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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북한정책에 대한 3가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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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국의 대북한정책에 대한 3가지 오해

미래연의 '지구촌, 분석과 전망'〈51〉'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1. 북한의 미사일실험발사에 대한 미국의 대응
  
  북한이 대륙간탄도탄인 대포동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발사실험을 함으로써 국제적 파장을 일으킨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중요한 질문 중의 하나는 북한의 도발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를 초래했는가라는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치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사일발사를 강행한 가장 큰 이유가 북미직접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라는 것을 북한 스스로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북한이 의도한 목적은 일단 실패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부시행정부가 북한이 원하는 양자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혔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국내외적으로 북한과의 직접협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지만, 과거보다 특별하게 커졌다고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으며, 북한도발에 대한 비난 속에 묻혀버렸다. 6자회담의 틀 속에서 양자회담을 고려할 수 있다는 워싱턴의 발언도 이미 수차례 등장한 바 있는 낡은 입장에 불과하다.
  
  오히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워싱턴이 시간이 갈수록 놀랄 만큼 차분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북한의 미사일발사 강행이 동북아 국제정세에 긴장을 조성하고, 북미관계를 어느 정도 악화시킨 것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부시행정부는 미국안보의 실제적인 위협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는 증거가 된다. 그리고 그동안 일방적인 대북강경자세에 대해 비판받았던 것을 의식해 이번 사건을 자신의 정당성을 높이고, 동북아 주변국들의 동조를 얻는 계기로 적극 활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 정책변화를 시도할 만큼의 임팩트는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미사일발사 전후의 부시행정부의 태도차이를 보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미사일발사 이전에 MD를 통한 요격이나 북한폭격까지도 언급하면서 대대적인 긴장조성을 했지만, 막상 발사가 강행된 이후에 나온 반응과 분석들은 한결같이 미사일위협을 평가절하하는 것이었다.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븐 해들리(Steven Hedley)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도발행위이지만 미국에게 즉각적인 위협은 아니다"라고 확인했으며, 라이스 국무장관이나 부시대통령도 같은 뜻을 수차례 피력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사태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한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며, 오히려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정책의 지속성을 재확인해준 것이라고 해석하는 편이 오히려 타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고 있는 미국의 대북정책의 근간은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포괄적 봉쇄정책'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으며, 군사공격과 외교협상의 사이의 정책선택이다.
  
  2. Y = X + 9.11
  
  로버트 허칭스(Robert Hutchings)는 부시행정부의 새로운 전략패러다임을 X + 9.11라는 방정식으로 표현했다. 여기서 X는 조지 케난(George Kennan)이 1946년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에 냉전 반세기동안의 미국대외정책의 중심이 된 유명한 봉쇄정책의 핵심내용을 기고할 때 사용했던 필명이었다. 이 봉쇄정책에다 9.11 테러사건이라는 변수를 더한 것이 바로 오늘날 미국의 새로운 안보패러다임의 핵심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부시독트린은 본질적으로 봉쇄정책을 근간으로 한 수정전략이라는 말이다.
  
  주지하는 바이지만 9.11 이후의 부시행정부의 안보전략패러다임의 변화는 루즈벨트 이후로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된다. 묘하게도 양자 모두 기습공격(surprise attack)에 대한 반응이며, 그 내용은 공히 봉쇄정책이다. 2차대전의 발발은 미국으로 하여금 고립주의정책을 통해서는 더 이상 적대국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고 인식한 계기가 되었으며, 9.11테러사건은 전통적인 적대국가의 위협에 대한 방어적 억지만으로는 안전보장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인식하게 만들었다.
  
  물론 차이점도 크다. 먼저 봉쇄의 대상에 관한 것으로, 소련을 봉쇄한다는 것과 테러리스트를 봉쇄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영토와 국민을 가지고 있는 적국과는 달리 정체도 불분명하고 경계도 희미한 대상을 봉쇄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거의 모순에 가깝다. 더욱이 전자의 봉쇄가 비록 적이지만 이성(rationality)을 가진 존재이므로 방어적 억지가 주요 내용이었던 것에 비해, 부시행정부의 새로운 전략의 대상은 9.11사태가 보여주듯 실체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비이성적이고 예측하기 힘든 도발이 가능하므로 공격-또는 공격적인 억지-을 통해 위험요소는 그 싹부터 적극적으로 제거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선제공격(pre-emption)과 예방전쟁(prevention)의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전자는 임박한 적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전쟁을 먼저 일으키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후자는 아직은 확실한 위협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미래에 위협으로 발전될 수도 있는 위험(danger)을 미리 제거하기 위한 전쟁을 말한다. 전자는 국제법적으로도 정당한 국가주권의 행사지만, 후자는 그 선을 훨씬 넘어서는 행위이다. 부시독트린은 바로 이 예방전쟁과 선제공격을 구별 없이 섞어버렸다. 즉 선제공격의 의미를 더욱 확대해서 미국이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는 전쟁까지 정당하고 또 필요하다는 것이다. 후세인의 이라크에 대한 침공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감행된 것이다. 이라크가 냉전체제의 전통적 전략의 관점에서는 미국의 위협이 될만한 적대국은 아니었고, 테러리스트와의 직접적인 연결도 희미했지만, 장래의 어느 시점에서 그렇게 발전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전쟁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나 차이점을 너무 강조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부시행정부의 새로운 안보전략이 냉전적 봉쇄정책을 뒤엎는 것은 아니며 근간을 유지하고 있다. 9.11 이후 테러리스트로 대표되는 보이지 않는 적이나, 또는 미국이 규정하고 있는 실패한 국가군(failed states)을 주요 대상으로 보다 공세적인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여전히 국가이며, 전자인 테러리즘에 대한 미국의 대응전략 역시 실질적으로는 국가를 1차적인 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한 새로운 안보전략에서 표면화시키지는 않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전통적인 경쟁국들이 여전히 중요한 축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물론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한 봉쇄의 어려움을 역으로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알카에다의 공격에 대해 직접 공격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프간이나 이라크를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듯이,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한 봉쇄를 위해 보이는 관련 국가들을 봉쇄하는 전략인 것이다. 아무튼 이라크나 아프간과 비교할 때 다소 이완된 형태이지만, 미국의 대북정책도 큰 맥락 안에서 봉쇄정책 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과거의 전통적인 봉쇄정책과 새로운 안보패러다임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중간단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3. 미국의 대북정책에 관한 오해들
  
