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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 강경책이 핵확산 부추긴다"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23〉IAEA 전 사무부총장의 진단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는 국제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동아시아와 중동의 평화가 그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미국 부시행정부의 이중, 삼중의 잣대다. 인도-이스라엘을 비롯한 친미국가들의 핵무기 개발·보유는 눈감아주고, 이란-북한과 같은 반미국가들의 핵개발에 대해서만 시비를 건다. 아울러 미국은 신세대 소형 핵무기를 개발할 움직임도 보인다. 다른 핵보유 국가들도 핵무기 감축에 소극적이다. 이래서는 새로이 핵을 개발·보유하려는 국가들의 움직임을 막기 어렵다.

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 of International Peace)의 객원연구원인 피에르 골드슈미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부총장으로 지난 6년 동안(1999-2005년) 핵무기 감축과 비확산에 노력해 온 인물이다. 그는 최근 '핵비확산 체제는 위기인가? 그렇다면 원인은 무엇이고, 처방은 있는가?(Is the Nuclear Non-proliferation Regime in crisis? If so, why? Are there remedies?)를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웹 사이트에 기고했다.

핵확산 막으려는 의지가 중요

이 글에서 골드슈미트 전 IAEA 사무부총장은 IAEA가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의 핵무기 개발 움직임을 막으려 노력해 왔지만, 핵확산을 막으려는 주요국들의 정치적 의지가 강하지 못함을 비판한다. 북한의 경우는 중국이, 이란의 경우는 러시아와 중국이 각각 유엔 안보리에서 이들 국가들에 대한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움직임을 보이는 현실을 골드슈미트는 매우 못 마땅해 한다.
▲ 유엔안보리의 상임이사국들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고집하면서도 자국의 핵무기 감축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유엔)

아울러 골드슈미트는 미국의 핵관련 대외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지난 2003년부터 프랑스-독일-영국은 이란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풀려고 다각도로 노력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그런 노력을 지지하지 않고 강경입장만을 고집함으로써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의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난 1기 부시행정부(2001-2004년)가 북한에 대한 강경책만을 고집함으로써 핵개발 프로그램 동결 기회를 잃었다"는 지적과 닮았다.

이란은 핵개발에 관한 한 북한을 하나의 거울로 삼은 모습이다. 골드슈미트가 내린 결론은 "이란이 북한처럼 NPT에서 탈퇴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IAEA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란을 겨냥한 핵사찰에 나서도록 유엔 안보리가 IAEA의 권한을 강화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래는 그 주요내용이다.


존 F. 케네디 "핵보유 국가 20-25개국으로 늘어날 것"

프랑스의 정치학자 알렉시스 토크빌은 이렇게 말했다. "정치 분야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우리 눈 앞에 벌어지는 일이다." 토크빌의 통찰력은 국제사회로 하여금 (전세계적인 핵무기 확산을 막는 사안에 관한 한) 지난 10년 동안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축적해 온 경험들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점을 넌지시 일깨워준다. 특히 북한과 이란의 경우는 커다란 문제점을 드러냈다. IAEA의 사찰활동이 제대로 성과를 내는 것과는 반비례로 국제사회가 IAEA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시들해져갔다.

IAEA는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이 1953년에 제시한 '핵의 평화적 이용(Atom for Peace)'이라는 이상을 실현하려는 뜻에 따라 1957년 출범했다. 1960년대 초 케네디 대통령은 "1970년대 말에 이르기 전에 지구상에는 핵보유 국가들이 20개국에서 25개국쯤에 이를 것"이라 내다봤다. 다행스럽게도 그 같은 전망이 그대로 이뤄지진 않았다.

케네디 대통령의 예측이 나온 뒤로 단지 3개국이 핵실험에 성공했다. 중국이 1964년, 인도가 1974년, 그리고 파키스탄이 1998년에 각기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 국가로 떠올랐다. 아울러 두 국가(이스라엘, 그리고 극히 최근에는 북한)가 핵무기 보유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거시적으로 보면, 1970년 효력을 발휘한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이 그런대로 성공적으로 효력을 발휘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1995년 효력이 무기한으로 늘어난 NPT의 가입국은 전세계적으로 188개국에 이른다. 지난 2003년 12월 리비아가 비밀리에 추진해 온 핵개발 프로그램의 폐기를 선언, 미국으로 하여금 민감한 장비들을 제거하도록 허락한 것도 하나의 커다란 발전이다.

