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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를 준비하다 보니 남남갈등도 해소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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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남북교류를 준비하다 보니 남남갈등도 해소되더군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1/07] '6.15 민족문학인협회' 남측 집행위원 정도상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지난 10월 30일, 금강산에서는 남한과 북한을 대표하는 문인 100여명 모여 6.15 민족문학인협회 결성식을 갖고 남북단일작가 모임을 공식 출범시켰습니다, 분단 60년 만에 처음으로 남과 북의 문인들이 함께 단일문학조직을 탄생시킴으로써 남과 북의 문학교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됐는데요 서로의 시와 산문을 낭송하는 "금강산 문학의 밤" 행사를 통해 분단문학역사에 전환점을 마련했던 남북문인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6.15 민족문학인협회 집행위원인 소설가 정도상씨를 초대해서 6.15 민족문학인협회의 결성배경과 의미는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는지 민간단체의 문학교류가 북한 핵실험으로 냉랭해진 남북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6.15 민족문학인협회 집행위원 소설가 정도상 씹니다. 정도상씨는 1960년 경남함양 출생으로 전북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국문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87년 단편소설 <15방 이야기>를 발표하면서 등단했고 현재,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 남측위원회 집행위원장, 민족문학작가회의 통일위원장, 통일맞이 집행위원장 등을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지난달 말 금강산에 다녀오셨는데 느낌이 어떠십니까? 그때의 감격이 남아있을 것 같은데요...

정도상 : 감격이라기보다는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날이 31일이었는데 돌아오는 날 저녁에 버스에서 북핵6자회담을 재개하기로 했다는 속보를 들었습니다. 만일 가지 않았더라면 참 창피할 뻔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이번에 결성식을 예정대로 하게 됨으로써 북쪽 작가들에게 우리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가장 좋았습니다. 우리가 역사에 죄를 짓지 않고 위기상황에서 작가들이 활동을 예정대로 했다는 점이 참 의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북한 핵실험 이후에 민간단체들도 방북이나 지원, 교류가 상당히 어려워졌다고 들었는데 민족문학인협회 결성식도 원래는 7월에 계획됐다가 미사일 발사 등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정도상 : 7월에는 미사일 발사가 아니라 수해 때문이었습니다. 7월 29일부터 행사를 갖기로 했는데 7월 28일 오후 7시 반에 북쪽에서 도무지 더 진행할 수가 없다. 다리와 도로가 끊겨서 평야에서 금강산으로 갈 수가 없다는 판단 때문에 못 하게 됐고. 그 후에 수해 끝나고 나서 수해지원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북쪽 당국자가 단풍이 한창일 때 할 수 있겠다는 말을 듣고 준비해 왔습니다. 단풍이 한창일 때 하자고 9월 20일 경으로 합의를 했는데, 추석 지나자마자 북한의 핵실험이 있었죠.

그래서 남측의 분위기가 상당히 냉랭해졌습니다. 저희가 행사를 예정대로 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동안 북쪽이 행사를 합의하고 연기할 때마다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민간교류는 전쟁 직전까지 무조건 약속을 지키면서 해야 된다는 논리를 끊임없이 펼쳐 왔거든요. 그런데 북이 핵실험을 해서 남측의 여론이 상당히 나빠졌습니다. 그런데 남측의 여론을 핑계로 약속한 행사를 할 수 없으면 그동안 우리가 주장해온 바가 무효화 되는 거죠. 그런 논리적 후퇴를 견디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우리 민족이 위기상황일 때 지성으로 대표되는 작가들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더 우세했습니다. 물론 일부에서 좀 연기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가야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어서 다행히 갔는데, 분위기는 상당히 무거운 상태였습니다.

박인규 : 우여곡절도 많았고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가셨는데 금강산에서 행사는 대략 어떻게 진행이 됐습니까?

정도상 : 먼저 결성식이 있었습니다. 결성식에서는 도종환 시인이 결성식을 맞이할 때까지의 경과. 우리가 2004년도에 처음 만나서 드디어 결성식을 할 때까지의 경과를 얘기했고, 규약을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북측의 명예손님인 정덕기 6.15공동선언실천북측위원회 부위원장, 남측의 명예손님인 김상근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공동대표가 축사를 했고 그것으로 행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왜냐하면 축사나 말들이 많아지게 되면 정치적 언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서 아예 행사를 간략하게 했습니다. 이어서 남북공동회장단 회의가 있었는데 남측 회장단 8명과 북측회장단 8명이 따로 모여서 통일문학 발간과 통일문학상 제정, 그리고 남측에서의 남북작가들 일정을 논의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앞으로 6.15 민족문학인협회가 해야 될 일을 상의하신 거군요.

