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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NPO의 천국'인 이유를 아세요?

[독자 기고] 시민단체 기부금이 GDP의 10%, 활동인원은 노동력의 8%

다음 글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프레시안> 독자 이계송씨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프레시안> 창간 5주년 기념강연을 보고 보내온 글이다. <편집자>
  
  미국을 왜 NPO(비영리 시민단체: Non Profit Organization)의 천국이라고 부르는가? 미국의 NPO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역사적 배경을 알 필요가 있다. 미국이란 나라는 정부보다 NPO가 먼저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전 미국시민들은 영국 정부에 세금만 냈지 영국 정부로부터 혜택은 거의 받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사회복지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시민 스스로가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자체적으로 기금을 거두어 병원, 학교시설, 소방서 기타 사회복지 기관 등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사회 공익 기능의 역할을 스스로 수행했던 것이다. 이것이 곧 현재의 NPO의 출발이었다.
  
  초기 NPO의 중심은 교회단체였으며, 영국의 성공회와 로마 가톨릭 교회가 대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교회단체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이 정부가 해야 할 사회 공익 서비스를 대신 담당했던 것이다.
  
  특히 그 당시 미국인들은 영국과 프랑스 같은 나라의 강한 정부가 싫어서 떠나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강한 정부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정부는 정치, 외교, 군사에 치중하고 기타 사회복지 문제에 대해서는 시민들 스스로가 자치적으로 한다는 기본 정신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윌슨의 작은 정부, 대외 불간섭주의는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그런데 1930년대 경제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미국 정부는 공황을 극복하고 사회복지 분야를 확대 발전시키기 위해서 NPO를 파트너로 삼아 복지 정책을 대폭 실시한다. 사실상 정부-NPO 연합 형태로 사회복지 문제를 함께 타결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미국의 1개 NPO 당 자산은 자체 수입 54%, 정부보조 36%, 타 재단 보조 10%로 운영되고 있다. 물론 각 분야마다 그 수입 비율이 다르며, 또한 정부가 분류하고 있는 NPO의 기준에 따라 정부의 보조 형태도 다르다. 그리고 NPO는 정부의 보조도 받지만 무엇보다도 정부로부터 세금 공제혜택을 받는다. 이는 정부가 어차피 세금을 거두어 해야 할 일들을 일반 시민들이 NPO를 통해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데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NPO
  중에서도 미국 국세청 카테고리 "501-(3)"에 해당되는 NPO는 모든 수입에 대해 면세혜택을 받는 것은 물론 이 NPO에 기부하는 사람들도 기부금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을 받는다.
  
  미국의 NPO는 2002년도 통계에 의하면 한 해에 2400억 달러의 기부금을 일반 시민들에게서 받았다(개인 83%, 일반기업 17%). 이 금액은 한국 정부 예산의 2배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 GDP의 10%를 차지하는 액수이며, NPO에 고용된 인구만 해도 총 고용인구의 8%에 이른다.
  
  한편 NPO에 관해 전공과목을 개설하고 있는 대학만 해도 300개가 넘는다. 이는 많은 인재들이 NPO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NPO의 창립자는 "Social Enterprises", 즉 사회공익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젊은이들의 NPO에 대한 꿈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벤처기업에 대한 꿈에 비유할 수 있다. 정부 역시 이를 장려하는 이유는 NPO가 없다면 세금으로 할 수밖에 없는 일들을 NPO가 대신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세청은 새로 창립되는 NPO마다 면밀히 검토하여 세금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특히 변호사나 의사들이 이런 Social Enterprises로 NPO를 창립하거나 기존 NPO에 참여하여 자기의 꿈을 펴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변호사나 시장과 같은 공직에 있는 사람들도 NPO 활동을 위해 공직을 그만 두는 경우가 많으며, 스스로 NPO를 만들거나 기존 NPO에 참여하여 흑인 지역의 동네들의 슬럼화를 막기 위한 일에 나서서 성공한 케이스는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특히 돈 많이 버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영웅들은 누구나 하나씩 NPO 재단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이는 돈을 벌어 공익사업에 투자해야 사회적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 문화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이 낸 돈이 암 연구를 비롯한 많은 사회 및 과학 연구기관에 투자되어 사회복지발전에 엄청나게 기여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들을 영웅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또한 주류사회의 주류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NPO의 이사회(Board) 멤버 자리는 하나 가지고 있어야 된다는 것도 사회 통념으로 되어 있다. 유명한 NPO의 멤버가 되면 사회적 신분을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NPO의 멤버로서 또한 서로 인맥을 구축하고 사업적으로 업무적으로 밀어주고 이끌어주는 그런 관계가 된다. 물론 NPO가 정부의 그랜트(grant), 즉 국가 조보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저명 인사를 NPO 멤버로 영입하는 경우도 많으며, 이들은 사회 봉사 차원에서 적극 참여한다. 그것은 곧 사회봉사라는 명분과 자기 이익이나 명예라는 실리를 동시에 확보하는 미국문화의 긍정적 측면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NPO 활동은 그 범위가 무한대이지만 한 가지 제한하고 있는 것은 정치 활동에 대한 개입이다. 예를 들면 모든 교회는 501-C(3) NPO에 해당되는데 교회가 특정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펴는 경우, 즉각 국세청으로부터 501-C(3) 세금 감면혜택 자격을 박탈당한다. 물론 501-C(3) 범주에 해당하지 않은 NPO도 많고 그런 NPO는 정치 문제에 관여할 수 있지만, 순수한 사회공익단체로서 정부로부터 세금 혜택을 받고 있는 경우는 이를 금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 내에는 200여만 개의 NPO가 있는데, 이는 90년대 들어 경제 성장과 함께 80년대에 비해 배가 늘어난 수치다. NPO가 매년 지출하는 돈만 해도 줄잡아 정부 예산의 25~30%에 해당한다. 이 돈은 특히 병원이나 교육에 주로 사용되는데 특히 이 분야에 있어서는 정부 기능의 절반 가량을 NPO가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미국이 NPO의 천국이 된 것은 그만큼 NPO의 역사가 길고 경험이 많다는 것과 NPO가 시민들 생활의 일부로서 정부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자기 것을 아낌없이 공익단체를 위해서 내주는 기부문화가 시민사회에 정착되어 있기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에서 NPO를 전공하고 있는 한국 학생들에 의하면 한국은 아직도 미국과 같은 NPO의 개념이 없다고 한다. 반면 정부가 주도하는 NPO 비슷한 단체들이 있기는 하지만 어떤 단체든 정부가 개입하면 관료화 되어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기 쉽고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또한 지적했다. 이렇게 볼 때 선진국일수록 정부의 기능을 NPO로 이관시켜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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