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이 10일 낮 12시부로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가슴팍에 검은색 추모리본을 단 김 지부장은 "만나지 말아야 했던 숫자 23과 만난 지금, 단식을 통해서라도 계속되는 비극을 막으려 한다"며 단식 농성에 돌입한 이유를 밝혔다.
'만나지 말아야 했던 숫자 23'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한 모씨를 가리킨다. 한 씨는 지난 2009년 희망퇴직 이후 제대로 당뇨 치료를 받지 못하다 8일 새벽 합병증으로 숨졌다.(☞ 관련기사 보기)
▲ 10일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이 해고자 원직 복직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프레시안(최하얀) |
"상복을 입고 살아가기가 너무나 버겁습니다"
김 지부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에서 '단식 돌입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해고자 원직 복직과 이를 위한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그는 호소문을 통해 "23번째, 이 을씨년스러운 죽음 앞에서 울음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며 "너럭바위 같은 억울함과 울분이 기도를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억울함은 지난달 20일 열렸던 '쌍용차 청문회' 이후 오히려 더욱 커졌다. 해고자 복직 등 실질적 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채 청문회가 속수무책으로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김 지부장은 "여야 의원들이 (청문회에서) 한목소리로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얘기했지만, 그것뿐이었다"며 "쌍용차의 회계조작과 기획파산, 부당한 구조조정 등 청문회에서 밝혀진 '진실'은 다시 먼지 속에 묻히고, 해고자 복직은 결국 쌍용차의 '선심'에 달려 있는 꼴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이 진정으로 쌍용차 사태 해결을 원한다면 당장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부장은 "쌍용차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서 정치권이 일자리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사기'"라며 "집권여당 대선 후보인 박근혜 후보는 지금이라도 쌍용차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지부장으로서 동지를 지켜내지 못한 죄스러움으로 다시 한 번 호소한다"며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해 이번에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자"고 말했다. 그는 "또다시 상복을 입고 살아가기가 너무나 버겁다"고 밝혔다.
종교계 등 각계각층 인사, '비상시국회의' 열고 총력투쟁 다짐
앞서 이날 오전 10시,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을 위한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막바지 총력투쟁을 다짐했다.
이 자리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문정현 신부, 종호 스님, 조헌정 목사, 정지영 영화감독,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석행 쌍용차 대책특별위원장, 심상정 무소속 국회의원, 이혜선 민주통합당 의원,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등 각계각층 인사가 두루 참석했다.
▲ 밥 킹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이 10일 오전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에게 해고자 원직 복직을 촉구하는 서명을 전달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편, 전미자동차노조 밥 킹 위원장도 이날 오전 쌍용차 분향소를 방문하고 전미자동차 노조원 1850명의 서명을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등 81개국 노조의 서명을 전달했다.
킹 위원장은 "한국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해고자를 복직시켜 노동자의 존엄성을 정부가 보장한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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