정도상 : 그렇죠. 그게 끝나고 나서 금강산 문학의 밤을 했고, 다음날 삼일포 지역을 양측 문인들이 삼삼오오 나란히 산책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박인규 : 남북의 문인들이 만나서 6.15 민족문학인협회를 만들었고 통일문학 같은 잡지를 만드신다고 하셨는데 큰 틀에서 남북 문인이 만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고 무슨 일을 할 건지 설명해 주시죠.

정도상 :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문학을 발간하는 건데요, 핵심은 이제 앞으로 남측의 작가들은 북의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창작활동을 하는 것이고 북쪽의 작가들은 남측의 독자를 염두에 두고 창작활동을 하게 되는 시기로 진입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통일문학에 실을 창작물을 결정할 때 남측에서 북쪽의 작품 다섯 편을 골라서 싣기로 하는 거예요. 남측의 작품은 북쪽에서 고르고. 그렇게 해야만 서로 큰 논쟁을 피하면서 작품을 선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서로간에 받아들일 수 있는 것만 받아들이는...

정도상 : 그렇죠. 예를 들어서 북쪽 작품을 북쪽이 선택하게 되면 도무지 남쪽 독자들이 수용할 수 없는 작품이 실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아울러 남쪽 작품을 남쪽에서 선택하게 되면 북쪽 독자들이 선택하고 수용하기 어려운 작품이 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각각 양쪽에서 교차로 선택하는 방향. 그리고 문학비평도 창작물에 대해서 교차비평을 하자. 자기작품을 자기네가 비평하면 칭찬일색으로 갈 것이고 작품성에 대한 검토도 부족하게 될 텐데, 그렇게 해서 각각 양측의 독자를 염두에 두는 창작활동을 하게 된다는 점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박인규 : 상당히 의미있는 일인데 통일문학이라는 문학잡지는 언제부터 발간할 계획이십니까?

정도상 : 회장단 회의에서는 큰 선에서 합의를 했고, 집행위원회 실무접촉을 통해서 세부사항을 합의해 나가기로 했는데 합의하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일단은 남북의 어문규범부터 다르다 보니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 가는가 하는 문제가 당장에 있고.

박인규 : 편찬위원회 같은 것도 만들어야겠네요

정도상 : 집행위원들이 편찬위원회가 되기로 돼 있습니다. 그래서 회의를 통해서 세세한 것들이 해결되고 나면 아마 내년쯤에는 선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6.15통일문학상도 만들어 보자고 합의하셨다던데요..

정도상 : 그렇습니다. 이것도 2000년 이후에 발간된 작품을 대상으로만 하는 게 아니고 1945년 이후 분단체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 해서, 역시 아마 남북에서 번갈아가면서.. 올해 북쪽에서 상을 받으면 그 다음해에는 남쪽에서 상을 받는 식으로 교차할 텐데, 역시 상의 심사도 북쪽 작품은 남쪽에서 남쪽 작품은 북쪽에서 하는 식으로 아마 교차심사를 하게 될 것 같아요.

박인규 : 6.15 민족문학인협회. 6.15라는 말을 앞에다 굳이 넣은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정도상 : 의미가 있는데, 남쪽 작가들은 문학인 단체 앞에 숫자 붙이는 걸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어요. 저부터도 그랬지만. 그래서 저희 같은 경우는 실무접촉을 할 때 민족문학인협회라고 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북에서는 내면적으로 6.15라는 걸 앞장세우지 않으면 남쪽을 만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6.15공동선언의 결과로 남북이 서로 교류하게 됐는데 6.15정신을 앞장세우지 않고서는 북쪽 작가들이 움직이기 어렵다는 솔직한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6.15가 북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하나의 이념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북쪽 내부의 분단체제에서 통일체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6.15가 놓여있다고 인정하게 됐죠. 그래서 북쪽 작가들의 강력한 요구도 있었고, 남쪽에서도 6.15공동선언이라는 것이 대중 사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어요. 그 문제도 있고 해서 6.15공동선언이 갖고 있는 분단체제에서 통일체제로 이행하는 중요한 매개라는 점에 공감을 같이 하고 그런 이름을 붙이게 됐죠.

박인규 : 남한의 많은 분들은 북한의 시민단체든 민간단체든 그쪽 단체에 대해서 자율성이 없는 거 아니냐. 당이나 국가의 통제나 조정을 받는 게 아니냐. 과연 남북간 민간단체의 순수한 교류가 있을 수 있느냐 하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정도상 : 있죠. 있는데 그 지점이 상당히 재밌습니다. 일례로 북의 작가들이 보통 남쪽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단일한 대오로 돼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북의 작가들도 크게 삼자연대 형식을 갖고 있는데, 작가동맹중앙위원회 소속 작가들, 통일문학편집국 소속, 4.15창작단 소속 작가들로 나눠져 있습니다.

박인규 : 그 세 부류의 성격이 어떻게 다릅니까?

