인 쿠데타라고 규정하고 이란과 시리아 등에 대한 포용(engagement) 정책이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브는 또 네오콘의 퇴조와 현실주의의 부활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현실주의 외교노선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미국의 대외정책을 '극적으로(dramatically)' 변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편집자>

극적인 변화에 돌입한 미국의 대외정책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고, 국방부 장관이 도널드 럼스펠드에서 로버트 게이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전격 교체된 것은 미국의 대외정책, 특히 중동정책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임을 보여준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그의 안보보좌관이던 브렌트 스코우크로프트로부터 총애를 받으며 1990년대 초까지 CIA 분석가로 활약했던 게이츠는 아버지 부시 및 스코우크로프트와 함께 미국의 대외정책에 있어 '현실주의적' 관점을 공유했고 딕 체니 부통령 같은 네오콘(신보수주의자)과 공격적인 국가주의자들에 대해 불만을 표해 왔다. 9.11 테러 후 아들 부시 행정부를 쥐락펴락하고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럼스펠드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최근의 사례로 게이트는 2년 전, 미국 대외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외교협회(CFR)가 후원하는 태스크포스팀을 카터 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이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와 함께 이끌었었는데, 그들은 많은 네오콘 인사들이 '유화정책'이라고 비난하는 외교적·경제적 포용(engagement) 정책을 이란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하원에서 최소 29석을 더 얻어 안정적인 과반수를 확보하고 상원에서도 간발의 차로 과반수를 얻는 동시에 럼스펠드마저 떠남으로써 체니와 그를 지지하는 네오콘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더 주변부로 밀려난 듯 보인다.
▲ 로버트 게이츠 신임 미 국방장관ⓒ로이터=뉴시스

게이츠와 함께 카터 대통령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했던 이란 전문가 게리 식 콜롬비아대 교수는 "부시 2기 행정부에서 나타나는 이같은 경향은 네오콘 이데올로기에서 현실주의로의 '눈에 보이지 않는 180도 전환'을 하고 있는 것이며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리 식은 럼스펠드를 해임하고 게이츠를 중용하는 것은 게이츠와 같은 현실주의 학파의 소련 전문가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외교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호전적인 부통령이나 국방장관과 싸워야 했던 과거에 비해 더 넓은 외교적 공간을 주는 것이라며 "내가 보기에 이것은 6년만에 나타난 가장 중요한 정책 변화"라고 말했다.

머지않아 분명해지겠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럼스펠드가 사임한 것은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이 가장 열망하는 바를 충족시켜 주는 제물(祭物)의 일환으로 계획된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선거 전 여론조사와 출구조사에 따르면 수렁에 빠진 이라크의 상황은 부시 스스로가 '민주당이 공화당을 때려눕혔다'고 말하게 만든 가장 중요하고도 유일한 요소였고, 럼스펠드는 그같은 상황을 만들어낸 가장 상징적인 인물 중 하나였다.

정보지 '넬슨리포트'의 편집장인 크리스 넬슨은 "럼스펠드의 사임은 선거를 통해 새롭게 힘을 얻은 민주당이 아우성 치기 전에 대통령이 이라크 정책 등을 재조정하도록 시간을 벌게 해 준 것"이라며 "그러나 그들은 머지않아 정책 조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선거 후 첫번째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및 다른 이슈에서 민주당과 "공통된 견해"를 찾겠다고 선언했다. 그같은 약속은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이 야당을 향해 이라크에서 "황급히 도망치기"만 원하고 있고 위대한 승리를 테러리스트들에게 바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던 한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원의장이 될 낸시 펠로시와 상원 다수당 대표가 될 해리 리드 등 새로운 민주당 지도부는 이라크 정책에 대한 국가 수뇌부 회의(national summit)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문제에 있어 민주당이 단결하면서, 대부분은 아니지만 펠로시 등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미국이 14만 명 이상의 이라크 주둔 미군을 "재배치"하기 시작해야 하며, 미국의 개입으로 인한 인적·물적 비용을 줄이고 내전으로 치닫는 이라크에서 미국을 탈출시키고 이라크 정부와 다양한 분파들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해 1~2년 내에 미군을 완전 철수시키는 시간표를 만드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민주·공화 양당은 현재 늦어도 내년 초까지 나올 것으로 보이는 이라크스터디그룹(ISG)의 보고서 발표를 미루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스터디그룹은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과 리 해밀턴 전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이 공동으로 이끌고 있는 초당적인 태스크포스팀이다.