  부시행정부의 새로운 안보패러다임의 맥락에서 대북정책을 보다 객관적으로 분석할 경우 몇 가지 오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부시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군사적 해결보다 외교적 해결을 추구한다고 주장하는 부분인데, 이는 그야말로 절반만 맞는 얘기이다. 대북 군사옵션은 1994년의 위기사태에서 심각하게 고려한 이후로 정책옵션 중에 하나였으며, 이는 최근 미사일발사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악의 무리와는 협상하지 않으며, 그들을 패배시킬 뿐이다"는 딕 체니 부통령의 발언은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제2의 이라크가 되는 것이 단지 상황변화나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의미도 아니다. 북한은 분명 이라크와는 다른데, 무엇보다도 9.11 이후 미국이 최대의 안보위협으로 느끼는 중동의 테러리즘과는 거의 무관하기 때문이다. 남한이 볼모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군사적 옵션을 택하기 어려운 중요한 이유가 되지만, 앞의 이유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남한의 존재가 걸린다 하더라도 미국이 북한을 진정한 위협으로 본다면, 또는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등이 중동지역 등에 확산하게 될 경우 미국의 대북 공격 가능성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현재 북한을 향해 미국이 말하는 외교는 우리가 생각하는 통상적인 외교의 의미는 아니다. 1994년 제네바합의를 성사시켰던 것은 타협의 여지가 있는 그야말로 '외교'였지만, 현재 부시행정부가 의미하는 외교는 줄 것을 줌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방식의 외교가 아니다. 부시행정부는 취임 초부터 전임 클린턴행정부의 대북외교방식을 유화정책으로 규정하며, 94년의 합의를 북한에게 굴복한 것으로 악행에 대한 보상으로 간주했었다. 그러므로 부시행정부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6자회담을 포함한 외교적 해결은 북한 봉쇄메커니즘이며, 최근 리언 시걸(Leon Segal)의 지적처럼 항복을 이끌어내기 위한 메커니즘일 뿐이다.
  
  미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한 두 번째 오해는 북한문제가 미국 대외정책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래서 북한에 관해서는 특별하게 취급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당사자인 우리로서는 생사를 좌우하는 절대적인 이슈이며, 동북아 전체적으로도 핵심적인 아젠다이다. 또한 미국에게도 북한 핵문제나 미사일문제가 중요한 이슈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미 지적했듯이 미국에게는 아직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대외정책의 최우선순위 중의 하나라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북한문제가 미국 대외정책의 전면에 부상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그것은 단독의 문제로서보다는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과 깊은 연관성을 가질 때만 그렇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데, 부시행정부에 와서 가장 달라진 점이 바로 철저하게 북한을 미국의 세계전략의 차원에서 다룬다는 것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미국대외정책 우선순위의 상위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 도발수위를 웬만큼 높인다 하더라도 과잉대응이나 군사공격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반도의 특수성을 감안한 대타협의 가능성 역시 적다.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세 번째 오해는 미국이 북한핵문제의 빠른 해결을 원한다고 보는 시각이다. 물론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는 것이라면 조기해결을 반대할 리는 없다. 그러나 북한 역시 그럴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것을 미국도 잘 알고 있다. 부시행정부가 바라보는 북한은 개혁과 변화가 불가능한 존재이며, 결국 체제가 붕괴하기 전에는 어떤 타협도 의미가 없는 대상이다.
  
