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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6자회담·남북관계 모라토리엄 선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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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6자회담·남북관계 모라토리엄 선언하나"

언론사 간부 회동 발언 두고 비판 잇따라

"(6자회담에 대해)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좌절감을 느낀다. (…)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해 차기에 넘겨줄 수밖에 없다."
  
  "북한과의 대화는 공식적인 통로가 가장 정확하다. 그동안 비공식적 통로도 시도해봤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북한과 접촉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만한 통로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3일 4개 언론사 간부들과 오찬회동을 통해 나눴던 말의 일부가 18일 <문화일보>에서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대통령이 6자회담과 남북관계의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다.
  
  특히 북핵 6자회담과 남북관계에 대한 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한반도 문제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한국이 할 수 있는 기능을 사실상 포기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1년 반이나 남았는데…"
  
  6자회담과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노 대통령의 인식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초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6자회담을 '관리'할 뿐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발언의 문제로, 북한과 미국이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작지만 큰 일'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포기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북한과 미국의 양국 간에 교착이 심하면 심할수록 한국 정부가 북한을 설득하는 한편 미국에도 손을 내밀어 북한과의 접점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에 특사를 보낸다거나 그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강력히 추진하는 방법, 6자회담 재개의 최대 걸림돌인 금융제재 문제에 대해 북미 양자접촉을 하라고 미국을 설득하거나 자리를 마련하는 방법 등이 있다는 것.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뭔가 하려고 해도 될까 말까인데 (노 대통령의 언급은) 정부의 기능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특사 파견 및 정상회담 추진을 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백 교수는 "문제해결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때 문제가 관리되는 것인데 노 대통령의 말은 현상유지를 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현상유지는 관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작년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부터 대북 송전 '중대제안', 6자회담 재개와 9.19공동성명에 이르는 과정은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역할을 한 것인데 금융제재 문제로 모든 게 도루묵이 된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나 활동폭이 없다는 걸 인정한 것"이라고 노 대통령이 털어놓은 '좌절감'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북미간의 접점 속에서 뭔가를 찾으려면 결국 북한을 움직여야 하는데 그 자신감을 잃은 것 같다"며 "설사 잘 안 되더라도 1년 반이 남은 상황에서 그걸 포기하겠다면 곤란하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민간은 남북관계 살리려고 저렇게 노력하는데…"
  
  발언에서 드러난 두번째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북한과의 대화에서 비공식적인 통로를 불신하고 거부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대북 송금 문제 등으로 나타났던 과거의 부정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남북간 '비공식 라인'의 긍정성을 무시했던 대통령의 기존 인식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비공식 라인을 재가동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각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백학순 실장은 "공식 라인이 잘 되려면 비공식적인 부문이 지원을 해줘야 하고 그 효용성은 김대중 정부에서 이미 입증됐다"며 "쌀·비료 지원까지 끊어놓은 상태에서 공식적인 것은 되지도 않을 뿐더러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비춰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근식 교수는 "남북간의 신뢰할만한 '핫라인'이나 비공식적 통로를 만들고 유지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라며 "실제 비공식 접촉을 얼마나 했는지도 궁금하고, 설령 비공식 라인을 일부 가동했다 하더라도 노 대통령이 너무 쉽게 평가절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남북 접촉 방식에 대해 기존의 방법 말고는 달리 할 게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며 "이종석 장관이 갖고 있는'물밑 채널'의 한계를 두고 비공식 채널 전체를 믿을 수 없다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식 채널과 이 장관을 가장 신뢰한다는 것은 그가 얘기한 '쌀·비료 중단'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다"며 "나아가 김대중 대통령 방북 '카드'를 부정하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간쪽에서는 북한 수해를 계기로라도 남북관계를 살리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먼저 저렇게 힘 빠지는 소리를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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