정도상 : 작가동맹중앙위원회 소속 작가들은 당의 과업을 수행하긴 하지만 비교적 자기창작을 많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작품을 창작하려는 노력을 상당히 많이 하고. 4.15창작단 소속 작가들은 김일성 주석의 혁명유업이나 당의 과업에 대해서 충실하게 수행하는 그야말로 4.15창작단 단원들이고, 여기 단원이 되면 차관급 대우를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계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서 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지만 대신에 당의 과업을 분명히 소화해야 되는 부과된 짐이 있고. 통일문학편집국은 말 그대로 남쪽과의 교류와 관계를 중심에 두고 있는 작가들입니다. 역시 남쪽 작품을 많이 읽은 만큼 개방돼 있지만 반면에 북쪽 당의 과업을 상당한 수준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오히려 조선작가동맹중앙위원회 소속 작가들보다는 약간은 더 정치적이라고 볼 수 있죠. 그래서 작가들도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다르다고 느끼고 있구요. 조선작가동맹중앙위원회 소속 작가들은 민간단체로서의 일정한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저희들은 강하게 받았습니다.

박인규 : 우리 쪽도 예전부터 순수파니 창작파니 문인들 사이에 약간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정도상 : 차이가 있는데, 특이한 것은 저희가 6.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을 위해서 먼저 남측협회 조직활동을 하게 되는데요. 6.15 민족문학인남측협회는 크게 삼자연대 형식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로 민족문학작가회의, 두 번째로 한국문인협회, 세 번째로 양쪽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비소속 문인들. 이렇게 삼자가 연대돼 있는데, 특히 비소속 문인을 대표하는 김훈, 박범신, 이문재 같은 분들의 참여가 상당히 반가웠구요. 저희들이 남측협회를 구성하면서 남남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문단 내부의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맞이했다고 봅니다.

저희가 대회를 떠나기 전에 문인협회 고문으로 계시는 김남조 선생님을 만나 뵙고 인사를 드리고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김남조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선생님 본인은 미사일 발사나 북한 핵실험에 대해서 반대한다. 본인은 우익이다. 하지만 여러분과 만나게 돼서 참 반갑고, 북쪽에는 오직 당문학과 정치문학만 있느냐고 질문하셨을 때 저희들은 아니라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하신 말씀은, 작가란 근본적으로 자기 글을 창작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존재들인데 북의 작가들은 아마 그걸 상당히 억눌러 오는 절제를 배웠을 거라고 본다. 반면에 남쪽 작가들은 감정을 과잉되게 사용해 왔기 때문에 남과 북의 작가들이 만나서 이 부분을 통합시켜 나가면 남북 문단이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한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전에는 한 번도 듣지 못했던 말씀이었는데,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쉽게 말해 좌파라고 보자면 문인협회가 우파인데, 문인협회 어른을 만나서 이런 얘기를 나눴다는 것 자체가 문단 내부의 통합으로 가는 중요한 단초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남북이 격렬하게 대립할 때는 남남갈등이 굉장히 심해지는데, 남북이 교류를 하려다 보니까 남측 내부에서도 화합이나 대화가 이뤄지는 형국이군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정도상 : 현재 북핵으로 인해서 남쪽 내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죠. 그런데 유일하게 작가들만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점을 우리 남측 내부가 좀 배워야 되지 않느냐. 서로 얘기를 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공통의 것을 찾아낼 수 있는데, 북핵으로 인해서 전혀 대화하지 않고 싸우려고만 들고 있어요. 이것이 남남갈등의 문제죠.

박인규 : 문학인들의 교류가 남북화합에 상당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도상 작가 하면 80년대 후반 90년대 초에 아주 운동권 소설로 유명하신데, 올해 들어서는 북한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몇 번 발표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소소, 눈사람이 되다' '함흥2001' 이런 작품인데, 어떤 내용인가요?

정도상 : '소소, 눈사람이 되다'와 '함흥2001안개'가 정확한 단편소설의 제목인데, 둘 다 탈북여성을 소재로 했습니다. 저는 사실 제가 아닌 우리나라의 다른 작가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창작하기를 오래 기다려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 남쪽의 소설적 문학적 경향이 일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서 사소설적 경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개인의 내면에만 집착하고 있는데, 그래서 아무리 기다려도 쓰시질 않으시는 거예요. 게다가 작년 북핵6자회담의 9.19공동성명 이후에 북핵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됐으면 안 썼을 텐데 미국이 위조지폐나 마약문제를 들고 나오고 인권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함으로써 결국 핵실험까지 오게 되는 위기국면이 있었구요. 저는 그래서 나름대로 상당히 문제점을 바라보는 게, 미국이 제기하는 인권문제에 관심이 높았어요. 실제로 탈북여성들이라고들 하는데 북에서 나올 때 적어도 여성의 3분의 1은 인신매매를 아예 당해서 나옵니다. 제가 직접 취재하고 현장을 목격한 바에 의하면 중국의 한족이나 조선족 브로커들이 북에 핸드폰을 넣고 조직을 하고 있어요. 실제 통화를 엿듣기도 했고. 그래서 여성들을 선택적으로..

