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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 유엔 사무총장 선출 확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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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반기문 외교, 유엔 사무총장 선출 확실시

4차 모의투표서 상임국 반대 없이 14개국 지지 얻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출이 확실시 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일(현지시간) 유엔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제4차 모의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 장관은 상임이사 5개국을 포함한 14개 이사국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개국은 기권했다.

반 장관의 압도적인 우위가 나타나자 차점자였던 인도의 샤시 타투르 후보까지 반 장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후보를 사퇴해 돌발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오는 9일 안보리 공식 투표에서 반 장관이 사무총장으로 선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 장관,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14개국 찬성 얻어

4차 모의투표 결과가 '압승'으로 나타나자 반 장관은 "유엔 사무총장으로 최종 선출되기 위해서는 안보리의 후보자 추천 및 유엔 총회 인준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전 회원국의 지지를 받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 장관은 "국민 여러분께서 그 간 계속 관심을 갖고 성원해 주신 데 대해 감사 드리고 앞으로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서 우리 국익을 신장시키고 외교지평을 넓히도록 하겠다"며 국민에 대한 감사도 덧붙였다.

반 장관은 이날 새벽 5시 40분 경 오시마 겐조 안보리 의장으로부터 전화로 모의투표 결과를 통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이 '휴일인 관계로' 반 장관은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과 송민순 외교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노무현 대통령에게 간접 보고를 했고 이를 전해들은 노 대통령이 반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의 말을 전했다. 한명숙 국무총리와 임채정 국회의장에게는 직접 전화를 걸어 '압승' 사실을 알렸다.

오전 9시 30분 경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출근한 반 장관의 얼굴은 더 없이 밝아 보였다. 반 장관은 기자회견장을 찾아 출입 기자들과 악수와 환담을 나눴지만 아직 최종 선출과 인준 절차가 남은 점 등을 고려해 투표 결과를 직접 브리핑하지는 않았다.

반 장관은 안보리에서 상임이사 5개국 모두의 찬성을 포함해 모두 9개 이사국 이상의 찬성을 얻은 단수 후보를 총회에 추천하는 규칙에 따라 오는 9일로 예정된 공식 투표에서 안보리 추천 후보로 선출된 뒤 이달 중순께 소집될 총회에서 차기 사무총장으로 인준 받을 전망이다.

이에 외교부 관계자는 "총회에서 회원국 모두의 박수로 무난한 인준을 받을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 탄생, '국가 브랜드' 향상은 기대되지만…

이 관계자는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 탄생의 효과로 '국가 브랜드 이미지 상승'을 꼽았다. 국제 평화와 안전을 담당하는 국제 모임의 수장을 한국인이 수행하는 모습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에 적잖은 도움을 줄 것이라는 풀이다.

그는 지난 1961년 콩고 내전 해결을 위해 아프리카로 가다가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다그 하마슐드 전 사무총장을 언급하면서 "그로 인해 스웨덴의 국제 평화 애호 이미지가 함께 상승한 것처럼 한국도 국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널릴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4년간 외교적 성과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노무현 정부로서도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노 대통령이 반 장관과의 통화에서 "유엔 사무총장에 확정적으로 다가선 것은 한국의 외교적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개인적 축하에 앞서 외교적 성과를 부각시켜 말했고, 반 장관 역시 "참여정부의 개혁과 혁신에 국제사회가 기대를 보이고 높이 평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화답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 4차 모의투표 결과 유엔 사무총장 선출이 확실시된 반기문 장관은 3일 아침 밝은 표정으로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출근했다. ⓒ연합뉴스

한반도 문제 기여도는 '제한적'


이처럼 반 장관의 사무총장 피선이 한국의 대표로서 국가의 명예를 국제사회에 높일 수 있는 기회와 노무현 정부의 외교적 무능을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상징성'을 가졌다는 점에는 별로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기회가 동북아 정세의 안정이나 북핵문제 해결 등과 같은 우리의 국익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기회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반 장관은 일단 "한국인으로서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 때문에 남달리 깊은 이해와 관심을 갖고 한반도 평화안전과 남북한 화해 협력, 북한핵문제 등의 평화적 해결을 촉진시킬 수 있도록 사무총장에게 주어진 권한과 위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유엔 사무총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측면 지원' 선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외교부 관계자 역시 "북핵 해결을 주도하는 프로세스로는 6자회담이 있고 사무총장은 해결을 잘 도와주는 보조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실을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일각에서는 사무총장 취임 후 북한 방문 등의 행보를 기대하기도 하지만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은 임기 10년 간 단 한 차례도 북한을 방북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반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이 되어 북한 미사일 문제나 인권 문제를 주도적으로 다룰 경우 오히려 북한의 반발만 불러 올 것이라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사일 문제의 경우 안보리 소관이고, 인권 문제도 인권이사회 소관이어서 사무총장이 직접 관여할 사안은 아니라는 게 유엔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이 갖는 상징성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과 미국 양측으로부터 반발을 사지 않는 세심한 행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각종 분쟁에 평화유지군 파병 부담 커질 듯

반 장관이 이렇게 유엔에 입성하기까지는 미국의 적극적인 후방 지원이 있었던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었던 만큼 반 장관이 독자적인 유엔 경영을 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는 시선도 적잖다. 독자적인 소신이 있던 코피 아난 총장과는 관계가 썩 좋지 않았던 미국이 "아시아 후보들 중 가장 무난한 인물을 고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반 장관이 나름의 입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대(對)테러전과 신자유주의 세계화 확산을 골자로 하는 미국의 아젠다를 대행하는 '얼굴마담'에 그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더불어 제기되고 있다.

'국제적 위상' 면에서도 '한국인 사무총장 탄생' 자체가 갖는 명예 이상의 파괴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 장관은 한국 대표가 아닌 '중립적인 국제인'으로서 사무총장 직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피 아난 총장이 10년 간 유엔 수뇌부에 있었지만 가나의 국가 위상이 변화된 게 있냐"고 되묻기도 한다.

오히려 이 명예는 멍에가 될 공산도 크다. 국제 사회가 한국에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의 역할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무총장 선출이 현실화 된다면 한국이 중견 국가로서 국제 사회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 기여의 예로 평화유지군(PKO) 파견이나 공적개발 원조(ODA)의 확대 등을 들었다.

당장 노 대통령이 최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미 대통령에게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던 레바논 평화유지군 파견이 이 범주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반 장관이 사무총장이 되어 한국에 외교적으로 유리하게 움직여 준다거나, 유엔 자체가 한국 중심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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