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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DB, 당신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 '유전자 DB' 구축…시민사회단체 큰 '반발'

수 년간 논란이 계속됐던 살인, 강간 등 강력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데이터베이스(DB)' 추진이 가시화되면서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있어 법 제정 과정에서 큰 진통이 예상된다.
  
  유전자 DB 구축 현실화되나…시민사회단체는 '반발'
  
  정부는 25일 국무회의에서 살인, 강간 등 11개 범죄의 피의자 및 수형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DB를 구축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유전자 감식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강력 범죄자에 대한 유전자 DB 구축을 통해 범인의 조기 검거뿐만 아니라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가 줄어들어 국민의 일상생활이 훨씬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국무회의에서 의결하자마자 진보네트워크,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범죄 근절을 핑계로 국민의 민감한 개인 정보를 국가가 마음대로 통제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국회에서 2년째 잠자고 있는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제정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유전자 DB, 일반 시민 대상으로 확대될 것"
  
  특히 참여연대는 26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말하는 유전자 DB 구축 필요성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단체는 특히 애초 강력범죄자의 신원 확인을 목적으로 한다던 유전자 DB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음을 강하게 우려했다.
  
  이 단체는 "유전자 DB는 DB의 특성상 입력 대상이 지속적으로 확대돼야만 그 효율성이 제고될 수 있다"며 "유전자 DB를 선구적으로 도입한 영국의 사례가 그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는 일단 유전자 DB를 구축하기 시작한 뒤, 범죄와 상관없는 시민들의 유전 정보까지 수집하는 바람에 DB의 3분의 1 정도가 무용지물인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렇게 유전자 DB가 강력범죄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확대된 예는 미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뉴욕 주는 시작 단계에서는 21개 분야 범죄자에 대해서만 유전자 DB를 구축했으나 그 뒤 비폭력 범죄를 포함한 107개 분야로 대폭 확대됐다. 우리나라 역시 현재는 10개 분야로 유전 정보 채취·수집을 제한하고 있지만 확대가 뻔히 예상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또 유전자 DB가 다른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경고했다. 이 단체는 "미국의 24개 주는 유전자 DB를 법 집행 외에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며 "일단 구축된 유전자 DB는 그 정보의 특성상 질병 연구 등 폭넓은 분야에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활용 분야가 범죄자 신원 확인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우리나라는 이미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전 국민 주민등록번호와 지문날인 제도로 인해 언제든지 개인의 고유한 정보를 범죄 수사의 자료로 활용할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유전자 DB 구축 없이는 강력 범죄가 근절되지 않을 것처럼 국민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것은 '경찰국가'를 꿈꾸는 위험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2년간 국회에서 잠 자
  
  물론 시민사회단체도 범죄 수사에 있어서 유전 정보를 활용하는 것의 효용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참여연대도 "범죄 수사에 대한 유전 정보의 개별적 이용을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특정 범죄 수사에서 유전 정보를 활용하는 것과 유전자 DB를 구축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2005년 화성 여대생 피살사건 수사 과정에서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1000명에 육박하는 택시 기사들의 유전 정보가 무작위로 채취된 것에서 보듯이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유전 정보를 활용한 범죄 수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유전 정보를 개별적으로 활용하는 수사기법의 법률적 정당성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시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마지막으로 "국회는 기본권의 제한이 필수불가결한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는 이 법에 대한 의결을 거부해야 할 것"이라며 "그리고 개인 정보 유출로 인한 수많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2년간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제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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