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전 세계 자금줄을 추적 중인 미국이 북한 계좌를 갖고 있는 은행의 명단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압박에 나설 뜻을 밝혔다.
미국이 주도한 여론몰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북한 계좌는 곧 '테러 자금줄'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거래 사실을 공개할 수 있다는 이같은 경고는 북한 계좌를 갖고 있는 전 세계 은행들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스튜어트 레비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 담당 차관은 23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의 어떤 은행도 김정일의 돈을 갖고 있던 은행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며 "빌 클린턴 정부가 나치와 관련된 계좌를 노출시켰던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1997년 클린턴 행정부는 비밀해제 문건 공개를 통해 스위스 은행들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돈세탁 작전의 일환으로 나치 소유 금괴를 다른 나라들로 이송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 국립은행을 비롯한 스위스 은행들은 '검은 전주(錢主)'란 오명을 뒤집어쓰는 동시에 유태인들로부터 과거청산 요구를 받는 등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이에 비추어 미국의 이번 경고는 은행들이 북한과 거래를 계속한다면 그 내용을 공개해서 해당 은행들이 나치의 전쟁을 도왔던 스위스 은행들과 같은 취급을 당하게 하겠다는 엄포인 셈이다.
레비 차관은 "우리가 기대하는 효과는 전 세계 은행들이 '이란이나 북한을 위하는 은행이 되고 싶은가'라는 자문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비 차관은 현재까지의 대북 경제봉쇄 정책에 대해서는 "잘 진행되고 있으며 각 금융기관들이 북한과 연계된 계좌들을 봉쇄하는 데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비 차관은 최근 1~2개월 간 아시아 여러 국가들을 순방하며 북한 계좌를 추적하는 한편 북한 계좌를 갖고 있는 은행에 북한과의 거래 중단을 압박해 왔고, 몇 주 전 베트남 은행들이 북한 계좌를 폐쇄한 것도 이런 레비 차관의 활동에 따른 성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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