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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 누구 좋으라고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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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재인-안철수, 누구 좋으라고 이러나

[김민웅 칼럼] 문재인의 '협량', 안철수의 '오만'

공멸의 위기 자초하려는가?

대선이 두 달가량 남으면서 다소 걱정들 되기 시작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문재인-안철수의 관계가 자칫 심상치 않아지는 조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건 아니다. 양측이 지금 무엇을 위해 선거에 임하고 있는지 보다 냉정하고 치열하게 자신들의 인식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2012년 대선의 의미와 그 역사적 대전환의 가치에 대한 자세가 흐트러지는 순간, 두 사람과 두 세력은 공멸의 위기를 자초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안철수는 기본적으로 "베스트 플러스 베스트"라는 원칙 위에서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 보이고 있는 행태는 양측 모두 상대를 압도적으로 굴복시키는 방식에 점차 유혹당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건 "베스트 마이너스 베스트"로 가는 길이며, 그 결과는 두 사람 모두 이제까지 쌓아온 신뢰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사건으로 확산된다. 누구 좋으라고 이러는가?

문재인-안철수가 존재하는 맥락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바처럼, 문재인-안철수 사이의 긴장은 창조적이어야지 파괴적이어서는 안 된다. 잘 생각해보자.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사태의 본질에는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존재하는 측면과, 그와 동시에 그렇다고 기존 정당정치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까지 가는 것은 아닌 차원이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두 지점 사이에 만들어진 공간 또는 중간 지대에 안철수와 문재인이 존재한다.

그런 까닭에 기존 정치구도에서 보자면, 문재인은 그 내부에서 정치쇄신 내지 혁신의 과제를 안고 있고 안철수는 외부에서 새로운 정치유형을 제시하면서 충격과 변화를 주는 임무를 맡고 있는 셈이다. 둘 다 대단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문재인이 안철수 현상을 떠받치고 있는 요구를 무시하지 않고 안철수가 정당정치를 부정하지 않는 한, 이건 상호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역할 분담인 셈이다.

물론 이 두 지점 사이에는 서로 자신의 고유한 영토에서 성취하는 바에 대한 적극적 평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누가 대선 후보의 적임자인가라는 최종결론이 나게 되는 기준이 그렇게 해서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박근혜가 주도하고 있는 지금의 여권에게 승리를 안겨다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새로운 정치"라는 목표를 향해 서로 수렴하기 위한 절차이지 따로 독자적인 영역을 어떻게든 고수하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서로에 대한 존중의지 약해지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의 민주당은 안철수를 너무 조급하게 정당정치 구도 내부로 흡수하려는 의지를 보여서도 안 되고, 안철수 진영은 민주당의 쇄신 노력을 폄하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무엇인가? 민주당은 안철수를 민주당의 정치구도에 하루빨리 가두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안철수는 민주당의 변화노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누가 먼저 상대에게 정치적 불쾌감을 주었는가라는 문제를 따지면 한도 끝도 없다. 여기서 중요하게 주목해야 하는 것은, 양측이 상대의 역할에 대해 좀 더 신중하고 진지한 존중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치 공학적 판단이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의 민주당은 안철수의 정당정치 경험 부재가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향후 정국 운영의 능력에 중대한 결격사유임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면에 안철수 진영은 민주당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서 청산되어야 할 낡은 정치세력에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하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무소속 후보논쟁에서 보인 낡고 미숙한 상호 대응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해야 제대로 된 정국 운영이 가능하다"라는 주장과 "무소속 대통령이 도리어 정당정치의 포괄적 소통에 유리하다"라는 반격이 몰고 온 "무소속 후보" 논쟁과 충돌은 이런 맥락에서 서로 자기들의 입장이 최선이라는 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전략의 결과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상호 공세교환의 과정에서 우리는 문-안 양측 모두에게서 낡은 정치어법과 미숙한 대응을 본다.

각기 그건 아니라고 반박할지 모르겠지만, 서로 "발끈"하는 정치 감정의 분출이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이다. 때로 서로 간에 오판의 가능성을 막기 위해 강력한 대응과 명확한 해명, 그리고 반격논리의 제시가 긴장도 높게 필요할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것도 기본원칙을 망각하지 않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 기본원칙이란, 문재인-안철수는 "경쟁적 파트너십"을 창출해야하는 역사적 요구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은 안철수에게 "미래기획의 능력을 가진 정당정치의 혁신적 복원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고, 안철수는 "이해관계와 세력집단 사이의 복잡한 관계망을 정치적으로 잘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을 확신"시켜줘야 한다. 그런데 사실 이런 것들을 만족스럽게 하기에는 대선이라는 일정표에 따라 살펴보면 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또 서로에게 요구하는 수준도 높아서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러하기에, 서로가 진력하고 있는 작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그리고 긍정적으로 평가해주고 격려하면서 그런 과정이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말해야 한다. 상호 존중의 정치과정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고, 그런 기반 위에서 축적되는 통합적 에너지의 위력은 엄청날 것이다. "베스트 플러스 베트스"의 구체적인 현실이 모두에게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각기 그 내용을 가지고 국민적 판단의 기회를 마련하면 돌파구는 열릴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프레시안