IAEA의 SER 보고서

IAEA는 예전보다는 훨씬 효과적으로 핵사찰 활동을 수행해 왔다. 1998년 이전에 IAEA는 각국이 핵시설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시설만을 사찰대상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1998년 뒤로는 사찰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벌여, 핵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힘써 왔다.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 다시 말해 핵사찰 기술의 발전과 종합적 정보분석 능력의 향상이 뒷받침 됐다.

IAEA는 이를 바탕으로 정기적으로 <국가평가보고서>(State Evaluation Reports, 약칭 SERs)를 발간해 왔다. 이 보고서에는 각국의 핵관련 물질과 장비의 수출입 등이 세밀하게 기록됐다. 그럼으로써 만에 하나 은밀하게 가동될지도 모를 비밀 핵 프로그램을 막아 왔다. 리비아가 비밀 핵개발 프로그램을 스스로 포기하는 과정에서 파키스탄 핵과학자 칸 박사의 핵기술 이전 사실이 드러난 뒤로, IAEA는 핵기술의 이전과 거래를 막는 데 더욱 힘써 왔다.

북한은 1993년 이래로 IAEA에 의해 핵사찰 비협력국가로 꼽혔고, 그 사실은 해마다 유엔 안보리에 보고돼 왔다. 2003년 북한은 NPT 역사상 처음으로 NPT에서 탈퇴했고, 그 다음해인 2004년 스스로 핵보유국 반열에 올랐음을 선언했다. 유엔 안보리는 그러나 북한에 대해 아무런 제재도 내리지 않았다. 여기에는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중국의 위협이 작용했다.

북한에서 얻은 이란의 교훈

북한과 똑같은 시나리오가 이란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 핵위기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듯하지만, 이란은 커다란 교훈을 얻어냈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 위협을 받는다면, 이란은 북한과 같은 단계를 밟을 채비다. 만약 이란 핵문제가 유엔 안보리에서 표결에 붙여진다면, 러시아와 중국은 이란에 불리한 어떤 결의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사정으로 말미암아 지난 2003년 4사분기에 이른바 EU-3(프랑스, 독일, 영국 등 3개국)은 이란 정권으로부터 핵개발 움직임을 전면 동결하겠다는 약속을 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접근방식을 택했었다. 그때 미국은 EU-3의 외교적 노력을 적극 지지하지 않았다. 미국의 그러한 정책으로 말미암아 이란 핵동결의 기회가 그만 지나가버린 점은 유감스런 일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이란은 핵프로그램을 동결하라는 IAEA의 거듭된 요구를 무시해 왔다. 이란은 현재 100톤이 넘는 자연 6불화우라늄(hexafluoride, 농축우라늄의 원료물질)을 지하 터널에 보관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내 IAEA는 2006년2월 이란 핵개발 의혹사실을 유엔 안보리에 보고하기로 결정했다.

"강대국들의 태도가 문제"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도록 유엔 안보리는 이렇다할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는 핵개발 의혹과 관련된 여러 사안들을 조사하기 위해 추가적인 법적 권한을 달라는 IAEA의 거듭된 요구를 못 들은 체 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란에 우호적인 러시아와 중국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NPT 체제 아래서 핵보유 강대국들이 핵무기 감축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NPT 제4조는 기존 핵보유 국가들에게 '체계적이고 점진적인(systematic and progressive)' 비핵화를 이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한 조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이는 많은 비핵국가들의 불만사항이다.

핵보유 국가들이 "기존의 핵탄두를 유지하거나 성능을 개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비핵국가들에게 "당신네 나라들은 핵무기의 전쟁 억지력이 필요 없다"고 설득할 수 있겠는가. 핵보유국들이 적극적으로 핵폐기에 나서야 지구상에서 핵개발 경쟁바람을 잠재울 수 있다.

국제사회는 이란이 NPT에서 탈퇴하길 기다려서는 안 된다. 지금은 IAEA가 이란에서 보다 강화된 사찰활동을 벌일 수 있는 권한을 유엔 안보리에게 공식적으로 요구할 시점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었다.

"세계는 악을 행하는 자들에 의해 망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는 악에 개입해 막는 것을 반대하고, 악이 행해지도록 방관하는 자들의 손에 파괴된다"

일부 국가들의 핵무기 보유 움직임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이 글 앞에서 밝혔듯 "지구상에는 핵보유 국가들이 20개국에서 25개국쯤에 이를 것"이란 케네디의 예측을 현실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본문보기>
http://www.carnegieendowment.org/static/npp/Goldschmidt_CCFR_May_2006.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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