  부시의 첫 번째 임기에서는 이런 속내가 악의 축, 불량국가, 범죄국가, 폭정의 전초기지, 소프라노(미국의 TV 드라마에 나오는 마피아 가문) 같은 북한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통해 드러났었다. 하지만 2기에 와서는 김정일체제에 대한 직접적인 인신공격적 발언은 삼가고 있으며, 핵과 미사일문제로 악화된 상황에서도 이러한 원칙이 대체로 지켜지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하다. 어쩌면 미국은 케난이 봉쇄정책을 발표하면서 미국이 긴 투쟁에 돌입했다고 말했던 것처럼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부시 1기에 내세웠던 정권교체(regime change)에서 2기에서 정권변화(regime transformation)로 변한 진정한 의도일 것이다.
  
  4. 미사일발사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 - 득실과 전망
  
  부시행정부는 북한을 향해 적용하고 있는 수정봉쇄전략이 대체로 성공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이번 북한의 미사일발사가 이러한 인식을 더욱 강화시켰다. 북한은 도저히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자격미달이라는 미국의 주장이 주변국의 동조를 얻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북한을 놓고 위협인식과 접근방법에서 큰 의견차를 보여 왔던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까지도 대북관계가 악화되고, 미국의 입장을 반대하기 어렵게 된 것은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6자회담의 과정에서 중국이나 한국에게 빼앗겼던 주도권을 다시 돌려받는 효과를 보았다. 작년 9월 6자회담에서 한중일의 압박으로 마지못해 체결한 공동성명 이행에 관한 부담도 일정부분 덜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유엔의 대북결의안을 이끌어내었으며, 미국은 이를 국제연합헌장 제7장에 규정된 집단안보 및 군사제재의 길을 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렇게 북한의 도발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약화되었던 미국 내 강경론자의 입지를 재강화해 준 셈이다. 물론 이런 반전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지만, 그동안에 진행되었던 봉쇄정책을 통한 전방위 압박은 더욱 다양화하고 공세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사일방어나 대량살상무기확산저지(PSI)의 명분이 강화되었으며, 미지근했던 한국의 참여를 촉구할 수 있게 되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그런 의미에서 실제로는 미국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하면서도, 미사일방어(MD)에 대한 국내외의 반대의견은 약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미국이 북한에 핵과 대량살상무기의 물자나 기술을 이전하는 개인이나 기업을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북한비확산법안을 준비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계좌동결로 대표되는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6자회담복귀의 전제조건화하면서 해결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제재효과가 높다는 증거로 미국은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친 김에 금융제재의 수위를 더 높일 전망인데, 지난 8월 12일 부시대통령이 발표한 "도둑체제 분쇄노력의 국제화전략"이 그 좋은 예다. 물론 이것은 방코델타의 사례와는 달리 북한만을 직접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니라 독재자나 부패한 관리들을 찾아내 국민에게서 훔친 돈을 돌려주고 관련자들을 처벌한다는 계획이지만, 북한이 주요 대상 중에 하나로 이미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 조셋 샤이너(Josette Shiner) 국무부 경제담당차관은 북한을 놓고 모든 수준에서 부패가 있는 북한은 '거대한 부패(grand corruption)' 집단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북한의 돈줄을 더욱 옥죄어 핵과 미사일에 대한 개발자금을 차단하는 동시에 북한 고위층의 자금줄까지 막겠다는 목적이 있다. 더 나아가 스튜어트 레비(Stuart Levey) 재무차관도 합법적인 계좌까지 포함해서 북한의 모든 금융거래를 과거에는 북한에 우호적이었던 중국, 싱가포르, 홍콩, 베트남 등의 협력을 받아 전방위로 봉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외에도 인권 법안을 통한 북한압박 역시 강화될 것이다. 최근에 탈북자의 공식망명을 인정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본격적인 헬싱키프로세스의 시동을 걸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거나, 북한이 원하는 양자회담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미국이 북한에게 큰 양보를 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94년 수준의 타협마저도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94년은 북한의 핵개발 중지 또는 파기에 대한 검증이 상대적으로 용이했지만, 이제 핵무기개발이 상당부분 진전된 탓에 과거와 같은 영변을 비롯한 특정시설에 대한 부분적 사찰만으로는 확실한 검증이 어렵게 되었다는 것도 대타협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부시행정부가 원하는 것은 북한 전체를 말 그대로 들쑤시는 식의 검증이 될 것인데, 북한이 이를 허용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무엇보다도 현재 미국 대북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이 오히려 정책의 성공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북한에 대한 봉쇄를 강화하고, 다양한 제재를 통한 압박이 성공하더라도 그 다음 정책수순을 밟기가 여전히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봉쇄전략이 아무리 성공한다 해도 미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북한이 쉽게 백기를 들거나 내부붕괴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미사일을 재차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포함한 더 강력한 도발행위를 함으로써 미국의 강경책이 주변국들로부터 정당성을 아무리 인정받더라도 미국이 군사행동을 실행하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부시행정부로서도 이번 미사일발사를 통해 얻은 실익이 단기적으로는 많다고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별로 나아질 것이 없다. 물론 미국이 북한문제의 해결에 급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북한을 봉쇄한 채 항구적 위기(permanent crisis)상태로 장기전을 벌일 생각이라면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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