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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금강산' 양보하며 'PSI 참여'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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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개성·금강산' 양보하며 'PSI 참여' 유도?

[분석과 전망] 라이스 장관이 PSI 길게 언급한 까닭은

PSI 참여는 '우회적 압박', 개성·금강산은 한국 조치에 일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19일 외교장관회담은 이렇게 요약된다.
  
  양국 외교장관들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한 비난과 추가 실험에 대한 경고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에 따른 '조율된 조치' 이행 △북한의 조속하고 무조건적인 6자회담 복귀 등이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그간 미국이 한국의 적절한 조치를 압박했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개발,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참여에 대해서는 서로가 한 발짝씩 양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반 외교 "국제사회 요구 부합되게 하겠다"
  
  우선 개성공단에 대해 반 장관은 "미국의 고위 관리들과 만나고 라이스 장관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개성공단 사업이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촉진하는 데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며 "미국 측도 그같은 사항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이를 납득한 미국이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반 장관의 이같은 언급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지난 17일 금강산 사업에 대해서는 '북한 권부에 현금이 들어가는 것 같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북한의 개혁에 효과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같은 공동의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는 개성공단 사업에 대해서도 본단지 분양을 무기한 연기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직불을 조속히 실현한다는 선에서 미국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관광에 대해서도 반 장관은 "상징성이 크다"고 말함으로써 관광 대가로 지급되는 현금이 북한 집권층에 유입되고 있다는 미국의 의혹을 불식시키는 한편 사업을 전면 중단하기에는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금강산에 대한 이같은 설득 논리에 곁들여 정부가 지급하는 금강산 관광 보조금과 기반시설 공사비를 중단하기로 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금강산 사업에도 안보리 결의 이행에 따른 조치가 취해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 장관은 "우리 정부로서는 개성과 금강산 사업과 관련해 안보리 결의와 국제사회의 요구에 조화되고 부합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해 '개성·금강산 사업의 조정'이라는 정부의 방침을 재확인했다.
  
  라이스, PSI '안전성' 강조
  
  PSI에 대해 한국 정부가 확대 참여 쪽으로 양보한 게 아니냐는 관측은 이날 반 장관이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사실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그 대신 라이스 장관은 기자회견의 많은 부분을 PSI의 정당성과 군사적 안정성을 강조하는 데에 할애해 한국이 PSI에 참여하기를 바란다는 속내를 강하게 드러냈다.
  
  라이스 장관은 "반 장관과 나는 북한이 핵무기나 핵물질을 제3국에 이전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의했다"며 "화물검색에 대한 얘기들이 언론에 과장되게 보도됐는데, 해상봉쇄를 하는 게 우리의 목적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검색과 관련해 남북해운합의 같은 '국내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PSI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한국의 참여를 요구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PSI 참여에 대해 정부는 지난해 8월 발효된 남북해운합의를 근거로 남북간에는 이미 수상한 화물을 실은 것으로 보이는 선박을 검색할 수 있는 합의가 존재하고 있다는 논리를 구사해 왔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은 "PSI에 대해서는 오해가 많다"며 "2년 동안 각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권한을 이미 사용해 위험한 무기나 물질을 검색하는 데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해운합의 수준의 국내법은 PSI에 참여하는 70여 개 국에도 있기 때문에 그걸 근거로 PSI 확대 참여를 피할 수는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또 "미국은 해상에서의 선박 정지를 통해 (군사적) 긴장이 확산되거나 심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긴장을 고조시키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것은 안보리 결의안 이행을 잘 못 하는 것이 될 것이다"며 "지난 몇 년간 효과적으로 이뤄졌고 무력충돌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PSI에 참여하더라도 북한과의 군사 충돌을 없음을 말하려는 것이었다.
  
  내주 쯤 구체적인 윤곽 드러날 듯
  
  미국의 이같은 입장은 힐 차관보가 금강산관광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표현할 때부터 예견된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힐 차관보의 그같은 태도가 실제로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개성·금강산은 한국 정부에 일임하는 대신 PSI 참여를 압박하기 위한 협상 전술이라는 해석이 우세했었다. 금강산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 후 양보하는 듯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정작 얻고자 했던 결과를 얻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잠정 합의' 역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 일행의 대북 설득 결과나 북한의 추가 핵실험 움직임 등 국제정세에 따라 강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안보리 결의안 이행과 관련해 한 정부 당국자는 "오늘 외교장관 회담은 대체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것일 뿐 구체적으로 뭐는 하고 뭐는 안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자리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안보리 제재위원회가 구성되고 거기에 제출할 우리 정부의 이행 보고가 완성되는 다음 주 정도나 가야 윤곽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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