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오전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북한의 핵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미국의 지난 20여 년 간의 외교가 결국 실패로 끝났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이라고 이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백악관 출입기자인 데이비드 생어는 이날 핵실험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나라이자 가장 위험한 나라'가 됐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부시, 北 핵실험 30분 후 보고 받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핵실험을 강행하겠다는 북한의 계획을 보고받은 것은 북한이 실행에 옮긴 지 30여 분 후였다.
북한 정부 관계자가 핵실험 1시간 남짓 전에 중국의 관료에게 "몇 분 후 핵실험이 있을 것"이란 경고를 보냈고 중국은 즉시 북경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통해 워싱턴에 이 사실을 긴급히 알렸다고 한다. 이를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이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이 현지시각으로 밤 10시경, 북한이 핵실험을 한 시각은 현지시각으로 밤 9시 36분경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아직 핵실험이 일어났다고 확신할 만한 어떠한 정보도 갖지 못했다며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라면서도 "핵실험이 사실이라면 지난 20년 간 정권 세 번이 바뀔 동안 미국이 구사해 온 외교정책이 실패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북핵 처리 노력은 미국의 정찰위성이 북한의 원자로 건설을 발견한 1980년부터 시작된다. 1990년대에 미 중앙정보부(CIA)는 이미 북한이 한두 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이를 실제적인 무기 개발 등으로 발전시키지 않기 위해 1994년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발사 유예 약속을 받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상호 불신과 비난 속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결국 3년 후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로 군대를 보내자마자 북한은 영변 핵시설 주변에 머물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단을 추방하고 보관소에 있던 핵 연료봉 8000개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전문가들은 그 연료봉에 핵무기 대여섯 개를 제조할 수 있을 만큼의 플루토늄이 들어 있다고 추정했고 그로부터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북한은 실제 핵실험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미국은 유엔으로 가 '다음 단계' 논의할 것"
<뉴욕타임스>는 또 "미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북한의 공격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를 확산시키려는 북한의 기질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요컨대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숙련된 전문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으로 핵폭탄을 만들어 이를 미사일에 얹어 미국을 향해 발사할 수 있는 정도까지의 기술력을 지녔을지에는 의문이 가지만 북한이 핵물질을 다른 나라에 유통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은 미국에 분명한 위협이라는 얘기다.
이는 2003년 부시 대통령이 결코 북한의 핵무장을 '인내할 수 없다'고 선언했던 이유기도 하다. 미국이 '인내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토니 스노우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유엔으로 가서 이 엄중한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할 수 있는 추가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햇볕정책', 美-日로부터 강한 압박 받을 듯"
미국뿐 아니라 일본도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민족주의자인 아베 신조가 일본의 총리가 돼 핵무장을 둘러싼 일본 내 논의가 촉발된 시점을 택한 것이 북한의 '전략적 선택'이란 설명이었다. 게다가 핵실험을 한 날은 북한은 아베 총리가 아시아 외교를 풀어볼 요량으로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이제 일본은 미국과 함께 한국 정부에 '햇볕정책' 중단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동맹국으로 남아 있던 중국과의 관계에도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미국의 대북관계를 다루는 한 관료는 "북한은 다른 어느 국가도, 심지어 중국도 자신들의 결정에 참견하거나 자신들이 하려는 일을 단념시킬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자신들의 군사 계획을 짠 것 같다"며 "결국 아무도 북한을 멈출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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