박인규 : 자발적 탈북이 아니라 팔려갔다는 말씀이신가요?

정도상 : 그렇죠. 자발적 탈북은 한 반 정도 되고, 특히 여성의 반 정도는 아예 북에서부터 인신매매 당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 문제를, 이게 과연 미국이 제기하는 인권의 문제인가부터 출발해서 '함흥2001안개'는 주인공이 함흥에서부터 이모집을 방문하는 과정. 이모집에서 북한주민에 의해 납치당해서 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구요. '소소, 눈사람이 되다'는 그렇게 팔려와서 중국을 떠도는 이야기죠. 그들의 삶을 좀 깊게 들여다보고자 하는 의미에서 소설을 쓰게 된 겁니다.

박인규 : 북한을 소재로 한 건 이번에 쓰신 두 작품이 처음인가요?

정도상 : 제가 쓰기로는 처음입니다.

박인규 : 정도상 작가의 소설처럼 국내에서 지금 남북간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까?

정도상 : 신문을 보기로는 김원일 선생님이 좀 쓰셨다고 하는데 아직은 본격화 되지 않고 있구요. 그러나 이 문제를 저는 긴급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쪽 사회를 다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저희가 남북작가대회를 하면서 내세운 것이 문학적 영토의 회복이라고 포현했습니다. 왜냐면 법률적 영토가 아니고 문학적 영토로서의 남북한을 다 다루는 게 우리 작가들의 임무라고 보고 있고 이번 6.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식을 하면서 모국어 공동체의 온전한 회복이라고 내세웠습니다. 이것은 무슨 뜻이냐면 우리가 태어날 때 어머니로부터 배운 말을 모국어라고 얘기하죠. 그런데 우리 모국어는 분단돼 있어요. 남과 북이 분단돼 있고,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에 해외동포들이 살고 있어요. 해외동포 사이에서도 역시 분단돼 있어요. 그래서 모국어 공동체가 온전히 회복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 작가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6.15 민족문학인협회를 결성하게 된 것인데..

박인규 : 자유스럽진 않겠지만 혹시 북한의 작가들도 남북관계 문제나 남한의 삶에 대한 것을 작품화한 게 있습니까?

정도상 : 북한의 작가들은 장기수 선생님들을 소재로 작품을 써서 남한 사회를 반영했는데 여기에는 일정하게 왜곡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남한 작가가 북한을 묘사할 때도 일정한 왜곡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조심스러웠어요. 왜냐하면 남북교류의 실무를 진행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자칫 잘못하면 실무선에서 믿음을 안 줄 수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럽게 절제하면서 접근하고 있습니다만, 어찌됐든 북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눈을 갖는 건 대단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예전에는 남한과 북한이 전혀 다른 나라였고 서로 관심도 없었는데 이제는 조금씩이라도 실제로 사는 모습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경험을 공유하게 되는 것 같은데요. 6.15 민족문학인협회를 막 결성하셨으니까, 당장에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과 역할을 하게 될지 마무리 말씀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도상 : 가장 중요한 점은 첫째 6.15 민족문학인협회 활동 중에서 남측문단 내부를 통합해 가는 길을 찾아내고 그 길을 확장해 가는 게 가장 시급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45년 이후 분단됐던 남측 문단을 그야말로 이념이나 정치, 사상으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마음으로 통합해 가는 것. 물론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고, 그래서 문단 통합도 다문화의 입장에서 돼야겠다. 다양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통합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한국사회가 남북문제를 이분법으로 가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거꾸로 문단은 다양성으로 가려고 노력하고 있고, 아마 이것이 남측문단을 통합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거라고 봅니다. 두 번째로는 6.15 민족문학인협회가 만들어짐으로써 저희가 앞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연대로까지 영역을 확장해 나가서 세계화 속에서 양극화로 인한 빈곤층과 빈곤국의 발생이 점점 사회문제이자 인류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남측 작가들이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들과 함께 볼 수 있을까. 우리의 분단도 유럽적 사유 때문에 분단 됐다고 봅니다. 그래서 유럽적 사유로부터 아시아, 아프리카의 고유한 특성을 지켜내는 것이 우리 작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 영역 아래서 활동해 보려고 합니다.

박인규 : 6.15 민족문학인협회가 남북교류도 해야겠지만 남남갈등도 치유해야 될 것 같고, 이념과 민족, 종교, 빈부 등 모든 차이로부터 벗어나서 모든 인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문학인을 키우는 데 기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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