민주당과 문재인의 문제 : 협량

먼저 민주당은 어떻게 했는가? "무소속 후보가 뭘 할 수 있어?" 이건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안철수의 입지를 정당소속 여부로만 판단하려는 협량으로 보인다. 무소속인가 아닌가가 안철수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의 내용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 안철수의 가치다. 그 가치가, 안철수가 보기에는 아직 부족할지 모르나 그래도 혁신의 과정에 있는 정당정치와 결합될 때 참으로 의미가 있게 될 것이라는 식으로 다가서야 했던 것 아닌가?

"밖에서 말하는 것은 쉽지." 그러니까 결국 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인가? 이건 정말 바보 같은 소리 아닌가? "네가 해봐, 말처럼 그렇게 잘되나" 하는 식인데 그렇다면 결국 내부적으로 정치쇄신이 난망하다는 고백 내지 자백이 된다. 게다가 앞으로 정당 밖에서 하는 쓴 소리나 조언은 모두 그렇게 대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먹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은 반응이다.

정당 내부에서 여러 가지 난제를 해결하는 것은 당연히 어렵다. 따라서 밖에서의 조언과 충격이 필요하고 그것이 정당을 바꿔나가는 동력의 일부가 된다. 실제로 안철수의 존재는 민주당 개혁에 중대한 요소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가?

"정치를 하지 않았던 사람이 그렇게 모든 것을 걸고 정치혁신에 헌신하는 것에 감사하다. 우리도 그런 고민을 안고 계속 자극과 도움을 받겠다." 이러면 안 되나? 그렇게 하면 안철수에게 주도권을 넘겨준다고 여기는가? 아니다. 넉넉한 모습의 문재인에게 대인의 풍모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정치에 대한 이중적 자세가 있다. "정치는 추악하다, 그러니 순수한 자세로는 정치할 수 없다. 그건 비현실적이다."와, "그래도 순수한 마음을 지닌 정치적 품격이 있어야 정치가 제대로 굴러가지"라는 모순된 시선이 동시에 존재한다. 민주당과 문재인은 이런 점에서 고민을 좀 더 할 필요가 있다.

안철수의 문제 : 오만

안철수는 어떤가? "그동안 정당정치가 뭐 해준 게 있나?" 정당정치의 모순과 악덕도 있었지만, 민주당은 선거를 통해 상당한 국민적 대표성을 획득한 정당이다. 그걸 일거에 부정하는 듯한 표현과 자세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민심 전체에 대한 모멸감을 주는 발언과 행위다. 우리는 지금 정당정치의 정상작동을 위해 필요한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지, 정당의 정치력에 대한 기대를 접고 안철수에게 메시아적 환상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소속 대통령이 의회를 존중하면서 더 잘할 수 있어요." 이건 겸손한 인격을 가지고 있는 안철수에게 예상하지 못한 오만으로 비친다. 정당정치가 지금 의회를 말아먹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정당 간의 치열한 쟁투와 논쟁의 과정이 때로 국민을 위해 전개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그 갈등과 싸움이 모두 비효율적이며 국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식으로 평가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게다가 무소속의 입지를 지닌 대통령의 대 의회정치가 도리어 한 수 위가 될 수 있다는 논법은 위험하게 느껴지기조차 한다. 자신이 더 포용적이고 포괄적인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다 뭔가? 정치인들은 서로 조정하고 타협하고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없어서 무소속 대통령이 나서줘야만 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자신의 경험에 기초한 과도한 자기 확신이라는 인상을 준다.

민주당은 지금 절박한 상태에 몰려 자기 혁신에 힘을 싣고 있다. 물론 여기저기 엉성하고 위태롭게 보이는 면모가 있고 만족스러운 상태로 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의 요구를 주시하면서 자기 변화의 방법을 이렇게 저렇게 모색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요소들이 안철수의 눈으로 보기에는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변화의 노력에는 기본적으로 경의를 표하는 것이 옳다.

민주당의 무소속 후보 논쟁을 문재인의 확장력 한계에서 오는 수준 낮은 공세라고 대응하는 것도 보기 좋지 않다. 여론조사는 실제로 단일화 적임자 항목에서 문재인을 상위로 꼽고 있다.

