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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확산 실패' 부시 행정부의 다음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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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비확산 실패' 부시 행정부의 다음 선택은?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민주-공화 기싸움 치열할 듯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미국의 첫 반응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9일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대해 국제사회에 도전하는 "도발적 행동"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북한의 핵실험이 실행됐다고 공식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았다. 그의 모든 발언은 '핵실험을 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날이 바뀌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운 뒤에는 정보를 확인하고 대응책을 내놓겠지만, 미국 지질조사국에서도 북한에서 퍼진 지진파를 감지했고 한국·일본 등이 정보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이 그토록 신중한 이유는 무엇일까.
  
  부시의 비확산 정책 실패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의 한반도 문제 담당 기자인 데이비드 생어는 9일 "북한의 핵실험이 사실이라면 지난 20년간 미 행정부가 세 번 바뀔 동안 구사해 온 외교정책이 실패한 결과"라고 썼다. 백악관이 보이는 '의외의 침묵'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실험이라는 결과만을 두고 미국이 20년간 구사해 온 대한반도 정책이 실패했다고 싸잡아 비난하는 <뉴욕타임스>식 평가는 지나치게 결과론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아버지 부시 행정부 시절 한국에 배치됐던 전술핵무기를 철수시킨 것이 1992년 한반도비핵화 선언을 이끌어 내는 토대가 됐던 사실이나,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를 체결하며 북한의 핵동결을 이끌어냈던 일 등 미국의 지난 정권 하에서도 북한 핵문제가 진전을 봤던 사례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실험은 조지 W. 부시 현 행정부의 핵 비확산 정책이 실패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온당한 평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부시 행정부의 비확산 정책은 여러 모로 무리가 많았고 이중적이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뉴욕에서 열린 핵확산 금지조약(NPT) 7차 검토회의에서 북한과 이란에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NPT에 가입한 후 탈퇴한 나라에 대해서는 무조건 제재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일방주의를 고스란히 드러낸 그 제안은 이란과 이집트 등의 강한 반대로 무산됐고, 이란의 핵개발은 그에 대한 반발의 일환으로 나온 측면이 있었다.
  
  그 밖에도 부시 행정부는 과거 미국 스스로가 주도했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비준을 거부했고, 올해 들어서는 NPT에 가입하지도 않은 인도와 핵 관련 협정을 맺는 등 이중적인 행보를 보여 비확산에 대한 명분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또 2002년 북한을 포함한 이른바 '불량국가'에 대해 핵 선제공격을 가능케 하는 '핵태세보고'를 채택하고 이란에 대해서는 '벙커 버스터' 등 소형 핵무기 사용을 추진하는 등 일방주의적인 핵 정책을 취해 왔다.
  
  북한핵 저지도 결국 실패
  
  북한 핵문제를 대하는 정책도 강경하기만 할 뿐 문제 해결적인 방향은 결코 아니었다.
  
  부시 행정부는 6자회담이라는 다자틀 내에서 북핵문제를 관리하려고만 했지 북한 핵개발의 근본 이유인 체제 안보나 에너지 확보(경수로 제공) 문제 등에 대한 북한의 요구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 대신 미국은 북한이 '적대시 정책'으로 여기는 금융제재를 고집해 강한 반발을 샀고, 지난 7월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에까지 이르는 '벼랑끝 전술'을 취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
  
  비록 일부지만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과 직접대화가 필요하다는 미 의회와 전문가들의 조언은 간단히 무시됐고, 벼랑끝으로 가는 북한을 그냥 방치해버리는 '악의적 무시' 정책만을 취했다. 북핵 문제에 있어 미국의 정책은 '비확산'이 아니라 '확산' 정책이었다는 냉소적인 반응은 거기에서 연유한 것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11월 중간선거에 북핵 문제 어떻게 활용할까?
  
  따라서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안을 추진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하겠지만, 핵실험으로 드러난 부시 행정부의 비확산 정책 실패가 머지않아 비판의 도마에 오를 것이라면서 11월 7일 미국 중간선거의 결과가 정책 변화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가톨릭대 박건영 교수는 "핵실험은 단기적으로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에게 호재가 되겠지만, 클린턴 대통령 시절보다 미국의 안보가 악화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면 장기적으로는 부시 행정부의 정책 실패라는 평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박 교수는 "북한 핵문제는 이란 핵과 더불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외교정책의 실패로 대두될 수 있다"며 "북한 핵 위협의 증가를 부시 외교의 실패로 보느냐 단순한 북한의 도발로 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부시 행정부가 겉으로는 강하게 나오겠지만 그 강수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고, 민주당이 굳이 부시의 비확산 정책을 비판하지 않더라도 정책 수정에 대한 압박이 여러 곳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북한 핵실험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조용한 반응은 비확산 정책 실패에 대한 국내외의 비난에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오히려 북한 핵문제를 적극 활용해 '안보는 공화당'이라는 슬로건으로 중간선거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정책 실패라는 측면이 강조되는 것은 논리적으로만 가능할 뿐, 북한의 도발을 강조하고, 북한 핵무기가 테러집단에게 이전될 수 있다며 불안감을 조장한다면 오히려 공화당의 득표에도 득이 될 것이고 선거 후에 취할 강경한 조치의 토양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화 나설 수밖에 없을 것' 조심스런 전망도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간선거 결과가 어찌 되건 장기적으로 미국도 북한과 대화에 나서거나 최소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움직임이라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군사 행동 등 위기를 최고조로 올리는 조치는 가급적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기획실장은 "핵실험 충격 때문에 당장 대화에 나오는 건 쉽지 않겠지만 다음 해로 넘어가고 사태가 잠잠해진다면 대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며 "핵실험을 했던 파키스탄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기보다 폐기를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것과 같이 북한의 요구를 일정부분 들어 주며 핵폐기를 설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우리 정부 당국자들도 미국이 북한에 대해 추가적인 제재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강경 대응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용준 외교통상부 북핵기획단장은 지난 19일 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을 한다고 해도 무역 제재 외에 미국이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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