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9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확대참여나 금강산 관광 등은 한국이 판단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자리를 옮겨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는 "해상검색과 관련해서는 국제법 외에도 국내법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한국 내에 남북 해운합의가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도 "한국 정부는 PSI에 관해서 지속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고 주문해 PSI 확대참여 문제에 관해서는 상당히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접견 "북핵 폐기 위해 한-미 긴밀 협력" 강조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회담 내용에 대해 "노 대통령이 라이스 장관을 접견해 북한 핵실험에 대한 현 상황을 평가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 이행 등 향후 대처 방향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북한 핵실험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며, 국제 비확산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규정하고 북핵 폐기를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면서 조율된 대응을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접견에서 PSI나 개성공단, 금강산 등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는 가운데 대체로 유엔 대북결의안을 준거로 그 취지와 내용에 부합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설명했고, 라이스 장관은 "이런 문제들은 한국이 판단해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고 한다.
윤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한국은 금번 (안보리) 결의를 존중하며, 이를 충실하게 이행할 계획임을 설명했다"면서 "(노 대통령은 또) 유엔 결의에 의한 대북제재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필요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가운데 외교적 해결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날 청와대 접견은 당초 예정됐던 50분을 훨씬 넘긴 1시간 20분 동안 진행돼 오후 6시 경 에야 끝났다. 접견이 길어진 데 대해 윤 대변인은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우리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라이스 장관의 설명도 충실히 듣느라 길어졌다"며 "분위기는 굉장히 진지하고 허심탄회했다"고 전했다.
"핵무기 이전 방지는 국제사회의 의무이자 책임"
외교부 기자회견에서 라이스 장관은 이번 아시아 순방의 목적을 '대북 제재 압박'으로 해석하는 시각을 의식한 듯 "화물 검색에 대한 얘기들이 과장되게 언론에 보도됐다", "PSI에 대한 오해가 제법 많다"는 등의 말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느라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라이스 장관은 "미국은 해상에서의 선박 제지나 정지를 통해 현재 긴장을 더 확산시키거나 심화시키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긴장을 고조시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고 우리가 긴장을 고조시키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 집행은 잘못되고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라이스 장관은 또 "2년 여 동안 이미 각 나라에서 보유하고 있는 권한들을 위험한 무기나 물질을 검색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해 왔고 이런 행동이 무력 충돌로 이어지지도 않았다"며 "유엔 제재 결의안의 이행도 비슷한 성격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톤이 낮긴 했지만 "우리는 유엔의 결의 내용에 따라 회원국으로 의무를 다 해야 한다"는 메시지에는 변함이 없었다.
라이스 장관은 "미국과 세계 많은 나라들은 의결 내용 집행에서 단합되고 하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다른 나라나 단체에 이전하는 것을 방지해야 하고 무기 개발을 지원하는 돈 줄을 막아야 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PSI와 관련해) 내게 아이디어가 있고 (한국측과) 논의한 내용이 있다"고 말해 공개되진 않았지만 PSI와 한국의 참여범위에 대한 미측의 입장 설명이 있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남북협력 정치적 의미 미 측에 설명"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 등 경협과 관련해서는 반 장관이 "우리 정부로서는 금강산 사업과 관련해 안보리 결의과 국제사회의 요구에 조합되고 부합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정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 장관은 "개성공단 사업의 경우 워싱턴과 뉴욕에서 고위 관리들도 만났고 라이스 장관과의 협의 과정에서도 개성공단 사업이 북한의 개혁 개방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뿐 아니라 순수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정치적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고 이에 대해서는 미국 측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이라고 답했다.
반 장관은 "금강산 사업도 상징성이 큰 사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채택됐고 제재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안보리 결의안의 이행을 위한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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