그런 현실에서 문재인 확장력 한계를 거론하는 것은 안철수의 입지를 도리어 궁색하게 만들고, 단일화 적임자에서 지지세가 기우는 것에 대한 위기감 표현이라는 역공을 받을 수 있다. 안철수 속이 좁네,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면 어떻게 생각할 건가? 그렇다고 문재인이 이 여론조사의 결과를 자신의 입으로 내세우는 것도 별로다. 또한 안철수의 착한 품성이 정치적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정밀한 두뇌를 가진 그가 현실정치의 들판에서 보다 깊이 있는 표현과 발언을 한다면, 그에 대한 신뢰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이제 이쯤에서 서로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을 내리기 전에, 꼭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은 바가 세 가지 있다.

박근혜의 사과가 진전이 아니라…

첫째는 박근혜의 역사문제 사과에 대한 두 사람의 반응이다. 긍정적이라고 했다. 그런데 박근혜는 "딸이 아버지의 무덤에 침을 뱉기를 원하는 국민은 없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아무도 그녀에게 아버지의 무덤에 침을 뱉으라고 한 적이 없고, 역사적 성찰과 속죄를 요구했던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의 말에 따르면, 그걸 요구한 국민은 그녀에게 침 뱉기를 강제한 결과가 된 셈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그리고 그녀의 사과를 평가하면서 두 사람은 "진전"이라는 논리를 폈다. 아니다. 박근혜의 사과가 역사의 진전이 아니라, 그녀를 그 자리에 서게 한 이 나라 국민과 역사의 힘이 진전이다. 국민을 그렇게 떠받들고 있다면, 이걸 주목하고 강조했어야 했던 것 아닌가?

안철수, 역사인식에서 아쉬움 크다

둘째,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은 이번 대선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명확한 그림을 그려내야 한다. 단지 새로운 정치, 경제민주화, 복지사회, 평화 정도가 아니다. 우리 사회를 새롭게 바꿀 수 있는 주체의 교체다. 그리고 변화하는 동북아시아의 질서 속에서 우리의 좌표를 확고히 다져나가는 중대한 선거다. 이러한 목표를 중심으로 정치와 경제, 문화와 교육 그리고 기타 여러 정책이 우선순위와 내용을 가지고 전개되는 것이다.

이 지점에 있어서는 안철수에게 더 큰 아쉬움이 있다. 그는 상식을 내세우면서 기존의 진보와 보수의 틀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논법에서는 이 나라의 역사를 변화시켜오는데 희생했던 진보세력의 헌신과 그 가치는 보이지 않거나 무시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통합의 논리 안에는 청산해야 할 역사와 그 주체에 대한 대립각이 바로 서지 않고 있다.

2012년은 유신 40주년이다. 그 유신의 끝자락을 잡고 권력을 재탈환하려는 세력이 엄존하고 있다. 그에게 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저 진보와 보수가 하나로 어우러져 앞으로 나아가자는 식의 인식은 역사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셋째, 둘 다 책을 포함한 인문적 차원의 지식 산업에 대한 비전과 구상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경제와 교육, 정치와 문화는 모두 이 역량이 어떤가로 결정된다. 성찰적 지식의 사회적 축적과 확산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만이 아니라 창조산업의 기반에도 막대한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양 캠프 모두에게서 이 사안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나오고 있지 않다.

혹 비판이 지나쳤다고 여길지라도…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과 두 세력 사이의 갈등을 수습할 수 있는 기회나 논리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비판이 지나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은 매우 절박하다. "박근혜 대세론"이 붕괴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 생기고, 문재인과 안철수, 안철수와 문재인이라는 최고의 선택을 동시에 두 개나 가지게 된 행운이 잘못하면 망가지게 될까 해서 염려하는 이들이 최근 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마음을 깊게 가다듬었으면 한다. 서로의 역할에 대한 최고의 존중을 표하면서 함께할 수 있는 길이 있는지 진정성 있게 고뇌하는 모습을 보기를 원한다. 박근혜와의 일 대 일의 구도에서 민주주의가 이기는 선거를 치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과정에서 이미 그런 내용과 질이 담보되어야 한다.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과 안철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선하고 겸손하고 헌신적인 성품의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이 나라의 변화의 중심이 될 것을 기대한다.

국민들은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 이 백성들이 흘려온 눈물을 기억하고, 그 눈물을 닦는 가슴 따뜻한 정치의 실현을 간절히 소망한다.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이 속히 만나 최선의 경쟁과 최고의 협력을 약속하면서 환히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우리에게는 지금 두 사람 모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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