베이커가 이끌고 있는 공화당 몫 인사로 이라크스터디그룹에 참여하고 있는 게이츠는 부시 행정부가 외교적인 접촉을 거부하고 있는 이란과 시리아의 고위급 대표단을 지난 9월 몇 차례 만났다. 그같은 만남들이 이어지자 미군 철수를 용이하게 하고 이라크 국경 너머로까지 번지고 있는 종파별 갈등을 막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라크 주변국가뿐만 아니라 이란과 시리아도 포용해야 한다는 제안을 이라크 스터디그룹이 반드시 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게 제기됐다.

그같은 접근법은 럼스펠드와 체니, 그리고 네오콘들이 경멸해 온 것이었다. 그들은 지난 여름 이스라엘-헤즈볼라 충돌 시에 미국이 시리아와 간접적으로라도 접촉을 해야 한다는 라이스의 제안을 거부했다. 라이스는 그에 앞서 유럽연합(EU) 3개국(영국, 프랑스, 독일)과 이란이 핵 프로그램 동결을 위해 벌이고 있던 성공적인 협상에서 부각됐던 협상 패키지의 하나로 미국이 이란에 대해 안전보장을 해 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부시 대통령에게 설득하려 했는데, 네오콘들을 그 역시도 반대했다.

이같은 접근법은 게이츠가 주장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것은 미국의 대외정책, 특히 중동 정책, 그리고 아시아 정책, 특히 럼스펠드의 펜타곤이 없었더라면 부시 행정부에서 보다 건설적인 관계를 맺었을 수 있던 중국에 대한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하는 것일 수 있다. 넬슨 편집장은 게이츠가 현재 제임스 베이커가 이끄는 정책자문그룹 안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이라고 지적한다.

일부 우파 논자들은 이번 국방장관 교체를 아버지 부시 주위에 있는 오래된 현실주의자 그룹들이 9.11 이후 중동 정책을 좌지우지해 왔던 공격적인 국가주의자-네오콘-기독교 우파의 '매파 연합'에 대항한 쿠데타로 여기고 있다.

미국보수주의동맹(American Conservative Union)의 윌리엄 로더백 부회장은 "게이츠의 국방장관 임명은 제임스 베이커로부터 결재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시각은 현실주의자들의 권력 탈취를 두고 머지않아 벌어질 네오콘들의 공격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네오콘 그룹의 많은 이들도 럼스펠드를 축출해야 한다고 주장해 오고 있었고, 일부 네오콘들은 이라크 전쟁 초기부터 럼스펠드가 지상군을 충분히 투입할 준비를 하지 않았다며 축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럼스펠드 편에 섰던 일부 네오콘들도 최근 몇 달간은 그가 이라크 점령 정책을 망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해 왔다.

네오콘들은 부시 대통령이 중동 정책에 있어서 자신들과 같은 강력한 시각을 갖고 있는 민주당 인사인 조지프 리버맨을 럼스펠드 대신 국방장관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두달 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무명의 반전주의자 네드 라몬트에게 패한 리버만은 공화당원들의 투표와 자금 지원으로 무소속으로 상원의원에 재선됐고 그것은 선거 직후 매파들이 들었던 몇 안 되는 희소식의 하나였다.

그러나 리버맨의 재선은 네오콘들에게 들려오는 안 좋은 소식의 물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고, 부시 행정부 내에서 든든한 후원자이자 보호자가 돼 왔던 체니와 럼스펠드는 지금 고립되거나 방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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