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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은 미ㆍ일 뒤만 따라갈 뿐"

미래연의 '지구촌, 분석과 전망'〈46〉 남북 장관급회담 결렬을 우려함

북한 미사일 국면이 한반도 긴장고조로 치닫고 있다. 유엔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이 통과됨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 관건이었던 남북관계마저 경색국면으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남측의 쌀ㆍ비료 지원 중단에 대응하여 북은 이산가족 상봉을 전면 취소하고 말았다.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북 압박과 이에 저항하는 북한의 강경 맞대응 외에 별다른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긴장 완화와 문제 해결의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국면에서 남북관계마저 전면 중단될 경우 한국 정부가 할 일은 미국과 일본을 따라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게 된다. 지난 김영삼 정부 시기 북핵을 이유로 남북관계가 중단되었을 때 결국 북미간 극적 타결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할 일은 전혀 없었다. 지금의 미사일 위기에서도 남북관계가 중단될 경우 향후 문제 해결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할 일은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것 외에 없게 된다.
  
  그리고 지금 남북관계 위기의 첫 시작은 어렵게 개최된 장관급 회담의 결렬이었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하는 외교적 노력이 모색되는 과정에서 개최된 남북장관급 회담은 향후 미사일 국면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남북은 서로 설전만 주고받은 채 예정된 일정마저 앞당겨 차기 회담 약속도 없이 헤어지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대북 설득이 실패로 끝나고 남북관계마저 난관에 봉착하면서 미사일 국면의 외교적 해법은 힘이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유엔에서 대북 안보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19차 장관급 회담에 임했던 우리 정부의 입장과 전략이 결과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애초에 정부는 위기상황일수록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며 일부 국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장관급 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했다. 미사일 발사로 초래된 한반도 위기 상황을 관리해내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남북간 대화의 끈이 중요했다면, 그래서 보수 진영의 비난을 감수해가며 회담을 개최했다면 당연히 정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위기완화에 기여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고 대화의 지속을 유지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작 장관급 회담은 대화의 끈을 너무도 쉽게 놓아버린 형국이 되고 말았다.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애초 목적대로라면 응당 예정된 일정을 넘겨가면서까지 협상하고 설득하면서 성과를 내려 하고 최악의 경우 다음 회담의 합의라도 이끌어 내려는 노력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 대표단은 북측의 조기 철수 표명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 회담 결렬에 '합의'함으로써 대화의 끈을 이어가기보다는 서둘러 대화의 끈을 놓았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실제 회담에서도 정부는 대화의 끈을 이어가기보다 북에게 따지는 것만 집중했다. 물론 미사일 발사의 무모함을 지적하고 책임을 단호하게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북의 선군 언급과 지나친 요구들에 대해 정부가 당당히 임한 것 역시 올바른 대응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 회담을 그대로 추진한 근본 목적은 북에게 따지는 것은 넘어 북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정부는 미사일 발사 추궁과 6자회담 복귀 설득을 의제로 정하고 여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나 추궁에만 집중할 경우 당연히 회담 복귀를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추궁과 설득이 동시에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추궁 이후 설득을 위한 신뢰확인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남과 북이 서로 요구하는 것에 대한 진지한 논의에서 비롯된다. 즉 남측이 요구하는 6자회담 복귀와 북측이 요구하는 근본문제와 쌀 지원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올려지고 주고받기가 가능하도록 논의되어야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처음부터 이번 회담에 결렬을 불사하는 태도로 임했고 북한 설득보다는 사실상 대북 추궁에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19차례의 장관급 회담에서 북핵문제와 미사일 문제만을 의제로 삼아 논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차 북핵 위기가 발생했던 때도, 서해교전이 발발했던 때도 장관급 회담은 남북의 협력사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번엔 남측 정부에 의해 처음부터 남북협력 사업과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의제는 거부되었고 오로지 미사일 문제만 의제로 상정되었다.
  
  지금 미국이 금융제재 문제는 결코 6자회담에서 다뤄질 수 없다고 주장함으로써 북한이 회담 참여를 거부하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집스런 모습이었다. 당연히 회담은 결렬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심지어 남측은 북이 제시한 8.15 기간 동안 이산가족 상봉 의제도 거부하고 말았다. 대화의 끈을 이어가려 했다면 이산가족 상봉 의제만이라도 합의도출을 위해 진지하게 논의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남측은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대북 추궁에만 온 힘을 쏟은 채, 북한을 설득할 아무런 협상 준비도 없이 결렬을 불사하며 회담에 임함으로써 애초 목적이었던 대화의 끈을 이어가는 데 충실하지 못했다. 정부가 진정으로 위기를 완화시키고 대화를 이어가려는 목적이 아니라, 어쩌면 국내 보수 진영을 고려한 대북 비난용으로 이번 회담을 접근했다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북한을 비난하는 것이며 반대로 가장 어려운 일은 북한의 정책을 바꾸는 일이다. 우리 정부가 대북 비판을 위한 생색용으로 이번 장관급 회담을 활용하려 했고 결국 대북 회담이 아니라 국내의 보수진영을 고려한 국내정치적 회담으로 접근했다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진정으로 위기를 완화시키고 대화를 이어가려는 장관급 회담이 아니라 결렬을 준비하며 국내 비판여론에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회담이었다면 비판받아 마땅할 일이다.
  
  북핵문제가 악화되고 북미갈등이 심화되던 때에도 그동안 우리는 남북관계의 끈을 유지한 채 문제 해결을 위한 나름의 역할을 찾아 노력했다. 그리고 적잖은 성과도 이루어낸 것이 사실이다. 2002년 10월 2차 북핵 위기가 발생한 이후에도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의 유지를 통해 한반도 위기를 완화시켰고 남북회담은 대북 설득의 유용한 채널로 활용되었다. 결국 한국 정부는 2005년 6.17 면담과 중대제안을 토대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 냈고 북미간 협상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지난 해 9.19 공동성명을 도출하는 데 기여했다.
  
  이제 미사일 사태가 한반도 긴장고조로 흐르고 남북관계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다시 원칙으로 돌아가 남북관계의 복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북미갈등이 전면화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마저 전면 중단된다면 한반도는 긴장이 가속화되고 문제해결 대신 극적 대결만이 지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평화적 해결을 원하는 한국 정부는 더더욱 역할을 찾지 못하게 된다. 북한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 속은 후련할지언정 사태해결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시 남북관계를 이어감으로써 지금의 위기를 진정시키고 해법을 찾을 토대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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