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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부모 찾아준다고 DNA 채취해 상업용으로 활용"?

경찰청 '미아 찾기' 사업, 법률근거 없이 주먹구구식 운영

경찰청이 각종 시설에 수용된 무연고 아동으로부터 유전정보(DNA)를 채취해 이를 부모를 찾는 데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타 연구 목적 등 상업적으로 활용하려 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이런 채취는 별 다른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부모 찾아 준다고 DNA 채취해 상업적으로 활용"**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유전자 데이터베이스(DB) 반대 네트워크'가 최근 경찰청에 정보 공개를 요청해 공개된 '미아 찾기 유전자 DB 현황'에 따르면, 2003년 12월23일부터 2004년 12월 말까지 9천6백39건이나 되는 무연고 아동의 DNA가 뚜렷한 법적 근거 없이 채취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05년부터 경찰청이 무연고 아동으로부터 받는 '유전자 검사 동의서'는 아동들로부터 채취한 유전 정보를 부모를 찾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기타 연구 목적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충격적이다. 경찰청은 애초 무연고 아동으로부터 유전정보를 채취해 DB를 구축하면서 "부모를 찾는 목적 외에는 이용하지 않겠고, 검사 후에는 유전정보를 즉각 폐기할 것"을 시민ㆍ사회단체에게 여러 차례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청이 공개한 동의서를 보면 "(DNA 활용 미아ㆍ가출인 등 헤어진 가족 찾기) 목적 외로 검사 대상물을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는 여부", "검사대상물을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할 때 개인정보 포함 여부", "검사 대상물을 보존할 것인지 여부", "보존한다면 그 기간을 몇 년으로 할 것인지 여부" 등을 기록하게 돼 있다.

이 동의서를 접하는 대부분이 아직 본인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할 능력이 없는 아동들인 것을 염두에 두면 사실상 부모를 찾아준다는 목적으로 아동들의 유전정보를 채취해 다른 연구 등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할 길을 열어둔 것이다. 가족을 잃어버린 미아와 부모들의 아픔을 염두에 둔다면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예외 조항 넣어달라더니, 문제 생기니 생명윤리법 핑계"**

이번에 문제가 된 동의서는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생명윤리법에 첨부된 '유전자 검사 동의서'이다. 경찰청도 "생명윤리법에 첨부된 동의서를 참고해 활용해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시민ㆍ사회단체 관계자들의 반응은 다르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병수 운영위원은 "생명윤리법에 첨부된 동의서는 주로 각종 질병 및 소인 검사에 쓰이는 동의서이고 경찰청에서 필요한 것은 신원 확인만을 목적으로 한 동의서"라며 "애초 목적과 용도가 다른 동의서를 그대로 활용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 동안 여러 차례 경찰청 스스로 인권 침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채취한 유전정보를 검사 후 즉시 폐기한다고 밝혀왔다"며 "뚜렷한 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추진하는 '미아 찾기 유전자 DB' 사업은 원래의 선의와는 달리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1일부터 시행된 생명윤리법에서는 경찰청과 같은 국가 기관은 유전정보를 활용할 때 이 법률에 구속을 받지 않도록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애초 입법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청 등이 자기 나름의 법률을 갖겠다며 예외 조항을 강하게 요구한 탓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자 경찰청은 생명윤리법 운운하며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런 지적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올해부터 생명윤리법이 시행됐기 때문에 이 법에 근거해 동의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의 여지가 발생한 것 같다"며 "현재 동의서 양식을 수정ㆍ보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참여연대, "미아 찾기 법률적 근거부터 마련해야"**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2일 성명을 내고 DNA를 활용한 미아 찾기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참여연대 사회인권국은 "경찰청이 벌이고 있는 주먹구구식 유전정보를 활용한 미아 찾기 모습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경찰청은 (DNA를 채취하는) '장기 미아'의 정의가 무엇인지, 부모를 찾고자 하는 이들 중에서 인적정보가 없어서 DNA 채취가 꼭 필요한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등의 기본 개념 밑 통계부터 제대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경찰청은 사업 목적의 범위를 넘어선 미아 찾기 사업의 동의서 활용과 관련해 자체 감사를 통해 그 경위와 문제점 그리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 책임자를 문책하고, ▲법률적 근거가 마련될 때까지 미아 찾기 목적의 유전정보 채취를 중단할 것 등을 촉구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 발의로 미아 찾기 사업에서 유전정보 활용 등을 규정할 '실종 아동 및 장애 실종자의 발견을 위한 법률안'이 제출돼 심의중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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